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650i vs Rivals, 럭셔리 카브리올레 4색 대결
상태바
BMW 650i vs Rivals, 럭셔리 카브리올레 4색 대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9.02 0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MW 신형 650i 컨버터블은 스포츠카와 럭셔리 GT를 아울러야 한다. 최대 강적 3대와 맞붙은 결과는?

오늘 비교시승 대상은 준수한 력셔리카. 그들은 스포츠성과 드라마를 동시에 발휘해 승객을 편안하게 모실 그랜드 투어러. 물론 각기 도달한 수준은 서로 다르다. 세련되고 풍성한 실내와 장비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실내가 아주 넉넉한 리무진이 아니다. 엔진은 V8이고 유쾌한 크루징을 위해 설계한 8만 파운드(약 1억4천만원)짜리 컨버터블이다. 상쾌한 봄날의 달콤한 기운을 마음껏 빨아들일 수 있게 설계됐다. 하지만 이런 컨버터블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그 원형이 럭셔리여서 접이식 루프를 달기 위해 타협해야 한다. 때문에 이런 차가 제공해야 할 럭셔리와 오락적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이번 1,200km 비교시승의 계기가 된 새 차는 BMW의 신형 6시리즈 컨버터블. 최고 버전인 408마력 7만4천 파운드(약 1억3천100만원)짜리 650i SE 모델이 3대 라이벌과 만났다. 뛰어난 재능에 인기 있는 영국 태생 재규어 XK 5.0 포트폴리오, 이들 중 가장 오래되었고 곧 후속 모델이 나올 벤츠 SL500과 깔끔한 정장에 멋쟁이 이탈리아 귀족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가 출전했다.

주말용 드림카 4대가 마음껏 맛봐주기를 기다리며 줄지어 섰다. 이들은 8.8km/L 이하의 연비와 제한된 실용성을 보상하고도 남을 자랑거리를 보여줘야 한다. 절대적인 정속 주행에서 유연하고 스릴 넘치는 성능과 정확하고 흐뭇한 핸들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해가 나자 루프를 내렸고 앞길은 탁 트였다. 이럴 때 타협 없는 완전한 차라야 한다.

태양을 찾는 사람들
고속도로 M4를 따라 서쪽으로 달려갈 때 러시아워의 교통체증이 늘었다 줄었다를 되풀이했다.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는 따뜻한 햇빛에 몸을 잠그고 캔버스 루프를 접었다. 일상을 넘어서는 아침 길의 향취가 피어올랐다. 여러모로 이 마세라티는 비교시승을 시작해야 할 분명한 차였다. 눈부신 스타일과 폭발적인 배기음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약속해주기 때문이었다. 알파로메오 8C와 아주 가까운 439마력 V8을 얹어 성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가격이 9만8천200파운드(약 1억7천400만원)로 두 번째 비싼 차보다 자그마치 1만6천 파운드(약 2천800만원)나 비싼 차. 따라서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런 비싼 값이면 틀림없이 아주 특별한 차를 살 수 있다. 마세라티의 트레이드마크인 푸른 가죽이 실내를 거의 덮었다. 현란한 스타일, 장인의 솜씨와 고품질 이탈리아 가구의 주문형 감각이 물씬했다. 이 차안에 앉으면 어디에 돈이 들어갔는지 금방 보고 느낄 수 있다. 운전위치는 좋고, 뒷좌석은 넓어 보인다. 풍요로운 분위기가 무엇보다 즐겁다.

