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쏘나타, i3, QX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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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쏘나타, i3, QX60
  • 구상
  • 승인 2014.05.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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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쏘나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신형 LF 쏘나타가 발표됐다. 필자는 신형 LF 쏘나타를 먼저 사진으로 접할 때는 혁신 대신 진화라는 말이 떠올랐었다. 몇 년 전 NF 쏘나타에서 YF 쏘나타로 바뀌었을 때는 정말로 ‘개벽’과도 같은 커다란 변화였다. 그런데 이번에 LF로 바뀐 건 YF만큼의 큰 변화는 아니었다. 사실 YF의 등장으로 국산 중형 승용차의 ‘연령’이 크게 젊어지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혼란스러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 결과로 중형차 쏘나타보다 준대형차 그랜저의 판매가 늘어나는 기현상도 일어났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메이커 입장에서는 수익성 높은 차가 더 많이 팔리면 좋을 것이다.

중형 승용차는 대표적인 패밀리 세단이라는 게 어느 국가에서나 비슷한 양상이다. 그만큼 보편성과 아울러 그 가치에서도 많은 것들이 요구되는 점이 있다. 그런데 YF 쏘나타는 너무 젊어진 스타일로 ‘가장의 차’로 선택되기 어려운 점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가장들이 멋없는 아저씨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중형 승용차가 추구하는 가치는 단지 스타일만은 아닐 것이다.

새로 등장한 LF 쏘나타의 차체는 공간 중심의 비례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트렁크의 길이를 짧게 설정해서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있다. 게다가 범퍼를 제외한 실제의 데크 길이는 더 짧아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세단이 아니라, 마치 데크가 없는 패스트 백(fastback) 형태를 가진 해치백(hatchback) 구조의 승용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전륜 구동 방식에서의 긴 앞 오버행을 커버하기 위해 헤드램프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실내는 이전의 YF에서처럼 휘몰아치는 선에 의해서 스타일을 강조하는 대신, 기하학적 형태들이 중심이 돼서 오히려 질감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LF의 실내는 사진으로 볼 때보다는 실제 차에서 품질감이 더 나은 듯 느껴진다. 무난한 형태에 의해서 부품들의 질감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특징은 디자인이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쏘나타 모터쇼 전시장에서 보게 된 1세대 ‘소나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1세대 모델은 국문 이름을 ‘쏘나타’라고 쓰지 않았었는데, 필자 개인적으로 이 차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차다. 그런데 정작 현대자동차는 이 모델을 갖고 있지 않아서 개인 소유자로부터 대여해왔다는 사실에 조금 슬퍼졌다. 토요타 박물관에 가보면 자사의 차뿐 아니라 전 세계의 차들을 엄청나게 전시해놓았는데, 사실 그건 단순한 ‘전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와, 나아가서 역사에 대한 기업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단지 생산량으로 글로벌 몇 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글로벌 메이커가 되려면, 소비자의 기억이나 역사 같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만약 소비자들의 마음이 떠나버린다면, 아무리 차를 잘 만들었다고 광고한들, 그저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BMW i3

BMW에서 ‘i’라는 알파벳으로 이름을 붙인 전기자동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미 등장한 i8에 이어 좀 더 현실적(?)인 소형 전기차로 i3이 등장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아 모든 차들이 전기 동력을 쓰는 차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사실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는 것을 보면, 전기차는 아직은 미지수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전기 동력 자체의 문제보다는 충전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성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사실 모터는 엔진과는 달리 자동차의 동력원으로서는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충전하고 저장하는 전기자동차의 실용성과 직결되는 문제에서 명쾌한 답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 때문에, 전기차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이리라. 기술적인 숙제가 남아 있다고 해도 BMW의 전기차 개발은 그들만의 확신을 가진 듯이 보이는 일면이 있다. 사실 BMW는 내연기관의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데에 집중해온 인상이었고, 향후에도 그럴 것처럼 보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기자동차 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필자와 같이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자동차 동력의 변화가 차체 디자인, 정확히 말하면 ‘스타일’에 영향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전기자동차들을 보면, 그러한 영향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09년에 i8의 콘셉트 카가 나왔을 때만 해도 새로운 스타일의 실험 같은 인상이 들었지만, i8에 이어 i3까지 양산이 되는 상황이 되자, 그 디자인은 단지 새로운 스타일의 실험이 아니라, 전기 동력을 가진 자동차의 디자인 감성을 새롭게 해석한 조형언어라는 느낌이다. 좀 더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내연기관 동력의 자동차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이었다면, 전기 동력 자동차는 디지털 감성이고, 그것이 차체 디자인에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i3의 차체 디자인을 보면 전체 차체의 윤곽은 2박스의 소형이면서 뒤 유리가 거의 상자형태로 만들어진 캠백(Kamm back) 형태에 앞뒤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가 긴 전형적인 소형 승용차의 그것이다. 하지만, 차체의 면 처리와 윈도 그래픽, 그리고 헤드램프를 비롯한 램프 류의 형태, 그리고 실내의 디테일은 디지털 전자제품을 연상시키는 형태들로 구성돼 있다. 이미 오늘날의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닌 전자제품화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미래의 전기자동차는 실질적으로 더 이상 ‘기계’라는 정의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디지털 감성이 주된 테마가 되는 디자인, 그런 디자인은 요즈음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제품의 디자인이고, i3으로 대표되는 미래 전기자동차의 디자인 역시 그러한 디지털 감성으로 무장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20여 년쯤 지난 뒤에는, 마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1950년대와 60년대 풍요의 상징이었던 장식적 디자인의 미국차를 그리워하듯,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이고 건장한 모습의 차들을 다시 찾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인피니티 QX60

