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드라이빙 머신, BMW 32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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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드라이빙 머신, BMW 320d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9.07.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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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3시리즈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젤 모델은 ‘얼티밋 드라이빙 머신’의 이름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했다

자동차들의 홍수 속에 수많은 틈새 모델, 낯설고 이상하게 생긴 모양새, 효율이 증명되지 않은 파워트레인, 심지어 전혀 생각한 적도 없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처럼 만들어진 자동차들이 즐비하다. 이런 차들을 만나면 로드테스터들은 “압도적인 감각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가끔은 리셋 버튼을 눌러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만약 이런 버튼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질 때 버튼을 눌러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실재한다. 그 버튼의 이름은 BMW 320d다.

성공적인 이전 세대들의 뒤를 잇는 320d는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아주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용적 요구와 예산 제한이 있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며, 단순한 이동수단이든 즐거운 드라이빙이든 양쪽을 모두 충족시킨다. 이처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저 호소력 있고 열정적인 드라이버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성능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당신은 320d가 어떤 모델인지 알 것이다. 6단 기어(수동)에 5명이 탈 수 있는 시트, 4개의 도어, 삼분할 구조, 2륜구동, 2.0L 터보 디젤 엔진을 갖추고 있다. 단순하다. 

그러나 아직 직전 세대의 모습이 진하게 남아있어 전체적인 윤곽이 온전히 와 닿지는 않았다. 어쩌면 동력 성능을 한층 강화시킨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의 존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차를 찾는 이들이 원하는 궁극의 선택지에서 기본값으로 존재하는 320d의 자리를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위협하지는 못한다.

이 신형 320d는 다치아 산데로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를 시승한 이후에 만났다. 그리고 나는 보통 때보다도 훨씬 더 내 머릿속을 ‘리셋’해야 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일찍 일어나 목적지도 없이 드라이빙의 참맛을 즐기러 나섰다. 320d는 스스로 그 자체로서의 모습과 영국 도로에 대한 적합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계기판은 지나치게 스타일에 치중한 것처럼 보인다

첫 인상은 약간 당황스러웠다. i드라이브 초기 모델이었던 4세대 7시리즈와 같은 예외적 상황도 있지만, BMW는 대부분 명확하고 직관적인 시스템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320d의 디지털 계기판은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스타일에 치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속도계와 회전계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스크린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중앙에는 별로 쓸데없는 지도가 표시되며 나머지 데이터들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다행히 i드라이브 콘솔은 남아있어 이해하기 쉬웠지만, 그것과 함께 표시되는 센터 스크린은 더 복잡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긴 했지만, 직전 3시리즈의 시스템보다 좋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이 차의 주행 감각 수준은 일상적인 수준에서 최고였으며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신형 3시리즈의 움직임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매끄럽다는 것을 강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부분에 너무 신경 쓰진 않았다. 이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더 부드러운 하체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탄 낮고 단단한 M스포츠 버전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SE 버전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추가 비용을 들여 가변 댐핑 시스템을 적용하면 마법의 카펫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말자. 이미 다른 3시리즈에서 직접 시도해 봤는데, 컴포트 모드에서도 기본적인 단단함은 남아있었다. 만약에 일상적인 출퇴근 또는 장거리 주행이 가장 중요한 용도라면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크기 또한 매우 놀라웠다. 전혀 작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신형 3시리즈는 40년 전 오리지널 7시리즈나 30년 전 5시리즈보다도 넓고 높았다. 그렇다고 리무진과 같은 인테리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충격 흡수를 위한 구조와 두터운 시트, 그리고 여러 기술적 요소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클래스에서는 공간이 충분한 편(이 3시리즈에 총 5명이 함께 타고 약 40분을 달렸는데, 동승자들 모두 충분히 만족하는 듯 보였다)이지만, 당신이 제멋대로 팔다리를 뻗을 수는 없다. 이 차량은 기껏해야 비행기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정도에 불과하다.

 

이 차에서 흥분할 부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료들을 뒤적거려보면 이 차량이 이전 세대보다 커졌지만, 알루미늄을 보다 넓은 영역에 사용하고 차체 구조가 달라지면서 무게가 더 가벼워졌음을 알아챌 것이다. 그리고 엉덩이에서 먼저 더 단단한 스프링이 적용된 것을 알려주겠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훨씬 더 흥미롭다. 더 낮아진 무게 중심, 더 넓어진 트랙, 25%가량 더 높아진 차체 강성, 더 큰 전륜의 캠버와 안티 다이브에 특화된 댐퍼, 그리고 당신이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경우에도 위력을 발휘하는 안티 스쿼트 기술이 적용됐다. 

