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발로 선 말 조련사, 성난 황소를 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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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발로 선 말 조련사, 성난 황소를 길들이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9.04.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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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F1팀을 이끌던 스테파노 도메니칼리가 낙마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람보르기니의 쇠뿔 위에 올라앉았다. 댄 프로서가 그를 만났다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의 임시 사무실에서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그 스스로에게 중요했던 순간을 잠시 떠올렸다. “시간은 빠르게 가죠, 하지만 그건 괜찮아요.” 혈기왕성한 53세의 그가 말했다. “만약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었단 거죠.”

 

나무들이 늘어선 패독,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는 9층짜리 사키르 타워를 거느린 이 중동의 서킷은 이곳을 방문한 기자단이나 그들을 서포트하기 위한 수십 명의 직원들보다 도메니칼리에게 더 익숙한 곳일 것이다. 이 그랑프리 서킷은 새로운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의 미디어 런칭을 진행하는 곳이다.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최고경영자와 대표를 겸하고 있는 도메니칼리는 자사의 최신예 슈퍼카를 전 세계 자동차 매체들에 소개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 이달 말 도메니칼리는 앞으로 3년간의 연임을 확정 짓는다.

 

그리고 그는 지금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위해 바레인에 돌아왔다

 

회색 수트에 콧대 높은 자동차 산업의 경영진들의 전형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사교적이고 느긋한 이 이탈리안은 이 서킷의 게이트를 이미 수없이 통과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언제나 페라리 포뮬러 원팀의 스칼렛 레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는 2007년 말부터 2014년까지 페라리 팀의 수장을 맡았다. 바레인 서킷에 대한 그의 기억은 레이스 1,2위를 모두 석권했던 2008년과 2010년을 포함하고 있겠지만, 스쿠데리아를 지휘하던 7년 반의 기간 동안 승리는 메말라버렸고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4년 4월 도메니칼리는 지휘봉을 놓았고, 그의 사임이 발표됐다. 발표 직전까지도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해고된 것이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의 행복한 기억들

 

2016년 초, 아우디의 짧은 성명에 따라 도메니칼리는 람보르기니의 CEO로 지명되었다. 역사는 그의 부임과 동시에 람보르기니의 자산이 치솟아 오른 것을 증명해주지만, 도메니칼리는 그가 CEO로 지명되기 훨씬 이전에 람보르기니의 르네상스 시대를 뒷받침하는 기본 틀이 세워진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메니칼리가 산타가타에 처음 발을 디뎠던 1년 전 람보르기니는 전 세계적으로 3245대의 차량을 판매했지만, 지난해에는 총 5750대의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것은 곧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최고경영자 및 대표의 역할이 임시방편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지난 56년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여전히 람보르기니는 살아있으며, 기세가 등등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도메니칼리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고 판매량을 이전보다 훨씬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날 자신의 감독 아래에 있는 회사를 그가 5년 전에 떠난 회사의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이어지는 페이지를 통해 람보르기니를 밝은 미래로 인도할,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의 전 고용주인 페라리와 정면으로 대결하게 될 그의 5단계 계획을 들여다보자.

 

우르스는 람보르기니의 전통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 목적에 부합하는 차량이다

 

1. 브랜드 인지도 재고

도메니칼리는 “우리는 람보르기니가 세계적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큰 성장 잠재력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제안한다. "새로운 시장에서 우리의 유산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그들은 람보르기니에 대해서 몰라요. 새로운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젊은 세대와의 관계이며, 이것이 왜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스포티하며 역동적인 브랜드인지 보여줘야만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람보로기니는 판매 목표를 8000대로 설정했다

 

그럼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어떨까? “우리는 우리 브랜드의 포지션을 다른 방식으로 배치해야 했습니다.” 그의 말이다. “우리는 편향성을 줄여야 했습니다. 과거에 당신은 람보르기니를 좋아했거나 혹은 싫어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와 반대로 됐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어느 쪽이든 브랜드가 가진 매우 강한 정체성이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람보르기니는 오랫동안 지구상 가장 거칠고 가장 무시무시한 슈퍼카를 만드는 제조사로 명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람보르기니는 보다 친숙해진 일상적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다. 도메니칼리의 말을 빌리자면 람보르기니는 이제 ‘행복한 브랜드’가 되길 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V12? 람보르기니는 그것을 해내야만 하기에, 도메니칼리는 솔직히 그것을 인정한다

 

