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엘리스와 라이벌들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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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엘리스와 라이벌들의 대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6.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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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엘리스는 지극히 충만한 드라이버즈카. 그런데 지금 당장 3만 파운드(5천400만원)를 쓰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차가 있다고?

우리 <오토카>의 특별한 도로시승에 아주 특별한 모델이 등장했다. 거기서 경제적인 스포츠카 시장에 대지진이 일어날징후가 드러났다. 2010 로터스 엘리스를 평가하면서 내린 결론. 지금까지 엘리스는 영국 최고의 스포츠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최신·최저가 엘리스가 너무 비싸고 파워 미달인데다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이 <오토카> 내부에서 받아들여지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996년 출시 이후 이 꼬마 로드스터는 신차 시장에서 동급 정상을 완벽하게 틀어쥐고 있었다. 이전에 나온 모든 엘리스는 매혹적인 핸들링에 힘입어 도로시승에서 예상을 넘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실시한 최신형 엘리스 시승결과는 달랐다. 이제 로터스의 최신 소형 로드스터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적 스릴을 즐기려는 고객들에게 제일 가까운 로터스 딜러로 가라고 등을 떠미는 건 옳지 않다. 새로운 엘리스의 허술한 실내 품질, 세련미와 성능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특히 가격이 2만7천295파운드(약 4천890만원)로 한층 강력하고 실용적이며 성숙한 모델과 정면 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퍼크의 시골길에서 최신 엘리스가 찻값을 하고 있는가를 밝혀내기로 했다.

134마력 1.6L 엘리스와 함께 323마력 닛산 370Z와 261마력 폭스바겐 시로코 R이 대항마로 출전했다. 둘 다 옵션을 갖춘 로터스보다는 싸게 살수 있다. 아울러 승차감을 비교하기 위해 159마력 2만2천145파운드(약 3천970만원)짜리 마쓰다 MX-5 RC 2.0L 스포트 테크를 끌어냈다. 이 신형 로터스가 2배 이상의 파워를 내뿜는 동일 가격대의 고성능차를 꺾을 수 있을까? 혹은 훨씬 단순하고 소박한 2만8천파운드(약 5천10만원)대 로드스터와 맞설 천적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도 영국은 3만 파운드(약 5천370만원)이하의 세계 최고 드라이버즈카를 만들고 있을까?

홈 어드밴티지
영국 노포크주 이스트 앵글리아의 꼬부랑 시골길은 조용하지만 비가 잦다. 때문에 우리 비교시승에는 아주 좋은 무대였다. 적어도 이 시승의 주역 엘리스는 바로 이 루트에서 개발 작업을 거듭했었다. 이 구간은 구덩이와 돌출부, 높은 울타리가 막고 있는 전방불명의 코너로 짧은 직선도로와 진흙탕 노면이 아주 절묘하게 뒤엉켜있다. 차체가 컴팩트하고 안정되고 조종력이 높지 않으면 소화하기란 무척 어렵다. 따라서 반응과 댐핑이 뛰어나고 어느 순간이든 얼마만한 그립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로터스 엘리스가 아닌 다른 차는 영 가망이 없어 보였다.

로터스에 따르면 엘리스의 섀시는 완벽의 경지에 도달했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세계의 선두를 달리는 로터스 섀시 튜너들은 2010년형을 세계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집중했다. 토인, 캠버각, 부싱과 댐퍼 반동 등 구석구석까지 손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기존의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는 없었다.

오늘날까지 나온 모든 엘리스처럼 이 새 차도 조향성능에서 눈부시게 화려한 정확성을 자랑한다. 여전히 파워 스티어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앞 액슬에 지극히 작은 무게가 실릴 뿐이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고, 여윈 16인치 휠에 175 타이어를 신고도 잘 달린다. 따라서 코너에 들어가 30도 이상 스티어링을 꺾어야 비로소 무게와 싸우게 된다. 이때 세상의 어떤 양산 신차도 당할 수 없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손가락 끝으로 노면 그립과 캠버의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과도한 스티어링각과 앞타이어가 언더스티어에 들어가는 찰나를 직감한다. 게다가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즐겁고, 그립과 민첩성의 한계를 어김없이 알 수있다.