뛰어난 차체 컨트롤과 정확한 반응, 그리고 탁월한 그립력을 바탕으로 하는 최신 320d의 핸들링은 적극 추천하고 싶다

2.0L 디젤 엔진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가장 중점이 될 수 있는 마력과 토크 수치가 여전히 그대로인데, 차량을 움직이는 느낌은 이전 세대에서는 한 번도 느낄 수 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55kg 경량화된 것만으로 그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실 BMW는 시퀀셜 터보라는 트릭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5세대 535d가 등장한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소형 고압 터보와 대형 저압 터보 유닛을 조합한 시퀀셜 터보는 저회전 영역에서도 거의 지연이 없는 응답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벽에 부딪히는 것처럼 작동하는 리미터로 인해 지나치게 연료를 많이 소모하게 되는 일도 드물었다. 여기에 옵션으로 추가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면 0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8초로 오리지널 M3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당신이 코너에 도달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의 절반만큼도 되질 않는다. 이 차량의 핸들링은 매우 뛰어나다. 어딘가에서 조향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듣기도 했지만,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유압식 스티어링 기어 랙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의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320d는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어떤 콤팩트 중형 세단들보다 훨씬 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승차 공간은 성인 5명이 타도 충분할 정도로 넓다. 하지만 센터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BMW에게서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320d는 매우 인상적인 그립력 또한 갖고 있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코너를 노리고 진입하는 순간에 차량이 전달해주는 자신감이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핸들을 돌리고 나서야 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되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320d는 코너의 진입부터 탈출하는 순간까지 항상 예측을 벗어나지 않고 정확하게 움직여준다. 둔덕이나 고저차, 노면의 기복이나 기울기 또는 노면 변화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도달한다. 이 차의 차체 컨트롤은 내가 시승했던 같은 장르의 어떤 차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에 도달해 있었다. 때때로 이 정도 수준의 평온함이 4도어 디젤 패밀리 세단에서 제공된다는 것이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완전한 순정 상태에서도 이 정도로 높은 퍼포먼스와 리터 당 21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연비에 절대적으로 낮은 CO2 배출량까지 보여주는 디젤 엔진을 두고 ‘디젤은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게는 넌센스로 들린다.

하지만 나는 이 시승기를 읽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 대신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다. 신형 3시리즈는 이전 세대의 것보다도 훨씬 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승차감만으로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기에 나는 순정 스프링을 적용한 SE 버전 또한 테스트해보고 싶다. 그러나 나에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새롭게 혁신하고 운전자에 초점을 맞춘 3시리즈가 모든 부분에서 좋았다. 지금까지 점점 더 뚜렷해져가고 있는 C-클래스와의 전선은 이로써 다시 한 번 더 명확해졌고, 이제 다시금 진정한 결전이 가능해졌다. 320d는 다시금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왔으며,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차의 장단점이 갈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들이 갖고 있는 운전에 대한 능력과 열정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차는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일까? 지금 현재는, 그리고 적어도 이 클래스 안에서는 그렇다는 쪽에 내기를 걸어도 좋다. 

 

TESTER'S NOTE
8단 자동 변속기는 기묘하게도 320d보다 330i에서 더 잘 작동했다. 하지만 이 차의 성격에는 여전히 6단 수동 변속기가 더 잘 어울린다. AF

 

어떻게 BMW는 더 가볍고 날렵하게 만들어 냈을까

BMW는 더 커진 차량의 무게를 55kg이나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차체에서만 모두 20kg을 줄였으며, 더 나아가 프런트 스프링 스트럿을 알루미늄으로 사용하면서 7.5kg을 덜어냈다. 엔진은 서브 프레임이 지탱한다. 추가적으로 보닛과 프론트 윙을 알루미늄으로 사용하면서 15kg 이상을 감량했으며, 이것은 BMW가 전후 무게 배분을 50/50으로 맞추는데도 일조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스위블 베어링과 컨트롤 암은 프런트 서스펜션의 스프링 아래 중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보다 높은 수준의 운동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MW는 공기저항계수도 인상적인 수준으로 줄여냈다. 기존의 0.26에서 동급 최고 수준인 0.23을 달성했다. 이는 차체 하부의 밀폐되는 부분을 크게 늘리고, 공기 역학에 특화된 휠과 가변 에어 플랩을 통해 프런트 그릴과 하부 에어 인테이크로 들이치는 공기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가변 에어 플랩은 보닛 내부의 온도가 충분히 높아져 개방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열린다.

 

 

BMW 320d M Sport

결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차는 BMW의 팬들이 반길만한 매우 뛰어난 핸들링과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으며 현실적인 경제성까지 갖추고 있다.

가격    3만8205파운드(약 5877만 원)
엔진    4기통, 1991cc, 디젤
최고출력    188마력/5500rpm
최대토크    40.78kg·m/1800rp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무게    1525kg
최고시속    241km
0→시속 100km 가속    6.8초
연비    21.8-22.6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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