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SUV의 분명한 대안, 쌍용 코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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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 SUV의 분명한 대안, 쌍용 코란도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 승인 2019.04.0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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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코란도는 준중형 SUV 시장에서 분명한 대안이 될 수준에 올랐다

 

 

사람마다 봄을 느끼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두툼한 코트와 머플러를 정리하며 겨울을 보내고, 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것이 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따뜻해진 바람의 감촉은 물론이고 ‘벚꽃 엔딩’ 같은 봄노래가 나오는 라디오에서 계절이 바뀐 걸 실감할 수도 있다.

 

조금 넓게 생각하면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봄의 얼굴도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하나, 봄이다. 쌍용자동차의 새 차인 코란도를 만났을 때 들었던 생각도 그랬다. 사람들마다 자동차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관점은 모두 다르겠지만, 과연 모두에게 봄과 같은 차가 될 수 있을까?  

 

 

코란도는 쌍용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다. 국내 모든 SUV의 시작이자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으로 4WD의 장점을 제대로 알린 차다. 전 세계의 많은 SUV들이 그랬듯이 지프의 CJ 모델을 기반으로 한 초기 코란도는 권위와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모델 자체가 AMC와의 합작에 의해 시작했기에 엔진 선택과 모델 변경 등에서 서러움을 겪은 때도 있었다.

 

결국 지분 분리와 법인 독립 등을 겪으며 ‘한국인도 할 수 있다’(KOREAN CAN DO)의 약자인, 자부심과 약간의 한이 서린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게다가 1983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된 코란도라는 이름은 국산차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번 코란도가 과연 몇 세대에 해당하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동차 세대의 구별은 차체의 뼈대가 바뀐 것을 기준으로 따진다면, 지프의 CJ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묶어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96년 무쏘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만들었던 뉴 코란도를 2세대, 2011년에 나온 모노코크 플랫폼의 코란도C를 3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200의 계열이었던 3세대를 지나 이번에 새로 나온 차는 C300이라는 새로운 코드명을 갖고 있으니, 당연히 4세대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가지치기 모델이긴 했어도, 국내 첫 스테이션 왜건 타입의 SUV였던 코란도 훼미리를 끼워 넣는다면 지금의 코란도는 5세대가 될 수 있겠지만. 

 

신형 코란도는 익숙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코란도의 디자인은 낯설지 않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브랜드의 막내인 티볼리와 맏형인 G4 렉스턴을 적절하게 섞어 친근하다. 물론 새 차가 익숙하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쨍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신선함이 없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패밀리 룩의 숙명 같은 이야기지만, 그동안 티볼리나 G4 렉스턴 모두 호평을 받았던 디자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모험을 피했다고 할 수 있다.

 

전면에서 좌우로 길게 뻗은 선들이 겹쳐 넓고 낮게 보이는데다, 측면에 분명하게 그어진 캐릭터 라인 덕에 실제로 봤을 때는 티볼리 에어와도 차이가 크다. 확실히 위급으로 구별할 만한 특성이 가득하다. 물론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와의 제원을 비교해보면 코란도의 특성이 더 잘 드러난다.

1.6L 디젤엔진은 4000rpm에서 136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형제차인 투싼과 스포티지는 휠베이스가 코란도보다 5mm 작은 2670mm이지만, 전장에서 최대 35mm, 전고에서도 최대 30mm 크다. 반면 전폭은 코란도가 1870mm로 15~20mm 정도 더 넓다. 사실 이 정도 숫자 차이는 실물로 구별이 어려운 편인데, 낮게 떨어지는 지붕선과 납작한 후드 덕에 전체적인 차 높이는 코란도가 분명 낮아 보인다.

 

반면 리어 해치 도어와 범퍼가 거의 수평으로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지만, 실내, 특히 트렁크 공간을 꼼꼼하게 확보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사실 실내에 오르기 전 도어를 열면서 놀란 부분이 있다. 지프나 랜드로버 등에서 봤던 클린실 도어 때문이다. 아무래도 비포장도로 등을 다니다 보면 차체가 오염되기 쉬운데, 도어의 형상이나 안쪽을 감싸는 고무 몰딩이 전체를 커버하지 못하면 차에 타고 내릴 때 바지가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공간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1열 도어 아래쪽과 2열 도어 형상이 중요한데, 안쪽에 달린 고무 몰딩을 전체에 둘러야 차체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 과거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오프로드 전문 브랜드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쌍용자동차도 충분히 그럴 경험이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실내는 좌우로 길게 뻗은 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화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180만 원인 블레이즈 콕핏 패키지에 포함된 것들인데, 센터페시아에는 9인치 HD 스마트 미러링 내비게이션 스크린이 있고 계기판에도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가 달렸다. 여기에 앞 승객석의 정면과 도어 패널 등을 따라 34가지 컬러로 변경이 가능한 인피니티 무드램프가 포함된다.

