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급 페라리, 포르토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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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급 페라리, 포르토피노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19.05.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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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고 있는 것은 엔트리급 페라리다. 과연 영국 도로에 알맞은 일상생활용 오픈톱 모델일까?

 

만약 당신이 이미 페라리를 소유하고 있다면 포르토피노는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브랜드 충성도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통계다. 이전 모델인 캘리포니아를 산 사람 10명 중 3명만이 다시 페라리를 구입했다. 나머지는 미드십 F430 스파이더보다 더 실용적이고 V12 엔진을 얹은 599 GTB보다 저렴한 메르세데스-벤츠, 애스턴마틴, 벤틀리에서 나온 신형 모델로 갈아탔다. 

 

물론 페라리는 포르토피노가 진정한 페라리라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가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부드럽고 기본에 충실해 운전자를 위한 전설적인 차가 되긴 힘들다. 판매량만큼은 페라리의 전설이라 할 수 있다. 페라리가 2014년에 터보차저 엔진을 얹은 캘리포니아 T를 내놓으면서 역사상 그 어느 페라리보다 많이 팔렸고 주인들은 2배나 더 많이 운행했다. 

 

운전 자세는 스티어링 휠이 가깝게 붙어 있지만 4시간을 운전해도 편안하다

 

따라서 페라리 포르토피노도 같은 방식으로 페라리를 처음 사는 사람을 유혹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같은 논리를 펼 수밖에 없다. 여전히 4인승이지만 뒤쪽에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성인 친구나 가족 누군가를 태우는 것보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더플백 2개를 놓는 것이 더 유용하다. 그래도 필요하면 쓸 수 있는 시트가 4개 있다.

 

접이식 금속 지붕도 그대로 이어졌지만, 아무리 페라리라도 14초 만에 접혀 들어가는 캘리포니아의 그것보다 시간을 더 줄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실내 또한 다른 모델에 비해 덜 위협적이지만 바로 페라리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사소한 변화도 있다. 타원형 스티어링 휠에 있던 방향지시등 버튼이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스티어링 휠 컬럼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느낌이 달라졌다. 포르토피노의 뼈대는 이전 모델보다 3배나 더 단단하고 서스펜션 마운트는 1.5배 더 강력하게 고정됐다. 페라리에 따르면 엔진과 전자장비, 실내, 외관, 섀시 등에서 무게를 80kg 줄였다. 전자식 스티어링의 속도는 캘리포니아보다 10% 더 정교하게 다듬은 캘리포니아 T의 유압식보다 7% 정도 더 빨라졌다.

 

스프링 강도는 앞 15.5%, 뒤 19% 등 상당히 강해졌다. 이 모든 것은 성격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페라리 포르토피노도 빠르다. 0→시속 100km 가속은 3.5초이고 최고시속은 320km까지 올라간다. 캘리포니아 T에서 가져온 뱅크각 90도인 V8 3.9L 트윈 터보 엔진을 그대로 쓰지만, 페라리가 연소 압력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를 적용하고 배기가스를 더 잘 활용하는 모듈러 터보 매니폴드를 달아 손봤다.

 

 

또한 신형 인터쿨러와 배기를 적용하고 흡기관 보어를 키운 덕분에 엔진이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인다. 스트로크는 82mm로 488 GTB보다 조금 짧고 배기량 또한 아주 작은 차이로 줄었지만 두 엔진 모두 수평 크랭크샤프트와 드라이 섬프 방식이다. 페더급 보닛을 들어내면 같은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알루미늄 스트럿 브레이스가 테두리를 구성한 한 쌍의 밸브 커버로 덮여 있는 엔진이 앞 차축 뒤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자인은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둥글고 납작한 캘리포니아보다 포르토피노가 더 예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 범퍼는 812의 것을 어설프게 따라했지만 전체 비율은 시선을 잡아 끈다. 우리가 작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 참여해 말한 것처럼, 서리의 끔찍하게 축축한 날에도 페라리가 V12 플래그십 모델의 고전적인 실루엣을 근육질의 패스트백으로 응축한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수직적인 차체 제어는 최고 수준이다. 항속 주행할 때 애스턴마틴 DB11 볼란테에서 느낄 수 없는 방식으로 섀시가 반응한다

 

페라리는 F12 베를리네타를 마지막으로 피닌파리나와 결별하면서 한동안 그와 같은 우아함을 뽐내지 못했는데, 포르토피노의 신선한 뒷모습과 리어 데크 위의 버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 페라리는 1968년형 데이토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눈을 찡그리고 지붕을 닫은 포르토피노를 봐야 이 말에 조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일상생활용 페라리인 포르토피노가 그 역할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 수 있을까? 일단 오늘은 너무 평범한 날이다. 노면이 젖어 있긴 하지만 운전하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 정도는 아니다. 매년 이맘때면 페라리의 정책에 따라 20인치 단조 알로이 휠에 미쉐린 파일럿 알핀 타이어를 끼운다.

