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톱스타 - 원준의 벤틀리와 태식의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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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톱스타 - 원준의 벤틀리와 태식의 벤츠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12.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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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원준. 준수한 외모, 마음을 잡아끄는 눈빛, 다정한 태도 그리고 남자다움. 이 모든 것을 갖춘 그는 당대 최고의 스타다. 영화제가 열리는 날 그렇게 커다란 별처럼 강렬하게 환하게 빛나는 원준을 링컨 콘티넨탈 리무진에 태우고 태식은 운전대를 잡는다. 도착하자마자 플래시가 터지고 빛나는 원준의 모습을 바라보며 태식은 부러움과 자랑스러움을 함께 담은 고요한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원준은 태식에게 있어 별이다. 영원히 마음에 간직될 큰 별. 롤 모델이자 늘 자신을 챙겨주는 형이자 언젠가 배우의 꿈을 이룬 태식이 넘어서야 할 산 같은 그런 존재다. 그날도 태식은 원준의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연습하고 룸미러에 비친 자신의 눈빛을 바라보고 핸드폰에 기록을 남긴다.

유명한 배우이고 스타이다 보니 원준의 주변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판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애인이 있지만 원준의 곁에는 언제나 여자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원준이 벤틀리에 여자들을 태울 때마다 태식은 눈치껏 빠져 시간을 벌어준다. 그런데 어느 날 원준이 음주운전으로 큰 사고를 내고 태식은 그 일을 덮어쓴다. 이 일은 태식을 연기자가 되는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되고 태식은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며 원준과 태식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톱스타>.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한 번씩 스타를 꿈꾸지 않을까. 인기를 먹고 사는, 인기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그 대가로 화려하고 빛나는 삶을 얻는, 스타. 원준은 이미 그런 사람이고 태식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 속에서 원준의 벤틀리는 바로 그런 원준과 태식의 간극을 보여준다. 그 명품차는 원준의 것이지만 운전대는 태식이 잡고 원준이 원할 때 태식은 그 공간에서 물러나야 한다. 원준의 소유지만 그로 인해 벌어진 책임은 태식이 덮어쓴다. 원준의 벤틀리는 그렇게 원준과 태식이 함께하는 공간이지만 태식의 것은 될 수 없는 어쩌면 태식의 꿈같은 대상으로서의 공간, 그래서 원준 그 자체이다.

드디어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게 되고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며 명성과 부를 걸머쥐게 된 태식은 벤츠 E300을 탄다.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벤츠. 태식은 언제부터 벤츠의 꿈을 꾸었을까. 태식은 벤츠를 타면서 자신의 공간, 자신의 꿈을 이루었지만 어딘가 허전함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 공간, 그 꿈에 원준이 빠져있기 때문에….

원준의 벤틀리는 그래서 원준 그 자체이자 태식의 꿈이었고, 태식의 벤츠는 그래서 태식 그 자체이지만 어딘가 결여된 위태한 꿈과도 같다. <톱스타>.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박중훈 감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젊디젊은 나이에 데뷔해 언제나 톱스타였던 그. 이제는 감독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단 그는 여전히 관객들 앞에 겸손하며 영화에 대해 열정적이고 깊은 생각을 갖고 있다.

어쩌면 박중훈 감독 자신의, 주변의 고백일지도 모르는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계의 스캔들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신이 직간적적으로 겪어낸, 오랜 시간 관찰과 생각을 통해 얻어진 그 무엇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톱스타>는 스타와 스타가 되고 싶었던 누군가의 이야기,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품은 꿈과 그 꿈을 이루는 과정, 그 꿈의 허와 실 등등 우리 모두의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엔딩에 흐르던 <always on my mind>… 원곡도 좋지만 <톱스타>의 엔딩을 살짝 감싸는 편곡된 버전의 이 곡은 마음 한 구석 스며들어 많은 감상을 남긴다.

글: 신지혜(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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