인피니티의 새로운 명명법 이후 등장한 QX60은 이름이 바뀌기 전의 JX 모델이다. 물론 이전에도 인피니티의 SUV 모델에 QX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 QX 모델은 인피니티의 SUV 중에서는 가장 큰 모델이었다. 국산 SUV 중에서는 모하비가 가장 크지만, 인피니티 QX는 모하비보다도 훨씬 큰 모델이었다.

인피니티는 명명법이 바뀌기 전에는 승용차에 Q, I, G, M, J 등 다양한 알파벳 이름이 있었고, SUV 모델에서도 EX, JX, FX, QX 등 다양한 이름의 모델이 있었다. 이런 암호식 이름은 한두 개라면 모를까, 다양한 차종의 이름으로 한꺼번에 사용되면 그 특징을 기억해서 구분하기가 사실 조금 까다롭다. 그래서 모든 인피니티의 SUV들을 QX라는 이름으로 통일하고, 그 크기에 따라 50, 60, 70, 80 따위로 구분하는 방법을 쓰게 된 것이다. 따라서 QX60은 JX에서 변화된 이름의 모델이다.

최근의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곡선을 사용하면서도 정교한 긴장감을 추구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일견 이것은 일본 고궁의 전통 양식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극도로 절제된 인공미와 상통하는 인상을 준다. 그런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몇 년 전에 콘셉트 카로 등장했던 에쎈스에서 처음 제시됐는데, 이제는 그 디자인 특징이 인피니티 브랜드의 공통적인 조형 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마치 눈을 부릅뜬 인상의 헤드램프를 비롯해서, 사다리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날카로운 모서리와 굽이치는 커브가 결합된 C필러의 디자인 등등이 최신 인피니티의 조형이다. 이런 형태의 사용은 실내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전체적인 형태 흐름을 비롯해서 우드 패널 인서트와 도어 트림의 볼륨감의 흐름, 그리고 좌석 등받이 좌면의 재봉질 패턴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곡선이 주제로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일본 전자제품에서 나타나는 정교하고 밀도 높은 디자인과 품질로 구성된 센터 페시아 패널의 디자인은 물리적인 고품질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만큼 치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속도계 클러스터 하우징의 후드에 처리된 두 개의 능선을 가진 커브, 혹은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센터 페시아, 변속 레버 등이 설치된 프론트 콘솔 등에 더해진 미묘한 곡선들은 한편으로 유럽의 차들에서 볼 수 있는 기능적이면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디자인과는 달리, 얼마간은 작위적이면서도 형태를 위한 형태 같은 인상이 든다.

감칠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넣어서 맛에 욕심을 부리면, 재료가 가진 본연의 식감은 사라지고, 오로지 조미료나 양념의 맛으로 먹게 되는 것처럼, QX의 실내는 인공미 가득한 정원을 거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유럽, 특히 독일의 대표적인 디자인 사조라고 할 수 있는 기능적인 형태를 통한 아름다움은 ‘취향’이기 이전에 수긍이 가는 가치이지만, 인공미로 가득한 정원은 사람에 따라서는 공감이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잘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 치밀한 인공미는 감동보다는 긴장을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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