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59 vs 911 이거 완전 판박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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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59 vs 911 이거 완전 판박이인데?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9.06.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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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59는 신형 911 카레라 4S가 수치로 따라잡는 데만 33년이 걸릴 만큼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과연 도로 위에서도 그럴까?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비교 시승에 나섰다

포르쉐 959가 콘셉트로 공개된 3년 뒤인 1986년, 마침내 양산형이 모습을 드러내자 엄청난 환호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환호는 단지 911을 바탕으로 해서도, 포르쉐여서도 아니었다. 포르쉐 959는 한 시대를 빛낸 차였기 때문이다.

이 차를 운전해본 사람은 시속 258km로 항속 주행할 수 있으며 그 속도에서도 강한 가속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현재는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기의 페라리 신형 GTO(나중에서야 288 GTO라 불렀다)를 한순간에 평범하게 만들어버리는 실력에 포르쉐 959를 운전한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포르쉐 961은 959의 레이싱 버전으로, 198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 GTX 클래스 우승, 통합 7위를 차지할 만큼 빨랐다

959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드카였다. 최고출력 450마력, 최고시속 306km, 0→시속 100km 가속 3.7초라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다. 포르쉐의 첫 네바퀴굴림 방식에 운전자 요구에 따르는 가변 토크 분배 시스템(1986년에?)과 어댑티브 댐퍼를 갖췄다. 페라리를 단지 우아한 골동품으로 보이게 하기 충분한 성능이었다.

여기 또 다른 차의 제원이 있다. 최고출력 450마력, 최고시속 306km, 0→시속 100km 가속 3.6초, 네바퀴굴림, 운전자 요구에 충실한 가변 토크 분배 시스템과 어댑티브 댐퍼. 앞서 소개한 959와 아주 비슷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놀라운 건 이 숫자가 신형 포르쉐 911 라인업에서 얌전한 모델에 속하는 911 카레라 4S의 수치라는 점이다. 33년 전이면 이 정도 성능과 기술은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물론 33년이 지난 지금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이 정도면 일상용 스포츠카 범주 안에 있다는 사실이 다르다. 

 

959는 직선 구간에서 더 빠른 느낌이고 신형 911은 전반적으로 빠르다

포르쉐 959를 만나러 가는 길에 911 카레라 4S를 타고 가는 것만큼 좋은 생각이 또 있을까? 역사 속에서 959는 300여 대만 생산됐고, 지금은 그보다 적은 수만 남았다. 그런 차를 목적에 맞게 운전하도록 허락하는 주인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포르쉐 박물관은 레이싱카 여러 대를 굿우드 멤버스 미팅에 건네주고 959 한 대를 싣고 우리에게 왔다. 오직 포르쉐만이 소유해 관리가 아주 잘 된 차로, 누적 주행거리는 고작 몇 만km에 불과했다.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100만 파운드(약 15억3717만 원) 이상의 부담스러운 액수임이 분명했다.

전에 신형 포르쉐 911을 몰고 젖은 노면의 호켄하임링을 한 번 돌아보긴 했지만 공개적으로 운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전 모델인 7세대와의 차이는 트랙보다 일반도로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신형 911은 운전의 즐거움을 더 쉽게 느끼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실제 그런 점을 잘 갖추고 있다. 운전의 재미가 더 많아졌으며 더 적은 노력으로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난 25년 동안의 911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는 멋진 최첨단 스포츠카다.

 

신형 911의 실내에서 959의 흔적을 찾을 수는 있지만 적용된 기술은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포르쉐 959는 그 시기에만 뛰어난 차로 머문 것이 아닌, 몇 십 년의 시대를 앞선 차였다. 케블라와 노멕스 같은 첨단 소재를 적용했으며 휠은 마그네슘으로 만들어 매우 가벼웠다. 외모는 마치 21세기 911을 예술적 관점으로 해석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속 322km로 달릴 수 있도록 공기역학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낸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실내는 전혀 미래적이지 않았다. 1988년 959의 생산이 중단되고 뒤이어 나온 3세대 911을 많이 닮았다. 959와 비슷한 스티어링 휠, 6단 변속기, 7200rpm에서 시작되는 레드라인과 토크 분배 게이지, 350km/h까지 표시된 속도계, 차고 조절과 댐퍼 컨트롤 스위치까지.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비교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대 모두 자세가 떡 벌어지고 낮게 깔린 모습이다. 그러나 후방에서 공기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959의 섀시도 훌륭하지만 신형 911의 엄청난 그립과 안정감을 생각하면 발전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수년 전에 딱 한 번, 그것도 아주 잠깐 포르쉐 959를 몰아봤다. 내가 보고 만질 수 있는 많은 부분은 포르쉐 911의 역사 중 중간쯤에 해당하는 모델과 비슷했다. 그래서 따로 안내를 받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고도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엔진이 깨어날 때 들리는 소리는 911의 공랭식 엔진 소리와 같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소리긴 하지만 로드카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당시 911에는 3.2L 엔진을 얹기도 했으나 959는 2.85L 엔진을 품었다. 여기에 병렬이 아니라 직렬로 구성된 터보차저를 더했다. 

