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칸의 아틀라스 산맥 돌파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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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칸의 아틀라스 산맥 돌파작전
  • 리처드 브렘너
  • 승인 2014.07.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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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마칸처럼 윤택한 프리미엄 크로스오버에 앉아 있으면 잊기 쉬운 게 있다. 이들은 평상시의 거동보다 훨씬 거친 지형을 휩쓸고 다닐 차라는 것. 크로스오버는 2차대전 때의 지프와 오리지널 랜드로버로 거슬러 오르는 순수한 오프로더의 후손이다. 그중 많은 것들이 풀타임 네바퀴굴림을 갖췄고, 도로가 끝난 뒤에도 계속 달릴 수 있는 하드웨어로 무장했다.

마칸은 그중 하나. 대담하고 인상적인 센터콘솔 스위치에는 ‘오프로드’(off-road)라 적힌 것이 있다. 그리고 위험한 비탈을 내려갈 때 도움이 되는 내리막 컨트롤이 있다. 그 이상으로 모든 버전은 전자조절형 네바퀴굴림을 받아들였다. 마칸 중에도 가장 대담한 버전을 원한다면 지상고 조절형 에어 서스펜션을 주문하면 된다. 바로 그 버전이 우리가 시승한 255마력 마칸 S 디젤. 토크는 59.0kg·m. 불안한 지형을 타고 넘을 때 필요한 파워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시험한 것은 마칸의 오프로드 모험의 자질이었다. 정상에 흰 눈을 이고 있는 모로코의 아틀라스 산맥 기슭이었다. 첫째 날 우리 루트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도시 마라케시의 남동쪽에서 아다실로 뻗어 있었다. 노면은 없는 것이 없을 만큼 다양했다. 기온은 35℃의 열기를 뿜었지만 가장 오싹한 도로는 아틀라스 산기슭의 고속 오르막길이었다. 탁 트이고 비교적 매끈한 비포장도로는 핏빛 오렌지 진흙이 다져져 있었고, 심지어 바위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속도가 올라가자 포르쉐는 기다란 먼지 꼬리를 끌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먼지구름이 소용돌이치지는 않았다. 그와 닮은 랠리 스테이지처럼 공략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한데 골짜기로 내리꽂힌 섬뜩한 낭떠러지를 보자 코너를 돌진하는 시험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편 우리가 달리던 나직한 핑크빛 야산에는 염소 떼가 흔했다. 그 염소 떼와 맞먹을 수 없었지만 마칸의 등판력을 시험할 도로를 찾았다. 모로코의 이 지방에서는 만든 지 족히 35년이 됐음직한 너덜너덜한 메르세데스-벤츠 W123 택시가 도로를 누볐다. 이들 메르세데스는 대향차를 피하기 위해 도로 쪽 바퀴를 곧잘 흙탕에 박고 기다렸다. 시골 도로망은 대체로 1차선이었다. 고양이가 숨을 만한 포트홀이 끊임없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갓길에 박힌 수많은 돌멩이들이 이따금 요란하게 차체를 때렸으나 마칸은 이런 장애를 수월하게 흡수했다. 대다수 에어스프링 차량처럼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포트홀이 서스펜션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마칸은 뼈대가 탄탄했다. 우리는 곧 액슬 기능을 철저히 시험할 커다란 바위가 도사리고 있는 오솔길을 만났다. 어지간한 바위덩이를 길에서 치운 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오솔길을 타고 올랐다. 비록 표면이 매끈하기는 했지만 바위들이 서로 어긋나게 자리 잡고 있어 그 위에서 바퀴가 허공에 떠 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앞바퀴로 올라간 다음 뒷바퀴로 기어올랐다. 겨우 세 바퀴로 버티고 있어 마칸의 보디에 상당한 비틀림 압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평탄한 지면에 네 바퀴를 붙이고 있을 때처럼 도어는 쉽게 열 수 있었다. 모든 오프로더가 그처럼 튼튼하지는 않다.

