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쏘나타의 체질개선은 성공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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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쏘나타의 체질개선은 성공적일까?
  •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 승인 2019.05.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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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대 모델을 통해 현대는 쏘나타의 체질변화를 시도한다. 젊고 개성 있는 중형 세단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엿보이는데, 과연 현대는 목표를 제대로 구현한 것일까?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가 살펴본다

 

현대 쏘나타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차다. 한참 전, 자동차 칼럼을 쓰면서 쏘나타를 '밥상 위의 쌀밥’에 비유한 적이 있다. 한국식 밥상의 기본 음식이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데다 없으면 허전하지만 반찬 없이 먹기엔 심심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 특징이 쏘나타가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의 장수 베스트셀러가 된 비결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실제 쌀 소비량처럼, 중형 세단 판매도 차츰 줄고 있다. 베스트셀링 세단 자리는 같은 집안 형님 격인 그랜저가 가져갔지만,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단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전히 동급에서는 큰 차이를 두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쏘나타의 위세는 확실히 전만 못하다. 

 

전형적인 4도어 세단이지만 뒤로 갈수록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현대는 이런 흐름 속에서 쏘나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8세대로 바뀐 새 쏘나타 발표회장에서 했던 이상엽 전무의 말에도 그런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쏘나타가 지고 있던 짐을 덜어야 할 때라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여러 해석이 가능한 얘기다. 일단 폭넓은 소비자를 두루 충족하는 대중적 세단에서 좀 더 젊은 분위기의 개성 있는 세단을 지향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수익성 높은 그랜저를 위협하지 않도록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새로 개발한 3세대 플랫폼으로 만들었다는 새 쏘나타는 크기로 그랜저와 선을 긋기는 어렵다. 덩치가 그랜저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그랜저보다 길이와 높이는 30mm와 25mm씩 작고, 너비와 휠베이스 차이는 겨우 5mm에 불과하다.

 

 

오히려 좌우 바퀴 사이의 거리는 쏘나타가 더 넓다. 그래서 현대는 그랜저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디자인으로 쏘나타의 성격을 달리 표현했다. 르 필 루즈 콘셉트카의 전반적 형태와 요소들을 가져온 덕분에, 조금은 고전적인 뒷좌석 중심의 비례와 묵직한 분위기의 그랜저와 비교하면 스포티한 느낌이 훨씬 더 강하다. 

 

내장재의 질감은 고급스럽고 조립과 마무리도 훌륭하다<br>
내장재의 질감은 고급스럽고 조립과 마무리도 훌륭하다

 

구조적으로는 전형적인 4도어 세단이지만, 옆모습은 뒤로 갈수록 부드럽게 흐르는 지붕선이 화살깃처럼 날이 선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붓글씨처럼 강약을 조절해 차체 앞쪽을 휘감는 선이나 팽팽하게 부풀린 면에 가늘고 뚜렷한 선을 넣어 둔한 느낌을 상쇄한 것은 순수하게 디자인 관점에서는 좋게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보편적 소비자 관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표현이기는 하지만, 어느 쪽으로든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실내는 최근 현대차 디자인 흐름과 기술적 요소들을 이어 받으면서, 세부적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몇 가지 곁들였다. 풀 LCD 계기판과 계기판에서 이어지는듯한 모습으로 세워 놓은 레터박스 타입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버튼식 기어 셀렉터는 전자, 로터리식 조절장치는 키우고 버튼은 가로로 가늘게 돌출시킨 공기조절 장치와 드라이브 모드 선택 레버는 후자의 대표적 예다. 

 

시승차가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에 선택사항까지 모두 담겨 있는 3590만 원짜리여서 더 그렇겠지만, 내장재의 전반적 질감은 무척 고급스럽고 조립과 마무리도 훌륭하다. 특히 A 필러 마감재에 씌운 직물 소재(멜란지 니트)와, 대시보드 윗부분을 넓게 덮은 가죽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근사하다. 프리미엄 중간급 이하 트림은 그보다는 검소한 분위기겠지만, 공기배출구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가로로 뻗은 대시보드 디자인 요소들은 실내를 탁 트인 분위기로 만든다.

