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제 수제작 GT, 애스턴 마틴 DB5의 영혼을 되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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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제 수제작 GT, 애스턴 마틴 DB5의 영혼을 되살리다
  • 존 시미스터
  • 승인 2014.07.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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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확실히 흥미롭다. 속도제한이 거의 없고 국경을 넘는 것이 모험이었던 시절의 기계처럼 보이는 잘생긴 그랜드 투어러를 디자인하자. 그다음에 성능과 품질이 입증된 오늘날의 자동차를 기반으로 제작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자. 아마도 과거에 실제로 돌아다녔던 차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즐기자.

이것이 스피드백 GT 탄생 이면의 추론 과정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시간적 혼성체를 위한 시장이 있을까? 아니면, 그저 한 남자의 장밋빛 공상의 징후일 뿐일까? 여기에는 심미성과 역사적인 의미를 묶어 강하게 그리움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애스턴 마틴처럼 생긴 스피드백 GT를 보면서 보닛 끝에 데이비드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1947년에 애스턴 마틴을 인수한 사업가다. 그 이후 그의 이니셜 ‘DB’는 많은 애스턴 마틴 모델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스피드백 GT의 배지에 있는 데이비드 브라운은 그 유명한 애스턴 마틴 인물과 다른 동명이인이다. 스피드백 GT의 형태와 디테일에 대해 말하자면, 디자이너 앨런 모버리는 “만약 1960년대 GT를 떠올리려면 이렇게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스피드백 GT의 껍데기 속은 V8 510마력 슈퍼차저 엔진, 서스펜션, 전기장치와 에어컨까지 재규어 XKR이다. 이는 스피드백 GT가 필연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애스턴 마틴 DB5나 DB6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뜻한다. 19인치 알루미늄 휠을 달았지만 비례적으로 16인치 휠을 단 옛날 차와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 만약 스피드백 GT의 휠이 약간 작게 보인다면 타이어 옆면이 얇기 때문이다.

프로토타입의 조립 정확도나 품질은 신경 쓰지 말자. 이런 차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쾌속조형기 덕택이다. 이것은 컴퓨터로 디자인한 3차원 형태와 완전히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낸다. 사람이 도구를 사용해 만들려면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인건비는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재료비는 떨어졌다”며 “이 기술은 노동시간을 절약하고 이러한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차대에 고객이 원하는 차체를 얹는 맞춤 제작 아이디어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을 지켜본다. 이것이 데이비드 브라운 오토모티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차를 개발하고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는 코벤트리에 있는 인비지지(Envisage)이며, 영국의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함께 콘셉트 카와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인비지지의 CEO 앨러스테어 카트렐은 현대적인 자동차 기반으로 맞춤 제작된 차가 충분치 않다는 데이비드 브라운의 인식과 함께한다. 그는 이와 같은 차를 공급하기를 간절히 원했고 스피드백 GT가 처음이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누구이고, 어째서 그는 소량생산 고급차라는 위험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을까? 영국의 전문 자동차 산업은 몽상가들이 포르쉐 911 같은 차를 살 수 있는 돈보다 적게 쓰려는 현실에 밀려 결국 좌절된 꿈만 남긴 채 묘지를 이뤘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수년 간 자동차 산업에 종사했다. 주로 트럭, 불도저, 트랙터와 연관된 것이었다. 스피드백 GT의 아이디어는 남부 스페인의 뙤약볕 아래 클래식 카 랠리에서 떠올랐다. 그는 “우리는 페라리 데이토나를 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곳은 섭씨 40도 정도였는데 데이토나는 계속해서 고장 났다”며 “우리는 에어컨이 달린 푸조 106을 섭외했는데 모두가 페라리가 아니라 푸조에 있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나는 제대로 작동되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오늘날의 많은 자동차들이 복잡한 기술을 반영하려는 듯 시각적으로 너무 어수선하고 억지로 꾸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전직 PSA, 재규어, 랜드로버 디자이너인 앨런 모버리와 공유했다.

앨런 모버리는 “내 업무는 1960년대의 단순함을 우아한 모습으로 재창조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쭉 뻗은 어깨선으로 디자인을 단순하게 유지했다”며 “1960년대식의 스타일 지표를 세우는 데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다. 스피드백 GT에는 애스턴 마틴의 요소뿐만 아니라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것도 있다”며 “그릴은 공격적인 모양인데 특별히 어떤 것과도 관련되어 있지 않다. 헤드램프는 덮개 아래에 있고 조명은 LED다. 테일램프는 DB5처럼 둥글고 독립되어 있으며 역시 LED”라고 말했다.

