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차, 못난 차, 이상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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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차, 못난 차, 이상한 차
  •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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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이런 차량들이 등장할 것을 예상하진 못했다.
이 차들은 메이커가 갖고 있던 어떤 차량과도 닮아있지 않으며, 때로는 모든 메이커를 통틀어도 이런 차는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가 잘 만들어진 것과 그렇지 못한 것, 그리고 괴짜들을 모아봤다

페라리의 SUV라고? 그것은 필시 무척 빠른 SUV가 될 것이고, 어쩌면 마나렐로의 울부짖음을 두바이의 거대한 빅 레드 사막에서 토해내며 모래 언덕을 오를 수 있는 엄청난 트랙션과 토크를 통해 차량 뒤쪽으로 닭볏과 같은 모래를 내뿜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은 한 지점에서 또 다른 한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을 디자인하고, 언제나 포장도로 위에서의 무게 중심과 차량 전면부의 공기 역학을 통해 매력을 어필하는 페라리다운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페라리의 SUV는 현재 진행형으로 개발 중에 있으며, 그것은 마치 스마트폰이 공중전화 박스를 사라지게 한 것처럼 2차세계대전에서 출발한 지프를 빠르게 지워낼 지도 모른다. 

그것은 시장이 원하는 바이자, 변덕스러운 욕심에 의해 자동차들의 라인업 리스트가 길어지게 된결과의 하나. 그와 동시에 이런 차량들은 어쩌면 그들의 창조자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피조물이 됐다. 일부의 경우 그들 라인업에 새로운 모델들이 부조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그 부조화로 인해 영광을 잃어버리고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경우에는 해당 제조사의 핵심이 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을만한 모델들을 모아봤다.

 

2019 
롤스로이스 컬리넌

우리의 평가는… “롤스로이스는 포르쉐가 그들의 첫 카이엔을 만들었던 것처럼, 롤스로이스의 디자인 큐를 컬리넌에 적용했다. 우리가 받는 느낌은 그들이 롤스로이스를 SUV로 단순하게 바꾸려고 하지 않았거나, 아직 그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롤스로이스의 SUV를 원했고 지금은 그것이 현실이 됐다.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롤스로이스’라는 아이디어는 사실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튼튼했던 초기 롤스로이스는 1차세계대전 중 로렌스가 활약했던 아라비아의 오프로드에서 장갑차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처음 카이엔이 등장했을 때처럼, 컬리넌의 외관은 문제가 됐다.

 

2010 
애스턴 마틴 시그넷
우리의 평가는…
“일반적 의미의 도심형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대다수에게 있어서, 새로운 애스턴 마틴 시그넷은 금세기 들어 가장 어리석은 자동차 중 하나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삼륜차인 모건의 내장재를 가져온 것과는 별개로, 토요타의 iQ는 애스턴 마틴을 구성하는 블록들 가운데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다분히 열정적이었을 토요타와 애스턴 마틴의 대표들 사이 의견 조합의 결과로 탄생한 시그넷은 시장에서 구매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라인업에서 제외된 현재 그런 문제는 사라졌다.

 

2006 
아우디 R8
우리의 평가는…
“아우디 역사 이래 가장 급진적인 자동차.”

아우디가 람보르기니를 통해 빼어난 R8을 만들어낸 것은 무척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잉골슈타트의 아우디가 실제로 이탈리아의 슈퍼카 메이커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도 더 놀라운 사실은 R8이 주는 역동적인 성능의 즐거움과 주행성능이 A8을 포함한 기존의 어떤 아우디보다도 뛰어났다는 점이다.

 

2003 
폭스바겐 페이톤
우리의 평가는…
“만약 폭스바겐의 페이톤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왜?’가 될 것이다.”

페르디난드 피에히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 탄생한 폭스바겐의 페이톤은 결과적으로 거대한 세단을 원하는 중국의 소비자들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었으며, 이것은 결국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이 가질 수 있는 기대 수명을 장기적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폭스바겐을 이끌던 피에히의 야망은 감탄할만한 것이었다. 같은 고급 시장에서 투아렉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감각은 존 루이스 백화점에서 억만장자들에게 보석을 판매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2011 
미니 쿠페
우리의 평가는…
“과거의 독립 제작사들이 오리지널 미니를 베이스로 삼아 쿠페 스타일로 제작했던 브로드스피드, 마르코스, 미다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뉴 미니 쿠페는 전통적인 감각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미니 쿠페의 아이디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실제 차량은 멋들어진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볼록한 천장을 갖고 있는 2인승 차량의 앞모습은 마치 헬멧을 쓰고 있는 듯하며, 트렁크 공간은 너절하게 퇴화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 리어 엔드의 모습은 아우디의 오리지널 TT 쿠페가 얼마나 훌륭하게 디자인되었는지 상기시켜준다.