V8 엔진의 거침없는 폭음이 그란카브리오의 첫인상을 압도했다. 너무나 현란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쪽 기어 패들을 건드려 자동차 전용도로로 달려 나갔다. 처음부터 마세라티 성능의 청각적 효과는 실로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성능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4,000rpm 이하에서 그란카브리오는 덩치 탓만으로도 약간 느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디 컨트롤도 눈부시지 않았다. 심지어 스포트 모드에서마저 볼로냐산 안락의자는 아무리 몰아붙여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날 아침 루프를 내리고 달릴 때 해가 바로 등 뒤에서 비쳤다. 그러자 그란카브리오의 높은 머리 받침이 운전석 앞 대시보드에 그림자를 던졌다. 그때 차체 전반부와는 무관한 머리받침의 미세한 떨림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10만 파운드에 가까운 컨버터블로는 그보다 뛰어난 구조강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한결같은 좌석이 깊은 인상을 주는 차가 있다. 우리가 다음으로 갈아탈 8만1천655파운드(약 1억4천500만원)짜리 라이벌. 치벌리 휴게소에서 멈춘 뒤 갈아탄 벤츠 SL500이 바로 그 차였다. 이 세련된 베테랑은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시장에 나왔다. 이탈리아의 마세라티는 다양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와는 달리 벤츠는 고속 슈퍼미니 옆에 세워뒀다면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SL500은 고함을 지르지 않았고, 오히려 안에 숨겨진 위대함을 속삭일 뿐이었다.


다시 M4로 돌아오자 그 위력을 완전히 맛보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W210 E클래스 부품상자의 스위치기어 너머를 바라보자. 그러면 이 차는 너무나 세련되어 날마다 800km를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SL 서스펜션은 완벽하게 조율됐다. 따라서 거의 소리 없이 나긋한 승차감을 누릴 수 있었다. 이전의 경험에 비춰 BMW의 완전신형 6시리즈도 맞설 수 없는 경지다. 보디는 전혀 떨리지 않았다. 5.4L V8은 시승 그룹 중 최대라 할 수 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소음을 잘 격리시켰다. 고회전대에 들어가면 소리가 들리지만, 소음 진동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사실 곳곳에 세월의 자취를 보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SL이 S클래스 리무진의 향취를 짙게 풍기는 사실이 놀랍다. 다만 2인승에 초대형 선루프를 달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뛰어난 안락성과 방음처리를 한 인상적인 노장이 훨씬 빡빡하고 까다로운 도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금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페인턴 해변이 미인대회의 장소로 가장 어울렸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4대 라이벌을 살펴볼 때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무는 차는 한 대밖에 없었다. “난 연회색을 고르겠다”는 거의 공통된 판결이었다. 하지만 배지를 보지 않고 그란카브리오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세라티는 대다수에게 당장 매력을 발휘했고, 남은 3대 라이벌에 비해 거의 2배에 이르는 인기를 누렸다. 선망의 눈길을 중시한다면 그란카브리야말로 눈요기감의 결정판. 재규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영광의 눈길을 받았다. 그러나 BMW와 벤츠는 완전히 무시되고 말았다.


실용성 경쟁
에스무어의 환상적인 드라이빙 코스로 가기 전에 실용성을 비교할 기회가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서 꼴찌는 라이벌 중 덩치가 가장 큰 마세라티. 용량 173L 트렁크는 작았고, BMW와 벤츠에 비해 절반을 밑돌았다. 뒷좌석은 커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가 앉으면 시트의 앞뒤가 짧고, BMW와 다를 바 없었다.

실용성의 3위는 SL500에 돌아갔다. 이따금 들어가 앉을 뒷좌석이 없기 때문이었다. XK는 한 쌍의 어린이용 뒷좌석 덕분에 벤츠를 꺾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작아 보이는 트렁크지만 바닥 밑에 상당한 짐칸이 있다. 650i는 350L 트렁크와 보통 어른도 앉을 쓸모 있는 뒷좌석을 갖춰 실용성 경쟁에서 성큼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토베이를 떠나 엑스무어를 달려가며 BMW 안에서 본격적인 드라이브 경쟁을 그려봤다.

크기 경쟁
크다. 신형 BMW에 들어앉아 사방을 둘러볼 때의 느낌이었다. 외형이 다른 라이벌보다 한 사이즈 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실내의 넓이, 운전석 뒷공간, 그리고 바람을 피해 스티어링 뒤에 나직하고 아늑하게 앉을 수 있는 위치가 놀라웠다. 하지만 이런 공간을 갖추고도 한층 뛰어난 실내를 마련하지 못해 아쉬웠다. 다른 경우라면 대시보드는 최신 BMW 디자인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는 말이 비판으로 들릴 수 없다. 찻값 3만 파운드(약 5천300만원) BMW 세단의 중역형 실내에 잘 어울리는 수준이기 때문.


