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3 레이싱 vs 미니 JCW,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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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3 레이싱 vs 미니 JCW, 승자는?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4.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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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DS3 레이싱이 고성능 슈퍼미니의 경계로 돌진한다. 미니 JCW를 능가할 수 있을까?

가격 대비 기계적 특성이 훌륭한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목하시길… 여러분이 이제 만나게 될 두 차들은 분명히 실용성과 논리적인 면에서 선택할 차들은 아니다. 두 차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자동차로서의 가격 대비 가치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차일까? 그것이 오늘의 가장 흥미로운 의문점이고, 수백 km를 몰아보고 난 후에 우리는 그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우선, 우리의 두 주인공을 소개해본다. 이들은 지금 여러분이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값비싼 슈퍼미니다. 유럽에서 매년 수백만대가 팔리는 차들에서 파생된 3도어 고성능 해치백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또한 이들은 3만5천 파운드(약 6천220만원)짜리 스포츠카만큼 빠르고 고급 세단만큼 값이 비싸다는 점에서 재능과 능력을 모두 비교할 만하다. 구입할 수 있는 차들 가운데에서도 아주 드물면서 대단히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색을 입은 차는 미니 존 쿠퍼 웍스. BMW의 원메이크 미니 챌린지 경주 시리즈에서 얻은 노하우로 만들어진 JCW는 판매 중인 미니 해치백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가장 까다로우면서, 고성능 차의 킬러로서 명성을 얻은 차다. 그러나 JCW의 명성은 이제 랠리에서 입증된 능력을 갖춘 시트로엥 DS3 레이싱에게 위협받고 있다. 7회 연속 WRC(세계랠리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세바스티앙 로브의 추종자들이 지지하는 DS3 레이싱은 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입증한 차다. 또한 이미 <오토카>의 비교시승에서 미니 쿠퍼를 능가한 156마력의 DS3 THP 150 D 스포트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 차 모두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27.7kg·m의 성능을 지닌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무게는 1,200kg을 넘지 않는다. 또한 두 차는 모두 세계 대부분의 다른 여느 3도어 모델들보다 더 고급스러우면서, 더 흥미진진한 달리기 실력을 약속한다. 테스트 코스가 끝났을 때, 과연 어느 차가 충분한 능력과 흐름, 그리고 가장 중요한 2만3천 파운드(약 4천100만원)의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까?

뚜렷한 개성의 표현
DS3가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1.4L 엔진을 얹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시각적인 개성에 치중하는 시트로엥의 색깔과 꾸밈새는 DS3 레이싱에서는 약간 묻혀버린 느낌이다. 이 차에서 고를 수 있는 색상은 단 두 가지 뿐이다. 흰색 차체에 회색 지붕과 장식을 갖추거나, 그렇지 않다면 시승차처럼 절제되지 않는 검은색에 구석구석 오렌지색이 스며든 차뿐이다. 시트로엥은 빨간색 차체에 도색 처리되지 않은 평범한 알로이 휠을 끼운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더 우울한 느낌이다. 다행히도, 차체의 끔찍한 데칼은 선택사항이다.

