Enfant Terrible!, 푸조 2008
상태바
Enfant Terrible!, 푸조 2008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4.12.10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차가 주는 편안함에 운전의 재미, 실용성을 모두 더한 CUV가 등장했다. 프랑스에서 방금 도착한 작고 당돌한 사자다

요즘 부쩍 작은 차가 마음에 든다. 큰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다. 어쩌면 수많은 차를 만나는 직업적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적응이 빨리 되는 차가 있고, 느리게 되는 차가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작은 차가 빨리 몸에 익어서다. 게다가 가족도 함께 몰아야 한다는 조건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큰 차를 고르기에는 망설여진다.

자기 전이면 다음 차를 무엇으로 고를까란 생각에 빠진다. 작은 차를 고르고 싶은데 썩 맘에 드는 모델이 떠오르지 않는다. 운전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작고 빠른 스포츠카나 쿠페를 고르고 싶지만, 실용성을 생각하면 해치백이 끌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해치백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소형 CUV가 나왔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소형 CUV 시장의 경쟁은 커져갈지언정 정말 작고 실용적인 CUV를 찾긴 어렵다. 운전 재미도 같이 따져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약간의 고급스러움을 찾다보니 가격도 절로 오른다. 이런 고민을 하는 마당에 푸조 2008이 등장했다. 고민했던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니 절로 마음이 간다.

푸조 2008의 길이는 4,159mm다. 길이를 비교하면 기아 쏘울, 르노삼성 QM3과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디자인은 오묘하다. 수치로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보인다. 3008의 빵빵하게 표면을 부풀린 디자인에 비해 조금 더 날렵하게 보인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효과다.

개성적인 디자인만 담았다면 착각이다. 차체의 비례와 독특한 지붕선에서 이들이 실용을 추구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해치백과 SUV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모양새다.
 

껑충한 느낌이 들어 지상고를 살폈다. 지상고는 165mm다. 해치백보다는 약간 높고 SUV보다는 약간 낮다. 험로 주행을 할 차는 아니지만, 험한 길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길을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른다. 앞뒤 범퍼 아래 보호 커버를 단 것도 그런 이유다.

묘한 모양의 지붕선은 1열 헤드레스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가볍게 솟아오른다. 이는 뒷좌석 승객의 머리 공간을 위한 것이다. 2열 좌석이 1열 좌석에 비해 좀 더 높이 달렸기에 루프를 살짝 들어 올려 머리 위 여유 공간을 앞좌석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푸조의 실내 디자인은 점점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소재의 선택이나 구성이 그렇다. PSA는 푸조를 조금 더 상위 시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에서 고급화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과 구동계를 묶어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판매 대수를 늘리면서도 드는 비용을 줄이고, 아낀 비용으로 실내, 편의장비 등 운전자가 좋아할 만한 고급스러움을 더하려는 것이다.

2008 또한 그렇다. 시트로엥 C3, DS3, 푸조 208이 같이 쓰는 PF1 플랫폼을 썼다. PF1 플랫폼은 PSA의 글로벌 전략 플랫폼 중 하나다. 서브콤팩트 차급을 담당한다. 엔진 라인업은 디젤에 집중되어 있다. 르망에서 쌓은 경험이 기술만이 아닌, 푸조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와 인기를 안겨줬다는 생각이다. 푸조의 프랑스 판매 모델을 보면 최고출력 68마력의 1.4L 디젤 엔진과 92마력의 1.6L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중심을 맡는다.
 

실내 패키징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공간 확보와 구성에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운전석에서 느끼기에는 전혀 비좁지 않다. 작은 차가 주는 민첩한 기분을 느끼며 달리기에 부담이 없다. 뒷좌석의 경우에는 공간 확보에 꽤 노력을 기울였다. 뒷좌석은 살짝 작다. 트렁크 공간 확보를 위해 뒷바퀴 축 앞쪽으로 뒷좌석을 달았기 때문이다.

뒷좌석을 세우고도 어지간한 물품은 수납이 가능할 정도다. 다만 키 180cm의 성인이 타기에도 무리는 없으나 발을 놀릴 폭이 좁다. 대신 아이들이라면 장거리도 충분하겠다. 특히 뒷좌석에서 더욱 잘 보이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어 실내 채광이 좋다. 게다가 밤이면 계기판과 파노라마 루프 가장자리로 푸른 불빛이 들어오니 분위기도 좋다.
 

