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서 벗어난 사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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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에서 벗어난 사브의 미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8.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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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덕분에 사브는 역사 속으로 거의 사라질 뻔했다. 이제 대담하고 야심찬 미래가 기다리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비좁은 탈출구를 지나면서, 2010년 2월에 사브가 폐차 신세가 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미래를 확고하게 해줄 차들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사브는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2009년,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때문에 사브는 매각될 처지에 놓였다. 초고가 슈퍼카로 잘 알려진 코닉세그 그룹과의 협상은 그해 12월에 실패하고 말았고, 결국 GM은 사브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부고장을 써놓은 상태에서, 또 다른 작은 슈퍼카 메이커인 네덜란드의 스파이커가 2010년 1월에 사브를 인수했다. 스파이커는 GM에 7천400만 달러(약 803억원)를 지불했고, 추가로 3억 달러(약 3천255억원) 남짓한 금액의 후배주(後配株)가 남았다. 그리고 2010년 2월에 스웨덴 정부는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차의 개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된 유럽투자은행으로부터의 3억5천만 파운드(약 6천185억원) 규모의 대출에 동의했다.

그러나 사브에게 2010년의 대부분은 생산 중단과 함께 무너져버린 부품 공급체계를 회생시키기 위해 분투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9-5 스포트 왜건 개발작업이 다시 시작되었고, GM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9-4X SUV를 매입하기 위한 협정이 맺어졌다. 심지어 사브는 지난 가을에 9-3 후속 모델에 쓸 BMW의 영국산 1.6L 터보 휘발유 엔진을 구입하기 위한 협상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브에게 더 중요한 임무는 나이가 들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9-3의 대체와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끌게 될 5개년 제품계획의 수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브는 앞으로의 5년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을까?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서 구출된 지겨우 1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브는 이미 전혀 새로운 9-3의 실내외 디자인을 확정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새 라인업은 기본적으로 9-3 세단, 컨버터블, 그리고 5도어 해치백으로 구성될 것이다. 생산개시는 2012년 ‘30번째 주’로 계획되어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각에서는 회사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재정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무모하다고 말하겠지만, 사브는 9-3과 앞으로 9-5 및 9-4X 후속 모델에 쓰일 완전히 새로운 맞춤 플랫폼을 확정했다는 사실이다. 사브의 새롭게 임명된 37세의 디자인 책임자이면서 피닌파리나에서 10년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제이슨 카스디오타(Jason Castiota)는 원래 9-3 후속 모델 계획은 현행 9-3에서 파생된 입실론1(EP1) 플랫폼을 활용하게 되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9-3을 위한 첫 번째 제안은 핵심적인 변화가 없는 EP1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우디 A4 같은 차들과 제대로 경쟁하려면 대대적인 기술적 변화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에서도 새로운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지요” 또한 “마츠 패거러그(Mats Fegerhag, 사브 기술 책임자)는 이미 피닉스 플랫폼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지만, 그것은 앞으로를 위한 계획이었습니다. 우리는 대규모 회의를 통해 피닉스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대적인 기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팀은 의기투합했습니다” 최근의 제네바모터쇼에서, 패거러그는 <오토카>에 피닉스(Phoenix) 프로젝트 비밀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사브는 스웨덴 트럭 메이커 스카니아의 엔지니어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사브는 여러 세대에 걸쳐 변화하지 않고 유지되는 플랫폼의 다양한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만족시키는 스카니아의 장기적 정책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여러 세대의 보디와 렌즈기술 사이를 연결시켜준 니콘의 ‘F’ 카메라 렌즈 마운트와 상당히 유사하게, 피닉스 플랫폼은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피닉스 플랫폼은 길이를 늘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4.2m에서 5.5m 길이로 모델을 가지치기할 수 있다. 계획된 9-3과 미래의 9-5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패거러그는 이 플랫폼의 전면 충돌구조가 전혀 새로운 것으로, ‘훨씬 더 단단한’ 앞 섀시 구조와 휠 하우징, 그리고 앞 서브 프레임을 갖춘다고 말한다. 이들 모두는 충돌안전성과 스티어링의 정교함에 모두 영향을 줄 것이다.

사브의 협력관계에 대한 의향 역시 피닉스 프로젝트 자체에 영향을 준다. ZF는 피닉스의 정교한 5링크 뒤 서스펜션 생산을 위해 사브 본사 근교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사브는 또한 통상적인 기계식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배제할 것이다. 그 대신, 아메리칸 액슬(American Axle)과 함께 e-AAM이라는 연합체를 구성해 전기구동 뒤 차축을 개발한다. 패거러그는 9-3의 뒤 차축에 25kW 전기 모터가 올라가고, 또 하나의 작은 모터가 뒷바퀴 사이에 토크를 조절할 것이라고 한다. 작은 0.8kWh 배터리가 두 모터에 전기를 공급한다. 초기테스트에서 1.6L 터보 휘발유 엔진을 얹은 하이브리드/4x4 9-3의 연비는 앞바퀴굴림 버전보다 10% 정도 뛰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피닉스 플랫폼은 카스티오타가 만든 제네바 쇼카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 컨셉트카는 관심을 모으고 인식을 바꾸기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카스티오타의 말이다. “저는 사람들의 반응이 대단히 기쁩니다”

앞모습과는 별개로, 쇼카는 대단히 중요한 신형 9-3의 모습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보여준다. 대답을 강요한다면, 카스티오타는 “해당 차급에서 자랑스럽고, 재미있으면서 색다른 스웨덴 스타일”을 지닌 차라고만 말할 것이다. 그는 새 9-3이 놀라운 공기저항계수를 보여줄 것이며 오는 7월에 확정될 차세대 9-3 카브리올레는 현재의 모델보다 스타일 면에서 더 독립적일 것이라고 한다. 소식통들은 사브 디자이너들이 이제 잠시 휴식을 가질 것이며 9-3 라인업에 더 많은 보디 스타일을 추가하기 위한 초기 검토를 할 것이라고 한다. 소형 SUV와 컨버터블 기반의 쿠페가 우선대상이 되고, 수수께끼의 제3 모델이 뒤따른다.

앞으로의 12개월은 사브에게 대단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기사를 쓰는 시점에서, 사브의 트롤하탄 생산 라인은 부품공급자들의 대금지불 관련 분쟁으로 인해 일부 부품공급이 중단되어 멈추었다. 거의 혼자 힘으로 사브를 지탱해온 얀 아케 욘손 사브 사장은 몇 주 전에 그가 5월에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혼란은 놀랄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브의 야심은 각별하다. 새 9-3 라인업과 새 첨단 플랫폼 출시를 불과 29개월 안에 해내는 것은 이 작은 회사에게 있어 엄청난 일이고 대단한 자금 투입을 필요로 한다.

지난해에 사브는 겨우 3만2천대를 판매했지만, 올해에는 과감하게도 8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스파이커 사장 빅토르 물러는 사브가 손익분기점을 연간 8만5천대 판매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판매가 연평균 12만5천대 수준으로 복귀하면 매우 건전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다. 바로 지금, 사브의 재창조는 가장 중요한 교차로에 와 있다. 자금은 피닉스와 9-3 개발에 투입되고 있지만, 하루하루 생산을 즐겁게 이어나가기에 충분할 수준으로 회사에 수익을 돌려줄 정도는 아니다. 사브는 ‘20년 만의 첫 진정한 사브’가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60주를 더 살아남아야만 한다. 순풍이 불어준다고 해도, 사브의 위대한 위기탈출은 점점 더 아슬아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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