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우라칸
상태바
람보르기니 우라칸
  • 스티브 서트클립
  • 승인 2014.08.29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눈이 부실 정도로 훌륭한 라페라리가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맥라렌 P1의 기사가 도로 테스트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이 시점에 등장한 우라칸, 그리고 이제 우리 곁을 떠나야 하는 가야르도에겐 왠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하이퍼카에 과하게 집중된 관심이 사그라지고 나면, 우라칸은 적어도 앞으로 3년 후까지 람보르기니가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차가 될 것이고, 판매량 또한 페라리나 맥라렌을 크게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라칸은 산타가타의 현지인들 사이에선 ‘오르-아-칸’에 가깝게 발음되는데, 이 ‘오르-아-칸’의 스타일링에 대해 너무 부드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신선하면서도 위협적인 디자인에 우아한 기품을 더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라칸은 사진 상으로는 조금 작아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길이 4,459mm, 너비 1,924mm이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만4천여대가 생산되며 11년간이나 자리를 지켜온 가야르도를 대체하는 자동차로서 기존의 아우디 R8이나 내년쯤에 출시될 신형 R8에서 한두 가지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RTN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이 결합된 우라칸의 하이브리드 섀시는 차세대 R8에도 적용될 예정이고, 탄소섬유 섀시와 비교했을 때 거의 흡사한 강도와 강성을 보이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람보르기니 측의 설명이다. 또한 사고가 났을 때도, 훨씬 쉽고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다.

엔진은 탑엔드와 배기 시스템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기본적으로는 R8과 가야르도를 통해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5.2L V10 엔진을 발전시킨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천둥과도 같은 602마력(=610PS, 우라칸의 별명이 LP610-4인 이유), 57.1kg·m의 토크를 발휘하여 네바퀴굴림의 우라칸이 단 3.2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100km에 도달하고, 최고시속인 325km에 이를 수 있게 힘을 공급한다. 한편, 스탠더드에 포함된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배기량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연비 또한 10% 이상 향상시킨다.

다루기 힘들었던 가야르도의 6단 수동변속기는 R8의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로 대체되었고, 이는 이제 더 이상 람보르기니에서는 옵션으로도 전통적인 수동 기어박스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가야르도에서는 양쪽 끝의 전자식 댐퍼, 안티-롤 바와 함께 더블 위시본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와 새로운 ‘아니마’(이탈리어로 ‘영혼’이라는 뜻) 버튼이 추가됐다. 페라리의 마네티노 다이얼과 같이 스티어링 휠 정중앙에 자리한 ‘아니마’ 버튼으로는 댐퍼, 엔진 맵핑, 스티어링, 기어박스, 트랙션 컨트롤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스트라다, 스포츠, 코르사, 이렇게 세 가지다.

우라칸의 운전석은 그 모습과 느낌 모두 완전히 람보르기니 그 자체이다. 강력한 지지력을 자랑하는 버킷 시트와 드라마틱하면서도 굉장히 실용적인 새로운 12.3인치 디지털 TFT 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가야르도에 비해 기어박스 패들은 더 커졌고, 모든 방향에서의 시계 가 향상됐으며, 가야르도가 끝내 이루지 못했던 섬세함과 최상의 품격을 내부 전체에서 표현해냈다.

하지만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V10 엔진이 반응하기 시작하면, 가야르도에서 느꼈던 똑같은 느낌이 엄습해온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엔진이 회전하기 시작하고, 1,000rpm를 앞둔 V10이 이상적인 속도를 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서도 슈퍼카만의 고전적인 엔진음이 여전히 귓가를 울린다. 이런 점이 없다면 어찌 우라칸을 람보르기니라 할 수 있겠는가.

주행을 시작하고 가장 즉각적으로 느낀 점은 가야르도보다 세련되면서도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우라칸의 승차감은 스티어링의 응답성, 스로틀의 무게감, 배기 노트까지 전작을 뛰어 넘어 새로운 차원의 성숙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우아함과 정숙함의 이면에는 여전히 성난 황소와 같은 V10 슈퍼카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점 또한 고스란히 느껴졌다. 게다가 1,532kg에 불과한 무게에 602마력의 엔진과 네바퀴굴림이기에 더욱 극대화된 트랙션이 만난 우라칸은 확실히 빠르다. 동력 전달에는 고저가 없다. 단지 기어가 높아질수록 남아도는 힘으로 점점 더 빨라질 뿐이다.