앨런 모버리는 “나는 55년간 업계에 있었지만 견제와 균형을 위해 젊은 코벤트리 대학생 두 명을 인턴으로 두고 있다”고 했다. 그들 중 하나가 트렁크에 있는 접이식 좌석 아이디어를 냈다. 이 좌석은 평소에는 접혀서 평평한 트렁크 바닥이었다가 펼치면 뒤를 바라보는 편안한 자리로 바뀐다. 실내 대부분은 부드럽고 간결한 가죽으로 감쌌다. 표면이 꺼끌꺼끌한 느릅나무와 곱게 광택을 낸 금속도 주요 특징이다.

많은 부품은 알루미늄 덩어리를 CNC(컴퓨터 수치 제어) 가공한 것이다. 센터콘솔 덮개와 테일램프 테두리 같은 것은 니켈로 도금했다. 센터콘솔 스위치를 비롯한 어떤 부품은 업계 최초로 ‘다이렉트 메탈 레이저 소결’(DMLS) 공법으로 제작했다. DMLS 공법은 레이저로 녹인 63미크론 두께의 얇은 니켈 합금 층으로 부품을 만들어낸다. 스위치를 만드는 데에 절삭, 연마 과정을 빼고 개당 45분이 걸린다. 스위치 표면은 작고 오목한 점들로 채워져 있다. 가운데는 필요한 기호 모양으로 구멍이 뚫리고 뒤쪽의 LED로 빛나게 된다.

외부 패널은 재규어 XK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이다. 차의 전체 무게가 XK와 거의 같아서 서스펜션도 비슷하게 설정했다. 만약 필요한 경우 앞쪽의 패널들은 전부 떼어낼 수 있다. 차체 패널은 사람이 직접 두드리는 도구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형태를 만든다. 스피드백 GT의 내부 구조는 손으로 용접하는데, A필러와 C필러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격자로 용접한다. B필러가 없어서 창문을 내리면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A필러는 XK보다 똑바로 서 있고 앞 유리는 전형적인 1960년대 스타일로 휘어져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잠재적인 문제는 재규어가 곧 XK의 생산을 끝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브라운은 100대의 스피드백 GT를 생산하는 데에는 충분한 차체 물량이 있다고 확신한다. 과연 데이비드 브라운 오토모티브는 뻔뻔스러운 레트로 스타일의 그랜드 투어러 100대를 정말로 팔 수 있을까? 데이비드 브라운은 “시기는 적절하다”라며 “영국제라는 테마는 시종일관 통한다. 나는 (애스턴 마틴 역사의) 데이비드 브라운을 지렛대로 쓰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애스턴 마틴으로부터 어떠한 피드백도 받지 못했고 우리 제품에 대해 그들의 승인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스피드백 GT는 장차 사람들이 알아보는 차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수제작 자동차지만 제대로 다듬었다”며 “이것은 프로젝트 성공에 필수적인 사항이다. 우리는 더 저렴하고 더 빨리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49만5천 파운드(약 8억5천600만원)라는 의기양양한 가격표가 붙은 이유다.

스피드백 GT는 애스턴 마틴을 비롯한 이탈리아 스타일의 자동차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 차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정신을 영국으로 이식하는 새로운 시대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혹은 그저 차체를 바꾼 재규어치고 비싸 보이는 차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소비자가 결정할 것이다.

DB4, DB5, DB6 같은 하이엔드 클래식 카들의 가치는 최근에 큰 타격을 받았다. 불과 10년 전부터 상태 좋은 고급 클래식 카는 최소 다섯 자리 액수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50만 파운드(약 8억6천500만원) 정도다. 스피드백 GT의 가격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진 이유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살까? 차가 가진 역사와 유산, 진품이라는 점은 별개로 하고, 현실성은 고려해야 할 측면이다. 애스턴 마틴 모양의 GT를 얼마나 많이 탈 것인가? 무더운 곳으로 갈 것인가? 스피드백 GT에는 현대적인 에어컨이 있지만 1960년대 DB5에는 없다.

연비에 대해서 말하자면, 스피드백 GT가 훨씬 빠르지만 더 적은 연료를 쓴다. 이것은 도로세로 이어지는 문제지만 자그마치 50만 파운드짜리 차를 살 만한 사람에게 걱정거리는 아닐 것이다. 유지관리에 따른 비용과 불편함은 DB5가 더하다. 최상의 상태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오래된 DB5는 고물이 되기 쉽고, 일단 고장 나면 값비싼 복원과정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잘 관리된 애스턴 마틴일지라도 차에 대해 훤히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클래식 카는 최신형 자동차 소유주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차가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을까? 아마도 애스턴 마틴 DB5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어디 부딪혀서 박살나지만 않는다면 가치가 오를지도 모른다. 반면 스피드백 GT의 가치는 오를지 내려갈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수많은 부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 대를 사고 있다. 혹은 두 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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