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될 뻔했던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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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될 뻔했던 차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9.03.1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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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브렘너(Richard Bremner)가 한 가지 핵심 요소를 빠뜨리지 않았다면 핫케이크처럼 신나게 팔렸을 차들을 살펴봤다

몇몇 차들은 페인트 입자 하나하나에서 성공의 기운이 흘러나온다. 그런 차는 디자이너가 뿌듯해하며 베일을 벗기는 순간부터 대성공이 예약된 것처럼 보인다.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당연히 성공할 것처럼 보이던 차가 실패하기도 한다. 생김새만 보면 잘 달릴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값이 잘못 매겨지는 경우도 있다. 홍보활동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모든 경우는 물론 더 많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일도 흔하다. 이제 우리가 선정한 ‘스타가 될 뻔했던 차들’을 통해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을 깬 5종의 차들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로터스 에보라 2009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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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가 지금까지 개발한 차 중 가장 비싼 모델인 에보라는 세련미를 더한 엘리스의 역동성과 2+2 좌석구성의 실용성, 전자기술의 결합으로 일상에서 쓸 만한 로터스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헤델(Hethel)에 있는 로터스 사람들은 이 차가 연간 2000대는 팔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인 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잘 팔린 해의 판매량은 그 절반에 겨우 턱걸이했고, 개선되고 출력이 높아지는 만큼 값도 비싸지면서 틈새 모델로 전락했다. 물론 차는 전혀 나쁘지 않고 섀시는 놀랄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포르쉐가 대부분의 측면에서 더 낫다는 점이 로터스에게는 괴로울 것이다.

 

DS 5 2011년~2018년

 

이 아름답고 골치 아픈 차는 한정판처럼 여겨질 만큼 더디게 팔리고 있다. 이 차가 8년 전에 시트로엥 브랜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BMW 구매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슈팅브레이크와 쿠페, 해치백이 뒤섞여 화끈했고, 실내 디자인은 감미로웠으며, 승차감은 스프링을 보론강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시트로엥 임원들은 엔지니어들에게 아주 스포티한 서스펜션을 만들도록 요구했고, 실제로 그랬다.


재규어 XJR 575 2017년~2018년

 

이 차는 마치 태어난 지 10분 만에 죽어버린 듯하다. 아주 보기 드문 케이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흡족할 만큼 넘치는 출력에, 0→ 최고시속 300km까지 44초 만에 가속하고 0→ 시속 100km까지는 정확히 10분의 1만큼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출력을 감당하기에 걸맞은 섀시에 XJ 특유의 침착함도 지니고 있다. 출력이 낮은 V8 엔진 모델은 여전히 팔리고 있지만, 아마도 이 차가 지금까지 개발된 XJ 중 가솔린엔진을 얹은 마지막 모델인 듯하다. 영국에서는 WLTP 배출가스 측정기준과 지금의 디젤 XJ 수요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 차다.


알파로메오 4C 2013년~현재

 

때로는 완벽을 위한 재료가 모두 마련되기도 한다. 이 차를 위해 욕조형 탄소섬유 구조가 특별히 설계되었다. 차체 가운데에는 회전조절이 자유롭고, 매력적이며, 배기량이 조금 여유 있는 터보차저 엔진이 올라갔다. 알파로메오의 이름이 붙은 이 차의 스타일은 훌륭하고, 순수한 달리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사실 몇 가지 다른 매력들도 더해졌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문제는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였다. 이 차의 서스펜션은 종종 깜짝 놀랄 만큼 변덕스러웠고, 직진 안정성은 날아오르려 애쓰는 닭과 비슷했다. 피곤할 만큼 시끄럽기도 했다. 핸들링이 평범하지 않은 알파 차들은 대개 잘 팔리지 않고, 흠 있는 차인 4C도 마찬가지다. 재료는 훌륭한데 요리법이 엉망인 셈이다.

 

혼다 CR-Z 2010년~2015년

 

이 차는 혼다의 가장 위대한 인기 스포츠카 중 하나를 참고해 만들었고, 섀시는 일본 드리프트 에이스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빨리 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한창 유행하는 기술까지 담겼다. 하지만 CR-Z의 생명은 계획보다 일찍 사그라졌다. 어우러진 특징들이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혼다 CR-X 쿠페와 달리 CR-Z는 기능과 개성 면에서 모두 ‘하이브리드’ 성격의 차였다. 화끈한 스포츠카라기에는 충분히 빠르지만 재미있지 않았고, 친환경 통근용 차라기에는 경제적이거나 실용적이지 않았다. 

