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르노닛산 연합,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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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르노닛산 연합, 어떻게 될 것인가
  • 닉 깁스(Nick Gibbs)
  • 승인 2019.06.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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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대 자동차기업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닛산 카를로스 곤 전 회장 구속사건 이후의 동맹관계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를로스 곤은 연합을 만들었지만 그에게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르노와 닛산 간의 동맹에 내재되어 있던 분쟁의 불씨가 지난해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일본에서 체포되면서 극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6개월여가 지난 지금, 두 브랜드를 묶어두던 ‘동맹’의 연결고리는 점차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검찰이 재정적 부정행위를 구속 사유로 밝혔지만, 실은 두 회사 사이에 합병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닛산 내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시장의 전동화부터 무역 분쟁까지, 전통적 자동차 회사인 두 회사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큰 위협을 막기 위해 더 튼튼한 재정기반을 다지려면 동맹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상대편 회사(더 넓게는 회사가 속한 나라)에 이익을 넘겨주지 않으면서 합병하는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합병에 대한 르노의 제안에 대해 닛산이 대화에 응하기를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닛산은 프랑스 기업인 르노가 자신들의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를 가지고 있는 반면,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만 가지고 있는 불균형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전까진 두 회사의 동맹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르노와 닛산 모두 재정 위기 대응을 위해 1999년 양사 간 동맹을 맺었다. 이를 통해 두 회사가 전문성을 결집하고 협력업체를 공유하며 공통으로 사용할 엔진과 플랫폼 개발로 자동차 제작에 드는 전반적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레바논 사람인 곤은 빈사상태인 닛산의 조직문화를 뒤엎고 2만1000개의 일자리를 줄였음에도 일본에서 추앙받는 존재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그가 오랫동안 일한다는 뜻에서 편의점 이름인 ‘세븐 일레븐’이라는 유명한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의 승용차 판매량은 연간 1000만 대를 넘기며 폭스바겐 그룹과 토요타를 능가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협력관계를 통해 2017년에 올린 이익은 57억 유로(약 7조6100억 원)이고, 2022년 100억 유로(약 13조35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르노 카자르는 닛산 캐시카이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협력 관계의 또 다른 결실은 라인업이다. 닛산 캐시카이는 르노 카자르 및 메간과 같은 커먼 모듈 패밀리(CMF) 플랫폼을 공유하고, 같은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나 긴장관계는 항상 존재했다. 지난 2016년, 르노-닛산 연합의 파워트레인 및 전기차 엔지니어링에서 일했던 익명의 제보자는 근무환경에 대해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고 로이터 통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17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 한 회사라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워트레인 분야는 늘 지옥과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파워 하이브리드의 인기 덕분에 닛산이 일본 판매순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오랫동안 두 회사 간 파워트레인의 역할 분담은 꽤 잘 돼있었다. 르노는 디젤 엔진을, 닛산은 가솔린 엔진을 책임졌다. 이제는 그런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아직까지 르노의 최대 시장인 프랑스에서 2014년에 64%로 최고치를 기록한 디젤차 판매는 33%로 줄었다. 이는 르노가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는 압박요인이 되었다.

한편, 닛산은 일본에서 이-파워(E-Power) 하이브리드 기술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노트를 판매순위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토요타가 독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이제 닛산은 그 기술을 영국으로 가져와 유럽에서의 손실을 역전시키려한다.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닛산은 영국에서 1억6600만 파운드(약 2532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닛산-르노 동맹 역사상 지금만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적은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을 가진 하나의 통합된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밖에 또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동맹이 깨지지는 않을 듯하지만, 카를로스 곤 사태 이후를 맞을 두 회사는 피해 복구를 위해 강력한 통합 역량을 가진 인물의 합류가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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