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울은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컨셉트와 스타일을 지닌 차이기에 국내에서는 경쟁모델을 찾기 어렵다. 해외에서 쏘울의 경쟁차를 찾아보면, 대표적인 박스카 모델로 손꼽히는 닛산 큐브와 토요타 bB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박스카들은 아직 국내에 공식 수입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쏘울이 직접 박스카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이들과 한번 겨루어 보는 것은 어떨까? 동시에 일본 현지인들의 쏘울에 대한 반응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기획에 따라 쏘울 동호회 회원 2명과 4명의 취재팀 등 총 6명의 쏘울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기아 쏘울 2대와 취재팀을 태운 부관페리호는 부산항을 출발, 밤새 현해탄을 건넜다. 파고가 높지는 않아 다행히 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새벽에 눈을 떠보니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시모노세키항을 바라보며 정박해 있다. 배는 바다가 아닌 산등성이 너머에서 떠올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야트막한 산들을 낀 내륙이 해안선을 빙 둘러 감싸고 있는, 항구에 최적한 지형이다. 낯선 이국의 풍광이 차갑고도 평온해 보인다. 한참을 기다린 페리호는 세관의 업무가 시작된 뒤에서야 항구에 닻을 내렸다.
통관절차를 마친 일행은 쏘울 2대에 나뉘어 타고 시모노세키역 인근의 렌터카회사를 찾아 나섰다. 일본 렌터카의 특징은 메이커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것. 우선 닛산 렌터카를 찾았는데 토요타는 바로 길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닛산 큐브와 토요타 bB를 인도받아 쏘울과 함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규슈 지방의 거리와 도로에서 만나는 차들은 경차나 소형차 정도 크기의 차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고 경차나 경상용차 등 크기에 상관없이 박스카 스타일이 많았다. 대형 세단이나 특히 외제차는 아주 가끔씩 눈에 띌 뿐이었다. 그런 도로의 풍경 속으로 큐브 그리고 bB와 함께 달리는 쏘울은 어쩐지 잘 어울렸다. 일본차는 우리와 반대로 오른쪽 핸들이고 교통 시스템도 그에 맞춰져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 처음에는 깜박이를 켠다는 게 와이퍼를 만지는 등 헷갈리기도 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디자인에서 쏘울은 보닛 볼륨과 에어댐이 강조되어 남성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선의 처리로 전체적으로 보면 약간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스탠스가 넓고 공고해 안정감을 주는 것이 포인트. 쏘울은 크로스오버 개념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지만 헤드램프나 리어 램프, 프런트 그릴과 안개등 등 기본적인 부분은 전통적인 디테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bB의 개발 컨셉트는 자동차형 뮤직 플레이어. 그래서인지 실내는 개방감을 억제한 분위기인데, 사운드 레벨에 따라 스피커 둘레의 링이 점멸하는 것이 인테리어의 포인트. 대시 패널 위의 에어컨 송풍구 옆으로 작은 원형 스피커를 배치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그렇다고 해도 인테리어 디자인이 음악적인 분위기가 날만큼 무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쏘울은 익숙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로 사용이 편리하다. 넓은 시야와 더불어 표준적인 운전자세가 누구에게나 다루기 쉬운 차라는 인상을 준다. 독립적인 원형 계기판의 스포티함, 그리고 운전자 중심의 입체감 있는 센터페시아 역시 쏘울의 장점. 수납공간도 다양하다. 두 개의 컵홀더, 기어 레버 앞의 수납공간과 센터페시아 상단의 트레이를 비롯해 암레스트형 센터콘솔을 갖춘 것은 세 대의 비교차종 중 쏘울이 유일하다.
성능
후쿠오카를 거쳐 숙소로 잡아둔 유후인까지 가는 거리는 200km 남짓 되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내 도로를 감안한 시간 계산은 오산이었다. 일본의 도로가 좁은데다 대부분 저속운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도심을 벗어난 외곽에서는 조명도 드물었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했다. 차선도 반대방향인 낯선 도로를 쏘울은 꿋꿋하게 잘 달렸다. 1.6L 124마력 엔진은 어느 영역에서나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박스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함이나 매끄러움도 없다. 오버행이 무척 짧고 휠베이스를 길게 늘인 자세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회전반경이 짧아 좁은 길을 돌아나가기에는 좋다. 평지에서의 달리기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지만 오르막이나 추월가속에서는 다소 힘이 부쳤다. 시속 60~80km 정도의 스피드에서는 꾸준한 승차감으로, 거친 노면에서도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고속으로 접어들면 꾸준함이 부족하고, 스피드를 올리는 것에 따라 피칭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차선을 급하게 바꾸는 레인 체인지 때의 롤링도 비교적 큰 편. 전반적으로 정속주행 때는 무난하지만 가속이나 스포티한 운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타입이다.
기아 쏘울, 닛산 큐브, 토요타 bB의 박스카 대결은 흥미로웠다. 일본 현지에서 1박2일 동안의 동행은 시간이 빠듯했던 만큼 치열했다. 쏘울은 박스카라고 하지만 크로스오버의 개념이 강해 실용성과 공간성, 운전성 등에서 모두 우위를 나타냈다. 큐브는 독특한 외모와 인테리어, 옆으로 여는 뒤 도어 등 개성이 분명했다. bB는 사실 스타일이나 실내에서 독창적인 요소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왠지 오래된 차의 느낌을 주었다. 달리기 성능에서도 마찬가지로 세 차 중 가장 뒤쳐졌다.
결과적으로 일본 박스카와 현지 비교한 쏘울의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현재 쏘울이 지닌 다양한 장비들(버튼시동 스마트키,하이패스 기능, 전방주차 보조 시스템,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은 확실히 우위에 선다. 다만 일본에서의 기준에서 보면, 일본 박스카에 비해 너무 커보이는 덩치가 핸디캡이 될지는 모른다. 아무튼 닛산 큐브가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재미있는 경쟁이 될 것 같다. 모든 경쟁을 통한 이득은 소비자의 몫이므로.
글ㆍ최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