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라인의 끝은 여정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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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라인의 끝은 여정의 시작
  • 아이오토카
  • 승인 2019.04.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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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가 떠나는 첫 여정은 딜러에게서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갓 출고된 기아 시드를 보면 알 수 있듯 도로와 철길, 바다를 건너는 장대한 여정이 되기도 한다. 마이크 더프(Mike Duff)가 그 과정을 따라 나선다

 

 

현대적 자동차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조립공정은 마치 발레 공연처럼 화려하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번쩍이는 새 모델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일, 즉 조립 라인에서 완성된 차가 전시장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기아는 우리가 그 과정 내내 차 한 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수 있도록 허락했다. 기아가 한국에서 생산한 모델이 아니라 영국 딜러로 보낼 차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질리나(Zilina) 공장에서 만든 신형 시드의 뒤를 쫓게 된 것이다.


최종 검사

이곳은 제동시험 구역이다. 차들은 여러 속도에서 정지하는데, 가장 높은 속도는 시속 120km다

 

공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부품과 반조립품들이 완성차가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 영국으로 보내질, 파란색 메탈릭 색이 돋보이는 시드 론치 에디션(Launch Edition)을 찾고 나서, 우리는 처음 엔진 시동을 걸고 조립 라인에서 달려 나와 검사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트랙에서의 주행 시험도 검사의 일부다

 

실수는 늘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찾아내어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질리나 공장 조립품질 관리자인 토마스 피구라(Tomas Figura)는 라인에서 나오는 차의 97퍼센트가 단번에 합격 판정을 받는다고 했다. 그와 그가 관리하는 190명의 작업자가 하는 일은 나머지 차들에서 문제를 찾아 수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총알처럼 빠른 시험 및 검사 담당자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 순서는 제동시험으로, 차들은 교통부에서 시험하는 것과 비슷한 회전장치에서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걸 입증한다. 이 시험을 맡은 직원들은 한 교대에 120대의 차를 처리하는데, 이는 공장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일한 몇몇 직원들은 약 25만 대의 운전석에 앉아봤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고른 기아 시드의 주행거리계 숫자가 올라간다. 직접 달려보기도 한다

 

다음에는 진단 검사가 있다. 하체 검사를 위해 바닥을 판 정비공간에서 검사원이 볼트가 빠진 곳을 확인하고, 보닛 아래에 스마트 탐지장비를 넣어 액체류가 새는지 살핀다. 헤드램프를 맞추고 휠 얼라인먼트를 점검한 뒤 모든 차는 3.2km 길이의 시험주행로를 달리게 된다. 이 시험에서는 타이어 마찰음이 나도록 거칠게 다루는 것은 아니고, 여러 종류의 노면과 요철에서 정해진 속도로 달리면서 마찰과 비틀림 때문에 생기는 소음을 확인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의 수를 보면 이곳에서 만드는 세 모델 가운데 어느 것이 인기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은 스포티지이고 시드가 많은 편인데 가끔씩 벵가도 섞여 있다(가장 보기 드문 것은 질리나 유니콘이라는 이름의 파란색으로 칠해진 벵가 자동변속기 모델임에 틀림없다).

 

밝은 조명 속에서 결함을 찾으려는 최종 검사가 이루어지고…

 

주행시험을 통과한 우리의 시드는 공장으로 돌아와 이동식 컨베이어를 타고 마지막 이동과정을 거친다. 우선 세차장과 비슷한 누수시험을 거치고, 이어서 밝게 빛나는 최종 검사 구역에서 차체를 세밀하게 검사한 다음, 검사를 통과한 차들에 보호용 비닐 필름을 붙인다.

