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CEO 장 필립 임파라토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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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CEO 장 필립 임파라토와의 대화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19.07.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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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직전의 푸조를 기록적인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킨
장 필립 임파라토는 자동차업계에 몸담은 이래 지금까지 한길만을 걸어왔다.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가 그 비결을 확인해 본다
임파라토는 격의 없고 진보적인 리더지만, 그는 최근 푸조의 회생과 208년<br>동안 사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밑바탕은 안정성과 일관성에 있었음을 확신하고 있다<br>
임파라토는 격의 없고 진보적인 리더지만, 그는 최근 푸조의 회생과 208년
동안 사업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밑바탕은 안정성과 일관성에 있었음을 확신하고 있다

당신의 집안이 연간 수백만 대를 만드는 유럽의 자동차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말 그대로 가문의 이름이 자동차 허브캡에 들어가는 만큼, 회사의 사업 방침은 성공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다. 그 회사의 미래를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특별함을 중시하는 업계에서 더욱 부각되려면 어떤 사람에게 경영을 맡겨야 할까?

파리 외곽에 있는 PSA 본사로 들어서며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우리는 지난 2년 반 동안 푸조 CEO로 일해 온 52세의 장 필립 임파라토(Jean-Philippe Imparato)의 집무실로 가는 중이다. 전에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는 PSA 총수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와 푸조 가문이 선택한 인물로, 2013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푸조 자동차 사업의 해법을 찾아 2017~2018년에 기록적인 이익과 실적으로 다시금 ‘사자’의 포효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여느 CEO들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자리를 함께 한 지 5분 만에 그 주변인들의 평이 옳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다르다는 것은 최소한 표현일 뿐이다. 심지어 '전설적'이라는 표현마저도 극도로 절제된 것이리라. 임파라토는 크고 당당한 풍채에 친근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큰 목소리에 숨김없는 미소, 강조를 위한 거침없는 동작들, 질문에 대해 뜸들이지 않고 거침없이 설명해나가는 모습은 오히려 질문에 답하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그는 커피 탁자에 자연스레 발을 올려놓을 만큼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푸조의 부활은 5008과 같은 SUV들이 이끌었다<br>
푸조의 부활은 5008과 같은 SUV들이 이끌었다

푸조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금세 활기를 띠었다. 여러 질문들에 자극을 받은 임파라토는 “저는 이탈리아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얘기하자면 길죠”라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프랑스 남부에서 알파 로메오를 좋아하고 모터사이클에 열광하는 가족의 일원이었던 어린 시절부터 대학 졸업과 군대 제대 이후 처음 취업해서 만난 검은색 푸조 205 GTi로 인해 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뀐 사연들이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중요하지 않은 세세한 이야기는 건너뛰고, 문법은 무시하면서 단편적인 의미들에 집중하여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했다. 모든 문장들은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들렸다.

푸조 CEO인 그의 과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는 세테(Sete)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르노블(Grenoble)에서 경영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군대에 복무한 뒤 1990년 그의 검은색 205와 만났을 무렵엔 지금의 PSA를 포함한 여러 자동차회사에 이력서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그는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자동차업계뿐이었습니다”고 단언했다.

 

1990년의 검은색 205 GTi를 통해 임파라토의 차에 대한 열정이 알파 로메오에서 푸조로 바뀌었다<br>
1990년의 검은색 205 GTi를 통해 임파라토의 차에 대한 열정이 알파 로메오에서 푸조로 바뀌었다

