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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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9.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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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마력의 야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로는 기대한 대로 난폭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교하기도 하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는 대당 25만 파운드(약 4억5천만원)의 가격에 0→시속 100km 가속 3초 이하, 최고시속은 350km이다. 아우성치는 이 괴물의 키를 넘겨받을 때 다른 어느 차보다 순수한 자태 앞에 어린애처럼 흥분했다. 무엇보다 700마력 6.5L 아벤타도르는 폭발하는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차는 첨단기술을 담아냈지만 여러모로 구식이다. 람보르기니는 이 차를 가리켜 “난폭한 파워, 탁월한 경량기술과 경이적인 핸들링의 정확성으로 시장의 틀을 바꿀 슈퍼스포츠카”라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념비적인 V12 엔진을 담은 커다랗고 구식인 난폭자. 여전히 배기음이 드라이버의 심장을 폭파하는 람보르기니 그대로다.

하지만 이번에는 람보다운 외향적 스타일의 속살이 달라졌다. 재래식 수동변속기와 미우라에서 4099호 무르시엘라고의 심장으로 들어앉았던 전설적 비차리니 V12가 사라졌다. 대신 아벤타도르는 신형 6,498cc V12 엔진을 7단 패들시프트 변속기와 짝지었다. 그 핵심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은 카본파이버 모노코크가 있고, 그 네 귀퉁이에 1인승과 같은 푸시로드 서스펜션이 자리 잡았다. 마찬가지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브레이크는 카본세라믹 디스크. 앞 6개에 뒤 4개 피스톤 캘리퍼를 달았다. 나아가 보디 부품도 대체로 카본파이버(다만 보닛, 범퍼와 도어는 알루미늄). 외형과 사운드는 전통적 람보이면서 기술적으로 첨단을 달리는 신형. 실내에서 그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다.

무르시엘라고처럼 위로 올라가는 스윙 도어가 열리면 눈에 익은 람보 실내가 드러난다. 등받이가 우뚝 솟은 시트가 지면에서 불과 10cm 높이에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구형과 신형은 갑자기 달라진다. 아벤타도르의 실내는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새롭고 혁명적이다. 디지털화한 신형 계기들이 만인의 지지를 받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실내의 기본적 인체공학적 성능은 구형보다 적어도 250배나 뛰어나다. 먼저 근본적으로 정확한 운전위치가 눈에 띈다. 이제는 편안하게 앉기 위해 머리를 차 중심으로 기울일 필요가 없다. 두 다리는 페달을 향해 완전히 똑바로 놓인다.

뒤이어 그보다 더 뛰어나게 짜인 센터콘솔이 눈길을 끈다. 심지어 부차적인 계기마저 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읽기 쉽다. 일단 밑바닥이 평평한 신형 스티어링 뒤에 자리 잡으면 실내가 얼마나 정답게(무르시엘고에 비해) 다가오는가를 알 수 있다. 조절장치의 위치가 더 좋아졌고, 사방의 시야가 전보다 훨씬 개선됐다. 결과는? 무르시엘라고의 막연한 폐쇄공포증이 사라졌고, 대신 한층 재래적이고, 훨씬 정갈한 운전환경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락없는 람보. 특히 센터콘솔의 새빨간 커버 밑 시동버튼을 용기 있게 눌렀을 때였다. 시동모터의 귀에 익은 카리스마 넘치는 절규가 터졌다. 뒤이어 엔진이 점화되자 엔진은 광란했다. 넓게 열린 도어로 새빨간 람보 실내로 들어갈 때의 감회는 실로 벅찼다.

지금까지 람보는 겸허한 자를 위해 설계된 적이 없었다. 아벤타도르도 분명 예외가 아니다. 점화되는 순간 오른 패들을 뒤로 당겨 1단에 들어갔다. 큼직한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숫자 ‘1’이 떴다. 브레이크를 놓고 액셀을 살짝 밟자 드라마는 시작됐다, 즉시.

심지어 시속 8km에서도 등 뒤에서 터지는 사운드는 환상적이었다. 먼저 스티어링은 가벼웠고, 구형보다 승차감은 엄청 세련됐다. 예상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성숙한 느낌을 줬다. 무르시엘라고의 나이를 알려줬던 스티어링 컬럼의 가벼운 떨림도 완전히 사라졌다. 광폭 335/30 뒷타이어로 험한 가로턱을 타고 넘어도 운전석은 흔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서스펜션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어디서나.

카본파이버 터보를 추가하여 아벤타도르의 핵심 구조는 한층 강화됐다. 나아가 웨이스트라인에서 몇 kg의 무게를 덜었다. 건량 1,575kg, 연료를 합치면 1,620kg. 덩치와 네바퀴굴림임을 생각했을 때 경이적이다. 따라서 무르시엘라고보다 한층 빠르고 민첩하다. 연료를 아끼기 위해 람보에 25만 파운드(약 4억5천만원)를 쓸 리 없다. 하지만 CO₂ 배출량(398g/km)은 20%나 줄었고 종합연비 7.0km/L는 찬사를 보낼 만하다, 조용히.

