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카가 뽑은 올해의 인물, 디터 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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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카가 뽑은 올해의 인물, 디터 제체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19.06.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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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의 관습을 타파해온 CEO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임러를 변화시킬 혁신의 유산을 남길 것이다.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가 그를 만나본다

다임러의 어떤 사장도 다시는 넥타이를 매고 중간간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듯하다. 다임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큰 성과를 거둔 CEO이자 올해 <오토카> 최고의 영예인 이시고니스 트로피 수상자인 디터 제체(Dieter Zetsche) 박사는 2015년부터 회의를 위해 넥타이를 매는 것을 그만뒀다. 그의 직원들은 훌륭하게 그 뒤를 따랐다.

4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메르세데스-벤츠 CEO가 거둔 회사의 업적과 더불어 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재난이나 다름없던 크라이슬러와의 동맹 관계에서 벗어난 것, 메르세데스-벤츠 모델들을 엄청나게 리콜했음에도 최악의 디젤게이트에서 살아남은 것, 2016년에 BMW를 누른 것, 새로운 전동화 시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 미래에 대응하는 아이디어들로 가득 채운 채 기초가 튼튼하고 수익을 내는 상태에서 회사를 떠나는 것 등이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제체는 총수로서 13년간의 다사다난한 임기를 마치고 이달에 그룹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기로 한 결정에 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지만, 기업 문화의 변화로서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걸 알리려는 목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다임러라는 상아탑에 자신의 혁신적 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재취업 유보 기간이 끝난 2년 후에나 그가 비상임 감사회의 대표 자리를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선택한 후계자로서 제체와 마찬가지로 다임러의 관습을 깨뜨려온 스웨덴 사람 올라 캘레니우스(Ola Källenius) 역시 어디에 가든지 넥타이 없이 사진을 찍어왔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제체는 다임러 그룹 CEO로서 곧 1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br>
제체는 다임러 그룹 CEO로서 곧 1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제체는 절묘한 시기에 회사를 떠난다. 우리는 그의 비전을 밑거름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폭스바겐 그룹의 마티아스 뮐러(Matthias Müller)가 물러난 때보다는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어쨌든, 제체는 2021년에 최고 감독자 역할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여전히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한 독일인의 말처럼, 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 다임러는 ‘더 여성스럽고, 더 국제적이며,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젊을 것’이다.

우리는 유럽에서 디터 제체 박사에게 주어진 마지막 과제 중 하나에 동행했다. 밀턴 케인즈(Milton Keynes)에서 번창하고 있는 다임러 영국 지사를 방문해 사기를 북돋우는 것이 바로 그 일이다. 그곳에서 그는 딜러들을 만나고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미래에 관한 폭넓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에게 한 시간을 내어 주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다. 영상 촬영자가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그의 몇몇 특이한 이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자면 1990년대 말 미국 모터쇼에서 여러 개의 괴상한 무대 장치 속에 들어가 엄청나게 큰 모자를 쓴 '닥터 제트(Z)' 역할을 맡아 열성적으로 참여한 것 등이었다. 이런 일들은 본능적으로 회의적인 미국 정치인들에게 미국 빅 3(GM, 포드, 크라이슬러) 중 하나와 다임러가 맺은 새로운 관계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제체는 그때를 떠올리며 “재미는 있었다”라며 “하지만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후회 섞인 미소를 지었다. 

 

EQ 라인업의 중심이 될 EQC는 제체가 물러난 직후에 출시된다<br>
EQ 라인업의 중심이 될 EQC는 제체가 물러난 직후에 출시된다

우리가 당시의 도전들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에 앉자, 제체는 즉시 자신을 '낙관적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희망찬 미래 비전을 통해 그것을 증명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은 가장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이동수단을 바꾸고, 꿈을 만들고, 다임러를 우리의 다음 세대 소비자와 직원, 주주들이 요구하는 것을 충족하는 회사로 전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낙관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일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훌륭한 팀과 훌륭한 협업, 훌륭한 혁신이 있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갖추고 나면 한계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고민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우리가 방법을 찾을 거라고 믿는다.”

승용차 판매 관점에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 전기차 시대는 지난 9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제체와 다임러는 2년 동안 이야기해온 EQC의 양산 버전을 공개하면서 그해 중반부터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마지막으로 그가 CEO 집무실을 떠난 지 거의 한 달이 흐른 뒤의 일이다. EQC는 빠르게 확장될 메르세데스-벤츠 EQ 전기차 라인의 첫 모델에 불과했다. 새 모델의 중요성에 관해, 제체는 “사람은 경력을 쌓아나가면서 여러 결정적 순간을 맡을 수 있지만, 게임 체인저가 되는 건 극소수일 뿐이다. EQ 라인업의 새 모델 또한 그렇다”고 강조했다. 