푸조 입사 후 임파라토는 많은 대기업에서 자리를 제안할 정도로 빠른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는 푸조에서 시작해 시트로엥으로 자리를 옮겨 남미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고, 푸조의 품질 담당 부서로 돌아온 다음엔 그룹 전반의 직무를 수행했다. 중국의 시트로엥에서도 경험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이탈리아 총괄 업무를 맡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들을 두루 거치며 승진을 거듭했다. 2013년부터는 PSA 글로벌 판매 사업이라는 중책을 맡을 정도로 거침없이 달려왔다. 그는 “저는 스타가 아니라, 자동차를 사랑하고 이 일에 능숙해지기 위해 노력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직책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을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죠”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임파라토에게 푸조는 단순한 직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푸조 가문이 사업을 시작한 1810년 9월 26일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푸조는 208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 많은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항상 회복해왔습니다. 2013년 이전까지 잘못된 부분도 있었지만 지난 5년 동안 노력하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제품에 대한 존경심을 다시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인 508 PSE는 2020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br>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인 508 PSE는 2020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파라토는 자신의 경영철학은 단순하다고 말한다. “우선, 자금 투입의 최우선 순위는 디자인 분야에 둡니다. 여기에 디자인 책임자인 질 비달(Gilles Vidal)이 반드시 함께해야 하고요”라며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발전해온 다른 원칙들을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 중 하나는 탁월함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차에서 발견되는 단 하나의 문제점까지도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어 조치를 해야 합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요. 그리고 저희는 직관적인 주행감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차를 더욱 빛나게 하면서도 쓰기 쉽게 만드는 훌륭한 핸들링과 푸조만의 아이 콕핏(i-Cockpit) 같은 것으로요. 또한 저희가 지난해 선보인 방식으로 사람들이 차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먼저 자신들이 원하는 푸조를 고르고, 다음으로 파워트레인을 선택합니다. 그동안은 차를 사는 방식이 늘 단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차를 살 수도 있었던 소비자들을 놓치고 있었죠.”

 

똑똑한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 임파라토 또한 탐독하고 있었다<br>
똑똑한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 임파라토 또한 탐독하고 있었다

일부 평론가는 최근 푸조의 성공이 단순히 3008 및 5008 SUV의 인기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임파라토는 그 이상의 성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508 세단이 프랑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508 세단과 다른 푸조 차들 모두 고급 사양이 더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일반 사양 20%, 고급 사양 22%)고 한다. 또한, 푸조는 경쟁사인 폭스바겐 대비 현실적인 값을 유지하고 있으며, 실제 판매에 대응해 렌터카와 시승용 차량의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푸조는 영국에서 11% 이상 매출이 늘어나는 등 2019년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임파라토의 마음속에 걸리는 것은 영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푸조의 브랜드 이미지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푸조가 아우디와 경쟁하지만, 영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CEO인 그는 과거 205가 그랬듯 곧 나올 208이 상황을 개선시킬 것이라 보고 있다. “영국 푸조 직원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푸조 2 시리즈 모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난 35년 동안 2 시리즈를 1800만 대나 팔았습니다. 제품의 잔존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한, 영국에서 사업을 유리하게 이끌 강력할 무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차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푸조의 가치가 변함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과거에 푸조를 샀던 소비자들에게 ‘저희 205를 떠올려 달라’는 이야기 대신 ‘다시 한 번 보세요. 직접 경험해 보면 반드시 사게 될 겁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임파라토는 “우리는 뭐든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br>
임파라토는 “우리는 뭐든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파라토는 특히 내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4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부분 전기구동방식 플러그인 세단인 508 푸조 스포트 엔지니어드(PSE) 고성능 콘셉트카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508 PSE는 임파라토가 자신의 모터스포츠에 관한 재능과 경험을 양산차에 녹여낸 결과물 중의 하나로, 508 PSE가 3000대 정도의 판매량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2~3년에 걸쳐 비슷한 고성능 모델들이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 차들은 이미 나와 있는 모델의 차체를 쓰겠지만, 출시 시점에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푸조는 훨씬 더 모험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예전에 선보인 RCZ와 206 CC처럼 특별한 차체를 갖춘 차들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러한 물음에 “우리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습니다”고 답한다.

