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n Cocktail, 운전의 재미를 만드는 레시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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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n Cocktail, 운전의 재미를 만드는 레시피는?
  • 앤드류 프랭클
  • 승인 2014.11.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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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가파른 비탈에서 더블 글로스터 치즈 굴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이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합의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자동차 마니아들이 동의하는 공통분모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 운전의 즐거움은 성능과 거동, 스티어링 감촉, 타이어 그립과 이들이 결합하여 빚어내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다만 이것들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 만일 어떤 차가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완벽한 조건하에서만 그럴 수 있다면, 대다수가 접근하기 어려운 도로에서만 그럴 수 있다면 어떨까? 반대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곳에서의 주행감각은 지옥 같다면? 이런 차를 비록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실용적인 차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차의 전체적인 재미는 운전의 만족도에 그 차를 몰고 싶은 회수를 곱하면 나온다. 요컨대 재미의 방정식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몇 가지 차를 한자리에 모으기로 했다. 성격과 목적은 크게 다르지만 3만 파운드(약 5천151만원) 정도의 가격에 운전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차들이다. 우리는 어떤 차가 실용적 기능과 운전의 재미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균형을 잡았는가를 가려내기로 했다. 이상적인 지리 조건과 기후환경에서만 훌륭한 차는 맹목적인 것일까? 혹은 극한의 재미는 다른 모든 덕목을 초월할 수 있을까?

한편, 가족과 그들의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차가 이번 비교 시승에 끼어들어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혹은 이들 양극단의 중간 어디쯤에 재미를 보여줄 확실한 방정식이 자리 잡고 있을까?

시작하기 전에 또 하나. 대부분의 비교 시승에서는 정확하게 능력의 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기준이 적합하지 않다. 이번 비교 시승의 경우 우리가 좋아하고 존경하지 않는 차들은 애초에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이들은 모두 승자다. 하지만 앞으로 밝혀지듯 이중 하나가 가장 확실한 존재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적어도 스펙 상 가장 지각 있는 차는 포드 포커스 ST-3 왜건이다. 볼보 V70과 맞먹는 파워를 담았을 뿐 아니라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왜건이다. 다음은 스펙 상 존재감이 좀 떨어지면서 훨씬 빠른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R. 아마도 능력의 폭이 사상 최고인 고속 해치백이라 할 만하다.
 

수동 변속기 모델의 가격은 아주 매력적인 2만9천990파운드(약 5천150만원)이고, 여기 나온 시승차는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가 있는 3만1천315파운드(약 5천377만원)짜리다. 사실 3만 파운드(약 5천134만원)가 넘는 골프가 뛰어난 가치를 갖추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저렴한 차는 스바루 BRZ. 우리가 이 시승을 기획할 때만 해도 2만9천900파운드(약 5천134만원)였지만, 스바루는 가격을 다시 2천500파운드(약 430만원) 깎아 지금은 2만3천995 파운드(약 4천120만원)에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주 매력적인 가격이다.
 

로터스 엘리스에 대해서는 밝혀둘 게 있다. 지금 이곳에 나온 모델은 원래 우리가 불러내려던 차가 아니었다. 본래 2만9천900파운드(약 5천134만원)의 1.6 스포트가 이번 비교 시승에 딱 들어맞는 모델이었지만, 현재 로터스가 내놓을 수 있는 차가 슈퍼차저 S 클럽 레이서밖에 없었다. 가격은 다른 라이벌에 비해 다소 비싼 3만5천600파운드(약 6천112만원). 엘리스를 점찍은 이유는 성능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발랄한 핸들링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예산 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마니아적인 자동차가 필요했다. 따라서 에리얼 애텀을 결코 지나칠 수 없었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245마력 자연흡기 엔진에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갖춘 모델을 준비했다.

우리는 러시아워에 시승 시간의 절반을 투입하고, 쇼핑과 등하교에 테스트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각 모델의 실용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각 모델이 어느 정도 재미있는지가 아니라 다른 차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더욱 자세히 밝혀야 했다.
 