 


열차와 트럭에 실려

…그 다음에 우리 시드는 딜러에 전달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는다

 

차 한 대를 옮기는 물류절차는 간단하다. 운전자에게 어디로 몰고 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물류가 수천 대(질리나 공장은 일주일에 최대 6500대를 생산한다) 규모가 되면 금세 머릿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차들은 이곳에서 유럽 전역에 있는 배송 센터로 전달되고, 영국으로 보내질 모델들은 해상운송을 위해 독일 쿡스하벤(Cuxhaven)으로 보낸다.

 

운송은 트럭과 철도를 모두 이용한다. 철도는 더 효율적이지만 운송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우리의 파란색 시드는 오후에 출발하는 철도편이 예약되어 있다.
적재에는 몇 시간이 걸린다.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탁송전담 운전자들이 배송 구역에서 차를 받아 몰고 유로터널 열차처럼 20개의 커다란 이층화차 뒤로 들어가 싣는다. 그런 다음 스포티지 한 대에 타고 제자리로 돌아가 모든 과정을 반복한다.

 

아래쪽 적재공간에 먼저 차가 실린다(분명한 이유가 있다). 전체 열차 길이만큼 달려가는 데에는 몇 분이 걸린다

 

자동차 공장에서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제품을 움직이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자동화 절차를 개발할 동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열차의 적재용량은 어느 차를 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포티지는 227대를 실을 수 있지만 약간 더 작은 시드는 최대 252대를 실을 수 있다.

 


바다를 건너

배는 화물을 싣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갑판은 세 개가 있고, 우리 시드는 바닥이 뚫린 부분을 통해 앞을 향해 맨 아래 갑판에 들어간다

 

쿡스하벤으로 이야기가 바로 옮겨가면서 중간 과정은 조금 희미해진다. 열차가 꼬박 하루 동안 체코 공화국, 폴란드, 독일을 지나 약 970km를 달린다. 실려 있는 차들 중 한 대에 타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승객을 위한 편의시설은 전혀 없다. 요청을 하긴 했지만 기아는 허락하지 않았다.

 


지리적 특성 덕분에 쿡스하벤은 영국행 화물을 주로 다루는 항구 중 하나가 되었다. 엘베강 하구에 있는 쿡스하벤은 밀물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수심이 깊어서 예인선의 도움 없이도 배가 부두에 정박할 수 있다. 다른 독일 지역으로 이어진 운송망도 아주 훌륭하다. 기아차들은 영국에서 여러 정기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DFDS 선편으로 배송되고, 주당 다섯 척의 운반선이 이곳과 영국 이밍엄(Immingham) 사이를 오간다.

 

안드레아 오레스코 선장이 지시하고 있다

 

대다수 부두가 그렇듯 이곳은 화려하지는 않다. 기아차들은 BLG 로지스틱스가 운영하는 한 구역에 모였다가 DFDS 운반선이 정박하고 있는 바로 옆 쿡스포트(Cuxport) 시설로 개별 이동한다. 쿡스포트는 강을 향해 뻗어 있는 인공 섬들 위에 지어졌다. 이곳은 1997년에 문을 열었고, 사업이 성장한 덕분에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백 대의 차들이 선적을 기다리는데, 영국은 물론 스칸디나비아로 가는 차들도 있다. 쿡스포트 물류 책임자인 올리버 풀리안(Oliver Fuhljahn)은 작년에 이곳에서 BMW 8만5000대, 기아 4만5000대, 복스홀 1만2000대가 영국으로 떠났고, 재규어 랜드로버 제품 3만5000대, 토요타 1만5000대, 오펠 1만5000대가 동쪽으로 실려 왔다고 한다. 새로 채용될 세관 직원을 위한 자리가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앞으로 브렉시트에 따라 달라질 것들도 있다.

 

 

우리 기자가 뜨거운 기관실에서 익어가고 있다

 

어떤 배로 나르나
악천후 때문에 운항이 지연되어 늦은 오후에야 선적을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만재배수량이 1만1000톤을 살짝 넘고, 선내에 물류 전문용어로 2000 ‘레인미터’(Lane Meter)의 적재공간이 있는 핀란디아 시웨이즈(Finlandia Seaways)호는 화물선 기준으로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슬롯머신과 비싼 주점이 없는 여객선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비슷하다.