DS3 레이싱을 가까이에서 보면, 놀랍게도 시선을 끄는 부분은 밝은 오렌지색 지붕과 그릴, 휠이나 모터스포츠 분위기를 내는 스티커가 아니다. 차를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쓰인 카본 장식이다. 도어 실과 휠 아치에서부터 도어 주변에 이르기까지, 카본 장식은 폭넓게 쓰이고 있다. 실제로 대단히 많이 쓰이고 있는 이런 장식은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의 일부분처럼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DS3의 실내에 들어서 오렌지빛 대시보드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더 많은 카본 장식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는 넓고 편안하며, 뛰어난 운전 자세를 만드는 시트로엥 레이싱이 각인된 스포츠 시트가 있다. 아울러 시트로엥 DS3의 대시보드 디자인과 소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훌륭하고, 2만3천 파운드(약 4천100만원)짜리 차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계적인 면에서 시트로엥은 다른 DS3 모델들과 레이싱 모델을 구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노력을 담아냈다. 이 차는 기본형 DS3 D 스포트보다 앞/뒤 트랙이 30mm씩 더 넓고, 지상고는 15mm 더 낮다. 스프링은 더 단단한 것을 끼웠고, 감쇠력 높은 댐퍼와 4피스톤 캘리퍼의 대형 앞 브레이크 디스크를 달았다. 또한 터보의 과급압을 높이고 배기효율을 높여 207마력의 넉넉한 출력과 28.1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시트로엥은 레이싱 모델에 주행안정 제어시스템을 달기는 했지만, 기계식 차동제한 디퍼렌셜이나 전자식 디퍼렌셜 같은 장치는 달지 않았다. 앞바퀴굴림 구성과 값, 그리고 차의 특성을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부분을 빠뜨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니가 현재의 JCW 해치백을 출시했던 3년 전만 해도,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 기능, 또는 EDLC라고 부르는 장치를 다는 것이 어울렸을 것이다. 조금은 혼란스러운 이름이 붙은 장치는 디퍼렌셜 잠금기능과는 전혀 다르지만, 안쪽 굴림바퀴에 제동력을 가해 코너링 때의 구동력을 높이는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과 비슷한 장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 장치는 스티어링 감각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차동제한 디퍼렌셜의 장점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참으로 반가운 장치다.

보닛 아래를 살펴보면, 미니는 DS3보다 출력과 토크 면에서 어느 정도 강점을 갖고 있다. JCW에는 쿠퍼 S보다 더 큰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는 물론이고, 엔진 내부 부품과 흡배기 시스템도 다르다. 겉모습을 비교하면, 미니는 자극적인 느낌의 시트로엥에 비해 별로 돋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니는 더 고급스럽고 성숙한 느낌일 뿐 아니라, 짙은 녹색 차체 덕분에 은근한 매력이 있다.

실내를 보면, 미니는 생김새와 느낌 모두 시트로엥만큼 특별하거나 매력적인 면이 없다. 단순히 잘 꾸민 쿠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실내에는 극적인 분위기가 부족하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때, 고성능 슈퍼미니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 점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만약 미니를 구입하러 딜러를 방문했다면, 실내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할 것이 분명하지만 2만2천 파운드(약 3천910만원)짜리 해치백에 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전장에서 보여주는 실력
조용하고, 좁고 굴곡이 심한 샐리스베리 평원의 뒷길은 시승에 나선 고성능 해치백을 비교하기에 이상적인 분위기다. 노면은 깨지고 고르지 못하면서, 굽이치는 진흙투성이 노면과 요철이 심한 직선구간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가속반응이 뛰어나고 차체 제어력이 탄탄하며, 접지력이 뛰어난 차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필자는 시트로엥을 타고 130km 정도를 쉽고 편하게 몰아보았다. 18인치 브릿지스톤 타이어는 거친 노면에서 많은 소음을 내었고, 차의 서스펜션은 다소 통통거렸다. 스트레스 없는 정속 주행에서는 거슬리는 느낌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고성능 해치백의 그런 부분을 좋아한다. 이는 그저 댐퍼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상기시킬 뿐이다.

DS3의 넉넉한 중속 토크는 2차선 도로에서 대단히 편안하게 느껴졌지만, 6,000rpm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진정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DS3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르노스포르 클리오나 혼다 시빅 타입 R같은 자연흡기 엔진 해치백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고, 빠르게 시야의 한계 너머로 다가설 수 있다.

잘 꾸며진 모든 고성능 해치백들과 마찬가지로, DS3 레이싱은 빠르게 달리면 달릴수록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이상적인 주행상태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말이다. 시트로엥의 WRC 전문가들 덕분에 울퉁불퉁한 길을 가볍게 넘기기에 충분할 만큼 바퀴의 상하 움직임이 넉넉하고, 의도적으로 한계까지 몰아붙이지 않는 이상 댐퍼는 당황스럽지 않다. 코너에서의 느낌 역시 남다르다. 강력한 브레이크는 원하는 만큼 영리하게 속도를 줄이고, 훌륭한 롤 제어능력과 중립적인 섀시 균형, 그리고 풍부한 앞바퀴 접지력에 힘입어 도전하는 만큼 코너의 정점을 잘 파고들게 해준다.


