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마초, 토요타 FJ 크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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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마초, 토요타 FJ 크루저
  • 안민희
  • 승인 2014.09.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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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FJ 크루저가 국내 공식 수입되기 전, 도로에서 FJ 크루저를 만난 적이 있다. 일행 모두 멋지다고 외치며 저 차가 뭐냐 물었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는 설명에 모두 입맛만 다셨다. 물론 그만큼 더 부럽기도 했다. 한국토요타를 통해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나게 된 것이 더욱 기쁜 이유다.

스포츠 성능이 뛰어난 차를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FJ 크루저는 늘 욕심나는 차다.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길 때 유용한데다,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방랑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차이기 때문. 혈통부터 그렇다. 사막과 험로, 오지를 누비던 토요타 랜드크루저 FJ 40의 후예다.

FJ 크루저의 디자인은 랜드크루저 FJ 40을 재해석한 것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랜드크루저는 험한 오지를 다니는 차로 명성이 높다. 특히 FJ 40은 1960년에 등장해 1984년까지 24년간 100만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를 신차에 물려줄 기회를 토요타가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토요타는 FJ 크루저의 이름과 디자인에 FJ 40을 녹여냈다. 원형 헤드램프와 각진 외모, 비율이 그렇다. 허나 강력한 오프로드 머신보다는 귀엽게 느껴지는 인상이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비쭉 튀어나온 범퍼는 심술부리는 개구쟁이 같고, 작게 숨긴 문과 흰색으로 칠한 지붕이 색다른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운전석에 올랐다. 높이가 높다보니 승차가 쉬웠다. 넓은 시야가 인상적이다. 사각형의 윈드실드는 직각으로 솟았다. 작은 와이퍼 3개를 달아 쓴다. 그래서인지 미군 험비와 같은 군용차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실내의 디자인 감각은 험비와 달리 귀엽고 독특하다. 직각으로 떨어트리듯 디자인한 대시보드는 단순해 보인다. 파이프 프레임을 본뜬 디자인이라고 한다. 검정색과 은색 플라스틱이 맞물린 실내에 차체 색으로 맞춘 센터 페시아가 생기 있어 보인다.

센터 페시아의 구성은 간단해 손이 쉽게 간다. 가운데 오디오를 달고, 주위는 전부 원형 다이얼로 채웠다. 비상등 스위치의 위치도 적당해 누르기 쉽다. 버튼 크기가 커서 장갑 끼운 손으로도 쉽게 만질 수 있을 정도다. 에어컨은 수동이다. 자동이 아닌 점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조작하기는 편했다. 스위치가 아주 부드럽게 작동한다.

시승차는 국내에서 팔리는 익스클루시브 에디션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시승차는 오디오 데크를 달았지만, 국내용 익스클루시브 에디션은 내비게이션을 단다. 한국토요타가 LG와 같이 세팅한 물건이다. DVD나 DMB 등 국내 실정에 맞는 편의 기능도 갖추었다.
 

앞좌석을 키 180cm 성인이 편안하게 앉을 정도로 맞추고 뒷좌석에 앉았다. 무릎 공간엔 여유가 있지만 다리 공간은 빡빡하게 느껴진다. 이는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의 길이 때문이다. FJ 크루저의 휠베이스는 2,690mm다. 공간감을 비교하기 위해 비슷한 크기의 국산차를 꼽는다면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 R을 고를 수 있겠다. FJ 크루저와 쏘렌토 R의 길이는 같다. 휠베이스는 FJ 크루저가 10mm 짧다. 대신 너비가 20mm 더 넓고, 높이가 121mm 더 높다. 그래서 머리 공간이 상당히 여유롭다. 천장이 높게 느껴진다.

FJ 크루저의 엔진은 5,600rpm에서 최고출력 260마력을 내는 V6 4.0L 휘발유 엔진이다. 최대토크는 38.8kg·m로 4,400rpm에서 낸다. 디젤 엔진에 대한 선호가 높은 국내 실정과는 다르다. 미국시장을 목표로 만든 차이기에 그렇다. 전통적인 오프로더에서는 휘발유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지형을 오를 때 쓸 수 있는 엔진 회전 범위가 넓고,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절이 가능하기에 오프로드 주행에서 더 강하다.

구동계는 파트타임 방식의 네바퀴굴림이다. 자동변속기 레버를 N에 놓고 수동으로 구동계 배분 레버를 밀고 당겨 구동 방식을 바꾼다. 2H, 4H, 4L의 세 가지 구동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 구동력 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2H와 4H의 주행감각이 크게 달랐다. 2H로 뒷바퀴만 굴릴 때는 발놀림이 조금 더 가볍다. 가속감도 경쾌하다. 연비를 생각해선지 회전수를 쉽게 높이려 들지 않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조금 더 주면 냉큼 회전수를 높이며 튀어나간다.