 

2000 
BMW X5
우리의 평가는…
“크로스오버 콘셉트의 극단적 차용.”

BMW의 첫 도박은 무척 용감했다. 이 SUV는 실제로 스포티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모습이 약간은 꼴사납긴 해도 이 차는 매우 침착한 가운데 오프로드에서의 모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X5의 구매자들은 이 점을 무척 사랑했으며,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이 SUV는 현재 BMW의 주류 모델 중 하나다.

 

2002 
포르쉐 카이엔
우리의 평가는…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는 카이엔은 포르쉐의 전통을 확고하게 유지했다. 카이엔은 정말 빨랐으며, 확실한 발놀림과 놀라울 만큼 민첩한 SUV였다.”

이 차는 애초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차량 자체를 이해함에 있어서나, 미적 가치에 대해서도 의견이 대립됐다. 결국 우리 모두는 그 논란과 대립을 함께 하면서, 포르쉐 특유의 조형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 간극의 완충 역할을 하는 강력한 기능과 성능으로 그 존재를 인정하게 됐다. 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그저 충격적이었다.

 

1999 
토요타 야리스 버소
우리의 평가는…
“깔끔하게 디자인된 시트 배치를 갖춘 훌륭한 패키지, 무엇보다 가격이 좋다.”

휠 중심 아래로 차체가 내려가는 야리스 버소는 최초의 슈퍼미니 MPV 중 하나로 꼽힌다. 넉넉한 공간만큼이나 못생긴 차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리스 버소의 판매량은 썩 괜찮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차량인 것은 여전하다.

 

2011
크라이슬러 델타
우리의 평가는…
“전형적인 자동차들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추천하기에는 너무 엉성하다.”

영국에서 란치아 브랜드로 판매된 마지막 델타는 1990년대였다. 하지만 델타는 우핸들 버전으로 설계된 3세대로 변경되어 돌아왔다. 피아트는 이 차량을 란치아가 아닌, 크라이슬러로 판매하였으며, 전혀 인기를 얻지 못했다. (입실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8 
피아트 멀티플라
우리의 평가는…
“도로 위에는 멀티플라와 같은 차량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패밀리카로써 이 차는 천재적인 작품이다.”

이 일반적이지 않은 피아트는 편의성을 독창적으로 표현해 낸 자동차였다. 6개의 둥근 원통들을 연결해 놓은 것처럼 형상화된 콘솔은 선반이나 병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공자의 어록에서 따온 것이다. 진심으로 아주 그러하다.

 

2009 
르노 트위지
우리의 평가는…
“트위지는 기존 전기차들과는 다른 것으로, 자체적인 전기 출력 시스템을 갖추는 쪽이 더 좋았을 것이다. 우리가 결론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순 없겠지만, 트위지는 사랑스러운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트위지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우며 지금까지 존재했던 르노의 자동차들과는 다르게 조용했다. 하지만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오픈형 도어에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으면 비와 추위에 완전히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별로 크게 문제되지 않거나 동시에 장점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적당한 날씨의 적당한 날이라면 매우 훌륭하다. 이 점이 바로 라이벌이 없는 이유다.

 

2002
메르세데스 바네오
우리의 평가는…
“이 차량이 갖고 있는 다재다능함은 단순히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것 이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극히 실용적인 이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업용 차량 부문에서도 전혀 예기치 않은 것으로, 바네오라는 이름으로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덕분에 거의 마이바흐 57에 가까울 정도로 판매가 부진했다.

 

2004
쌍용 로디우스
우리의 평가는…
“로디우스의 외관을 무시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 하지만 그 내부는 그보다도 좋지 못하다.”

이 돌연변이는 자동차 세계 안에서 쌍용의 위치를 이상한 곳으로 고정시켜버렸다. 거대한 차체와 높은 승차고를 가진 해치백에 아무런 계획 없이 공간을 확장한 로디우스는 여전히 21세기의 가장 못생긴 차로 남아있다.

 

1999
혼다 인사이트
우리의 평가는…
“연비를 위한 기술들로 가득한 자동차가 성공하려면 시빅의 오너가 되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어야만 할 것이다.”

인사이트는 물고기처럼 생겼다. 혼다에게 있어서 기술적 모험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미 존재했다. 인사이트의 기술적 복잡성은 NSX보다도 더 도드라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성공을 위해서라기엔 과도한 과학 실험이었다.

 

1989
알파 로메오 SZ
우리의 평가는…
“잘 빠진 다리에 못생긴 얼굴.”

처음 이 차량이 커버를 벗겨내고 등장했을 때, 미디어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넓적한 측면과 평평한 뒷면, 앞뒤로 점차 좁아지는 형상의 알파 로메오가 어쩌면 이렇게 못생길 수 있었을까? 실제 양산 제품에서 블랙홀과 같은 그릴과 프레임 없는 헤드라이트가 그대로 적용됐느냐고? 그렇다. SZ의 외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문제시되는 것이 줄어들었다. 왜냐하면 외관보다는 훨씬 운전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2018
재규어 I-페이스
우리의 평가는…
“이번 시승 모델은 맥라렌 F1 이래 영국 제조사가 만든 자동차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 있을까?”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멋들어진 카탈로그에만 의존하고 있는 제조사들은 종종 실망스러운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지만, 이 차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유러피안 프리미엄 전기 자동차로 자리매김했다. 외형상으로 E 타입이나 XK, Mk2 등과도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관과 달리기 성능은 여전히 재규어답다.

