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라이프가드, 대지뢰방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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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라이프가드, 대지뢰방어차
  • 알 스탠리
  • 승인 2014.05.1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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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바퀴 달린 거물은 아마추어의 눈에 살상무기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일차적 존재이유는 목숨을 빼앗는 게 아니고 목숨을 보호하는 데 있다. 군사용어로 MRAP. 지뢰방어 기습 보호 차량(mine-resistant, ambush-protected vehicle)이다. 지뢰와 같은 폭발유도형 무기와 함께 탄도탄을 억제하고 악명 높은 급조폭발물(IED)을 방어하도록 설계된 차량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연합군을 살상하는 최대 무기가 IED.
그보다 오래된 방호순찰차, 가령 영국 육군의 경장갑차 스내치 랜드로버가 있다. 원래 1990년대 초 북아일랜드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군용차. 미 육군의 험비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널리 퍼진 IED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단시간에 새로운 차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군만도 2007~2013년에 27,000대의 MRAP를 갖췄다. 아울러 영국 육군도 현재 다양한 장갑무장을 하고 있다. 길이 8m, 무게 23.5톤의 마스티프 6×6과 그보다 뒤에 나오고 덩치는 작은 폭스하운드 4×4가 그 안에 들었다.

우리는 지금 런던 남서 54km 지점의 판버러에 나왔다. 국제장갑차 전시회에서 최신형 MRAP를 관람하고 타보기로 했다. 한데 어째서 덩치가 이렇게 클까? 그냥 탱크를 쓰면 될 게 아닌가? “IED가 나온 것은 이미 수십 년이 됐다” 행사 조직위 디펜스 IQ의 앤드류 엘웰의 설명.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반군이 사용하는 장치는 이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군 당국은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했다. 여기에는 보디가 V형(1970년대 남아프리카 육군이 개발한)인 차량도 들어왔다. 폭발력을 분산하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차의 높이를 더 키워야 했다. 무한궤도가 달린 차를 V형으로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다. 군사작전이 도시와 불규칙한 환경으로 확산됨에 따라 무한궤도보다는 바퀴가 훨씬 기동력이 앞섰다. 게다가 민간인들에게 덜 위협적이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MRAP가 사상자를 줄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전시장에서 호주군 준장 빌 스노이를 만났다. 그는 호주 육군의 부시마스터 6×6을 소개했다. ‘보디가 부드러운’ 메르세데스-벤츠 G320 CDI 6×6의 변형은 사상자 하나 없이 80회의 공격을 견뎌냈다. 한편 영국군의 마스티프는 인명 손상 없이 330회의 공격을 막아냈다. 다만 지난해 4월 사상자가 났을 뿐이었다

MRAP의 안전성이 개선된 데는 장갑에 사용된 소재가 한몫을 하고 있다. 총포탄을 막기 위해 여전히 강철이 쓰이고 있다. 한데 복합소재가 폭발력 흡수에 더 유리하고 아주 가볍다. 그런 소재에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절단방지 장갑과 낚싯줄을 비롯해 다양하게 쓰인다), 아라미드 파이버와 훨씬 잘 알려진 글라스파이버 강화 플라스틱 등이 있다.

그리고 아직도 대다수 MRAP는 거대한 입방체, 토크 폭발형 트럭 6기통 터보디젤 엔진을 쓰고 있다. 한데 다른 부품들은 점차 한층 정교해진다. 전자제어식 자동박스와 디퍼렌셜, 점차 늘어나는 독립형 서스펜션과 심지어 에어스프링을 받아들인다. 이런 변화를 거쳐 현대식 MRAP는 무게를 줄일 뿐 아니라 험악한 지형을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새로 발견된 페이스와 민첩성을 유니버설 엔지니어링의 레인저 8×8과 스트라이트 타이픈 4×4(왼쪽 박스기사 참조)으로 직접 체험했다. 우리와 함께 타이픈을 몰아본 전직 미국 해병이 놀랐다. 10년 전 자신이 대등한 차를 몰고 험지를 달렸을 때보다 너무나 빨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현상은 모터스포츠와도 비교될 수 있다.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 리카도는 랜드로버 스내치 2와 마스티프를 만들었다. 그리고 F1 기술을 빌려온 복합소재 실내의 신형 폭스하운드를 공동 개발했다. 아울러 리카도는 F1, WRC와 르망을 비롯한 WEC에 관여했다. 그리고 르노 메간 RS 225와 부가티 베이론 제작도 거들었고, 맥라렌 로드카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연합군이 철수함에 따라 미국 MRAP 일부는 폐차 처분된다. 한편 남은 차는 연합국에 팔거나 미국 경찰에 넘겨주게 된다. 실제로 MRAP의 ‘경찰용’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경찰이 국경경비·국가안보와 관련된 임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수요는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영국 폭동처럼 폭력적인 국내 불안으로 인해 시가지 작전용 경 장갑차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글: 알 스탠리 (Al Stan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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