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 VS 벤츠 C-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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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S60 VS 벤츠 C-클래스
  • 안민희
  • 승인 2014.09.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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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이다. 각 브랜드마다 고유의 정체성과 특색을 갖춰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특히 D 세그먼트의 차를 살 때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각 브랜드의 개성 차이가 아주 뚜렷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꿈은 소비자가 그 브랜드에 입문해 점점 충성도 높은 마니아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많은 이를 유혹하는 D 세그먼트에서 브랜드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

최근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D 세그먼트 신차로는 완전 신형 구동계를 얹은 볼보 S60 드라이브-E와 벤츠 C 클래스가 있다. 두 브랜드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고, 가격 차이도 크다. 개성을 따지자면 검소함 대 럭셔리다. 극과 극의 만남이다. 어떤 차가 더 만족감이 클까?

먼저 볼보 S60 드라이브-E D4에 올랐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볼보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차다. 과거의 연결고리를, 다시 말해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유려하게 다듬은 디자인이 만족스럽다. 과한 부분이 없다. 매끄러운 디자인과 이어지는 차분한 실내는 볼보의 디자인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 회색 플라스틱으로 잔잔한 물결을 그리듯이 그려낸 실내는 편안한 인상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은 눈에 쉽게 익는다.

볼보의 실내는 쓰기 쉽고 부담감이 없다. 그 이유는 소재 구성 때문이다. 손이 많이 닿는 조작부에는 가죽을 달고, 자주 닿진 않지만 승객을 감싸는 곳에는 질 좋은 플라스틱을 쓰고 알루미늄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반면 발이 많이 닿는 하체 하부를 보면 질감은 투박하지만 튼튼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시트를 봐도 가죽을 허투루 두른 흔적이 없다.

드라이브-E는 볼보의 미래를 책임질 신형 구동계의 이름. 지금까지 알고 있던 볼보 엔진은 싹 잊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그 이유는 엔진 블록 등 기본 구조의 공용화다. 볼보가 기존 D4. D5 등 엔진을 따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직렬 4기통 2.0L 블록 하나로 여러 엔진을 만든다. 엔진헤드, 터보차저, 슈퍼차저 등의 여러 조합과 세팅을 바꿔서다.

앞으로 볼보를 책임질 엔진이니 아주 꼼꼼히 공을 들여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경쟁자들에 비해 성능과 연비를 앞서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겠다. 그래서 볼보는 신형 기술을 대폭 추가했다. 디젤 엔진에는 지능형 연료 분사 기술인 i-ART를 달았다. 기존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과 달리 인젝터마다 센서를 달았다. 각 인젝터의 압력과 연료 분사량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하기 위해서다. S60과 드라이브-E D4에 얹은 D4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81마력에 최대토크는 40.8kg·m을 낸다. 아이신 AW에서 만든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둘의 조합은 상당히 경쾌했다. 출발이 가볍고 속도를 한껏 올릴 때까지 빠르고 가볍게 달려 나간다. 조금 묵직한 발걸음의 C 클래스와는 세팅이 크게 달랐다. 0→ 시속 100km 가속은 7.4초다. 몸놀림은 그 수치보다 가볍다. 부드러운 가속도 손쉬웠다. 최대토크를 1,750~2,500rpm에서 내는데, 이 선을 유지하면 촘촘한 8단 변속기는 연신 단수를 바꿔가며 부드럽게 가속한다.

엔진의 회전질감은 상당히 매끄럽다. 일반적인 디젤 특유의 둔탁한 회전질감과는 크게 달랐다. 특히 반응성이 뛰어나다. 어떤 속도에서라도 빠르게 반응한다. 편하게 가속 페달을 다독이며 유연하게 달리기 걸맞다. 특히 힘을 꾸준히 점진적으로 끌어낸다. 균일하게 출력이 올라가는 느낌이라 부담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4,700rpm을 넘겨 변속한다. 허나 난폭하지 않다. 마음대로 움직이는 엔진을 다루는 맛이 있다. 달음박질하며 회전수를 마음껏 조절해도 반응은 언제나 예상범위 안이다. 초반에는 짧은 기어비로 빠르게 가속한다. 중속에서는 살짝 기어비가 늘어난다. 회전수 상승과 속도 상승이 같은 호쾌한 맛을 낸다. 자연스러운 반응과 점진적으로 커지는 힘, 매끄러운 회전 질감, 부드러운 변속기와 맞물려 운전이 즐거웠다.

항속 주행에선 아주 조용했다. 시속 11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1,500rpm에 조금 못 미친다. 에코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더욱 연비를 아끼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 드로틀, 에어컨 등 세팅을 바꾼다. 가속 페달을 밟는 양에 비해 드로틀을 여는 양이 줄어든다. 그래서 부드러운 순항에 능하다. 가속 페달을 떼면 탄력 주행을 위해 코스팅 기능을 작동한다. 에코 플러스 모드에서는 시속 65km가 넘어가면 코스팅 기능을 활성화한다.