 

토요타 어반 크루저 2009년~2012년

 

이 차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름만큼 모양도 꽤 흥미로웠다. 만약 당신이라면 다른 슈퍼 미니급 차들 대신 선뜻 이 차를 선택했을까? 어반 크루저가 마치 줄서서 기다릴 때의 기분만큼 따분한 차라는 것을 몰랐다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 실내는 모양과 재질만 다를 뿐 온통 검은색이었고, 뭔가 재미있거나 도시적이거나 멋진 차를 몰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만한 특징이 없었다. 달리기에서 느껴지는 열정이라고는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을 때와 비슷한 정도. 시장은 금세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고, 이 차는 사람들의 선택에서 멀어졌다.

 

복스홀 암페라 2012년~2015년

 

이 차는 ‘전동화시대’라는 혁명에 불을 지폈어야 할 차다. 주행거리 연장 기술이 쓰인 첫 전기차 중 하나로, 선구적 기술을 통해 진정한 실용적 차로 만들어졌고 충전기를 찾으려 애태우지 않아도 되는 차 중 하나였다. 안팎으로 모두 흥미로웠고 제법 괜찮은 차였다. 무척 조용하면서도 잘 달릴 뿐만 아니라 배출가스는 없거나 적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이 차는 성공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고, 탈 수 있는 사람은 4명뿐이었다. 게다가 브랜드는 복스홀이고 크기는 아스트라만한데 값은 두 배였다. 대다수 사람들은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도 않았다.


르노 윈드 2010년~2012년

 

콘셉트카를 닮은 이 차는 르노 스포트가 개발했다. 12초 만에 접히는 지붕이 있었으며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재미있는 차였다. 도로 위의 다른 스포스터들과 달라 보였다. 사실 ‘윈드’라는 이름이 불운했고, 트윙고의 기계요소들은 섀시에 마법을 불어넣지 못했다. 작은 뒷유리는 후진을 하는데 불편했다. 윈드의 바람을 멈추게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영국 르노는 가장 도태된 이 차의 판매를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푸조 RCZ  2010년~2015년

 

아우디 TT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차다. 그리고 TT처럼 주행감각을 둔하게 전달하는 부분 때문에 골치를 썩은 것도 맞다. 그러나 이 차는 예쁘고 흥미로우며, 잘 만들어진 스포츠 쿠페였다. SNS 반응과 신문기사, 방송에서 많이 다루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푸조의 홍보활동은 RCZ-R 버전이 나올 때까지 미미했다. 푸조는 RCZ를 6만8000여 대 팔며 초기에 반짝 붐을 일으켰지만, 그 뒤에 영국 사람들은 매년 1500대 밖에 사지 않았다.


캐딜락 CTS-V 2009년~현재

 

유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던 캐딜락의 시도는 허황된 야망과 반복된 실패, 그리고 사브 9-3의 모습을 한 유럽 전용 캐딜락인 BLS를 만들어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다른 모델들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BMW M3과 M5를 겨냥한 사나운 근육질 슈퍼 세단과 쿠페, 왜건인 CTS-V는 모두 운전석이 왼쪽에 있었다. 위대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 갱신 효과도 뒷받침됐다. 충분한 자격과 독특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CTS-V는 영국에서 겨우 4대만 팔렸다.

 

미니 쿠페 2012년~2015년

 

독일은 군용 철모를 연상케 하는 모자 같은 지붕이 있는 차를 이미 만든 바 있다. 오리지널 아우디 TT가 그런 모습으로 대단히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 차가 두 번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상하게 생겼다는 것뿐이다. 아주 이상했다. 수명이 채 3년도 가지 못했을 만큼. 그 이유는 미니 해치백보다 실용성이 훨씬 떨어지면서, 깊은 바다 속 구멍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생물의 일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못생기기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로드스터와 함께 단종됐다.


사브 9-5 2010년~2011년

 

한 차종뿐 아니라 그 차를 만든 브랜드도 기회를 놓친 사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9-5의 양산이 시작됐을 무렵, 정부 관리 아래에 있던 GM은 어쩔 수 없이 스피케르 카즈(Spyker Cars)에 브랜드를 매각했다. 1만1280대를 생산한 것만으로는 사브의 파산을 막을 수 없었다. 스타일이 돋보이고 실내가 넉넉하며 안전한 이 차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조기에 단종됐다. 그리고 남은 것은 상환 능력이 없는 회사뿐이었다. 9-5는 지금 보기에도 멋진 차여서 사브의 종말을 더욱 슬프게 한다.