 

 

그 덕분에 센터 페시아 아래쪽 수납공간이 꽤 넓어졌다. 무선 충전장치에 스마트폰을 올려 놓고도 다른 소품들을 둘 자리가 충분하다. 앞좌석 공간은 시각적 분위기만큼이나 넉넉하다. 좌석 높이도 차 성격에 비해 낮아서,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려 있는 시승차도 머리 위 공간이 여유있다. 다만 뒷좌석 공간은 이전 세대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다. 뒷좌석 높이와 등받이 각도는 편안히 앉기에 알맞지만, 비교적 여유 있는 너비와 달리 무릎과 머리 공간은 '공간이 남아돈다'는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니다.

 

최상위 트림인 시승차에는 뒷좌석 열선과 스키스루 기능, 뒷좌석 수동식 옆 유리 커튼과 전동식 뒤 유리 커튼에 동반석 별도 조절 기능까지 달려 있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넓지만 트렁크 리드가 수동이고 닫을 때에는 안쪽에 손잡이가 없는 것이 아쉽다. 최상위 풀 옵션 모델 기준으로 보면 그랜저에도 없는 몇몇 편의장비들을 찾을 수 있을 만큼 편의장비가 화려하다. 특히 현대는 새 쏘나타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스마트 편의기능을 강조하며 젊은 소비자들을 자극한다.

 

 

직렬 4기통 2.0L 엔진은 160마력의  힘을 낸다<br>
직렬 4기통 2.0L 엔진은 160마력의  힘을 낸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으로 도어를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와 블랙박스 기능에 재미 요소를 추가한 빌트인 캠, 차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차된 차를 빼거나 주차위치로 넣을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 등이다. 편리한 기능임에는 틀림없지만 오작동이나 보안, 개인정보 보호 등의 관점에서는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 지도를 비롯한 몇몇 기능이 무선으로 업데이트되는 등 소소하게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들은 반갑다.

 

현대가 처음으로 보스와 협업해 화제가 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아쉽게도 제대로 시험할 수 없었다. 하반기에 1.6L 터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동력계가 추가될 예정이지만, 첫 출시와 더불어 내놓은 것은 2.0L 자연흡기 가솔린과 LPG 두 종류다. 두 엔진 모두 새로 개발한 스마트스트림 시리즈의 두 번째 - 기아 K3과 페이스리프트한 현대 아반떼에 1.6L 버전이 먼저 쓰였다 - 종합적 관점에서 연비와 효율 향상, 배출가스 저감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LPG 차 일반 판매 제한이 해제되기 전에 이루어진 시승행사에서는 2.0L 가솔린 엔진 모델만 몰아볼 수 있었다.

 

 

시승차에 어른 세 명이 타고 적잖은 양의 짐을 실은 탓도 있겠지만, 시승하는 내내 힘의 여유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깊이 밟아도 가속하는 느낌은 정해진 선을 넘어서지 않았다. 이전 세대보다 가벼워진 차체가 낮아진 엔진 성능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체감성능은 예상을 밑돈다. 

 

 

트렁크 공간은 넓지만 닫을 때 손잡이가 없다<br>
트렁크 공간은 넓지만 닫을 때 손잡이가 없다

 

스마트스트림 G2.0 엔진의 최고출력은 160마력, 최대토크는 20.0kg·m이다. 이전 세대 쏘나타 뉴라이즈에 쓰인 누우 2.0 CVVL 엔진보다 최고출력이 3마력 낮다(최대토크는 같다). 대신 18인치 휠을 끼운 최상위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11.6km/L에서 13.0km/L로 크게 개선되었다. 낭비되는 연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유성능을 극도로 억제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러나 엔진이 성능을 표현하는 방식은 무척 세련되었다. 제원표상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는 4800rpm인데, 회전수에 따라 토크가 매끄럽게 변하기 때문에 가속 느낌은 무척 고르다. 4기통 특유의 리듬이 살아 있는 엔진 진동도 상당히 잘 억제되어 있다. 모든 모델에 기본인 6단 자동변속기는 최근의 다단화 흐름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특성 자체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변속 속도는 알맞게 빠르고 대부분 아주 매끄러우면서도 늘어지는 느낌이 없이 이루어진다. 이런 성격의 차에는 잘 맞는다.