당연히 엘리스는 아주 민첩하다. 수많은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이 엘리스는 중·고속 코너링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중립라인을 따라간다. 액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시키는 대로 정점을 잘 감아 돌았다. 아무리 힘차게 몰아붙여도 결코 오싹한 오버스티어 슬라이드를 일으키지 않았다. 훨씬 넓어진 뒤 타이어와 오픈 디퍼렌셜 덕택.

한편 닛산 370Z는 18인치 휠에 ‘에디 스토바트’를 신었다면 엘리스에 뒤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엘리스는 섬세한 감각, 의사소통, 즉각적이고 일관된 반응과 흔들리지 않는 침착성으로 즐거움을 안긴다. 그에 비해 370Z는 진동하는 V6의 사운드로 오감을 압도한다. 고집 센 섀시는 요철을 깡그리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하나하나의 정확한 위치와 높낮이를 똑똑히 알려줬다. 핸들링 조절력과 요철 흡수력이 억센 그립과 보디 컨트롤 뒤로 밀린 스포츠카.

서킷이나 완벽하게 매끈하고 목가적인 산악도로에서 370Z는 훨씬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노포크의 농촌지대에서 어지러운 소발자국과 진창이 가라앉은 구덩이를 만나면 실망만 줄 뿐이었다. 넓고 매끈한 직선도로에서는 네 바퀴가 노면을 움켜잡았고 ESP 램프를 깜빡일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370Z는 정확하고도 빨랐다. 꼬부랑 요철 포장도로에서 불과 400m 구간에 100m를 앞섰던 엘리스를 다시 따라잡을 만큼 빨랐다. 한데 여전히 드라이버와 밀착된 차는 아니었다. 얼마쯤 달리자 그 모든 도로 소음과 엔진의 울부짖음마저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도로가 좁아지고 지형이 한층 복잡해지면 닛산은 본격적인 미국식 네바퀴굴림 머슬카를 닮아갔다.

다른 경우라면 이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지 모른다. 로터스에 비해 확실히 찻값보다 더 넉넉한 파워, 성능과 덩치를 갖췄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는 지나치게 투박한 도구. 따라서 4대 라이벌 중 가장 먼저 탈락했다.

먼 친척
로터스는 운전대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요한 장점이 드러났다. 그와는 달리 마쓰다 MX-5의 놀라운 자질을 알아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이들 두 모델은 아주 밀접한 인연이 있었다. 로터스의 오리지널 엘란이 나오지 않았다면, 마쓰다는 MX-5의 영감을 얻지 못했을 터이다. 그리고 오늘 엘란이 태어난 지 거의 반세기 뒤 엘리스가 로터스 라인업에서 엘란의 자리를 차지했다. 따라서 이 만남은 마치 오랫동안 잊혀졌던 사촌의 재회와도 같았다. 서로 직계 혈통은 아니지만.

마쓰다의 콕핏이 로터스보다 빡빡하다니 놀랍다. 일본 로드스터는 길이가 자그마치 200mm나 더 길다. 그럼에도 MX-5에 들어가면 머리가 천장에, 두 무릎은 트랜스미션 터널과 대시보드에 좀더 가깝다.

어느 모로 마쓰다는 도로에서 좀 더 컴팩트한 느낌을 줬다. 엘리스보다 회전반경이 작았고, 일단 공격에 들어가면 엘리스보다 급커브를 더 잘다뤘다. 폭이 더 넓은 앞타이어와 제한슬립 디퍼렌셜 덕택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로터스만큼 가볍고 민첩하거나 완벽한 균형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친밀한 조향감각과 경쾌하고 우아하고 침착한 핸들링도 따라가지 못했다. 사실 MX-5는 그처럼 정확한 도구가 아니었다. 따라서 엘리스는 그만한 웃돈을 받을 가치가 충분했다. 한층 우월하고 정밀하게 조율한 운전 기계가 분명했다. MX-5는 접이식 하드톱을 갖추고도 엘리스보다 세련미가 떨어졌다. 그러나 루프 작동만은 한결 쉬웠다.