 

눈에 띄는 959의 리어윙은 시속 317km에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저회전에서의 무기력함을 최소화하고자 작은 터보를 먼저 회전시킨 다음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면 더 큰 터보를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실린더 당 4개의 밸브가 달린 수랭식 트윈 캠 헤드도 적용했다. 사실 성능은 다른 포르쉐 로드카보다 962 르망 레이싱카에 훨씬 더 가깝다.

그러나 조용하고 다루기 쉽다. 클러치는 점잖고 기어변속은 감탄할 정도로 정교하다. 그리고 나서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의 성격이 변한다. 속도를 올리자 멀리까지 우렁찬 소리가 퍼진다. 물론 신형 911보다 더 많은 터보랙이 발생하지만, 엔진회전수가 상승할수록 성능의 강력함이 느껴진다. 두 차의 섀시를 비교할 때 959가 훨씬 더 부드럽지만 목표지점을 향해가는 것은 절대 어긋남이 없다. 먼 미래에 태어난 후손에게 한 수 가르치듯 앞장서서 강하게 치고 나간다.

 

그리고 4800rpm에 도달하자 큰 터보가 개입한다. 지금까지는 이 차의 본모습이 아니었다. 이때의 가속력은 운전자를 시트에 파묻히게 하는 수준을 넘어 뒤로 세게 밀쳐버리는 수준이다. 엔진회전수는 신형 911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빠른 변속이 필요하다. 기어를 바꾸면 바늘이 정확히 4800rpm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쇼가 시작될 만큼 기어비는 완벽하다. 2019년에도 포르쉐 959는 놀랄 만큼 빠른데, 1986년에는 포탄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잠시 959의 가속 성능이 신형 911과 비슷한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실제로는 더 빠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옛날 타이어를 끼우고 퀵 시프트와 론치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이 없음에도 신형 911과 비교했을 때 0→시속 100km 가속이 0.1초밖에 뒤떨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2대를 하나하나 비교하면 그 어느 것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 포르쉐 959는 매력적인 섀시를 갖췄으며 17인치 휠에 끼운 브리지스톤 타이어도 엄청난 그립을 자랑한다. 그러나 신형 911의 그립과 균형 감각은 수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 나온 결과물이다. 959의 브레이크 또한 가볍다는 느낌이 들진 않으나 신형보다 훨씬 늦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안다. 포르쉐는 959에서 처음으로 네바퀴굴림을 시도한 탓에 전면에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신형 911은 넓은 짐칸을 갖췄다.

그렇다면 포르쉐 959와 신형 911은 관련이 있을까?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소리와 디자인 요소, 최고의 엔지니어링을 추구하고 철저한 스포츠카이면서도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4800rpm 이하에서 959의 움직임을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어느 순간 아주 아름다운 광기를 내뿜는 포르쉐 959의 이중인격 같은 특성이 마음에 든다. 그런 점에서 신형 911 카레라 4S는 성능은 비슷하지만 959의 진정한 후계자는 아니다. 지금은 포르쉐의 네바퀴굴림 플랫폼으로 만든 가장 뛰어난 차를 완전히 압도할 수 있는, 극과 극의 성격을 갖춘 엔진을 얹은 새로운 차가 필요하다.

신형 포르쉐 911 터보가 그 일을 잘 해내야 한다. 흘러나오는 이야기처럼 터보 S의 최고출력이 608마력을 크게 넘는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는 포르쉐 959의 진정한 후계자와 함께할 수 있다. 

 

 

 

포르쉐 911의 미래는?

33년 뒤에 포르쉐 911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오늘날의 하이퍼카만큼 빠를까?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로 수익률 감소의 법칙을 생각해야 하고, 둘째로 포르쉐가 효율성을 위해 성능을 극도로 제한할 수도 있다. 포르쉐는 여전히 911에 전기모터나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얹을지 공식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지만 내연기관 엔진이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변화가 다가오면서 911이나 959 같은 차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디자인도 비슷하고 911이란 이름도 계속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 기사에 나온 차와 이름 외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러한 종류의 차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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