만일 포커스가 없었다면 우린 저렴한 왜건을 이 비교시승에 끌어들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면이 괜찮은 도로에서 실없이 웃거나 직장으로 갈 때 껄껄대기에는 지나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포커스 ST로는 둘 다 할 수 있었다. 액셀을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247마력이 솟아나는 엔진은 반응이 너무나 상큼해 운전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이는 배기량이 낮은 4기통 터보 엔진에 흔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빠르게 몰아대면 어린 사냥개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크고 빠르면서 자칫 어디로 튈지 몰랐다. 기분에 따라 아주 재미있을 수도 있었지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 포드는 엔진 파워를 다스리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유일한 앞바퀴굴림 차의 한계가 있었다. 손으로 스티어링의 당김을 느껴야 했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급가속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럼에도 포커스는 덩치가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민첩하고 즐거웠다. 그래서 때때로는 이처럼 버릇없는 거동을 즐길 필요가 있었다.
 

골프 R은 그와는 정반대의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더불어 스릴을 느끼기에는 지나치게 절제한다고 봤다. 까다로운 도로에서 골프와 포커스의 차이는, 클래식 레이스카에서 나와 슬릭타이어를 끼우고 윙으로 뒤덮은 첨단 레이싱 머신에 오르는 것과 같았다. 구간 페이스는 어지간히 맞아떨어졌지만 네바퀴굴림의 296마력 골프가 훨씬 수월했다.

시승 전까지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겉으로 조금 덜 드러났을 뿐, 한층 적응력이 뛰어났다. 폭스바겐의 크로스컨트리 페이스는 경이적이었다. 따라서 처음에는 빠르고 재미있는 차에서 우리가 찾는 모든 특징을 갖췄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다. 스티어링 감각이 살아있고, 섀시 적응력도 마찬가지. 아울러 레이스 모드에 들어가자 엔진 사운드와 액셀 감각이 깨어났다. 포커스와는 다르게 결코 귀찮게 굴지 않았다.
 

2.0L 엔진으로서는 엄청난 출력을 내뿜으면서도 골프에는 광적인 기질이 없었다. 골프는 안락하면서 조용했고, 포커스가 요란한 데 비해 골프는 품위가 있었다. 포커스만큼 짐을 실을 수는 없지만 골프는 훨씬 깊이가 있었다. 아울러 차체 크기 덕분에 도심에서 운전하기 더욱 수월했고, 뛰어난 네바퀴굴림 시스템 덕분에 운전하기 쉬웠다. 빗길뿐만 아니라 건조한 노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드가 다목적차라고 한다면 골프는 4계절형이다.

다음으로 BRZ에 올라탔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겉보기에는 차체가 낮고 스포티하지만 라이벌 중 가장 느렸다. 직선코스뿐만 아니라 코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트랙을 돌아갈 때도 포커스에 밀렸다. 과급기를 쓰는 여기 나온 다른 차들과 달리, 터보가 없는 2.0L 엔진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코너에서 BRZ의 매력이 살아났다. 코너의 정점에 다다랐을 때, 필요 이상으로 액셀을 힘차게 밟자 앞머리가 지면을 물고 돌아갔고, 엉덩이가 가볍게 밖으로 흘러나갔다. 가벼운 그립이 지극히 자연스런 밸런스를 잡아 아주 섬세한 드리프트를 선보였다. 심지어 조수석 승객마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스티어링 동작은 미미했다. 물론 다른 일도 못지않게 잘 해냈다. 되돌릴 수 없을 듯한 슬립에서도 다시 살아났다. 누가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다면 시승전문가들도 할 수 없는 주행실력을 보여줬다.

