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 일본에서 큐브, bB와 맞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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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 일본에서 큐브, bB와 맞붙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5.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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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로에 등장한 기아 쏘울은 어느 곳에서나 높은 관심을 모았다. 닛산 큐브, 토요타 bB 등 대표적인 일본 박스카와 함께 달린 1박2일의 짧지만 치열했던 동행기


프롤로그
기아 쏘울은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컨셉트와 스타일을 지닌 차이기에 국내에서는 경쟁모델을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 쏘울의 경쟁차를 찾아보면, 대표적인 박스카 모델로 손꼽히는 닛산 큐브와 토요타 bB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박스카들은 아직 국내에 공식 수입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쏘울이 직접 박스카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이들과 한번 겨루어 보는 것은 어떨까? 동시에 일본 현지인들의 쏘울에 대한 반응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기획에 따라 쏘울 동호회 회원 2명과 4명의 취재팀 등 총 6명의 쏘울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기아 쏘울 2대와 취재팀을 태운 부관페리호는 부산항을 출발, 밤새 현해탄을 건넜다. 파고가 높지는 않아 다행히 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시모노세키항을 바라보며 정박해 있다. 배는 바다가 아닌 산등성이 너머에서 떠올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야트막한 산들을 낀 내륙이 해안선을 빙 둘러 감싸고 있는, 항구에 최적한 지형이다. 낯선 이국의 풍광이 차갑고도 평온해 보인다. 한참을 기다린 페리호는 세관의 업무가 시작된 뒤에서야 항구에 닻을 내렸다.

스타일
통관절차를 마친 일행은 쏘울 2대에 나뉘어 타고 시모노세키역 인근의 렌터카회사를 찾아 나섰다. 일본 렌터카의 특징은 메이커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것. 우선 닛산 렌터카를 찾았는데 토요타는 바로 길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닛산 큐브와 토요타 bB를 인도받아 쏘울과 함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규슈 지방의 거리와 도로에서 만나는 차들은 경차나 소형차 정도 크기의 차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고 경차나 경상용차 등 크기에 상관없이 박스카 스타일이 많았다. 대형 세단이나 특히 외제차는 아주 가끔씩 눈에 띌 뿐이었다. 그런 도로의 풍경 속으로 큐브 그리고 bB와 함께 달리는 쏘울은 어쩐지 잘 어울렸다. 일본차는 우리와 반대로 오른쪽 핸들이고 교통 시스템도 그에 맞춰져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 처음에는 깜박이를 켠다는 게 와이퍼를 만지는 등 헷갈리기도 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기아 쏘울의 차체 크기는 길이×너비×높이가 4150×1785×1660mm. 닛산 큐브의 경우 3890×1695×1650mm, 토요타 bB는 3795×1690×1635mm이다. 전체적으로 쏘울이 가장 크고 큐브가 그 다음, 그리고 bB 순이다. 너비와 높이보다는 길이에서 쏘울이 상당한 차이로 큰 편이다. 그런데 휠베이스를 보면 쏘울이 2,550mm인데, 큐브가 2,530mm, bB가 2,540mm로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일본차들이 앞뒤 오버행을 극도로 짧게 해 휠베이스를 늘렸기 때문이다. 작은 차체에서 실내공간을 최대한 키우기 위한 방법이다.

디자인에서 쏘울은 보닛 볼륨과 에어댐이 강조되어 남성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선의 처리로 전체적으로 보면 약간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스탠스가 넓고 공고해 안정감을 주는 것이 포인트. 쏘울은 크로스오버 개념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지만 헤드램프나 리어 램프, 프런트 그릴과 안개등 등 기본적인 부분은 전통적인 디테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닛산 큐브는 그 이름처럼, 주사위 모양의 정육면체를 그대로 디자인한 것 같은 보디 스타일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한때 가수 이효리가 탔다고 해서 ‘효리차’로 화제를 모았다. 1998년 처음 선보인 이후 3세대가 되는 현행 모델은 앞뒤의 모퉁이를 둥글게 처리했지만 기존 이미지를 바꾸지는 않았다. ‘선글라스를 쓴 불독’을 모티브로 했다는 프런트 마스크는 가만히 보면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리어 부분의 조형에서도 볼륨감이 커졌지만 개성은 희미해진 느낌. 일부 마니아층을 거느린 이전 세대의 강렬한 개성에 비해서는 다소 평범해진 인상이다. 차체 길이를 160mm 늘이고 휠베이스를 100mm 늘이는 등 보디사이즈를 키운 것은 유럽과 미국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서이다. 엔진도 이전 세대와 같은데 1.5L 유닛 하나만으로, 무단변속기(CVT)와 매칭된다.

토요타 bB는 비츠의 파생 모델로 2000년 데뷔했고, 현행 모델은 파소(passo)를 베이스로 2005년 발매된 2세대 모델이다. 파소처럼 토요타의 자회사인 다이하쓰에서 개발을 담당했으며 다이하쓰에서 생산되는 쿠(COO)라는 모델이 bB의 형제차다. bB는 박스카치고는 왠지 귀엽거나 스포티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프런트 마스크는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표정을 읽기 어렵다. 사무라이의 투구를 연상시킨다고 할까. 뒤로 갈수록 가파르게 높아지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다소 거친 인상을 준다. 사이즈가 작은 리어 램프의 너무 낮은 위치도 이해하기 어렵다. 시승차가 검정색이어서 더 딱딱한 분위기랄까. 어떤 자동차에서 이렇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차도 드물다.

bB의 개발 컨셉트는 자동차형 뮤직 플레이어. 그래서인지 실내는 개방감을 억제한 분위기인데, 사운드 레벨에 따라 스피커 둘레의 링이 점멸하는 것이 인테리어의 포인트. 대시 패널 위의 에어컨 송풍구 옆으로 작은 원형 스피커를 배치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그렇다고 해도 인테리어 디자인이 음악적인 분위기가 날만큼 무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테리어
쏘울은 익숙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사용이 편리하다. 넓은 시야와 더불어 표준적인 운전자세가 누구에게나 다루기 쉬운 차라는 인상을 준다. 독립적인 원형 계기판의 스포티함, 그리고 운전자 중심의 입체감 있는 센터페시아 역시 쏘울의 장점. 수납공간도 다양하다. 두 개의 컵홀더, 기어 레버 앞의 수납공간과 센터페시아 상단의 트레이를 비롯해 암레스트형 센터콘솔을 갖춘 것은 세 대의 비교차종 중 쏘울이 유일하다.

