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J와의 헷갈리는 한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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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J와의 헷갈리는 한 주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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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의 오토 라이프

우리 편집국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짐을 챙겨 상하이모터쇼로 가느라 들떠 있었다. 그와는 달리 나는 우리의 장기 시승차인 재규어 XJ의 키를 움켜잡고 북부 프랑스로 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실제로는 가족과 함께 휴가 겸 심부름을 가는 길이었다.

나는 중국으로 가는 비행 시간을 참고 싶지 않았다. 아울러 쇼장의 스탠드를 터덜거리며 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일을 피하기로 했다(오해하지 말라. 나는 제대로 된 모터쇼의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화려한 PR쇼를 보며 발바닥이 아프도록 돌아다니다보면 오후 3시가 된다). 게다가 중국으로 날아가지 않고 차를 몰고 프랑스로 가면 본격적인 장거리여행에서 XJ의 진가를 알아낼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실은 지난해 도닝턴에서 핸들링 비교테스트를 하면서 신형 XJ를 몰아본 적이 있었다. 성적은 대단했지만, 결코 심도 있는 평가라고 할 수 없었다. 왜냐? (a) 도로에서 몰아보지 않았고 (b) V8 슈퍼차저 엔진이었다. 내가 보기에 결코 XJ를 대표할 엔진은 아니었다. 물론 라인업에서 가장 상큼하다고 할 모델은 우리에게 1년간의 장기시승을 허락한 차였다. 내가 몰고 프랑스로 갈 차. 바로 3.0L 디젤 포트폴리오. 가격은 6만4천400파운드(약 1억1천400만원)로 ‘스웨이드클로스 프리미엄 헤드라이닝’(Suedecloth Premium Headlining)과 바우어&윌킨스(B&W)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기는 했다. 하지만 기껏 275마력짜리치고는 지나치게 비싸다.

어쨌든 나는 유로터널을 향해 출발했다. 조수석과 뒷좌석에 가족을 태웠다. 그러나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얼떨떨했다. 우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성능이 상당히 좋았다(61.0kg·m의 토크 덕택). 하지만 동시에 안락함은 예상을 밑돌았고, 스티어링은 감각과 반응속도가 기묘하게도 재규어답지 않았다. 달리면 달릴수록 과연 XF를 만든 바로 그들이 이 차를 만들었는지 의심스러웠다. 시속 25~140km에서 왜 그렇게도 소란스러웠을까? 분명 20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기면 지나친 소음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했을까? 그리고 스티어링은 중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앞머리의 반응은 이상하게도 신경질적이었다. 만일 마이크 크로스와 제작진이 이 차를 완전히 다시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별로 환상적이 아닌 XJ의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 차가 차지하는 도로공간을 생각할 때 상당히 끔찍한 실내 패키지가 그랬다. 아울러 잘 생기지도 않았고, 바라는 것만큼 직관적이지 않은 디지털 계기를 들 수 있다. 물론 신형 XJ에는 순수하고도 깊은 인상적인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힘들이지 않고 경제적으로 폭발하는 성능, 앞머리 스타일과 옆모습(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그리고 고속에 들어갈 때 예리한 핸들링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대형 스포티 세단, 넓은 럭셔리 리무진 또는 그 둘의 이상한 합작품의 어느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해 어정쩡했다. 그래서 심지어 제일 가깝고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800km를 달리고 난 뒤에도 이해하고 하나가 되려고 애써야 하는 기이한 차였다. 차라리 나도 상하이로 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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