바로 밑에서 움직이는 머신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차. BRZ가 피부에 와 닿았다. 이 차가 설계된 대로 몰 때는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해야 했고,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그것이 BRZ의 마력이었다. 정말 빨리 달리고 싶다면 여행의 감동을 벗어던지고 열차나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소박한 운전재미를 보고 싶고, 적절한 승차감, 세련미, 트렁크 공간과 이따금 뒷좌석이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엘리스는 순수파와 미학파를 위한 차다. 이 차의 매력을 느끼려면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루프를 펼 때 귀찮고, 케이터햄 이상으로 드나들기 수월한 것도 아니다. 또한 루프를 덮은 샅태에서도 도로소음이 너무 컸다. 기어박스는 시답잖았고, 엔진은 자연흡기든 슈퍼차저든 간신히 제 구실을 했다. 이 차를 과연 일상용으로 쓸 수 있을까? 골수 마니아들이라면 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참아낸 끈기 있는 자에게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10만 파운드대(약 1억7천만원)의 포르쉐나 100만 파운드대(약 17억원) 맥라렌과 페라리는 잊어버리자. 시장에 나온 차중에 스티어링이 가장 뛰어난 차를 원한다면 엘리스를 골라라. 상응하는 피드백을 잃지 않고 킥백을 제거하고 싶다면 로터스가 제격이다.

부드러운 스프링으로 때로는 리무진 같은 승차감을 누릴 차. 완벽한 댐핑으로 어떤 공로에서도 평형이 깨트려지지 않는 모델. 바로 엘리스다. 꼬마 로터스는 내년에 탄생 2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수많은 곡절을 겪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엘리스를 사랑하는 이유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엘리스와 유사한 모델의 간격은 여전히 커 보인다.
 

그렇다면 애텀과는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이차들의 실용적인 측면을 들먹일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다. 하지만 이번 비교 시승을 위한 촬영에 나섰을 때 무자비한 악천후를 만났음에도 내가 제일 몰고 싶은 차는 여전히 애텀이었고, 가장 헤어지기 섭섭했다.

애텀은 직선코스에서 함성이 터져 나오는 유일한 모델이었다. 애텀 패밀리의 막내지만, 무게당 출력이 페라리 F12를 앞섰다. 아울러 가장 뛰어난 기어박스를 갖췄다. 엘리스보다 훨씬 가볍고 제한슬립 디퍼렌셜(엘리스의 경우 옵션이 아니다)로 무장했다. 따라서 액셀을 밟고 코너를 공격했고, BRZ보다 더 정확히 위치를 잡았다.
 

아울러 이토록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겉보기에 불편한 애텀의 약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산을 오르내릴 때 차가운 비가 내려 내 손은 퍼렇게 물들었지만 차를 세우고 난 뒤에야 그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엘리스는 골프와 같았다. 그리고 BRZ는 중형 메르세데스와, 그리고 포드와 폭스바겐은 스트레치 롤스로이스의 뒷좌석과 같았다. 동시에 다른 차와는 달리 애텀을 조심해야 했다. 스피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감속할 때 서툴게 굴면, 코너 입구에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고 뒷바퀴가 잠겼다. 보기에는 장난감 같아도 속살은 그렇지 않았다.
 

첫머리에 나는 이 비교시승이 서열경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승자를 결정하지 않은 비교시승기를 쓴 적이 없었고, 지금 새삼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재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정식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포커스는 재능이 가장 많고, 골프는 가장 완전하다. 어느 차나 BRZ만큼의 재미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일상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승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엘리스는 다른 차가 할 수 없는 재미를 꾸준히 선사한다. 애텀은 이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운전의 재미는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한 잡지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골프에 최고의 영광을 바친다. 여기 등장한 라이벌 중 단연코 가장 세련된 차이며, BRZ와 포커스는 골프를 따라잡지 못했다. 더욱이 골프 R은 심지어 골프 GTI 드라이버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재미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따끈하게 데운 또 다른 골프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사실 골프 R은 패밀리 해치백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탁월한 드라이빙 머신이었다. 단순히 4계절용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4계절용의 결정판이었다. 재미의 방정식은 이렇게 풀렸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사진 · 스탠 파피오르(Stan Pap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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