그러나 네바퀴굴림은 어느 경우나 오프로딩에 성공하려면 신중한 전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덩이에 빠지지 말아야 했다. 그 뒤 내리막 트랙션 테스트를 하기에 알맞은 어지간한 암반 내리막을 찾아냈다. 우리는 본격적인 오프로드 전술 그대로 차 밖으로 나가 지형을 살폈다. 그런 다음 앞서 말한 오프로드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모로코의 암반 위에서 에어 서스펜션이 지상고를 32mm 더 높였다. 아울러 이 버튼은 기어박스의 쉽트 전략을 재조율했다. 그리고 다판 클러치를 긴장시켜 앞바퀴에 더 빨리 토크를 보내고, 액슬 간의 토크를 분할해 험악한 지형을 돌파했다. 이 경우에는 작은 등마루를 지나 바위 비탈의 가벼운 내리막을 지나갔다.

우리는 야금야금 앞으로 나갔고, 마칸은 노즈를 들어올렸다. 차가 서자 뒷바퀴는 계속 돌아갔고, 앞바퀴는 허공에 떠 있었다. 포르쉐는 등마루에 걸렸고, 뒷바퀴는 발바닥으로 느낄 때보다 훨씬 부드러운 혈암을 파고들었다. 3명의 모로코인과 사진기자의 다치아 더스터가 포르쉐를 끌어낼 때까지 뒷바퀴는 혈암을 헤집었다. 솔직히 기계성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드라이버의 실수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그보다 뛰어난 이탈각과 등판각을 갖췄다. 포르쉐가 승차고를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마칸이 정상 승차고를 지키고 있을 때도 지상고와 접근각이 더 좋았다. 한데 레인지로버도 이런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은 없었다. 뒷바퀴 밑의 땅(더불어 드라이버의 두뇌)이 너무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마칸을 끌어낸 뒤 우리는 아틀라스 산맥을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일부 녹음이 짙은 저지대를 떠나 거의 식물이 없는 고산으로 올라갔다. 한데 예상보다 덜 황량했다. 매력적이고 핑크-오렌지색의 대담하게 굽이치고 때로는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도로는 눈에 띄게 텅 비어 있었고, 놀랍도록 세련된 디젤 포르쉐의 파워를 넉넉하게 쓸 만한 구간이 곧잘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그 덩치에도 마칸은 인상적으로 느긋하게 꼬부랑 도로를 요리했다. 다시 한 번 포르쉐 스티어링 시스템이 마칸을 즐길 핵심적인 도구로 떠올랐다. 빼어난 정확성과 감각이 이토록 현란한 풍광을 흐뭇하고 예리하게 자르고 나가라고 부추겼다. 

그 이튿날 이런 효과는 한층 극적으로 드러났다. 그곳에는 바람에 쓸리고 모래가 덮고 있는 언덕이 사방으로 몇 킬로미터나 뻗어 있었다. 여기서 마칸의 저속 성능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었다. 트랙션 컨트롤과 드립트 예방 전자장치를 모두 해제하고 2단에 들어가 액셀을 바닥까지 밟았다. 우리는 이 SUV가 경쾌한 뒷바퀴굴림으로 거동한다는 걸 미심쩍어 했다. 하지만 사하라 사막 남부의 태양 아래 그런 의심은 말끔히 사라졌다. 스티어링 록 절반을 돌리고 30km를 달리며 액셀을 힘차게 밟았다. 

마칸 오너 가운데 이렇게 몰아붙일 경우는 거의 없을 터이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말라. 아무튼 놀랍도록 깊고 즐거운 스포츠카의 저력을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울러 상당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SUV였고, 그를 밑받침할 기본적인 강성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인 오프로더라고 하기에는 미흡했다. 어쨌든 포르쉐—그보다 중요한 절대다수의 마칸 오너—가 겨냥한 사명에 비춰 거의 이상적이라 할 수 있었다.

글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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