7단의 3,000rpm에서도 힘이 넘치고 엔진음 또한 엄청나다. 3단 기어에서 7,500rpm에 도달하면, 마치 이륙하기 직전에 속도를 올리는 여객기처럼 가속한다. 10년 전의 F1 경주차와 다를 바가 없는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배기음을 내면서도, 가야르도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었던 매끄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섀시를 통해 운전자의 가슴과 머리로 전해지던 잡음과 진동은 사라지고, 여전히 굉음이긴 하지만 훨씬 부드러워진 기계음이 자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가야르도를 우라칸보다 높게 평가할 골수팬들은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행과 핸들링, 조향성도 이와 비슷하다. 전자 제어 스티어링을 예로 들면, 가변 비율장치가 중앙 전자 제어장치를 통해 자동차의 전체 움직임을 관찰하여, 람보르기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벽한 반응성을 이끌어낸다. 자기 유동성 전자 댐퍼도 같은 과정을 거쳐 어떤 길을 달리더라도 최적의 승차감과 핸들링을 조율해낸다. 자동차의 다양한 전자 시스템들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돕기 위해 준비된 것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작 그 차가 얼마나 훌륭한지에 관해 평가할 때 디지털 안전장치를 기준으로 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14년의 자동차들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람보르기니 또한 잘 알고 있다. 중국인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람보르기니의 고객들은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위험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외관이 아름답고, 엔진음이 멋지고, 매일 주행해도 지치지 않도록 다루기 쉽고, 혹여 운전자가 실수를 저질러도 그 실수를 만회해줄 그런 차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타협점을 찾은 우라칸은 진정한 슈퍼카 팬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언더스티어가 잦고, 우리가 시승에서 이용한 도로처럼 노면이 매끄럽지 않고 거칠거나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살짝만 미끄러져도 바로 전자 시스템이 끼어들도록 설정이 되어 있어서 마치 다른 사람이 운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점은 람보르기니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코르사 모드에서 오버런이 발생하면, 산타카타보다는 잉골슈타트에서 만들어진 차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지도, 스릴 넘치는 소리도 아닌 완전한 디지털 방식의 엔진음을 듣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도로에서 시승해본 결과, 앞서 지적한 몇 가지 부분을 제외한 모든 측면에서 우라칸은 람보르기니의 큰 도약을 보여줬다. 더 매끄럽고, 빠르고, 확 트인 도로에서는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차였다. 그리고 물론, 정말 엄청나게 빨랐다. 가야르도보다 훨씬 좋아진 기어박스와 새로운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그리고 복잡해 보이면서도 근사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개선된 새로운 조향 유닛이 승차감과 파워의 레벨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리고 세 가지 주행 모드에 새로운 아니마 시스템을 적용시켜보면, 스트라다는 편안하고, 스포츠는 말 그대로 스포츠 주행다운 느낌이며, 코르사 모드에서는 반응이 훨씬 민감해져서 주행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차가 얼마나 운전자의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실은, 약 18만 파운드(약 3억1천200만원)인 우라칸의 가격이 뉴 R8과 기존의 포르쉐 911 터보보다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주요한 경쟁자들인 맥라렌이나 페라리에 비해서는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차가 얼마나 아름답게 달리는가이다. 우라칸이 가야르도와 비교해봤을 때, 기술적으로 한층 더 복잡해진 차이긴 하지만, 요즘 그렇지 않은 차가 어디 있나? 게다가 우라칸은 전작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뛰어난 차인 동시에 야수와도 같은 람보르기니 정신을 심장에 지니고 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요즘 같은 시대에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글 · 스티브 서트클리프(STEVE SUTCLIFFE)

FIRST VERDICT
기량이 뛰어난 동시에 아름답기까지 한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SO GOOD
- V10 엔진의 고전적이면서도 슈퍼카다운 엔진음
- 괴물 같은 퍼포먼스
- 훌륭한 브레이크

NO GOOD
- 너무 과한 전자 안전장치
- 트랙 위에서 자주 발생하는 언더스티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