닛산 큐브의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두 개의 원형을 이은 계기판에서 프런트 마스크의 이미지가 묻어난다. 센터페시아는 밋밋하리만치 심플하고 내비게이션은 액자처럼 대시패널에 짜 맞춰져 있다. 앞좌석은 따로 콘솔박스가 없고 벤치시트 타입이지만 가운데 누가 앉을 수 있는 구성은 아니다. 가운데 부분에는 커다란 열쇠구멍 모양의 수납공간이 있다. 그런데 컵홀더로 쓸 만큼 깊지는 않아 휴대전화나 자잘한 소품들을 두기 알맞다. 컵홀더는 계기판 오른쪽에 따로 운전자 전용으로 마련되어 있다. 시승차처럼 선루프가 없는 지붕은 파문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컵홀더 바닥이라든지 여러 곳에 이 파문 모양의 디자인이 쓰이고 있다.

bB의 운전석에 처음 앉으면 순간 당황하게 되는데 핸들만 있고 계기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계기판은 보통 보조적인 수단으로 쓰이는 센터 크러스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계기는 옛날 차에 주로 쓰이던 옆으로 긴 반원형 타입이지만 보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그 아래 센터페시아 역시 기본적인 구성인데 조금은 오래된 분위기다. 낡은 라디오 카세트 이미지가 떠오른다. 외관에서도 그렇지만 박스카다운 경쾌함은 없다. 암 레스트를 들어 올리면 벤치식이 되는 프런트 시트는 자세를 잡아주는 느낌은 약하다. 높은 천장으로 뒷좌석 공간감은 의외로 크다.

성능
후쿠오카를 거쳐 숙소로 잡아둔 유후인까지 가는 거리는 200km 남짓 되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내 도로를 감안한 시간 계산은 오산이었다. 일본의 도로가 좁은데다 대부분 저속운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서는 조명도 드물었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했다. 차선도 반대방향인 낯선 도로를 쏘울은 꿋꿋하게 잘 달렸다. 1.6L 124마력 엔진은 어느 영역에서나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bB는 1.3과 1.5 엔진 두 가지가 있는데 시승차는 1.5L 109마력에 자동 4단 기어를 매칭. CVT만 있는 큐브와 달리 bB는 수동과 자동기어, 그리고 CVT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역시 큐브와 마찬가지로 앞바퀴굴림(FF)을 기본으로 네바퀴굴림(4WD)을 선택할 수 있다. 외관에서 주는 이미지만큼 승차감은 그리 딱딱
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박스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함이나 매끄러움도 없다. 오버행이 무척 짧고 휠베이스를 길게 늘인 자세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회전반경이 짧아 좁은 길을 돌아나가기에는 좋다. 평지에서의 달리기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지만 오르막이나 추월가속에서는 다소 힘이 부쳤다. 시속 60~80km 정도의 스피드에서는 꾸준한 승차감으로, 거친 노면에서도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고속으로 접어들면 꾸준함이 부족하고, 스피드를 올리는 것에 따라 피칭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차선을 급하게 바꾸는 레인 체인지 때의 롤링도 비교적 큰 편. 전반적으로 정속주행 때는 무난하지만 가속이나 스포티한 운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타입이다.

큐브는 외모와 달리 발진에서부터 의외로 빠르고 강력한 응답성을 보여준다. 배기음도 제법 스포티해 달리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렇지만 노면에서의 반응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깊은 산의 와인딩로드를 달릴 때 큐브의 핸들링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파워는 다소 부족했다. 쏘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bB보다는 앞선 성능이다. 승차감은 소프트한 느낌이지만 출렁이는 정도는 아니다. 짐칸은 bB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은 짐을 실을 수는 없지만 옆으로 열리는 도어가 특징으로 편리하다.

에필로그
기아 쏘울, 닛산 큐브, 토요타 bB의 박스카 대결은 흥미로웠다. 일본 현지에서 1박2일 동안의 동행은 시간이 빠듯했던 만큼 치열했다. 쏘울은 박스카라고 하지만 크로스오버의 개념이 강해 실용성과 공간성, 운전성 등에서 모두 우위를 나타냈다. 큐브는 독특한 외모와 인테리어, 옆으로 여는 뒤 도어 등 개성이 분명했다. bB는 사실 스타일이나 실내에서 독창적인 요소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왠지 오래된 차의 느낌을 주었다. 달리기 성능에서도 마찬가지로 세 차 중 가장 뒤쳐졌다.

결과적으로 일본 박스카와 현지 비교한 쏘울의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현재 쏘울이 지닌 다양한 장비들(버튼시동 스마트키,하이패스 기능, 전방주차 보조 시스템,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은 확실히 우위에 선다. 다만 일본에서의 기준에서 보면, 일본 박스카에 비해 너무 커보이는 덩치가 핸디캡이 될지는 모른다. 아무튼 닛산 큐브가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재미있는 경쟁이 될 것 같다. 모든 경쟁을 통한 이득은 소비자의 몫이므로.

글ㆍ최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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