 

 

여러 가지 첨단 기능도 그렇지만, 이 패키지의 유무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본 모델인 샤이니 트림부터 8인치 터치스크린과 후방카메라,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용 와이파이 풀 미러링을 지원하는 스마트 미러링 패키지(60만 원), 120만 원을 주고 9인치 HD 내비게이션을 고르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적당한 선에서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실내는 운전자를 포함해 사용자가 쓰기 쉽도록 잘 정리됐다. 사실 굳이 당연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동생인 티볼리가 너무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이 기능이 어디에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코란도는 실내에 여러 스위치를 배치하며 기능에 따라 비슷한 항목들을 묶어 깔끔하게 처리했다.

 

실내는 운전자를 포함해 사용자가 쓰기 쉽도록 잘 정리됐다

 

스위치의 조작감도 분명해졌고, 고광택 블랙과 금속 느낌이 나는 재질의 조화도 적당하게 화려하다. 살짝 아쉬운 것은 G4 렉스턴 수준의 꽉 채워진 품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인데, 특히 블랙 하이그로시의 표면 처리가 그렇다. 좀 더 꼼꼼하게 확인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실내 공간은 적당하다. 사실 이런 준중형급 SUV에서 2열 공간을 늘리기 위해 자주 하는 꼼수가 2열 시트 엉덩이 부분을 짧게 만드는 것인데, 코란도는 성인 남자가 앉아도 허벅지가 공중에 뜨는 일이 없이 잘 받쳐준다. 리클라이닝이 되는 등받이와 높이를 잘 맞춘 암레스트 덕에 어른 4명이 타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

 

 

 

트렁크의 2단 매직트레이는 정해진 공간을 다양하게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더욱이 커버를 수직으로 세워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실제 활용성을 크게 높여주는 발상의 전환이다. 실내외의 변화만큼이나 주행 성능도 크게 달라졌다. 처음으로 쓰인 e-XDi160 디젤 엔진은 4000rpm에서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1500~2500rpm에서 33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수치상으로 그리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스마트스트림 1.6L 디젤 엔진과 비교할 때 최고출력은 같고 최대토크가 더 넓은 영역에서 나온다. 또 공차중량에서 같은 2WD를 기준으로 비교할 때 50kg~95kg 정도 코란도가 가볍다. 그럼에도 연비와 가속 성능 등에서는 아쉽다. 이는 변속기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인데, 6단 아이신 변속기가 바쁘게 기어를 오르내리지만 아무래도 직결성이나 커버하는 범위가 경쟁사의 8단 AT나 7단 DCT보다 떨어진다.

 

 

특히 3000rpm을 넘으면서 급격하게 힘이 떨어지는 느낌인데, 새로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급가속이 예전처럼 시원스럽지 않다. 빠르게 기어를 높여 최대 토크 구간에 머물 수 있다면 이런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정숙성을 포함한 기본적인 승차감은 크게 좋아졌다. 특히 액셀 페달을 밟고 뗄 때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반응이나, 코너를 돌고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서스펜션과 섀시의 느낌 등이 좋다.

 

자동차의 여러 부분들이 조화를 이루어 움직이며 운전자의 요구를 잘 따르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잘 움직인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는 여러 부품이 모여 하나의 기계가 되는 자동차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그간 쌍용의 모노코크 SUV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새 코란도는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해냈다. 충분히 조용하고 진동을 잘 억제하는데다 중고속에서 부밍음도 거의 없어 꽤나 조용하다.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적당한 선에서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는 구성이다

 

코란도가 ‘모두에게 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살짝 망설여진다. 맞붙어야 하는 투싼과 스포티지가 매우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SUV 시장에서 가장 하락세가 큰 것이 준중형 SUV이기에 더 그렇다. 그럼에도 코란도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의 탄탄한 핸들링을 포함한 달리기 성능과 꼼꼼한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성비와 잘 짜인 상품 구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코란도는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주행 보조 장비를 비롯해 괜찮은 상품 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디자인과 화려함까지 빼곡하게 채웠다.

 

특히나 출시된지 벌써 4년이 된 기존의 티볼리를 포함해 여러 콤팩트 SUV를 타던 사람들, 그리고 준중형 세단에서 차를 바꾸려는 이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된다. 적어도 그런 선택에 있어서 같은 수준으로 올라갈 정도의 상품성은 갖췄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봄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봄이 될 차가 코란도다. 

 

SSANGYONG KORAND Fantastic 
가격  2813만 원(옵션 포함 3313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450×1870×1620mm 
휠베이스  2675mm
무게  1535kg 
엔진  직렬 4기통 1597cc 디젤 
변속기  자동 6단 
최고출력  136마력/4000rpm   
최대토크  33.0kg·m/1500~2500rpm     
연비  14.1km/L(2WD)
CO₂ 배출량 134g/km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5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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