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 1.8 TSI, 모델 체인지를 앞둔 완성형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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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1.8 TSI, 모델 체인지를 앞둔 완성형 모델
  • 아이오토카
  • 승인 2014.11.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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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진 터보 엔진과 낮아진 가격으로 구매를 고려하게 만든다

요즘 자연흡기 엔진을 찾기 힘들어졌다. 직렬 4기통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아 작고 가벼운, 힘 있는 엔진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또한 늦게나마 그 유행에 뛰어들었다. 기존의 직렬 4기통 2.5L 엔진 대신 새로운 직렬 4기통 1.8L 터보 엔진을 달았다. 편의장비도 다시 설정하며 가격을 크게 낮췄다. 이제 좀 만만하게 구매를 고려할 상대가 됐다.

파사트는 합리적이고 소박하다. 직선 위주의 간결한 디자인은 바깥에서 시작되어 안으로 이어진다. 기능을 우선한 모습이다.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제자리에 담고 굳이 멋을 부리지 않았다.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 편의장비는 약간 줄었다. 기존의 전동식 앞좌석과 메모리 기능이 사라졌다. 가격 인하를 위해서다. 대신 18인치 휠과 새로운 가죽 시트를 달았다. 가격을 충분히 낮추는 대가이니 받아들일 수 있다.

대시보드 위를 감싼 줄에는 펜더(Fender) 마크가 붙어 있다. 일렉트릭 기타로 유명한 전자악기 브랜드 펜더의 것이 맞다. 파사트 1.8L 터보 모델은 펜더와 파나소닉(Panasonic)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사운드 시스템을 얹었다. 트렁크의 서브우퍼를 포함해 스피커는 총 9개, 출력은 440W다.
 

뒷좌석으로 넘어가자 다리 공간이 상당히 여유롭게 느껴졌다. 휠베이스만 두고 비교한다면 현대 쏘나타와 비슷하지만, 실내 구성의 차이인지 파사트의 뒷자리가 훨씬 여유로웠다. 무릎 공간과 다리 공간 전부 넉넉했다. 국산차로 비교한다면 그랜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8L 터보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70마력으로 기존 2.5L 엔진과 동일하다. 자연흡기 방식인 기존 엔진에 비해 엔진 배기량이 줄었고, 토크 특성도 크게 바뀌었다. 디젤 엔진이 떠오를 정도의 저회전 토크가 돋보인다. 넉넉한 토크 덕분에 첫걸음 떼기가 쉽다. 최대토크 25.4kg·m을 1,500rpm부터 끌어내 4,750rpm까지 유지한다. 그래서 가속감이 균일하다. 일정한 토크를 유지하며 회전수를 높이니 출력 또한 회전수와 함께 일정한 감각으로 샘솟는다.

가속페달을 다루는 정도에 따라 약간의 터보 랙은 느낄 수 있다. 아주 예민하게 찾아내려 들지 않는다면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귓가에는 터보차저 특유의 흡기음이 맴돈다. 가속페달을 꽉 밟아 몰아칠 때면 빠르게 속도를 올려나간다. 일상적으로 사용할 영역에서는 충분하다. 굳이 한껏 속도를 올릴 때 아니면 1.8L라는 배기량이 의식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약 100km 가까운 거리를 순항하듯 달렸다. 도로 흐름은 원활했다. 적당한 흐름에 맞춰 추월과 감속을 반복하며 달렸다. 실연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크루즈 컨트롤도 조금은 사용했지만 꺼버렸다. 아무래도 직접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좋아서다. 고속 구간 실연비는 트립 컴퓨터로 15.8km/L를 기록했다. 차급을 감안했을 때 뛰어난 연비를 거둔 셈이다. 이후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마구 몰아칠 때는 더 떨어지긴 했지만.

승차감은 약간 탄탄하나 핸들링 세팅이 뛰어났다. 약간 여유 있게 차체를 기울이며 방향을 바꾼다. 기울이는 폭은 크지 않다. 노면의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진 않고, 매끄럽게 걸러낸다. 그래서 스티어링 휠에 집중하면 도로의 상태를 읽을 수 있을 정도다. 파사트의 차급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파사트를 타는 내내 든 생각은 참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허나 그 이외의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추가 시승을 위해 밤길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얄궂게도 비가 온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유롭게 달려야 할 때다. 작게 틀어두었던 오디오도 꺼버렸다. 빗소리를 들으며 운전에 집중해본다.
 

아주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거동을 확인했다.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노면은 이리저리 움푹 파였지만, 그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 그러다 오른쪽 바퀴가 닿는 곳만 깊게 패여 물이 가득 찬 구간을 만났다. 아무리 빗길 속 운전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런 상황은 절대 반갑지 않다. 접지력을 잃어버릴까 싶어서다.

순간 몸에 힘이 꽉 들어갔다. 스티어링 휠을 꽉 붙잡는다. 물이 확 튀며 앞을 가린다. 허나 조금의 이탈도 없이 직진을 유지한다. 계기판에는 노란색 ESP 경고등이 깜박일 뿐, 똑똑한 자세 제어장치를 믿고 편히 달리면 됐다. 앞바퀴굴림이기에 폭스바겐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4모션’만큼은 아닐지라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파사트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차다. 안정감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움직임을 취한다. 신뢰성이라는 것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가 추구하는 방향. 각 브랜드의 차 만드는 철학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다르다. 그중에서도 폭스바겐의 방식이 독일차 선호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울린단 생각이다.

게다가 가격도 기존 2.5L 모델보다 내려갔다. 앞좌석 전동기능, 운전석 메모리 기능을 뺀 대신 새로운 가죽 시트와 18인치 휠을 달고 380만원을 낮췄다. 그래서 파사트 1.8 TSI의 가격은 3천450만원이다. 이제 수입차와 국산차의 대결은 3천만원대 초반의 중형 세단으로 내려왔다.

다만 차세대 파사트 등장을 염두에 두는 이들도 있겠다. 마치 신형 스마트폰을 기다리는 마니아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아직 유럽형 모델만 공개된 상황이며, 국내에 출시될 북미형 모델의 경우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행여나 더 기다릴 수 없다면 터보 엔진 얹은 파사트는 여전히 좋은 선택 중 하나다. 신형 아이폰이 나왔다고 해서 구형 아이폰의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이.

SO GOOD
- 뛰어난 저회전 토크
- 플랫한 출력 특성

NO GOOD
- 차세대 모델(유럽형)이 등장했다

글 · 안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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