하지만 7만5천 파운드(약 1억3천300만원)의 컨버터블에 들어온 BMW의 무광택 레버 버튼, 단색 다이얼과 손잡이는 약간 평범해 보인다. 이만큼 비싼 차라면 디자인은 놀랍고 즐거워야 한다. 650i는 약간 덤덤하고 잊기 쉬운 외형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윤택한 소재가 부족하다.

하지만 650i는 빨랐다. 울타리가 바싹 다가서고, A38을 벗어나 엑스무어의 기복이 심한 꼬부랑 뒷길로 들어섰을 때 벤츠와 마세라티를 깨끗이 따돌렸다. BMW 엔진은 걸작. 겨우 1,750rpm에 61.1kg·m의 토크를 뿜어냈다. 게다가 8단 변속기는 매끈한 달리기를 뒷받침했다.

650i의 다이내믹 드라이브(DD) 4개 모드를 적절히 고르면 고속 크로스컨트리 드라이브에도 보디 컨트롤을 단단히 지킬 수 있었다. 따라서 그립도 뛰어났다. 하지만 직선 코스에서는 그만큼 빠르지 않았다. 코너 진입이나 방향전환 때 BMW의 질량감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불가능했다. 스포트(Sport) 또는 컴포트(Comfort) 모드에도 마찬가지. 전자+유압 파워 스티어링은 결코 무겁거나 무기력하지 않았고, 섀시 밸런스는 뻔질나게 언더스티어에 멍들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쇠약해 보이는 재규어 XK로 갈아탈 때가 왔다. 이미 보기보다 훨씬 실용적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게다가 동료 시승자들은 세련된 크루저라고도 했다. 운전위치는 650i보다 약간 높아 보였고, 실내는 이미 답답하다고 할 만큼 친숙했다. 수많은 재규어 실내처럼 곳곳에 반짝임이 있었지만, 쏟아부은 비용에 걸맞은 단단한 소재 감각이 없었다. 터치스크린 내비는 나이가 들었고, BMW의 기본형 10.2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본 뒤라 약간 초라했다.

그런 것들이 사실상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재규어를 코너로 몰아넣자 사정은 달라졌다. 힘들이지 않고 거침없이 입구에서 정점으로 달려갔다. BMW의 끈끈한 스티어링을 겪은 뒤라 처음 몇 코너에서는 조향력이 지나쳤다. 조금 지나자 라이벌들보다 한 차원 높은 XK의 반응이 드러났다. 도로에서 즉각 본능적으로 방향을 잡으면 그대로 따랐다. 거의 힘이 들지 않았다. 마세라티와는 달리 재규어는 구조면에서 전혀 타협하지 않았다.


루프를 내리면 바퀴 아래서 부러지는 잔가지 소리와 황혼에 둥지를 찾아든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더구나 보디가 떨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벤츠와는 달리 진정한 욕망의 산물이었다. 한층 원숙하게 스포츠카와 세련된 투어러를 아울렀다. 게다가 BMW와 달리 능동적인 섀시 기술로 속이거나 골리지 않았다. 그냥 역동적 재능을 발과 손가락 끝에 대령했다. 그마저 상당했다.

그날 하루를 마감하며 엑스무어에서 집까지의 400km에서 4대 중 집으로 몰고 가고 싶은 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마음을 푸근하게 달래주는 모델은 SL이고 일상용은 BMW였다. 어느 쪽을 고르든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웃에게 자랑하려면 마세라티가 제격이다. 그러면 XK가 남는다. 어떤 날씨나 어떤 경우에도 고를 수 있고, 달리는 길을 굽이굽이 즐길 수 있다.

글 · 맷 선더스(Matt Saunder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