 

주행모드 선택 기능은 기본 네 가지(스마트, 에코, 컴포트, 스포츠)와 요소별 개별설정이 가능한 인디비주얼 모드까지 있다. 에코와 컴포트 사이의 차이에 비하면 스포츠 모드를 선택했을 때의 반응이 차이가 좀 더 뚜렷하지만, 힘의 여유가 크지 않은 만큼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시원한 가속이나 찰진 손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레버가 아닌 버튼으로 변속기를 제어하기 때문에, 수동처럼 변속하려면 무조건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을 조작해야 한다. 디지털화가 낳은 의외의 재미거리다.

 

엔진 성능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알찬 주행감각과 핸들링이다. 탄탄함과 부드러움이 알맞게 균형을 이룬 승차감은 지금까지 나온 쏘나타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다. 특히 다리 이음새나 콘크리트 포장이 어긋난 부분처럼 얕지만 뚜렷한 요철을 지날 때 짧고 강하게 전달되는 충격을 탄력있게 걸러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이 움직임의 중심을 잘 유지하려는 성향은 커브에서 안정감을 주는 데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차 크기에 비하면 지름이 약간 작은 듯한 스티어링도 주행감각의 차분한 느낌을 더한다. 그러면서도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충격은 알맞게 거르고 전해져서 차를 다루는 느낌은 좋다. 전반적 주행감각에서 뚜렷한 개성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잘 조율된 것은 분명하고, 섀시가 더 높은 출력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올 1.6L 터보 모델은 물론, N 브랜드로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본격 고성능 모델이 나와도 좋을 듯하다.

 

ADAS 기능에서는 빠른 기술발전 속도를 실감할 수 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은 차간거리 유지나 차로유지 보조가 무척 매끄럽고, 내비게이션 시스템과의 연동도 잘 되는 편이다. 경고를 위한 스티어링 개입도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다만 곡선 구간에서 차로유지 보조 기능이 켜져 있을 때에는 스티어링 반응이 수시로 변하는 것에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앞서 몇몇 현대기아차에서 선보인 후측방 모니터 - 방향지시등을 켜면 사각지대 영상을 계기판 해당방향에 표시한다 - 는 지금까지 나온 비슷한 성격의 기능 중 가장 편리하다. 이 기능은 서라운드 뷰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함께 패키지로 상위 모델에서만 선택해 넣을 수 있고 값도 만만찮지만 값어치는 제대로 한다.

 

한편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같은 이름으로 팔린 중형 세단의 성격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이전 흐름과 뚜렷하게 다른 외부 디자인과 새 쏘나타를 통해 처음 선보인 여러 기술을 보면 변화의 방향성과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새 쏘나타가 진짜 '젊고 개성 있는 중형 세단'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뭔가 디자인과 기술을 빼면 화끈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고, 뭔가 많은 것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토요타 캠리가 그랬듯 중형 세단을 사는 보편적 소비자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푸조 508과 같은 체질변화를 시도하기에는 쏘나타가 등에 업은 짐이 너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진짜 변화다. 맨쌀밥 느낌이 남아있는 새 쏘나타에 필요한 것은 그와 어우러져 훌륭한 비빔밥을 만들어낼 맛깔난 반찬들이다. 아직 라인업이 완성되지 않은 만큼, 나중에 더해질 다른 파워트레인에 기대가 큰 이유다. 새 쏘나타는 아직 미완성이다. 

 

Hyundai Sonata Smartstream G2.0 Insperation

가격 3289만 원(인스퍼레이션 기본)/3590만 원(시승차)

크기(길이×너비×높이) 4900×1860×1445mm    

휠베이스 2840mm  

엔진 직렬 4기통 1999cc 가솔린 

최고출력 160마력/6500rpm 

최대토크 20.0kg·m/4800rpm  

변속기 자동 6단

최고시속 na

0→시속 100km 가속 na

연비(복합) 13.0L/km(18인치 휠 기준)

CO₂배출량 129g/km(18인치 휠 기준)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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