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한국의 랜드로버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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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한국의 랜드로버가 되어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1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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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개념제일주의

쌍용자동차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1/4분기 실적을 보면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매출은 크게 늘었다. 새 모델인 코란도C가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비교적 잘 팔린 영향이 컸다. 기업 회생절차도 3월에 마힌드라가 지배지분 인수절차를 완료해 마무리되었다. 이제 적절한 관리와 투자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잘 파는 일만 남았다. 쌍용은 올 한 해 2천억원 이상을 제품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돈을 어떻게 써서 제품을 만드느냐, 즉 어떤 제품전략을 펼치느냐에 쌍용의 미래가 달려있다.

쌍용은 양산차 메이커로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제품 라인업도 적은데다 주력 모델은 틈새 차종이 되어버린 SUV 중심으로 특화되어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높지 않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회사가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어중간한 메이커들은 곧잘 위기에 빠지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다른 메이커에 흡수되기 쉽다. 사실 쌍용도 그런 길을 걸어 왔다. 하지만 위기에서 살아남는 메이커들도 있다.

대중차 메이커들은 흡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최근 20~30년 사이에 대중차 메이커들은 멀티 브랜드를 거느린 대형 기업집단으로 바뀌어 그 숫자가 줄었다. 반면 특별한 차를 적절한 규모로 소량생산하는 회사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작은 메이커들의 제품전략은 대개 고급화 쪽으로 향한다. 적은 생산대수로 충분한 수익을 내려면 대당 마진이 큰 차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자면 자연스럽게 고급스럽게 꾸민 차를 만들게 된다. 람보르기니가 레벤톤을 만든다거나, 애스턴 마틴이 원-77 같은 한정 모델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카 메이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쌍용처럼 SUV 만들기에 전념했던 랜드로버도 마찬가지다. 원래 랜드로버는 최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를 빼면 럭셔리 카라고 할 만한 차가 없었다. 랜드로버의 뿌리인 디펜더도 그렇고, 디스커버리나 프리랜더도 나름 대중적인 모델을 지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차가 뛰어나도 꾸밈새와 값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예 모든 모델을 고급화해버렸다. 그런 과정에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제 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타가 인수한 후 랜드로버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쌍용이 1990년대에 무쏘나 체어맨처럼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차를 만들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벤츠 설계의 체어맨은 품격이, 무쏘와 렉스턴은 디자인과 꾸밈새가 돋보였다. 고급화의 방향은 잘 잡았던 셈이다. 소비자의 호응도 좋았다. 문제는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기술적 경제적 뒷받침이 쉽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받아들인 쌍용차의 가치를 잘 살리지 못한 데 있었다. 회사가 어렵다고 차의 가치를 끌어내린 저렴한 모델을 남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처음 나왔을 때 고급 SUV로 손색없던 무쏘를 2인승 밴으로, 정통 오프로더 코란도를 2WD로 만들어 무늬만 오프로더로 전락시킨 것은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깎아내리는 전략이었다.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모델의 개발도 필요하다. 하지만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발전시킨다면 경제적인 방법으로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코란도C로 모노코크형 SUV화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쌍용은 여전히 프레임 방식 SUV 기술을 갖고 있다. 수요가 적다고는 해도 전통적인 SUV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랜드로버처럼 SUV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제품전략을 추구한다면, 쌍용도 제자리를 찾고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ㆍ류청희(자동차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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