 

미니 페이스맨 2013년~2016년

 

미니 브랜드 확장을 위한 또 하나의 불안정한 시도였다. 컨트리맨을 바탕으로 만든 페이스맨은 4인승 미니 쿠페였고, 형제차인 2인승 쿠페보다 큰 덕분에 최소한 실용성은 더 높았다. 여러 미니의 디자인 특징에 뒤로 갈수록 치솟는 벨트라인을 처음 선보인 차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완성도가 떨어졌던 컨트리맨의 실내를 쓴 덕분에 달리기보다는 모양새가 더 나아보였지만, 기본형 미니 해치백보다 좋은 점은 별로 없었다. 영국에서는 3년 동안 1만 대도 팔리지 않았다.

 


폭스바겐 비틀  1997년~현재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를 되살리는 것은 당연히 아주 쉬웠어야 했다. 1994년에 나온 콘셉트 원(Concept One) 쇼 카를 1997년에 양산한 버전이 그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개성이 부족했음에도, 오랜 세월동안 그랬다. 바탕이 된 것은 주행 특성 면에서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동급의 기준이었던 4세대 골프였다. 뒤이어 카브리오가 나왔고, 2011년에는 스포티한 옷을 입은 완전 신형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개성은 찾을 수 없었고, 폭스바겐 역시 미니와 피아트 500에 성공적으로 전파됐던 소유욕을 자극하는 분위기 조성에 실패했다.

 

재규어 F-타입 2013년~현재

 

재규어는 대다수 브랜드보다 접지력과 핸들링, 승차감이 뛰어난 차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전설적인 E-타입을 계승할 차라면 기대 이상의 접지력과 핸들링과 함께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F-타입의 섀시는 적어도 출력이 낮은 V6 엔진 모델에서만큼은 운전자가 차와 싸우듯 몰아야 한다. 차를 몰고 서킷을 달려보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할 것이다. 영국에서 F-타입보다 더 많이 팔리는 포르쉐 718과 911에 비하면 일반 도로에서 완벽하지 않은 차분함을 느낄 것이다.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둔 다섯 모델>

 

 

BMW 미니 2001년~현재
역대 영국 차 중 가장 많이 팔린, 국가적 문화의 일부이면서 생산업체들이 후속 모델 제작에 거듭 실패했던 모델을 대체하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었다. 독일의 자금과 동기부여, 그리고 실용주의는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크기를 키운 모방품이라고 여기는 차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방품이라 치부하기에는 경멸할 수 없을 만큼 품질이 좋았다. 새 미니는 정확히 시장이 원했던 차다.

 

 

닛산 캐시카이 2006년~현재
이것은 SUV인가, 해치백인가? 아니면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괴상해진 일본산 돌연변이 기계인가? 캐시카이는 예나 지금이나 앞의 두 가지 장르에 해당하고, 처음 나온 2006년만 해도 이 키 큰 해치백의 선택사항에 어째서 네바퀴굴림 장치가 들어갔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이제 이해한다. 이 크로스오버 카는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는 유럽에서의 존재감을 되살리고, 전혀 새로운 장르의 경쟁자들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닛산 주크 2011년~현재
주크 역시 해치백인가, SUV인가? 헷갈리기 매한가지지만 예나 지금이나 앞의 두 가지 장르에 해당했다. 캐시카이에 이어 나온 덕분에 구매자들은 이 작은 SUV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덜 겪었다. 스타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영국 판매 상위 10개 모델에 수시로 오르내릴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상하게도 닛산은 주크의 후속 모델 출시를 더디게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적당한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2011년~현재
2008년에 나온 LRX 콘셉트카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인기가 양산차만큼 크지는 않았다. 랜드로버는 3도어였던 LRX 콘셉트카를 3도어 이보크로 만들면서 몇 밀리미터만 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랜드로버의 눈부신 확장에 불을 붙인 것은 더 실용적인 5도어 모델이었다. 77만2096대가 판매된 오리지널 모델은 구형과 크기가 거의 같은 새 이보크에게 이제 막 자리를 넘겼다.

 

 

토요타 프리우스 1997년~현재
첫 프리우스는 뒤쪽 필러 부근 아래에 작은 공기 배출구가 어색하게 달려 있던 조금 볼품없는 4도어 세단이다. 처음에는 일본에서만 팔리던 이 차가 세계 시장에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였다. 2002년쯤에는 미국 유명인사들이 정치적 의사표현 방법으로 이 차를 모는 등 판매에 속도가 붙었고, 2003년에 2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한층 더 늘었다. 지금까지 수백만 대가 팔렸고, 하이브리드 카는 평범해졌다. 이 사실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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