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엑센트 1.4, CVT로 바뀐 변속기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상태바
현대 엑센트 1.4, CVT로 바뀐 변속기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 안민희
  • 승인 2013.12.06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엑센트에 못내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자동 4단 변속기였다. 성능은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단수를 더 늘리면 부드러운 가속과 더불어 연비를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성. 기왕이면 자동 6단 변속기를 맞물려주길 바랐다. 하지만 현대는 2014년식 엑센트를 내놓으며, 기존의 자동 4단 변속기를 CVT로 바꿔 화답했다. 연식이 바뀌었지만 외관과 실내는 거의 같다. 헤드램프 테두리에 빛나는 선을 둘러 감쌌을 뿐이다. 변화의 중심은 구동계다.

현대는 엑센트 1.4L 모델의 엔진과 변속기를 바꾸는 큰 폭의 마이너 체인지를 단행했다. 이는 기존 모델의 구성을 보완하는 것이다. 2013년식 모델까지는 1.4L 모델에 한해 변속기에 따라 다른 엔진을 달았다. 수동 6단 변속기에는 100마력을 내는 카파 엔진을, 자동 4단 변속기에는 108마력을 내는 감마 엔진을 달았다. 변속기에 따라 엔진이 달라질 경우, 각 변속기에 맞는 특성을 살릴 수 있지만 조립 공정과 생산 관리가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현대는 2014년식 엑센트의 1.4L 엔진을 카파 엔진으로 통합했다. 또한 기존 자동 4단 변속기를 CVT로 바꿨다. 그 결과 연비는 6%, 가속 능력은 9%가 향상됐다. CVT는 무단변속기를 뜻하는 단어다. 톱니바퀴로 기어를 나누는 변속기와는 크게 다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인 벨트 구동 방식을 예로 들면 엔진 쪽 도르래와 바퀴 쪽 도르래를 벨트로 묶어 힘을 전달한다. 하지만 단순히 도르래만 맞물려서는 1단 변속기만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래서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때문에 도르래의 지름을 바꿔 힘의 전달을 조절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자전거에 달린 변속기를 떠올리면 쉽다. 자전거는 페달 축에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를 여럿 달고, 뒷바퀴 축에도 크기가 다른 톱니바퀴를 여럿 달아, 체인으로 둘을 묶어 달린다. 페달 축 톱니바퀴를 힘을 주는 엔진 쪽 도르래, 뒷바퀴 축에 달린 톱니바퀴를 힘을 받는 바퀴 쪽 도르래로 생각해보자.

언덕을 올라갈 때면, 페달 축 톱니바퀴를 큰 것으로 바꾸고, 바퀴 축 톱니바퀴를 작게 바꿔 올라간다. 힘을 주는 쪽의 지름이 힘을 받는 쪽의 지름보다 커졌을 때 힘의 전달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속도를 높일 때면 페달 축 톱니바퀴를 작게, 바퀴 쪽 톱니바퀴를 크게 바꾼다. 힘의 전달력은 낮아지지만 바퀴의 회전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CVT 또한 마찬가지다. 제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원뿔 모양의 도르래를 반대로 겹쳐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지름이 줄어드는 원뿔의 특성상, 반대로 겹치면 한쪽의 지름이 커질 때, 다른 한쪽의 지름은 작아진다. 이를 이용해 벨트를 시시각각 움직여 변속 없이 속도를 높인다. 무단변속기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게다가 현대는 CVT에 2단 부변속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CVT와 자동 2단 변속기를 합친 형태로, 변속비의 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일반적인 변속기는 높은 단수에서 낮은 기어비를 사용, 속도 대비 엔진 회전수를 낮춰 연비를 높인다. CVT에서도 이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2단 자동변속기를 합친 것이다. 

주행 감각은 다소 미묘했다. 가속 페달에 슬쩍 발을 얹어 2,000rpm을 유지하며 시속 80km까지 부드럽게 차를 가속해나간다. 변속 충격은 없다. 균일한 엔진 소리만 들릴 뿐이다. rpm 게이지와 달리 오르는 속도계의 바늘을 보며 묘한 이질감이 맴돌았다. 시내를 누빌 때는 3,000rpm을 넘길 일이 없었다. 2,000rpm으로만 유지해도 부드럽게 가속해나간다. 그 덕에 가속할 때도 연료를 최대한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서스펜션은 약간 단단한 기분이다. 도로의 충격에 크게 반발하지는 않으나, 충격 흡수량이 크지는 않다. 대신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안정감을 준다. 브레이크는 초반부터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으나, 절반도 밟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제동력을 끌어올린다. 조금 세게 밟을 때 둔탁한 감각을 전하면서 속도를 줄여나가는데, 절대 제동력은 차의 성능을 생각했을 때 충분한 편이다.

도심에서 달릴 때는 만족스러웠지만, 고속도로 합류를 위해 급가속 할 때 CVT의 한계가 드러났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을 보채면 엔진은 빠르게 6,000rpm으로 치솟는다. 하지만 반응성이 떨어지는 CVT 때문에 속도계 바늘은 느리게 오른다. 빠르게 돌아가는 엔진 축 도르래의 속도를 바퀴 축 도르래가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여유롭게 몰아야 할 이유기도 하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항속 주행을 할 때는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엔진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다. 힘을 빼고 1,500rpm을 유지할 수도 있고, 2,000rpm으로 달리며 시속 100~110km를 오르내릴 수도 있다. CVT의 특성을 이해해야겠지만, 자동변속기의 록업 클러치와 같은 출력을 올곧게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쉽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작은 엔진과 맞물린 CVT의 매력이 모두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심에서 부드럽게 달리기에는 어울리지만, 활기찬 즐거움은 없기 때문이다.

글: 안민희 기자

HYUNDAI ACCENT WIT 5DR 1.4 VVT PREMIUM
가격:1천609만원
크기: 4115×1705×1455
휠베이스: 2570mm
엔진: 직렬 4기통, 1396cc, 휘발유
무게: 1095kg
최고출력: 100마력/6000rpm
최대토크: 13.6kg·m/4000rpm
복합연비: 14.1km/L
CO2 배출량: 122g/km
변속기: 무단 변속기(CVT)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앞/뒤): 디스크/디스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