마쓰다는 그냥 몰아붙이고 재미를 보는 단순하고 허세가 없는 차로 점수를 땄다. 컴팩트한 차체 밸런스는 꼬부랑 B도로에서 편안했다. 넉넉한 서스펜션 유격을 갖춰 제법 부드럽게 조율한 섀시가 여기서 말을 잘 들었다. 엘리스만큼 정확하게 코너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MX-5를 힘차게 코너로 몰아넣을 때 끝없는 재미를 볼 수 있었다. 강력 엔진은 요란하게 7,000rpm으로 치솟았다. 뒷바퀴굴림 섀시는 발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차는 세차게 마음 놓고 몰아붙일 수 있었다. 성능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낼 수 있었고, 찻값을 톡톡히 해냈다. 다만 로터스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선두에서 이끌다
지금까지는 ‘값비싸고 힘이 달리는’ 엘리스가 잘 해냈다. 323마력 V6을 자랑하는 370Z를 이 험악한 도로에서 쉽게 따돌렸다. 뿐만 아니라 영국 시골길에서 인정받은 소수에 끼는 MX-5를 멀리 따돌렸다. 적어도 일부나마 엘리스의 비싼 값을 해냈다. 한데 이제 한층 어려운 상대가 정면대결을 외치고 나섰다.

시로코 R은 출시 후 <오토카>에서 이토록 따뜻한 대접을 받는 적이 없었다. 우리가 포드 포커스 RS을 제치고 추천한 오직 하나밖에 없는 고속 앞바퀴굴림. 르노 메간느 250 컵을 앞서 추천하고 싶은 차다. 게다가 이번 요철이 심하고 전방시야가 나쁜 빗길에서 로터스와 맞먹는 역동적 완전성과 정교한 기교를 뽐냈다. 그에 못지않게 침착하고 안정됐고, 못지않게 정확하고 자신 있게 고속 범프를 타넘고 미끄러운 코너를 돌파했다. 운전의 스릴이 그토록 순수하지 않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어느 모로나 그만큼 유능했다. 게다가 직선코스 성능에서 시로코를 따를 라이벌이 없었다. 엘리스를 몰고 연속 코너를 따라갈 수는 있고, 상당한 수준까지 코너마다 대등한 속도를 낼 수는 있다. 그리고 기어를 정확히 잡고 로터스의 빈약한 토크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자. 그러나 듬직한 푸른 폭스바겐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문제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면 로터스가 답이다. 상당히 느리다는 사실을 알고, 실생활에서 그만큼 인상적이지 않고 가격은 좀 더 싸고 쓸모가 적기는 하다. 하지만 훨씬 풍부하고 직접적인 운전경험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영국은 시장에서 가장 살갑고 매력적인 3만 파운드(약 5천370만원) 이하의 순종 스포츠카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나온 증거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3만 파운드 이하의 최고 스포츠카는 포르투갈에서 나오는 독일제. 탁 까놓고 말해 시로코 R은 놀라운 성능과 안전·정확한 핸들링, 폭스바겐의 트레이드마크 미덕·탁월한 제작품질, 정상급 세련미와 넉넉한 4인승 공간을 아울렀다. 뿌리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조합이다. 신형 엘리스가 아직도 경이적인 노리개지만, 이 가격에 엘리스를 선택하면 중대한 타협을 해야 한다. 성능의 질보다는 양이 앞선다. 폭스바겐을 사라. 그러면 성능의 질과 양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글ㆍ맷 선더스(MATT SAUNDERS)

FACT FILE
LOTUS ELISE
가격 £27,495(약 4천920만원)
0→시속 100km 가속 6.5초
최고시속 204.4km
연비 15.9km/L
CO₂ 배출량 149g/km
무게 876kg

엔진 4기통, 1596cc, 휘발유
구조 미드, 가로, 뒷바퀴굴림
최고출력 136마력/6800rpm
최대토크 16.3kg·m/4400rpm
무게당 출력 155마력/톤
리터당 출력 85마력/L
압축비 10.7:1
변속기 6단 수동

길이 3785mm
넓이 1719mm
높이 1117mm
휠베이스 2300mm
연료탱크 44L
주행가능거리 693.6km
트렁크 용량 112L

앞 서스펜션 어니퀄 렝스 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어니퀄 렝스 위시본, 코일스프링
브레이크 282mm V디스크
휠 5.5J×16in (앞), 7.5J×17in (뒤), 알로이
타이어 175/55 R16 (앞), 225/45 R17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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