전체 자동차산업이 넘어야 할 핵심 장애물은 여전히 가혹한 유럽의 청정대기 기준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기준에 따르면 2020년까지 승용차의 업체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5g/km에 근접해야 하고 2021년부터는 이를 완전히 충족시켜야 한다. 그는 PSA는 이미 준비되어 있지만(508 PSE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9g/km에 불과하다) 많은 업체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보았다.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마지막 분기에 알맞은 차들을 만들 것”이라는 그는 “일부 브랜드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유럽연합이 부과하는 벌금을 내면 된다고 하지만, 장담하건대 벌금 액수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들이 1년은 벌금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라고 지적했다.

 

임파라토는 수출 시장 확대에 대해 푸조가 세계 각지의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1962년을 기억하라’고 직원들에게 충고한다<br>
임파라토는 수출 시장 확대에 대해 푸조가 세계 각지의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1962년을 기억하라’고 직원들에게 충고한다

임파라토는 전체 판매량의 50%를 유럽외 지역에서 달성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푸조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는 북미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목표 달성에서 PSA와 중국 둥펑 자동차 그룹과의 합작 사업이 2018년에 4억2000만 파운드(약 6269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라며 “북미 시장진출을 목표로 하지만, 이를 위해 수십 억 유로의 돈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며, 세부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2019년 남은 시간 동안 고민해볼 생각입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시 유럽 이야기로 돌아와서, 임파라토는 자동차업체들과 그들 간의 관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미 영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많은 업체가 사업의 근거지와 방식을 바꿀 것이고, 이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푸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푸조는 일관성을 지킬 것이고, 다만 다가오는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입니다. 이미 그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장 필립 임파라토의 이력

 

1966년 8월 27일 프랑스 세테 출생
1989년 그르노블 경영대학 졸업
1990년 푸조에 입사
1991~95년 시트로엥 지역 담당 이사
1995~2003년 시트로엥 국제담당, 남미 지역 포함
2003~08년 PSA-둥펑 중국 합작사 품질 담당 이사
2008~10년 시트로엥 이탈리아 총괄 이사
2013~16년 PSA 글로벌 판매 이사
2016년 푸조 CEO

 

 

임파라토의 말, 말, 말

 

EV와 PHEV의 경계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사이의 경계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점차 뚜렷해질 겁니다. 그러나 A, B 세그먼트 차들은 순수 배터리 차가 될 듯합니다. C, D 세그먼트 차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고성능 차들의 이름
“아마도 GTi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을 겁니다. 푸조 스포트 엔지니어드(PSE) 또는 다른 이름을 쓸 지도 모릅니다. 이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이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소비자가 이런 차들을 좋아하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푸조가 차지하는 위치
“푸조는 이제 시트로엥, DS, 오펠과 완전히 다르다고 봅니다. 푸조를 현실적인 값에 뛰어난 디자인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분위기를 담은 차를 내놓는 최고의 다재다능한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저희의 새 508 푸조 스포트 엔지니어드가 볼보의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말합니다. 아주 행복한 일이죠.”

유행하는 자동차 형태
“최근 세단의 인기가 되살아난 것은 분명합니다. 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문제인데, 사실은 둘 다 같은 성격의 문제입니다. SUV의 공세는 멈추지 않겠지만, 저희는 무게가 더 가볍고 우수한 시야 때문에 사람들이 여전히 더 큰 SUV에서 508로 선택을 바꾸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효율은 우아함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푸조의 픽업트럭 출시 계획
“저는 저희가 픽업트럭을 출시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르망 24시간 재출전 계획
“최소 3년은 다른 곳에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 후에나 검토할 생각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전동화되지 않는 한 모터스포츠는 끝장이라는 거죠. 그리고 미래 모터스포츠에 2억 유로를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입니다.”

푸조의 유산
“과거부터 쌓아온 유산들은 반드시 존중해야 하는 것이며, 근본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합니다. 푸조는 창립 50년째인 1860년부터 정글에서 가장 강한 야수인 사자를 회사의 상징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푸조의 가장 훌륭한 홍보대사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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