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성능. 괜찮은 도로를 만나 액셀을 바닥까지 밟기 이전의 과정도 놀랍다. 심지어 4,000rpm에도 액셀반응은 폭발적. 운전모드(스트라다/Strada, 스포트/Sport와 코르사/Corsa) 변환은 기어속도를 바꿨을 뿐 아니라 엔진 매핑을 상큼하게 갈았다. 람보에 따르면 기어변환속도는 가야르도 슈퍼레제라보다 40%나 빠르다. 지금까지 나온 자동변속기 중 최고속으로 꼽힌다.

듀얼클러치 시스템은 아니지만 기어비를 미리 선택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효과는 거의 같다. 하지만 실제로 변환속도와 유연성은 페라리 458 이탈리아 또는 맥라렌 MP4-12C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람보는 가능한 한 드라마틱한 감각을 살리려 노력했다. 코르사 모드에 들어가면 가속 때 등판에 충격이 왔고, 감속 때 엔진 회전이 폭발했다. 반드시 100%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기분이 내킬 때는 아주 좋았다.

그래서 V12 엔진의 700마력 힘이 뒤통수를 때릴 때 그런 기분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현존하는 가장 균형 잡힌 미드십 섀시를 통해 파워가 전달됐다. 매끈한 저속 승차감을 선사한 아벤타도르는 어느 속도에서든 상큼한 핸들링을 자랑했고, 어느 회전대에서도 맛깔스런 사운드를 토했다. 무엇보다도 예상과는 달리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싹한 스피드에도 매끈하고 보드랍고 세련됐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어느 람보와도 달랐다. 5,000rpm 이상으로 올라간 무르시엘라고가 움직일 때마다 오싹하고 막연히 혼란스러웠던 진동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아벤타도르는 훨씬 성숙한 성능을 자랑했다. 0→시속 100km 가속은 2.9초이고, 0→시속 161km 가속은 7초 이내.

하지만 크게 개선된 아벤타도르의 위치에도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허점이 있다. 이 차가 최신이라는 뜻에서 더욱 그렇다. 구형 무르시엘라고는 온갖 거친 모서리가 걸렸다. 엔진 진동, 타협에 그친 운전위치, 덜 떨어진 핸들링 밸런스와 흔들거리는 스티어링 컬럼이 그런 보기다. 그럼에도 무르시엘라고는 여전히 운전성에 환상적인 카리스마가 살아있다. 험로에서 빨리 달리려면 이따금 악마와 씨름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충돌사고 없이 여로의 끝에 도달하면 순수하고도 치열한 경험은 그 무엇에도 비길 데 없었다. 아벤타도르는 어느 모로나 무르시엘라고보다 훨씬 뛰어나고, 어느 도로에서나 한층 빠르다. 하지만 무르시엘라고만큼 눈길을 끌지 못한다. 아벤타도르의 스릴(혹은 공포라고 해야 할까?)은 그토록 극단적이 아니다. 운전경험을 오염시키지 전에 너무 잘 걸러냈기 때문일까? 바로 그 때문에 람보로서의 아벤타도르는 약간 괴기하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라. 이 차는 실로 탁월하다.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고, 앞으로 오랫동안 람보의 날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미녀의 얼굴에 난 사마귀가 매혹적일 경우도 있다. 사실 나는 떠나가는 무르시엘라고를 그리워할 것이다. 비록 그 차에 오를 때마다 기절할 만큼 겁이 났지만….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주행 영상 보러 가기

FACT FILE
LAMBORGHINI AVENTADOR

가격 £242,280(약 4억3천만원)
0→시속100km 가속 2.9초
최고시속 349.2km
연비 5.8km/L
CO₂ 배출량 398g/km
무게 1620kg

엔진 V12, 6498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네바퀴굴림
최고출력 700마력/8250rpm
최대토크 70.2kg·m/5550rpm
무게당 출력 432마력/톤
리터당 출력 108마력/L
압축비 11.8:1
변속기 7단 자동제어 수동

길이 4780mm
넓이 2030mm
높이 1136mm
휠베이스 2700mm
연료탱크 90L
주행가능거리 523km

앞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수평 코일스프링/댐퍼, 푸시로드,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더블위시본, 수평 코일스프링/댐퍼, 푸시로드, 안티롤바
브레이크 40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앞),
38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뒤)
휠(앞/뒤) 9J×19인치 / 12J×20인치
타이어(앞/뒤) 255/35 R19, 275/35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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