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이것이 이탈리안 감성 카브리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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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이것이 이탈리안 감성 카브리올레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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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속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마세라티 그린카브리오는 때로 고요하고 때로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를 닮았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를 만나는 날 비가 내린다. 이런, 비 오는 날 오픈카 시승이라니 날을 잘못 잡았군.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마세라티라는 사실에 어느새 불평은 쑥 들어간다. 미녀 앞에서 약해지는 남자의 마음이랄까. 얼마 전 영국에서는 로열 웨딩이 화제를 모았다. 그 부부가 태양이 눈부신 남부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때 어울리는 차가 바로 이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가 아닐까. 하지만 오늘 나는 홀로 이 차를 몰고 비오는 서울을 벗어나려 한다.

우리가 마세라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 또는 선입견은 무엇일까. 슈퍼스포츠카? 또는 귀족적인, 무언가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진 이미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고고함 역시 선입견일 것이다. 아무리 어둡고 짙은 컬러의 바디일지라도 태생적으로 지닌 그란카브리오의 섹시함을 감추기는 어렵다. 낮으면서도 우아한 프론트 그릴 가운데의 삼지창 엠블럼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아니라, 아테나의 미움을 사 괴물로 변하기 전의 포세이돈을 유혹할 만큼 아름다웠던 메두사를 떠올리게 한다. 신화에는 비극뿐 아니라 관능, 그리고 별자리로 상징되는 영원의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스타일에서 신화를 떠올리는 차는 마세라티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심정으로 그란카브리오의 도어를 잡아당긴다. 실내에 처음 손을 대는 순간, 도대체 어떤 가죽을 썼기에 이렇게 감촉이 좋을까하는 느낌은 비단 시트에 국한되지 않고 실내 전체를 감싼다. 그리고 시트에 앉아 차분히 살펴보면 오히려 일반 차에서 흔히 보는 레이아웃이라는데 놀란다. 물론 정갈한 배치와 동그란 버튼류 등 마세라티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위화감은 스르르 사라지고 만다.

스펙은 V8 4.7L 440마력 엔진, 그리고 ZF제 자동 6단 변속기의 조합. 예측 가능한 성능은 생각 이상의 부드러움으로 차체를 이끈다. 낮은 rpm에서부터 터지는 강한 토크의 세기가 부드러움 속에 숨겨둔 예리함으로 번뜩인다. 무엇보다 자석처럼 발에 착 달라붙는 액셀러레이터는 이 낯선 기계의 작동법을 단 한 번의 스캔으로 마스터해버린 듯한 편안함을 준다. 이제부터 이 차는 내 것이야 하는 안도감.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양쪽 윙과 같은 시프트 패들은 중원을 장악하는 민첩한 미드필더처럼 공격의 템포를 조절한다. 때로 기습적으로 때로는 한 박자 뒤로…….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의 루프는 요즘 유행하는 하드탑 타입이 아닌 정통 패브릭제 소프트톱. 시속 30km 이하에서 작동하고, 열리는 시간은 28초. 누군가 그랬다. 비오는 날 오픈카를 타는 이유는 패브릭 루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고. 하드탑으로는 그런 낭만을 즐길 수 없다고. 서울을 한참 벗어나 한적한 길가에 잠시 서 있는데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진심이었던 것 같다. 비에 젖은 오월의 신록은 시리도록 푸르다.

잠시 비가 개인 틈을 타 답답해했던 드로틀을 한껏 열어젖힌다. 마법에 걸린 메두사의 울부짖음이 이랬을까. 다소곳했던 배기음은 어느새 심장을 때리는 전율의 소리로 탈바꿈한다. 스포트모드에 두면 나긋했던 승차감 역시 한층 타이트해져 도로에 대한 긴장감을 높인다. 집중하는 만큼 운전재미 또한 급상승한다. 그립이나 회전력 역시 만만치 않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아들이는 오픈 에어링은 감성의 꼭지점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이런 차에서 실용성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넉넉한 뒷좌석을 활용하는 게 방법이 될 것 같다. 뒷좌석은 그저 2+2 형식이 아니라 완벽한 시트로서의 기능을 발휘한다. 그밖의 것들을 따지는 것은 감성의 힘 앞에 무기력해진다. 독일식 완벽주의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비오는 오월의 어느 하루에 만난 것이 다행일까 아니었을까. 아무튼 여운은 남는다. 잘 가라, 여인이여.

글 · 최주식

FACT FILE
MASERATI GRANCABRIO
가격 2억4천만원
차체크기 4880×1850×1380mm
휠베이스 2945mm
엔진 V8, 4691cc, 휘발유
최고출력 440마력/7000rpm
최대토크 50.0kg·m/4750rpm
연비 6.5km/L
CO₂ 배출량 362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
브레이크 V디스크
타이어(앞, 뒤) 245/35 ZR20, 285/35 Z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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