 

 

지붕이 있는 이층 구조의 적재용 갑판이 있고, 앞쪽에 장비와 선원 숙소로 쓰는 상부구조와 선교가 있는 개방형 갑판이 한 층 더 있다. 배는 여러 가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철도차량에서부터 풍력 터빈은 물론, 더 자주 싣는 화물인 자동차와 트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배가 늦게 도착한 탓에 선적을 서둘러야 했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작달막한 ‘터그마스터’(Tugmaster)트랙터가 굴절식 덤프 트레일러를 놀라운 속도로 아래쪽 갑판에 밀어 넣으면 금세 자동차로 가득 찰 상당한 크기의 주 갑판에서 우리의 시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인도전 검사는 안팎으로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br>
인도 전 검사는 안팎으로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안내를 받아 배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먼저 포마이카로 코팅된 긴 통로를 따라 선교로 올라갔다. 그곳의 냄새가 눅눅한 캠핑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책임자를 만날 기회도 있었다.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리투아니아 출신인 안드레아 오레스코(Andrea Oresko)는 10년 동안 선장으로 일했고 그 기간의 대부분을 이 배에서 보냈다.

 

 

선교의 시야는 예상대로 전망이 좋아서 배 전체 너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큰 배를 움직이는 키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나 선교를 식물을 심은 화분으로 잘 꾸민 것이 신기해 보인다. 오레스코는 겨우 17명의 선원이 3교대로 일한다고 한다. 이밍엄으로의 항해에는 22시간 정도 걸리지만, 언제나 항구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일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를 기다리는 시드가 넘쳐난다. 우리 차는 어디에 있지?
인도를 기다리는 시드가 넘쳐난다. 우리 차는 어디에 있지?

 

오레스코는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속도를 줄여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는 최대 18노트(시속 약 33km)로 항해할 수 있지만 14노트(시속 약 26km)를 유지하는 쪽이 더 경제적이다. 선미에 있는 기관실에도 잠깐 들렀다. 북해의 찬바람을 맞고 난 뒤여서 갑자기 무척 더워졌다. 배의 발전기를 돌리느라 커다란 엔진이 작동하고 있을 뿐, 마치 끈적한 사우나에 있는 느낌이다.

 

나보다 훨씬 더 큰 MAN V12 엔진은 배의 나머지 부분보다 훨씬 더 새것처럼 번쩍인다. 알고 보니 지난해 4월에 기관실 화재가 난 뒤에 교체되었다고 한다. 엔진은 1만2000kW (1만6000마력)의 탄탄한 힘을 내고 500rpm의 회전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배의 속도는 가변 피치 프로펠러로 조절한다.

 

 

인도 전 검사
바다를 건너는 계획은 관료주의라는 장애물에 부딪쳤다. 이밍엄 항은 선원이 아닌 사람의 여권 확인절차를 처리할 수 없었다. 쿡스하벤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을 생각하면 스톨링버러(Stallingborough)에 있는 기아 배송 센터로 발길을 돌리기가 아주 미안하지는 않았다. 


쿡스하벤에서 온 것과 더 큰 자동차운반선에 실려 한국에서 곧바로 도착한 차들 모두 몇 마일 떨어져 있는 이밍엄 부두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서 모든 차는 임시 번호판을 달고 운전사들이 탑승해서 경매회사인 BCA가 운영하는 스톨링버러로 옮겨졌다. 간이 점검을 받은 차들은 기아 재고관리 시스템에 입력되고, 엄청난 차들 속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RFID 태그가 붙는다.

