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레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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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레드라인>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7.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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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로망, 극한의 스피드로 질주하라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인간의 모습뿐 아니라 다양한 외모를 지닌 시대. 그들은 스피드에 열광한다. 짜릿한 레이싱을 즐기는 그들은 우주 최고의 레이싱 레드라인을 기다리며 레드라인에 출전할 레이서를 선발하는 온갖 경기에 열광한다.

소노시, 귀여운 얼굴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어릴 때부터 갈고 닦은 레이싱 실력, 일찌감치 프로의 세계에 입문해 각종 경기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레이서. JP, 극한의 스피드를 추구하지만 거칠기 그지없고 룰도 없어 갖가지 사고가 속출하고 목숨마저 담보해야하는 레이싱에서 ‘친절한 JP’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때론 그것 때문에 하위권에 머물기도 하는, 어릴 때부터 최고의 레이서를 꿈꾸었지만 아마추어라고 놀림을 받으며 서러워했던 친절한 레이서. 두 사람이 5년에 한 번 열리는 우주 최고의 레이싱 경기 레드라인에서 맞붙게 된다.

그런데 이번 레드라인은 엄청난 위험과 위협에 놓여있으니, 바로 레드라인 경기가 진행될 장소가 군사독재국가인 로보월드이기 때문이다. 로보월드는 사실 우주의 조약을 깨고 비밀리에 엄청난 병기를 숨겨놓고 있어서 레이싱 경기가 개최되면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따라서 로보월드에서 레드라인이 개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해공작을 펴며 레이서들을 위협해 온다. 이런 와중에 JP의 오랜 친구이며 그의 정비사인 프리스비는 자금의 압박으로 마피아와 손잡고 승부조작을 해오고 있는데, JP는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프리스비를 신뢰하며 함께 키워 온 레드라인의 꿈을 펼치고자 한다.

이제 로보월드 독재자의 공격과 레이서들의 무한경쟁, 그리고 룰도 없는 위험천만한 각종 반칙들 속에서 우승을 향한 스피드가 시작된다. 레이싱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질주를 위한 차들이 나온다. 하지만 <레드라인>은 실제의 자동차를 그리지 않았다.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레이스에 걸맞게 자동차 또한 기하학적 모양에 스피드를 배가시키기 위한 각종 장치를 이용하고 마하의 속도로 달리며 자동차와 비행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모양은 자동차지만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물 위로도 달릴 수 있고 공중을 날 수도 있는 새로운 개념의 ‘차’라고나 할까. 엄청난 스피드 때문에 레이서들은 중력테스트를 하는 것과 같은 극심한 육체의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순간적인 엄청난 가속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인간은 그렇게 스피드를 느낀다.

<레드라인>은 2D 애니메이션이다. 요즘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사영화도 3D가 유행임에도 불구하고 2D로 제작해 그 진수를 보여준다.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각종 이형의 인류들이 열광하는 자동차와 스피드 그리고 베이글녀는 어른 남자들의 판타지다. 좀 멀게는 스티브 맥퀸이 주연했던 <르망>, 최근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카레이싱을 그린 영화들, 혹은 미래의 어느 곳에서 펼쳐지는 스피디하고 위험한 경기가 있는 <총몽> 등에서 다뤄지는 최고, 극한의 속도, 스피드, 그리고 스피드를 구현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되는 자동차는 남성들의 로망이다.

<레드라인>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든다. 우주 최고의 레이싱 경기,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최고의 레이서 소노시, 그리고 ‘최고’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그래서 자신과 동질화할 수 있는 주인공 JP. 여기에 친구이자 동료인 프리스비와 JP가 오래도록 함께 꾸어오던 꿈과 변질과 신뢰와 결국에는 신의로 돌아오는 과정들, 게다가 레드라인을 방해하는 물리적 외력 등등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의 집합체와도 같으니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글 · 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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