일반적인 주행에는 수시로 록업 기능을 활성화해 엔진과 변속기를 꽉 물린다. 효율을 위해서다. 변속기 제조사인 아이신 AW는 록업 기술에 대한 노하우 및 특허를 잔뜩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저회전 록업 기술이 뛰어나 록업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를 1,100rpm까지 낮출 수 있다. 이로 인한 진동을 막기 위해 토크 컨버터 안에 DNF 댐퍼를 추가로 달았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에코 플러스 기능을 쓰지 않고 무작정 달려도 연비는 상당히 뛰어났다. S60 D4의 복합연비는 17.1km/L다. 허나 수백km 구간을 내키는 대로 달린 결과 실 연비는 18km/L를 기록했다. 뛰어난 퍼포먼스와 연비를 동시에 얻은 셈이다.

이어서 벤츠 C 클래스로 갈아탔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호화로움이다. S 클래스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모양새에 눈이 확 끌렸다. 실내는 더욱 고급스럽다. 질 좋은 소재와 유려한 디자인을 잘 아울렀다. 곳곳을 가죽으로 꼼꼼히 감쌌고 터치 패드 등 새로운 기능들을 더한 결과는 매력적이다. S60의 실내가 간결하고 소박한 맛이라 부담 없이 누릴 수 있었다면, C 클래스의 실내는 색이 묻을까 싶어 청바지 입기도 조심스러웠다

볼보가 뛰어난 신형 구동계로 승부를 건다면, C 클래스는 새로운 차체로 승부를 걸었다. 신형 C 클래스는 전 세대 모델에 비해 65mm 길어졌다. 바퀴를 앞뒤로 더 밀어내 휠베이스는 80mm 더 늘어났다. 실내공간을 키우는 데 쓰기 위해서다. 크기는 키우면서 무게는 줄였다. 연비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알루미늄과 스틸 하이브리드 섀시를 적용해 무게를 최대 100kg 가까이 덜었다. 스틸 섀시보다 70kg 정도 더 가벼운데다 소음, 진동을 줄이고 강성을 높였다.

시승차인 C 220 CDI 블루텍은 직렬 4기통 2.1L 디젤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변속기는 7단 자동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앞바퀴굴림과 뒷바퀴굴림이란 점을 제외한다면 둘의 제원은 비슷한 데가 있다. D 세그먼트라는 패키징 안에서 최적의 결과를 추구한 결과다. 둘의 무게 차이는 20kg에 불과하며, 연비 차이도 복합 기준으로 0.3km/L 차이다. 허나 주행 질감은 크게 달랐다.

C 클래스의 출발은 느긋하다. 묵직하게 속도를 올려나간다. 반응성은 적절한 정도다. 가속 페달을 까딱이며 활기차게 다니기보다는 고속주행에 어울리는 타입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굵직한 토크를 끌어내는데, 속도를 올려나가는 과정이 여유롭다.

럭셔리를 여유로움으로 해석했기 때문일까.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도 여전하다. 엔진 회전수를 4,500rpm까지 끌어올려 변속하며 달려 나가지만 역동적인 즐거움을 주진 않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살짝 단단한 편이지만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 볼보 S60 D4와 비교하자면 조금 부드럽되, 기우는 반응이 약간 느리다. 항속의 편안함은 두 차 모두 최고에 가깝다. 시속 110km를 맞춰 달릴 때는 상당히 조용하게 느껴진다. 허나 급가속을 비교할 때는 벤츠의 디젤음 유입이 더 컸다.

주행 성능을 비교하자면 S60 D4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활기차게 산길을 쏘다니기 딱 좋았다. 고속주행을 즐길 때도 여전히 뛰어났다. 매끈한 회전감각의 엔진과 똑똑한 변속기가 맞물려 호쾌하게 달리면서도 연비마저 뛰어났다. 벤츠 C 클래스는 고속도로의 왕자다. 굽이지는 산길을 치열하게 달리지는 않는다. 허나 고속주행에서는 S60 D4를 조금 앞선다. 뛰어난 안정감과 차분한 승차감 때문에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편안했다. 두 차 모두 고속에서 편안하지만 차분하고 안정적인 감각은 C 클래스가 더 뛰어났다.

둘 다 맘에 들어 하나를 고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허나 결심이 선다. 선택은 볼보 S60 드라이브-E D4다. 가격은 4천640만원. 벤츠 C 클래스 220 CDI가 5천650만원이니 가격 차이는 1천010만원이다.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주행의 만족감은 볼보 S60 D4가 더 뛰어났다. 벤츠 C 클래스 못지않게 고속에서 뛰어나고, 시내나 와인딩 로드를 더 활기차게 달렸다.

취향 차이겠지만 부담이 덜한 쪽이 끌린다. 일단 가격이 더 쌀뿐더러, 막 타기에 좋다는 것이 점수를 땄다. 신발 흙이 내장재에 묻어도 그저 스윽 닦아내면 그만이다. 그리고 1천 만원이 넘는 가격 차이에도 안전장비를 비교해보면 절대 지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부스터 시트, 시티 세이프티 등 가족 안전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볼보를 선택하길 권한다. 뛰어난 운전 재미와 연비,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편안함과 훌륭한 안전성을 갖춘 차다. 그럼 C 클래스는? 분명 매력적인 차지만 S60 D4를 포기할 만큼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볼보 S60 D4를 타며 다음 차로 점찍어두면 어떨까?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뛰어난 두 대였다. 그러나 S60 D4가 가격대 가치와 유용함에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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