2. 판매량 증대

지난 해 람보르기니의 전 세계 판매량은 거의 70% 가까이 증가했다. 도메니칼리는 이 특별한 성공의 일부분이 스스로의 빛나는 천재성 덕분이라고 공을 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슈퍼 SUV인 우루스의 런칭 이후 상당한 수준의 도약이 이뤄졌음을 지적했다. 이것은 곧 1년 동안의 판매가 온전하게 집계될 첫 번째 해인 올해, 또 다른 기록적인 판매량을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도메니칼리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계획은 연간 8000대가 판매되는 것이다. “제 의견으로는 이 숫자가 우리의 포트폴리오와 시장에 맞다고 봅니다. 만약 신규 시장이 등장한다면 그 수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견고하게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한 수치일 것입니다.” 8000대라는 숫자는 여기서 약 2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아 아베토네 인페리오레(Via Abetone Inferiore : 페라리의 주소)에서 눈썹을 치켜올리게 할 만한 것이다. 지난해 8000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 페라리의 역사상 겨우 세 번째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친 회사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자기 증명이 도메니칼리에게 동기 부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보기에 그는 외교적 수완이 무척 뛰어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메니칼리는 페라리의 뒷발로 선 말의 코앞으로 람보르기니의 성난 황소를 이끄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고객들을 위한 독점적인 고급스러움은 무척 중요합니다.” 도메니칼리가 말했다. “우리는 두 번째 SUV를 생산해 아주 빠르게 판매고를 높일 수도 있었겠죠. 만약 내가 매우 자기중심적인 관리자였다면 그대로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브랜드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단기적으로는 급성장할 수 있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우 큰 실수가 됐겠죠.”

 

3. 지속적인 엔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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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러가 목표.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하긴 이르다

 

슈퍼카 제조사들은 자연 흡기 엔진에서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페라리는 대표적이다. 한층 강화된 배출 가스 규제법이 그것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 도메니칼리는 특유의 음조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람보르기니의 자연 흡기 V10, V12 엔진이 다른 자동차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람보르기니는 그들의 슈퍼카를 위해 터보 차저를 사용하기에 앞서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을 적용할 것이다.

 

“이것은 형식 승인을 위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도메니칼리는 유감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만약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면 차기 아벤타도르는 또 다시 자연흡기 V12 엔진을 적용해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규제를 존중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차세대 아벤타도르가 자연흡기 V12 엔진을 사용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4. 네 번째 모델 라인의 도입

우라칸을 비롯해 그와 비슷한 자동차들이 설 자리는 아직 남아 있다

 

만약 현시점에서 2025년까지 도메니칼리의 예상대로 판매고가 성장한다면, 람보르기니는 엔트리 레벨의 슈퍼카인 우라칸과 최상위급 모델인 아벤타도르, 그리고 우루스에 이은 네 번째 모델을 소개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이 아이디어는 2+2의 그랜드 투어러로 이미 개발에 착수한 상태”라며 “이 차량은 우리가 1만 대의 판매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생각에 만약 우리가 앞으로 몇 년 동안 판매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네 번째 모델을 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당장 네 번째 모델에 투자하기에는 우리가 충분히 강력하거나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5. 운전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차량의 지속적 생산

도메니칼리는 하이엔드급 고성능 차량에 대한 수요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주류 자동차산업이 오너드라이버를 위한 모델 대신 미래의 자율 주행 차량과 단기 렌탈로의 방향 전환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세상은 매우 크고, 서로 무척 다릅니다. 우리는 자동차가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수단으로 필요한 것인지, 또는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야만 합니다. 만약 당신이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원한다면 자율주행 차량을 구입할 리는 없겠죠. 그렇기에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미래는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자동차는 삶의 열정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메니칼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동 수단의 미래에는 그 복잡성이 자동차를 능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만 가능한 일이죠.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CV>

1988-1991 볼로냐 대학교에서 비즈니스 전공

1991-2014 스쿠데리아 페라리 포뮬러 1 팀

              1991-1995 재무 부서

              [1992-1994 레이스 디렉터, 무젤로 서킷]

             1995-1998 인적 자원 및 스폰서십 총괄

             1998-2003 팀 매니저

             2003-2007 스포팅 디렉터

             2007-2014 총괄 팀장

2014-2016 아우디, 부사장, 신규 사업 이니셔티브

2016-현재 최고경영자 및 대표, 아우토모빌리 람보르기니

 

 

결코 잊혀질 수 없는 과거

 

(위로부터) : 카운타크, 디아블로 그리고 미우라는 람보르기니의 값진 유산 중에서도 핵심이다. 하지만 그저 역사일 뿐일까?

 

람보르기니는 그들의 오랜 명성이 깃든 미우라, 카운타크, 그리고 디아블로와 같은 이름들을 완전히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도메니칼리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람보르기니가 "기념비적인 이 모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축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답했다.

 

"우리는 이 모델들을 기념하기 위한 뭔가 특별한 것을 개발 중이며, 우리 브랜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람보르기니가 특정 라인업에서 무척 특별한, 극히 높은 가격의 한정판 모델을 공개하게 될 거라고 짚어낼 수 있다. 세스토 엘레멘토, 베네노 그리고 첸테나리오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고 그들보다 더 고명한 이름에 걸맞은 찬사로 말이다. 하지만 어떤 모델이 첫 번째가 될까? 미우라의 50주년은 3년 전이었으며, 카운타크는 앞으로 5년 이내에 그만한 숫자를 채울 수 없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디아블로가 30주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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