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8 고성능의 맛, 재규어 F-페이스 S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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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고성능의 맛, 재규어 F-페이스 SVR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9.07.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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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재규어 SVO가
메르세데스-AMG GLC 63 S와 포르쉐 마칸 터보에 견줄 모델을 출시했다

불특정 부품의 공급 문제는 재규어랜드로버 SVO(Special Vehicle Operation, 재규어랜드로버의 고성능 차량 제작 부서)의 세 번째 모델이 1년 가까이 지연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밝힌 내용이다.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차가 바로 재규어 F-페이스 SVR이다.

이 고성능 SUV는 지난해 7월 언론에 공개한 지 몇 주 만에 출시됐는데, 재규어가 주문했던 것과 다른 부품이 납품되며 출시를 취소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기된 것이다. 어쨌든 공식적인 이유는 해결하는 데 9개월이 걸린 부품 공급 문제였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진실인지는 확실치 않다. F-페이스 SVR의 원래 출시 일정부터 지금까지 SVO는 새로운 사장을 앉혔고, 적어도 하나의 프로젝트가 취소됐으며, 재규어랜드로버의 재정적 상황이 악화되는 등 여러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과 우리가 들은 소문들을 종합하면 왜 출시가 지연됐는지, 또 거기에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지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휠은 22인치까지 선택 가능하다. 시트에 고정된 헤드레스트는 그리 편안하진 않다<br>
휠은 22인치까지 선택 가능하다. 시트에 고정된 헤드레스트는 그리 편안하진 않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신임 마이클 반 데 산데 사장이 그의 첫 사업 활동으로 이 차를 진지하게 점검하라고 지시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9개월이란 시간은 우리한테야 아주 길지만 자동차산업에선 한 쌍의 와이퍼나 트렁크 실내등 따위를 재설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어쨌든 재규어 F-페이스 SVR은 출시됐다.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 포르쉐 마칸 터보, 메르세데스-AMG GLC 63 S와 경쟁하고자 내놓은 차다. 하나같이 7만 파운드(약 1억 760만 원)라는 거금을 들여야만 살 수 있는 중형 SUV다. 지난 2016년 F-페이스 출시 이후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오랜 시간 동안 재규어가 끈질기게 부인해왔던 F-페이스 SVO는, 상대적으로 V8 엔진이 희귀한 중형 SUV에 폭발적인 V8 5.0L 슈퍼차저 엔진을 얹어 엄청난 성능을 자랑한다.

 

그립과 스티어링 반응은 좋다. 그러나 좁은 도로에서는 큰 차체가 조금 부담스럽다<br>
그립과 스티어링 반응은 좋다. 그러나 좁은 도로에서는 큰 차체가 조금 부담스럽다

최고출력 545마력은 당연히 뛰어난 성능이지만 1995kg에 달하는 무게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핵심 라이벌로 꼽히는 일부 모델은 200kg 가까이 가볍기 때문이다.

따라서 0→시속 100km 가속 시간 4.3초인 F-페이스 SVR은 다수의 라이벌보다 느리다. 나는 고성능 SUV의 불합리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V8 5.0L 엔진을 얹고도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엔진을 품은 라이벌을 압도하지 못하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 때문에, 이 차가 도로주행에서 변속 타이밍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보고 기회가 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몇 가지 더 도출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재규어 F-페이스 SVR은 강철 코일 서스펜션을 유지했지만 강도를 앞 30%, 뒤 10% 정도 올렸으며 기본인 어댑티브 댐퍼 또한 강화했다. 경량 허브와 지름이 396mm에 달하는 디스크로 업그레이드된 브레이크 바깥에는 최대 22인치 단조 알로이 휠을 끼울 수 있다. 동력전달 장치의 핵심은 ZF의 ‘8HP70’ 8단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다. 이는 앞쪽이 흔들리기 전에 뒤 차축으로 토크를 보내는 클러치 기반의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조화를 이룬다. 또한 이전 SVO 모델과 달리 뒷바퀴 사이에 토크 벡터링 전자식 디퍼렌셜을 적용했다. 