 

제체는 오늘날의 자동차 사업이 43년 전 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대학 졸업 직후 메르세데스-벤츠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일하기 시작했던 때만큼이나 흥미롭다고 말한다. "물론 차이는 아주 크다"는 그는 “당시에는 유가 폭등이라는 커다란 요인으로 인해 자동차의 연구 개발이 매우 중요했다. 현재는 과거보다 외부로부터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리고 조심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기업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이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이제는 매일 접하는 일상”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의 영역은 넓어졌지만 때론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진 듯 느껴진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더 크지만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현대에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래도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들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요즘 자동차 제조사들의 앞을 가로막는 지뢰밭 같은 규제로 이야기가 바뀔 때, 제체가 다른 회사 CEO들의 방식을 크게 비난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각자의 부분에서 주어진 역할을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그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만, 그것의 실체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가들이 중요한 목표를 세우고도 도전의 방법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다. 오랫동안 늘 해왔던 일도 때론 예전과 달라질 때가 있는 법이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끝으로 오래된 글쟁이들의 질문을 다시 꺼내들었다. 평생 자동차를 사랑한 사람으로서, 디터 제체가 가장 사랑하는 차는 무엇일까? “만나는 사람들이 늘 하는 질문”이라는 그는 주저함 없이 메르세데스-벤츠 300 SL 걸윙(Gullwing)을 꼽았다. 그가 그 차를 선호하는 데는 밀레 밀리아에서 몇 차례 몰아본 것 말고도 여러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촬영을 위해 차에 쉽게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그 사실을 증명한다. 300 SL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모델은 무엇이 있을까? 그는 ‘감성적인 차’ 애스턴 마틴에 대한 호감(다임러는 영국 게이돈에 있는 A 브랜드의 지분 5%를 갖고 있다)과 함께 일부 레인지로버 모델들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동차광들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체는 전동화, 자율주행, 이산화탄소 중립성, 커넥티비티와 같은 용어들이 (자신과 같은) 구식 자동차광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전기 모터 소리에 흥분하기는 아직은 어렵다. 하지만 A-클래스 같은 차를 보면 요즘 차들의 소음과 진동이 예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횡가속도를 2.3G로 개선하는 것보다 정교한 핸들링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쉬울 것이다”라고 했다. 어쩌면 자동차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현대적 접근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자동차의 진가를 만드는 건 기술적 영향을 받지 않은 스타일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는 그는 “멋진 차와 소비자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차는 늘 있었다. 그렇다면 감동을 줄 수 있는 실내 디자인이 있다. 앞으로도 창의적이면서 모두를 흥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다.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말을 맺었다. 

 

 

 

Z 박사와 미래 전동화 사회

 

디터 제체의 말에 따르면, 불과 10년 안에 유럽에서 팔리는 전기차의 비율은 시장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최소 30% 이상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 그는 그 수치에 대한 선택권도 없으며 긍정적 의미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긴 하다. 허나 우리는 2050년까지 전체 자동차를 교체할 예정이고, 이는 2040년까지 우리가 파는 거의 모든 차가 전기차라는 뜻이다. 그리고 2030년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중간이다. 따라서 그 목표 달성이 어려운 점은, 지금 현재 전기 모델을 찾는 우리의 고객이 3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제체의 답은 매우 간단하다. “우리의 임무는 이런 새 모델을 우리 소비자들이 언제나 바라온 것처럼 아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부담을 줄여 그들이 차를 살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할 일은 이것 말고도 훨씬 많다."

 

 

 

이시고니스 트로피 역대 수상자

 

2014 RON DENNIS 론 데니스<br>
2014 RON DENNIS 론 데니스
2015 WOLFGANG HATZ 볼프강 하츠<br>
2015 WOLFGANG HATZ 볼프강 하츠
2016 CARLOS TAVARES 카를로스 타바레스<br>
2016 CARLOS TAVARES 카를로스 타바레스
2017 RALF SPETH 랄프 스페스<br>
2017 RALF SPETH 랄프 스페스
2018 AKIO TOYODA 도요다 아키오<br>
2018 AKIO TOYODA 도요다 아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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