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리의 두 주인공을 소개해본다. 이들은 지금 여러분이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값비싼 슈퍼미니다. 유럽에서 매년 수백만대가 팔리는 차들에서 파생된 3도어 고성능 해치백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또한 이들은 3만5천 파운드(약 6천220만원)짜리 스포츠카만큼 빠르고 고급 세단만큼 값이 비싸다는 점에서 재능과 능력을 모두 비교할 만하다. 구입할 수 있는 차들 가운데에서도 아주 드물면서 대단히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두 차 모두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27.7kg·m의 성능을 지닌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무게는 1,200kg을 넘지 않는다. 또한 두 차는 모두 세계 대부분의 다른 여느 3도어 모델들보다 더 고급스러우면서, 더 흥미진진한 달리기 실력을 약속한다. 테스트 코스가 끝났을 때, 과연 어느 차가 충분한 능력과 흐름, 그리고 가장 중요한 2만3천 파운드(약 4천100만원)의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까?
DS3가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1.4L 엔진을 얹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시각적인 개성에 치중하는 시트로엥의 색깔과 꾸밈새는 DS3 레이싱에서는 약간 묻혀버린 느낌이다. 이 차에서 고를 수 있는 색상은 단 두 가지 뿐이다. 흰색 차체에 회색 지붕과 장식을 갖추거나, 그렇지 않다면 시승차처럼 절제되지 않는 검은색에 구석구석 오렌지색이 스며든 차뿐이다. 시트로엥은 빨간색 차체에 도색 처리되지 않은 평범한 알로이 휠을 끼운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더 우울한 느낌이다. 다행히도, 차체의 끔찍한 데칼은 선택사항이다.
DS3의 실내에 들어서 오렌지빛 대시보드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더 많은 카본 장식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는 넓고 편안하며, 뛰어난 운전 자세를 만드는 시트로엥 레이싱이 각인된 스포츠 시트가 있다. 아울러 시트로엥 DS3의 대시보드 디자인과 소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훌륭하고, 2만3천 파운드(약 4천100만원)짜리 차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시트로엥은 레이싱 모델에 주행안정 제어시스템을 달기는 했지만, 기계식 차동제한 디퍼렌셜이나 전자식 디퍼렌셜 같은 장치는 달지 않았다. 앞바퀴굴림 구성과 값, 그리고 차의 특성을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부분을 빠뜨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내를 보면, 미니는 생김새와 느낌 모두 시트로엥만큼 특별하거나 매력적인 면이 없다. 단순히 잘 꾸민 쿠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실내에는 극적인 분위기가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때, 고성능 슈퍼미니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 점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만약 미니를 구입하러 딜러를 방문했다면, 실내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할 것이 분명하지만 2만2천 파운드(약 3천910만원)짜리 해치백에 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조용하고, 좁고 굴곡이 심한 샐리스베리 평원의 뒷길은 시승에 나선 고성능 해치백을 비교하기에 이상적인 분위기다. 노면은 깨지고 고르지 못하면서, 굽이치는 진흙투성이 노면과 요철이 심한 직선구간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가속반응이 뛰어나고 차체 제어력이 탄탄하며, 접지력이 뛰어난 차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필자는 시트로엥을 타고 130km 정도를 쉽고 편하게 몰아보았다. 18인치 브릿지스톤 타이어는 거친 노면에서 많은 소음을 내었고, 차의 서스펜션은 다소 통통거렸다. 스트레스 없는 정속 주행에서는 거슬리는 느낌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고성능 해치백의 그런 부분을 좋아한다. 이는 그저 댐퍼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상기시킬 뿐이다.
DS3의 넉넉한 중속 토크는 2차선 도로에서 대단히 편안하게 느껴졌지만, 6,000rpm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진정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DS3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르노스포르 클리오나 혼다 시빅 타입 R같은 자연흡기 엔진 해치백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고, 빠르게 시야의 한계 너머로 다가설 수 있다.
잘 꾸며진 모든 고성능 해치백들과 마찬가지로, DS3 레이싱은 빠르게 달리면 달릴수록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이상적인 주행상태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말이다. 시트로엥의 WRC 전문가들 덕분에 울퉁불퉁한 길을 가볍게 넘기기에 충분할 만큼 바퀴의 상하 움직임이 넉넉하고, 의도적으로 한계까지 몰아붙이지 않는 이상 댐퍼는 당황스럽지 않다. 코너에서의 느낌 역시 남다르다. 강력한 브레이크는 원하는 만큼 영리하게 속도를 줄이고, 훌륭한 롤 제어능력과 중립적인 섀시 균형, 그리고 풍부한 앞바퀴 접지력에 힘입어 도전하는 만큼 코너의 정점을 잘 파고들게 해준다.
DS3 레이싱을 몰고 유연하고 빠른 코너링 라인을 그려나가려면, 코너 중반에서 멈칫 하지 않고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DS3의 앞바퀴 접지력이 부족하기 때문. 심지어 마른노면에서 시속 약 80km, 3단 기어로 다소 급한 코너를 달릴 때, 액셀러레이터를 최대 70% 정도 밟아도 엔진 출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자장치가 개입하면서 ESP 경고등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전자장비를 해제하면, 최소한 마른 노면에서는 센서가 허락하는것보다 조금 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쪽 바퀴가 스티어링을 부드럽게 따라가는 사이, 다른 한쪽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예측 가능한 결점이지만, 실제로는 DS3의 감각이 살아 있는 매력적인 전자기계식 파워 스티어링 덕분에 대단히 쉽게 다룰 수 있다.
감각의 뚜렷한 차이
미니 역시 전자기계식 파워 스티어링이 쓰이지만, 시트로엥과 닮은 부분은 거기까지다. 성격이 비슷한 두 대의 차가 똑같은 목적으로 같은 도로를 달리지만,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트로엥은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면서 차분한 반면, 미니는 변덕스럽고 인공적이며 결과적으로 덜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JCW는 더 날카로운 요철에서는 맥 빠질 정도로 요란을 떤다. 미니의 핸들링에 대한 모든 수식어들은 이 차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JCW는 정말 카트처럼 차체가 기울지 않고 즉각적으로 방향을 바꾼다. DS3보다 중속 코너에서 훨씬 더 활기차게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요철에서의 승차감도 카트를 닮아서, 그리 오래 달리지 않아도 피곤해진다. 그리고 스티어링 감각은 1980년대의 비디오 게임에서나 자연스러웠을 느낌이다. 특히 스포트 모드에서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번 비교 시승에서의 승자가 분명해지는 이유다. 타고난 섀시의 든든함과 재미가 갖는 가치의 깊이는 물론, 더 편안하면서 세련된 일상적인 움직임 덕분에 DS3 레이싱의 손을 들게 된다. 미니가 빠르고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동적인 측면에서 너무 타협을 했다. 핸들링이 뛰어난 해치백을 잘못 흉내 낸 느낌이 너무 강하다.
그렇다면 DS3 레이싱에 붙은 2만3천100파운드(약 4천110만원)의 가격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우리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기는 하다. DS3 THP 150 모델은 재미와 능력 면에서 레이싱 모델의 85% 수준이지만 가격은 70% 정도다.
글 · 맷 선더스(Matt Saun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