4H의 주행감은 2H에 비하면 상당히 진중하다.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을 보내다보니 가속페달을 얕게 밟아 달릴 때는 2H에 비해 조금 더 무겁게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1,970kg에 달하는 공차중량에 네바퀴굴림이니 저속, 저rpm에선 약간 저항감이 있다. 허나 뛰어난 안정감으로 이를 보완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빠르게 가속할 때 차이가 컸다. 엔진 회전수를 6,000rpm까지 높이며 빠르게 튀어나가는데도 여전히 안정적이다. 빗속을 달리는 터라 더욱 차이가 컸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만든 차지만, 온로드 주행에서도 적당한 성능을 보여줬다. 잠깐의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데, 가는 길에 지쳐서는 안 된다. 휘발유 엔진을 사용하다보니 시속 110km를 유지하며 항속할 때는 꽤 조용하게 느껴졌다. 엔진 회전수는 약 1,900rpm 정도다. 여유롭게 달릴 때는 엔진이 꽤 느긋하게 군다. 쉽게 속도를 올리려 들지 않는다. 엔진 회전수가 붙어야 회전질감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수동모드로 바꿔 힘을 전부 쏟아내며 달음질할 때는 튀어나가듯 달린다. 허나 연비를 생각해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편하게 달렸다. 연비는 복합 7.6km/L 고속도로 8.6km/L다.

속도를 한껏 올려 달릴 차는 아니다. 차고가 높고 서스펜션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 폭도 상당히 크다. 울퉁불퉁한 길은 속도를 높여 빨리 달리기 좋지만, 온로드에서는 물렁물렁한 느낌이다. 허나 스티어링 휠을 꺾었을 때의 반응성과 속도는 적당한 편이다.

4H 모드에서의 주행은 듬직했다. 안정감과 더불어 접지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촬영을 마칠 때쯤 약했던 빗방울이 점점 거세졌다. 태풍의 영향이다. 흙길을 빠져나오며 속도를 한껏 올렸다. 평야나 다름없는 곳이라 부담은 없었다. 미끄럽고 엉망진창인 노면이지만 계속 차체를 잡아가며 오묘한 감각으로 달려 나간다. 안정적인 노면의 고속도로에선 거칠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가 거세거나 눈이 올 때, 고속도로 1차선을 피한다. 추월 차선이기에 오래 머물러 있기도 힘들고, 차가 미끄러질 때 다룰 여유 폭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여유롭게 1차선을 차지하고 빠른 순항을 즐겼다. 추월 차선이란 존재를 모르는 이들만 제외한다면 완벽했다.

급하게 차를 세워야 할 때도 뛰어났다. 차가 없는 도로에서 빗길 급감속 성능을 시험했다. 한껏 속도를 높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꽉 밟자 약간 움찔한다. 허나 빠르게 안정을 찾는다. 든든한 구동계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높은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대부분의 험로를 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장애물 통과는 언제나 어렵다. 그럴 때는 4L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4L은 네바퀴굴림 저속기어를 뜻한다. 4H로는 바퀴가 헛돌던 경사로를 가볍게 오른다. 너무 쉬워 놀랄 정도다. 더 어려운 곳을 갈 때는 뒷바퀴가 헛돌지 않게 뒷바퀴 디퍼렌셜 록도 잠글 수 있다. 험로에서 트랙션 컨트롤 역할을 하는 A-TRAC도 달았다. 헛도는 바퀴에 제동을 걸어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FJ 크루저는 분명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허나 도심에도 충분히 어울린다. 귀여운 디자인뿐 만은 아니다. 4명이 타고도 남아도는 넓은 트렁크를 이용해 다양한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웃도어 스포츠다. 캠핑만이 아닌 부피 큰 산악자전거나 패러글라이딩도 가능해 보인다.
 

요즘은 도심형 SUV가 대세다. 허나 험로주행에 한계가 있다. 남들 다 가는 캠핑장에 가는 것이 한계다. 그러나 편안한 캠핑보다는 작은 모험을 원한다. 차 지붕에 텐트를 얹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정통 SUV를 도심에 맞게 조금 바꾸는 것이 진정 아웃도어에 어울린단 생각이다. FJ 크루저가 욕심나는 이유다. 도심에선 멋진 존재감을 자랑하며 여유롭게 다니고 주말이면 산을 쏘다니기 딱 좋다. 털털한 이에게 어울린다. 바닥이 더러워지면 물을 부어서 씻으면 된다. 바닥도 고무재질인데다 물 빠짐 구멍도 있다. 깔끔함을 떨 이유가 없으니 절로 털털해진다.

오프로드 주행의 또 다른 아이콘, 지프 랭글러와 비교한다면 더 젊은 감각이 이 차의 매력이다. 현대적이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지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다만 희소성을 위해 100대 한정으로 들어왔고, 거의 다 팔려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더욱 욕심이 난다.

글·안민희
사진·김위수(스튜디오 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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