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C클래스, 카니발,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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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C클래스, 카니발, 308
  • 구상
  • 승인 2014.07.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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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한 S 클래스 같은 4세대 C 클래스

새로 등장한 벤츠의 신형 C 클래스는 최근의 벤츠 디자인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벤츠의 차체 디자인은 2009년에 등장했던 9세대 E 클래스(W222)에서 의문투성이 딜레마를 보여줬었다. 직선도 곡선도 아닌, 게다가 볼륨감마저 적은 디자인은 차체를 왜소하게 보이게 하는 등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문제투성이(?) 디자인이 얼마 전 새로 등장한 신형 S 클래스를 기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S 클래스의 차체 측면에 적용된 이른바 드롭핑 라인(dropping line)이라는 이름의 측면 캐릭터 라인은 앞에서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는 자세로서, 우아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디자인 요소는 새로 등장한 C 클래스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S 클래스의 디자인은 측면뿐 아니라 C 클래스의 엘레강스 모델의 전면 그릴 등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아방가르드 모델은 이전의 C 클래스 모델과 동일하게 그릴의 가운데에 커다란 벤츠 엠블럼을 넣어 스포티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역동성을 강조했다.

신형 C 클래스의 차체 크기는 길이 4,686㎜, 너비 1,810㎜, 높이 1,442㎜, 휠베이스 2,840㎜로, 국내의 중형차에 육박하는 크기이며, 이전 모델과 비교해보면 길이는 95㎜, 폭은 40㎜, 휠베이스는 무려 80㎜나 늘어나, 제원상으로는 완전히 중형 승용차에 필적한다. C 클래스라는 차명이 콤팩트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벤츠 라인업에서는 작은 모델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작은 모델이라고 할 수 없는 크기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 역시 벤츠 S 클래스와 상통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원형의 환기구와 크게 경사진 센터 페시아 패널의 배치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주면서 소형 4도어 쿠페 CLA와 비슷한 인상도 준다. 앞좌석은 버킷형의 감각으로 디자인되어 운전자의 신체를 지지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했지만, 뒷좌석의 등받이는 그다지 깊지 않은 버킷 형태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차체가 작다는 점을 감안한 앞좌석 중심의 세단형 승용차의 성격이 반영된 부분이다. 가죽이나 우드 패널의 질감은 고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마무리를 보여준다.

사실 이런 감촉의 마무리가 국산 고급 승용차들이 앞으로 더욱 향상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산 승용차들이 전반적으로 품질이 향상됐지만, 가죽의 질감, 나아가서 좌석의 바느질이나 마감 등에서 어딘가 모르는 아쉬움, 소위 말하는 2% 부족한 느낌이 그것이다. 사실 그런 요소들은 기술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무형적 품질관리의 영역이다. 벤츠는 가장 작은 세단 모델 C 클래스에서도 그러한 ‘벤츠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3세대 카니발

3세대 카니발이 나왔다. 카니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니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 개발될 때 미국의 닷지 캐러밴(Caravan)을 벤치마킹(bench marking)해서 개발된, 이를테면 미국식 미니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미니밴(mini-van)’이라는 장르의 차종 자체가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처음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식이라는 표현보다는 미국에 걸맞은 콘셉트의 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둘 이상의 자녀를 둔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가족 나들이 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넉넉한 공간의 차, 그게 바로 미국식 미니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차로 개발된 것이 크라이슬러의 미니밴이었고, 이후 당연히 다른 미국 메이커들에게도 영향을 끼쳐서 그 당시에 포드의 에어로스타(Aerostar), 그리고 나중에 나온 윈스타(Windstar), GM의 폰티액 트랜스포트(Transport) 같은 차종들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아무튼 그런 세계적인 ‘미니밴 붐’ 속에서 미국식 미니밴을 벤치마킹해서 개발된 차가 1.5 박스 구조의 카니발이었고, 이런 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의 혼다 오디세이(Odyssey)나 토요타 프레비아(Previa), 혹은 시에나(Sienna) 같은 미국식 미니밴의 벤치마킹 차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1세대 카니발은 미국의 캐러밴과 스타일 이미지는 물론이고, 차 이름의 발음까지도 비슷했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카니발은 현재 미국에서는 세도나(Sedona)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지만….

아무튼 그런 배경을 가지고 등장했던 카니발 역시 국내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96년에 등장한 1세대 카니발은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2005년까지 팔렸고, 2세대 모델은 약간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2014년까지 롱런했다. 그리고 이번에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3세대 카니발은 몇 년 전에 등장했던 기아의 콘셉트 카 KV-7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실 1세대 카니발은 전체적인 디자인 이미지가 미국의 캐러밴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았었는데, 이제 3세대가 된 신형 카니발에서는 그런 ‘캐러밴 콤플렉스’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측면의 디자인은 슬림한 유리창 등으로 이전보다 다듬어진 인상을 주면서 미니밴의 틀을 벗으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사실 신형 카니발의 디자인 특징은 실내 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트림 류의 재질감이나 시트의 형상이나 착좌감이 크게 향상된 느낌이다. 게다가 3열 시트의 가변 구조는 자못 독특하다. 물론 실제 사용에서의 편의성이 얼마나 클지는 장시간 사용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긴 하다.

신형 카니발은 미니밴의 한국적 해석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실내의 장비나 실내등의 배치 등등에서 우리의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신형 차가 미국에 수출되어 팔리면서, 한국적 가치가 얼마나 새로운 기능적 가치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가 다시금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푸조 308

푸조의 308은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을 전체 모델에 적용하는 것을 완성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푸조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푸조 브랜드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한 이른바 ‘펠린 룩(Felin look)’ 디자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펠린 룩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이 중심이 되는 전면부 디자인이 대표적인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으나, 사실 차의 등급과 상관없이 모든 차종에 일괄적으로 귀여운(?) 이미지를 적용하면서, 중형급의 차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완성도 높은 품질과 고급스러운 품질감으로 나름의 감성으로 다가서는 인상인데, 세련되게 다듬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508 모델에서부터 쓰이고 있다. 308의 헤드램프에는 주간 주행등(DRL)이 들어가 있으면서 마치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듯한 외곽 형태로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 범퍼의 아래쪽과 차체 측면의 로커 패널은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비포장도로에서도 차체를 보호하는 기능의 암시로 스포티한 SUV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A-필러가 상당히 누워 있어서 벨트라인이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고, 카울(cowl)도 앞쪽으로 이동되어, 실내공간의 비중이 매우 큰 비례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차체의 흐름은 곡면의 이미지인데, 여기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강조한 형태이다. 차체 측면의 전반적인 형태 이미지와 자세(stance)는 마치 웅크린 고양이 같은 이미지를 주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푸조의 추상성이 표현되어 있다.

사실 푸조의 디자인은 독특한 개성을 강조하는 것이 모든 차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견 이런 특징은 푸조뿐 아니라, 다른 프랑스의 브랜드, 시트로앵이나 르노 역시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개성은 ‘유럽 감각’의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유럽 감각 중에서도 주로 독일의 기능주의적 특징을 더 손쉽게(?) 이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프랑스 브랜드의 차들이 가진 개성이 국내시장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요소들이 바로 프랑스적인 패션 디자인의 성향인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나왔던 독일의 차들과는 다른, 새로운 유럽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푸조의 등장은 다양한 가치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의 소비자들도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글 · 구상(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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