208부터 계속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대시보드 위로 높게 단 계기판과, 작아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이다. 이는 푸조의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 씨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2년 전 열린 푸조 208 국내 출시 행사에서 만난 그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악천후 속에서 운전할 때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도로에서 잠깐의 시선도 뗄 수 없을 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시승하면서 확인한 결과 계기판을 보면서도 도로에 계속 시선을 둘 수 있었다. 엔진회전수나 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달리고 싶은 이라면 이점이 클 것이다.

작은 스티어링 휠은 운전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평소에 타는 차 중 하나가 케이터햄 세븐이란 말을 듣고 공감하게 됐다. 케이터햄은 모모(momo)사의 작은 스티어링 휠을 쓰기 때문이다. 2008의 스티어링 휠은 모모보다는 크지만 손에 착 감긴다. 그래서 이리저리 휘감기도 좋다. 자동차의 특성을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2008을 다른 CUV와 차별화하는 요소 중 하나는 핸들링이다. 좋은 핸들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응성, 예측 가능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가장 염두에 두고 싶은 것은 서스펜션의 세팅과 스티어링의 조향감이다.

전자식 스티어링은 모터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각 제조사마다 추구하는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이 모터의 움직임을 어느 영역까지 정밀하게 다듬느냐에 따라, 스티어링을 꺾을 때의 자연스러움이 결정된다.
 

2008의 스티어링은 자연스럽고 아주 탄력적이다. 다른 푸조 패밀리와 같은 느낌이다. 무게감과 균형감, 복원력이 뛰어나다. 굽이치는 길을 달리거나 속도를 높여 달릴 때 유리하다. 이리저리 구배가 뒤엉키고 구부러진 길을 달릴 때면, 절로 운전을 즐기게 됐다. 살짝 높은 차고 때문에 기우는 폭은 약간 커졌을지언정, 차체의 기울임이 자연스럽고 반응도 빨랐다.

승차감은 약간 탄탄하면서도 편안하다. 서스펜션은 유연하게 도로를 타고 넘으면서도, 단단하게 코너에서 자세를 잡아준다. 갑작스런 방향 전환에서도 몸놀림이 사뿐하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댐퍼와 약간 단단한 스프링의 조합이 떠올랐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92마력으로 4,000 rpm에서, 최대토크는 23.5kg·m 으로 1,750rpm에서 낸다. 출력은 작아보일지언정 두툼한 토크는 그대로다. 엔진회전수를 중간대역으로 유지할 때 꾸준히 미는 맛이 있다. 회전 관성이 살아 있는 느낌이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1,800rpm 정도다. 회전수를 낮춰 달릴 때는 조용하게 느껴지지만, 회전수를 3,000rpm 이상 높여가면 디젤 특유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디젤 엔진의 진동이나 음색을 지우려 들지는 않았다. 디젤을 당연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유럽시장의 특성 때문일지 모른다.

공차중량은 1,170kg이다. 가벼운 차체를 앞세워 달려 나간다. 엔진회전수를 묶어두고 수동으로 달릴 때의 즐거움이 크다. 변속기는 수동을 기반으로 한 싱글클러치 자동변속기, MCP다. 수동변속기 구조를 기반으로 전자제어 클러치를 통해 자동으로 변속한다. 그래서 자동변속기의 P(주차)에 해당되는 기어가 없다. N(중립)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 구조가 단순하고 효율이 좋다. 스포티한 맛을 살리는 경우 스포츠카에도 사용하는 방식. 효율이 좋아 연비를 우선하는 차에 쓰인다.
 

MCP 변속기는 자동모드로 두고 달려도 잘 달리지만, 특성을 이해하고 사용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수동을 운전할 때 클러치 페달을 밟아 동력을 차단하고 기어를 바꾸듯이, MCP 또한 변속을 위해 동력을 차단하고 기어를 바꾼다.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는 일반 자동변속기와 큰 차이가 있다. 이때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변속이 지연되는 기분이다.

적당한 정도로 가속페달을 밟고 달릴 때는 의식하지 않는 한 부드럽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짓이기며 적극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원하는 변속 시점에서 가속페달을 떼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는 것이 매끄럽게 달리기 좋다. 수동모드로 바꿔 기어레버를 밀고 당기며 달릴 때 더욱 재미있는 편이다.
 

지금까지 푸조는 독특한 프랑스 감성이란 요소를 내세워 국내시장에 어필해왔다. 하지만 2008은 약간 다르다. 멋보다는 실용성을 더 추구했다. CUV라는 차급의 존재 의미를 정확히 파고든 모양새다. 가족을 위한 차라는 CUV 안에서도 즐거움을 살린 주행성능은 운전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작은 차에서 영리한 패키징으로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도 마음에 든다. 지금 시장에 등장한 다양한 CUV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차다.

글 · 안민희 에디터
사진 · 김동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