 

포르토피노는 코너에서 라이벌이 범접할 수 없는 실력으로 돌아나간다. 대신 이를 위해 GT의 느긋함을 희생했다

 

그리고 우리는 런던 남서부에 있는 <오토카> 로드테스트 기사를 위한 기지에서 제법 많은 사진 장비를 실었다. 다른 페라리라면 아마 날씨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가끔 운전하기 때문에 날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포르토피노의 핵심인 만큼 계속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데이토나가 코너에서 더 많은 눈길을 끌겠지만 절대 포르토피노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엔진은 7500rpm에서 6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고출력이 나오는 rpm의 절반 지점에 못 미치는 3000rpm부터 77.6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토해내서 최고 수준으로 조율했음을 보여준다.

 

실내 품질은 메르세데스-벤츠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급에 맞는 화려함을 뽐낸다

 

페라리는 IHI 터보차저를 실린더 뱅크 사이에 넣지 않았지만, 그렇게 만든 수많은 엔진보다 터보 레그가 덜하다고 맹세할 수 있다. 스포트 모드에서 반응과 엄청난 대역폭을 자랑하는 소리는 충격적이며 출력은 가속 페달을 아주 깊게 밟아도 끝 모를 정도로 치솟는다. 컴포트 모드로 전환하면 예상대로 마치 연극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등장하는 것처럼 조용해진다.       

 

 

페라리는 488 GTB의 댐핑 특성을 포르토피노에 이식했다고 말했다. 영국 도로에서 주행해 보니 488 GTB의 뛰어난 점이 산발적으로 드러났다. 깊은 웅덩이를 지나거나 특히 예상치 못한 둔덕을 만났을 때 충격을 받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두 모델은 완벽하고 우아한 방식으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차체 제어는 서스펜션이 최대한 성능을 발휘하는 순간(솔직히 말하면 부드럽지는 않다)에도 이상하다. 그러나 포르토피노는 빠른 스티어링과 함께 굶주린 듯이 코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런 움직임은 아주 인상적이지만 이 차가 그랜드 투어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 스티어링은 가운데에서 1~2도만 벗어나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바꿀 때도 종종 의식적으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빠른 방향 전환에 스티어링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앞차축이 불안정해지는 것처럼 뒤 차축 또한 아주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랙의 비율을 높이면 이런 점을 감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붕의 질량이 무거워진 탓에 신경 쓰는 진동이 발생하고, 이는 뒷바퀴 접지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코너를 통과하면 균형 잡힌 자세를 잡는데 힘을 써야 한다.

 

 

페라리의 최신 E-디프는 엔진의 힘을 활용하고 엄청난 구동력을 보여주지만 포르토피노 같은 차라면 좀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범피로드 모드에서 서스펜션은 느긋해지고 파워트레인과 스티어링 무게감, 주행안정장치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이 마법의 버튼도 포르토피노를 쾌적하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차를 타고 도로에서 488 피스타와 비슷한 승차감을 느낀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며 뭔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완벽한 제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은 페라리 전설의 규모와 가장 최근에 나온 미드십 모델의 훌륭한 품질을 생각하며 이야기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페라리가 포르토피노를 만들 때 긴 끈으로 묶어둔 자아는 그 역할을 할 것이다. 포르토피노는 엄청나게 큰 드롭톱 모델로서 매우 빠르고 반응이 뛰어나며 흥분을 준다. 마치 지붕을 떼어낸 그랜드 투어러의 볼륨감 있는 차체 속에 갇힌 슈퍼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페라리는 모든 사람의 출근길이 라티코사 고갯길 같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tester’s note>

왜 페라리가 재미를 추구하는 사이드 슬립 컨트롤 소프트웨어를 넣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섀시는 오버스티어가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할 수 있는 힘, 정교함, 밸런스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모든 안정화 시스템을 해제해야 한다.  

 

<특별한 편안함에 관한 인사이드 스토리> 

포르토피노의 실내는 숫자로 증명된다. 온도 조절 장치는 캘리포니아 T보다 25% 더 빠른 속도로 온도를 맞추며 소음을 절반으로 줄였다. 윈드 디플렉터는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을 1/3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뒤쪽 탑승자를 위해 무릎 공간을 50mm 늘렸다. 18-웨이 전동식 앞 시트(영국에서 기본)는 프레임을 마그네슘으로 만들어 편안하면서도 전보다 20% 더 가볍다. 

 

시승차에는 F12 베를리네타에서 처음 선보인 동승자용 디스플레이(3360파운드; 약 504만 원). 페라리 하이 파워 사운드 시스템(3552파운드; 약 533만 원), 애플 카플레이(2400파운드; 약 360만 원), 카본 파이버 통풍구(2400파운드; 약 360만 원), 카본파이버 스티어링 휠과 LED(4320파운드; 약 648만 원), 주차보조 센서(3456파운드; 약 518만 원)가 포함돼 있다. 

 

FERRARI PORTOFINO

영국 도로는 타협하지 않는 역동성을 강조하는 만큼 원하는 순간에 짜릿함을 주지만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족할 수 없다      

가격 16만6551파운드(약 2억5050만 원)

엔진 V8 3855cc 트윈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600마력/7500rpm

최대토크 77.6kg·m/3000-5250rpm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무게 1664kg

0→시속 100km 가속 3.5초

최고시속 320km

연비 9.3km/L

CO₂배출량 245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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