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선을 그리는 것, 그 이상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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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선을 그리는 것, 그 이상의 작업
  • 존 애반스(John Evans)
  • 승인 2019.08.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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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표시 작업은 그저 단순히 페인트를 도로 위에 칠하는 것이 전부일까?
아니다. 완전히 다르다. 존 애반스(John Evans)가 도로 표시 작업에 동행했다

흰색선, 황색선, 횡단보도 등은 우리가 도로 위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요소들이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까다로운 환경에서 역할을 하도록 고안됐다. 이러한 도로 표지를 그리기 위한 물질은 하이텍스 인터내셔널 본사 부지 뒤편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대량 생산된다. 영국 체셔 주 엘즈미어 포트에 위치한 하이텍스 인터내셔널은 도로 표시 물질 분야의 선도 기업이다.


이곳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화학자 중 하나인 스티브는 도로 표시 물질을 시험하기 위해 마치 수염 난 마법사처럼 섞고 가열하고 무게를 잰다. 실험실 한쪽 구석에는 휴대용 마찰 저항 측정기가 있다. 도로 표시 물질 표본이 품질 기준을 통과하는지 측정하는 기기다. 이를 통해 마찰저항값(SRV)을 알 수 있는데, 흰색 중앙선의 경우 이 값이 45 이상 나와야 한다. 그 옆으로는 도로 표시 소재 표본의 주야간 반사율을 시험하기 위한 역반사계가 있다. 구슬처럼 생긴 이 장비는 재활용 유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반사율을 측정하는데 쓰인다.

 

도로 표시등을 설치하는 장비가 장착된 트럭

다른 실험실에서 스티브(그는 자신의 성이 ‘기밀’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밝히길 거부했다)는 도로 표시 물질의 색 견뢰도(=정착도, 안정도)를 시험한다. 그는 하이웨이 잉글랜드(우리나라의 한국도로공사같은 공기업-역자 주)가 고속도로 비상대피구역을 표시한 주황색 페인트의 색이 바랜 것을 발견했을 때 하이텍스 인터내셔널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우리는 자외선 안정 색소를 개발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이 또한 기밀일 것 같아 구체적인 제조법을 묻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가장 기발한 장비는 연화점 측정기다. 도로에 표시 물질이 포함된 열전달 액체를 담은 유리 비커를 원형 판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강철 공을 매달아 놓는다. 이 공이 물질을 통과해 가라앉는 온도가 물질의 연화점이다. 이 온도는 극한의 열이 가해지는 도로에서 아주 중요하다. 참고로 바레인의 경우 도로 표면의 온도가 90℃까지 쉽게 올라간다.

 

아무리 트럭이나 페인트가 뛰어나도 비가 오면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다

스티브는 영국에서만 한 해 2억7000만 파운드(약 4036억 원) 가치의 도로 표시 산업의 일원이다. 그를 비롯한 다른 8개 주요 도로 표시 물질 생산자들이 연구실에서 기울이는 노력은 도로 표시 산업을 대표하는 ‘도로안전표시협회(RSMA)’의 합의에 따라 2020년에 도로 표시와 실제 도로에 적용하는 연구 실험으로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10년 동안 이러한 실험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지니어들은 마찰저항, 젖거나 마른 노면에서의 반사율, 바큇자국에 의한 부식 정도를 실험한다. 스튜 맥인로이 도로안전표시협회 회장은 이 실험이 사고를 줄이고 이와 관련한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도로안전재단이 2018년에 실시한 연구에서 정확한 도로 표시를 포함한 도로 안전 공학에 1파운드(약 1495원)를 들이면 4.4파운드(약 6578원)의 사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부 작업은 수작업이 중요하다. 스티커처럼 미리 만들어 놓은 제품도 있다

그는 런던운송이 진행한 또 다른 연구에 대응하고 있다. 이 연구는 흰색선이 운전자한테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는 원인이 되므로 이를 없애면 저속으로 달릴 때 불확실한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런던 엑시비션 로드에서 유래한 이 이론은 차보다 사람이 우선되는 지역에서 흰색선을 없애 이른바 ‘공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튜 맥인로이 회장은 “공유 공간은 도심 속 제한된 곳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복잡한 국도에서는 아니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 흰색선을 없애면 바로 혼란스러워질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 하이텍스 인터내셔널을 방문한 주된 이유는 ‘유모차’를 밀기 위함이다. 작업자들은 도로에 흰색선을 그리는 작은 카트를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큰 문제가 생겼다.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도미닉 헤인즈 하이텍스 인터내셔널 마케팅 매니저는 “도로에 표시하는 작업자는 도로가 젖어 있을 때도 사람이 누울 수 있게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빗줄기에 젖은 사무실 창문 밖으로 현장에 나가지 못해 주차된 도로 표시 작업 트럭들을 바라봤다. 이는 하이텍스 인터내셔널이 소유한 소머포드 이큅먼트가 만들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가장 큰 트럭인 멀티마크는 도로 표시를 위한 분사, 압출 및 열가소성 물질을 성형할 수 있는 장비를 장착했다. 


또한 미끄럼 방지 및 마찰 저항 표면처리장비, 단독 작업이 가능한 도로 표시 기계, 그리고 한 줄 표시부터 넓은 범위까지 모두 가능한 압출/윤곽 작업 장비까지 모두 한 트럭에 실을 수 있게 만들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도로 표시등 설치 트럭이다. 안에는 유압식 드릴 헤드와 도로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강력한 흡입 장비도 실려 있다.

 

개발이나 시험 모두 최신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하이텍스 인터내셔널은 다양한 도로 표시 물질을 만든다. 전통적인 열가소성 물질 외에 저온경화 물질, 인공 고관절에도 쓰이는 메틸 메타크릴레이트로 만든 반영구적인 열경화성 물질도 있다. 이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 표시 기호처럼 스티커 형식으로 된 제품도 있다. 이는 하이텍스 인터내셔널 계열사이자 영국에서 큰 도로 표시 회사에 속하는 L&R 로드레인이 만든다.


이들의 최근 작업은 스태퍼드셔에 재규어랜드로버가 새로 세운 수출 센터의 7000대분 주차장과 70년 전에 계획되어 얼마 전 개통한 웨일즈의 뉴타운 우회 도로선 그리기가 있다. 작업을 완료하는데 각각 3주와 2주가 걸렸다.

 

하이텍스 인터내셔널은 매년 2억7000파운드 가치의 도로 표시 산업 일부다

취재를 끝낼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유모차’를 끌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도미닉 헤인즈 매니저는 “흰색선을 그리기 전에 밑에 덧대는 열가소성 물질을 배열하면 된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흰색선을 그리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고 농담하듯이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2시간을 보내면서 도로에 흰색 열가소성 물질을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았지만 그한테 “젖어 있는 도로인데? 무모하다”며 이미 전문가가 된 것처럼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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