재규어 F-페이스 SVR 실내는 최근에 우리가 시승했던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과 달리 자극적인 색상을 피했다. 대신 황갈색과 검은 가죽이 조화를 이뤘고 절제된 카본 장식으로 멋을 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시승차 내부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과 매우 비슷하게 등받이와 헤드레스트가 통합된 스포츠 시트가 있다. 볼스터 깊숙한 곳에 자리 잡으려 할 때마다 목덜미를 찌르지 않는다면 훨씬 더 편안하겠다.

 

실내는 카본을 적당히 사용해 고급스럽게 꾸몄다<br>
실내는 카본을 적당히 사용해 고급스럽게 꾸몄다

실내 다른 부분은 만족스럽다. 공간과 편의성 모두 동급 클래스의 기본 이상이다. 비록 재규어랜드로버의 가장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디자인은 아니지만, 결혼 케이크 옆에 늘어뜨린 느슨한 리본 조각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듯한 여유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재규어 F-페이스는 포르쉐 마칸이나 알파로메오 스텔비오와 달리 날씬하고 길게 뻗은 느낌을 준다. 따라서 급코너에서 좌우는 물론 상하 흔들림이 조금 느껴진다. 그래도 예상보다 우수한 측면 그립 덕분에 방향을 잘 잡지만 정확하거나 날카롭진 않다. 스티어링은 매력적이지만 매우 민첩하다거나 무게감이 극적인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스티어링 반응은 조금 부드럽고 뉴트럴 성향이다. 7만 파운드의 SUV에 걸맞게 편안한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엔진만 떼어놓고 보면 재규어 F-페이스 SVR의 보석이라 할 수 있다. 강력할 뿐 아니라 동급 V8 터보차저 엔진을 넘어서는 청각적인 개성과 재미가 있다. 적절하게 포효하면서 고회전대의 직접적인 반응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다. 중간 회전대에서도 기어에 충격을 주지 않고 힘이 이어져 F-페이스를 거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토크를 만든다. 모두가 고성능 차에서 원하는 그런 품질을 갖췄다.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게 주행하다가도 기어를 2단계 내리고 페달을 꾹 눌러 밟으면 환상적이고 요란한 폭발력을 보여준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 고성능 SUV는 운전할 때 정말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핸들링에 취해 지금 여기가 어딘지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몇몇 친구들과 기억에 남을 여행을 떠날 때 속도를 즐길 수 있으면서도 편안함이나 실용성 등을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차다. 큰 웃음을 선사하다 마지막에 형편없는 아재 개그로 실망시키는 일이 없다.

 

개인의 취향일지 모르지만 재규어 F-페이스 SVR은 여전히 편안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다재다능의 고성능 SUV다. 비슷한 성격의 SUV를 만들고자 하는 다른 자동차 회사에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고성능 SUV는 빠른 속도와 운전 재미, 화려함에만 집중했을 뿐 실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TESTER'S NOTE

재규어랜드로버의 고배기량 V8 엔진 소리는 너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대담하게 들려 마음에 든다. 그리고 슈퍼차저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야 하지만 소리 그 자체도 정말 좋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재규어 F-페이스 SVR에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

SVO가 새로 선보이는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은 뒷바퀴 사이에 위치하며, 기어비 등이 이전의 전자식 디퍼렌셜과 완전히 다르다. 데이비드 푹 SVO 다이내믹스 매니저는 “무엇보다 핸들링에 미치는 영향에 최대한 집중해 소프트웨어를 다듬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장비가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일부로, 약 1년 간 영국의 B급 도로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조율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푹 매니저는 “F-페이스 SVR은 B급 도로에서 정말 뛰어나다”라며 “뛰어난 고성능 SUV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스포츠카보다 포지셔닝하기가 힘들다. 짜릿함과 함께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줄 때는 편안함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Jaguar F-Pace SVR

 

어떤 상황에서도 잘 어울린다. 강렬하면서도 점잖다. 적절한 고성능 패밀리카다  

     
가격    7만5335파운드(약 1억1580만 원)
엔진    V8, 5000cc, 슈퍼차저, 가솔린
최고출력    550마력/6000-6500rpm
최대토크    69.4kg·m/2500-5500rpm
변속기    8단 자동
무게    1995kg
최고시속    283km
0→시속 100km 가속    4.3초
연비    8.0km/L
CO₂ 배출량    WLTP 추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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