 

2005
지프 커맨더
우리의 평가는…
“커맨더는 자동차로써 가능한 한 최대한 직선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랜드 체로키보다 늘어난 여유 공간으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친절하게도 커맨더에 대해서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아우토모빌레의 수장이었던 세르지오 마르키오네가 이렇게 언급했었다. “그 차는 인간의 소비 생활에 맞지 않았다. 판매량이 많진 않았지만 약간은 팔렸다. 하지만 나는 왜 사람들이 그 차를 구입했는지 모르겠다.” 사령관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커맨더가 그랜드 체로키를 소집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작고 생기발랄하여 불평하지 않는 어린이들을 위한 한 쌍의 작은 시트뿐이었다. 지프가 커맨더에 내린 명령은 큰 폭의 할인뿐이었다.

 

2005 
푸조 1007
우리의 평가는…
“1007은 콤팩트한 외관과 진정한 상위급 인테리어를 동시에 제공한다.”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4개의 시트와 주차에 유리한 짧고 높은 차체를 갖춘 1007은 꽤나 많이 판매됐다. 이 차는 당시의 신형 미니와 피아트 500보다도 높은 수준의 합리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두 차종은 이 차를 거의 학살하다시피 했다. 1007의 매력은 휠 중심 아래로 차체가 내려앉은 듯한 자세와 느릿한 슬라이딩 도어, 그리고 연금 수급자와 같은 이미지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15
벤틀리 벤테이가
우리의 평가는…
“에토레 부가티가 벤틀리의 레이싱 카를 ‘le camion plus vite du mondo’(세상에서 가장 빠른 트럭)라고 표현할 때, 그는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벤틀리의 SUV를 미리 엿볼 수 있었던 EXP 9 F 콘셉트가 2012년 제네바에서 데뷔했을 때, 평가는 무척 야박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덩치가 크고 거대한 자동차를 만들고자 하는 크루의 제조사를 멈출 수 없었다. 또한 이들은 사륜구동이 포함되지 않은 버전을 이전에도 한 번 생산했었다. 어쨌거나 이 차는 팔린다.

 

1990
복스홀 로터스 칼튼
우리의 평가는…
“로터스 칼튼을 진정으로 훌륭한 슈퍼카로 완성시키는 것은 그 스스로의 냉정하고도 철저한 제작 기법 그 자체였다.”

칼튼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엔진을 통해, 고속도로에서의 주행성이나 가족들과의 이동성을 충분히 확보했다. 그 중에서는 강력한 모델도 존재했다. 3000 GSi는 일반적인 모델보다 더 강력하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GM의 가이드를 따른 로터스는 이전보다도 훨씬 격렬한 칼튼을 만들었다. 한 차례 세대교체가 된 이 377마력의 복스홀은 페라리의 테스타로사보다도 빨리 달렸으며, BMW의 M5를 학살하다시피하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세단이 되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2001 
르노 아반타임
우리의 평가는…
“르노의 GT는 근본적으로 다른 디자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에스파스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어 그 대체가 필요했던 로모랑탱(호모헝땅)의 마트라 공장을 제외하고는 MPV 쿠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었다. 거대한 도어와 투톤 페인트가 이 콘셉트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으며, 고급스러운 실내는 약간의 추종자들을 만들어 냈다.

 

2001
르노 벨사티스
우리의 평가는…
“이 별난 중형 세단은 완벽한 설득력이 있음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고 럭셔리한 자동차다.”

르노는 당신이 갖고 있는 독일제 중형 세단이 만들어낸 완벽한 기준과는 뭔가 다른 부분을 노렸다. 벨사티스는 BMW의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의 E-클래스 또는 아우디의 A6과 어떤 점도 닮지 않았다. 벨사티스의 유일한 성공은 개념적인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점뿐이었다. 어색하고, 부풀린 엉덩이를 가진 이 자동차는 BMW와 같은 핸들링이나 르노다운 주행감각 어느 쪽도 잘 살려내지 못했다.

 

1991
닛산 피가로
우리의 평가는…
“피가로의 발랄한 1.0L 터보차저 엔진, 컨버터블 루프, 관대한 제원과 외모는 이 자동차의 추종자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따분한 차들이 가득한 고인 물속에서 닛산은 거의 터무니없을 정도로 귀여운 피가로를 선보였다. 오늘날의 모든 닛산 자동차들과는 달리, 피가로는 독특한데다가 컬러풀하며, 찬란히 빛나고,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즐거운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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