 

그림스비 딜러로 가고 있는 우리의 시드,<br>
그림스비 딜러로 가고 있는 우리의 시드

 

어느 차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스캐너가 기아 쏘울에 설치되어, 현장에 있는 최대 1만5000대를 확인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모든 차에는 기아의 7년 보증 스티커가 붙고 휠 너트 잠금장치를 달지만, 5분의 1 정도의 차에는 딜러가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인도전 검사 스티커도 붙는다. 

 


우리의 시드 론치 에디션은 이미 시스템에 입력되어 다른 파란색 시드를 골랐지만, 조금 낮은 ‘3’트림 자동변속기 모델이었다. 나는 PDI(인도전 검사)에서 보호용 필름을 벗기고 세차하는 것 외에 좀 더 많은 일을 한다고 알고 있었지만, 훨씬 더 철저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자인 짐 하웰(Jim Howell)은 변속기에서 오일이 새지 않았는지 점검하기 위해 엔진 하부 커버를 떼어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설정을 점검하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짧은 주행 시험도 하는데, 차들은 이미 만들어진 뒤에 연료 경고등이 들어와 있다. 연료가 바닥나지는 않을까? 하웰은 “거의 그렇지는 않지만 바닥난 경우에는 한참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300대의 PDI를 할 수 있고(스톨링버러는 기아 인증 중고차 관련 절차도 취급할 예정이다), 하웰은 기본 모델을 검사하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인정한다.

 

“기본 모델 검사에는 한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는 하루 열 시간을 일하면서 40분 휴식 시간을 빼면 아홉 시간 밖에 시간이 없어요. 몇몇 차들은 시간을 조금 아낄 수 있죠. 벵가는 점검이 쉽고,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달려 있지 않으면 설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새 차에서 발견되는 문제는 대개 선적 과정에서 생긴 파손이나 흠집 정도로, 대부분 열차나 배에 싣거나 내리는 과정에서 생긴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발견될 때도 있다. 다음 구역에서는 스포티지 한 대의 변속기를 분리하고 있었다. 점검이 끝나 통과되고 나면 개별 딜러로 배송될 차들의 긴 목록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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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셨으니 사신 겁니다." 더프가 순간 긴장한다

 

마침내 딜러에게
그 덕분에 우리는 사다리의 거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고, 훌륭한 기아 홍보부가 우연히 확인해준 것이 도움이 되어 시드 론치 에디션은 기아 그림스비(Grimsby) 딜러 전시장에 놓이게 되었다. 판매 담당자인 마크 애비슨(Mark Avison)에 따르면 그림스비 딜러는 연간 300여 대를 판매하는데, 신형 시드는 벌써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파란색은 모든 사람이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득 늘 궁금했던 의문이 떠올랐다. 자동차 딜러들이 트렁크를 열어두는 이유는 뭘까? “주차장처럼 보이지 않으려는 거죠.” 애비슨의 말이다. “친근해 보이려는 겁니다. 사람들이 가까이 와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차를 파는 사람답게 이야기를 잘 했지만, 나는 차를 진짜로 사지 않고 빠져나왔다.

 


확인한 바로는, 생산 라인을 떠난 뒤로 최소 열한 명의 사람이 시드를 몰았다. 영국에서 첫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 19km 정도는 직접 달려서, 최소 970km는 트럭이나 열차 편으로, 580km는 바다 위에서 이동했다. 그만한 이동거리를 지난해 유럽에서 팔린 숫자인 1500만 대와 곱해보면, 사업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이 유지되도록 운송에 들이는 노력의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영국을 향해 질리나에서 쿡스하벤으로 이동하는 모든 기아 차는 철도로 운송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트랜스포터 트럭에 실려 970km 거리를 움직인다. 교통상황이나 기타 고려사항에 따라 경로는 달라지지만, 열차에 실린 차들은 이동에 24시간이 걸리는 반면 트럭에 실린 차들은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휴식해야 하므로 36시간 남짓 걸린다. 북해를 가로지르는 여정은 상황이 좋으면 22시간 정도 걸리지만, 날씨가 나쁘면 더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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