DS3 레이싱을 몰고 유연하고 빠른 코너링 라인을 그려나가려면, 코너 중반에서 멈칫 하지 않고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DS3의 앞바퀴 접지력이 부족하기 때문. 심지어 마른노면에서 시속 약 80km, 3단 기어로 다소 급한 코너를 달릴 때, 액셀러레이터를 최대 70% 정도 밟아도 엔진 출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자장치가 개입하면서 ESP 경고등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전자장비를 해제하면, 최소한 마른 노면에서는 센서가 허락하는것보다 조금 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쪽 바퀴가 스티어링을 부드럽게 따라가는 사이, 다른 한쪽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예측 가능한 결점이지만, 실제로는 DS3의 감각이 살아 있는 매력적인 전자기계식 파워 스티어링 덕분에 대단히 쉽게 다룰 수 있다.

감각의 뚜렷한 차이
미니 역시 전자기계식 파워 스티어링이 쓰이지만, 시트로엥과 닮은 부분은 거기까지다. 성격이 비슷한 두 대의 차가 똑같은 목적으로 같은 도로를 달리지만,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트로엥은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면서 차분한 반면, 미니는 변덕스럽고 인공적이며 결과적으로 덜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JCW의 가속이 더 빠르다는 점이다. 짧은 기어비 간격과 고른 토크 곡선 덕분에, 미니는 DS3보다 중속 회전대에서 더 활기차게 돌진해 나간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두 차가 거의 같지만, 노면이 고르고 곧게 뻗은 도로에서 나란히 가속하면 JCW가 0→시속 97km 가속까지 차 한 대 정도의 길이는 앞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DS3을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던 도로에서 JCW의 서스펜션은 과속 방지턱에서 쿵쾅거리고, 최대 가속 상태에서 스티어링은 좌우로 대단히 크게 흔들린다. 시트로엥에서는 알아차릴 수도 없었던 노면의 요철에 그대로 반응한다. 그런 모습에 믿음이 갈 리 없다.
미니의 앞쪽 구동력은 시트로엥보다 부족하다. 차체 통제력은 충분하지만, 바퀴 상하 움직임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댐퍼는 이런 도로에서 제자리를 거의 찾지 못한다.

JCW는 더 날카로운 요철에서는 맥 빠질 정도로 요란을 떤다. 미니의 핸들링에 대한 모든 수식어들은 이 차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JCW는 정말 카트처럼 차체가 기울지 않고 즉각적으로 방향을 바꾼다. DS3보다 중속 코너에서 훨씬 더 활기차게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요철에서의 승차감도 카트를 닮아서, 그리 오래 달리지 않아도 피곤해진다. 그리고 스티어링 감각은 1980년대의 비디오 게임에서나 자연스러웠을 느낌이다. 특히 스포트 모드에서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비교의 결론은?
이것이 바로 이번 비교 시승에서의 승자가 분명해지는 이유다. 타고난 섀시의 든든함과 재미가 갖는 가치의 깊이는 물론, 더 편안하면서 세련된 일상적인 움직임 덕분에 DS3 레이싱의 손을 들게 된다. 미니가 빠르고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동적인 측면에서 너무 타협을 했다. 핸들링이 뛰어난 해치백을 잘못 흉내 낸 느낌이 너무 강하다.

그렇다면 DS3 레이싱에 붙은 2만3천100파운드(약 4천110만원)의 가격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우리의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기는 하다. DS3 THP 150 모델은 재미와 능력 면에서 레이싱 모델의 85% 수준이지만 가격은 70% 정도다.

그러나 상징적인 가치나 모든 부분을 카본으로 감싼 DS3 레이싱의 희소성을 감안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 점까지 고려한다면, 가치는 차를 구입할 사람의 선택에 좌우된다. 그리고 우리는 시트로엥이 가장 박력있는 작은 차를 갖고 싶어하는 200명의 고객들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글 · 맷 선더스(Matt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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