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아테온 vs 푸조 508, 익숙함과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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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아테온 vs 푸조 508, 익숙함과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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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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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과 폭스바겐 아테온은 4도어 쿠페를 지향하는 패스트백 세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가 두 차를 살펴보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 폭스바겐과 푸조가 새 모델인 아테온과 508을 차례로 국내에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두 차는 차체 형태나 동력계 등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좋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차 모두 세단과 해치백의 중간 형태를 취하면서 평범한 세단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한 이른바 ‘4도어 쿠페’다.

 

게다가 2.0L 디젤엔진과 앞바퀴굴림 구동계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일부 모델은 가격도 얼추 비슷하다. 그래서 두루뭉술한 관점에서는 같은 영역에 속하는 차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접근방식의 차이가 크다. 508은 푸조가 계속하고 있는 새로운 시도를 장르만 바꿔 반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익숙한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세대 모델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외모는 물론 속속들이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새로운 차다. 308과 SUV 시리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급진적 스타일 변화는 508에 이르러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반영되었다. 

 


반면 아테온은 그동안의 차 만들기 흐름을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요소를 더해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익숙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CC의 후속 모델로 파사트 GT를 바탕으로 만드는 흐름은 그대로지만 브랜드 내 위상은 물론 개념 자체가 달라졌다. CC와 달리 디자인, 공간, 꾸밈새 등 여러 면에서 파사트 GT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508 실내는 신선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아테온은 잘 정돈된 익숙한 분위기다 

 

물론 페이톤 단종과 더불어 승용 라인업 최상위 모델이라는 자리를 넘겨받기도 했다. 두 차는 브랜드 제품 포트폴리오 안에서 맡은 역할도 다르다. 508은 대형 해치가 달린 패스트백 형태이면서도 뒤 유리와 트렁크 리드가 이루는 각도와 길이는 전형적인 세단을 연상시킨다. 세단 시장에서 상대적 열세인 푸조는 세단과 패스트백 쿠페 수요를 508 하나로 잡겠다는 심산이다.

 

아테온은 선대 모델인 CC와 비교하면 패스트백 쿠페 스타일이 더 뚜렷하다. 정통 세단 수요는 파사트에게 맡기는 대신 세단 플러스알파를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두 모델은 체급부터 다르다. 아테온은 508보다 휠베이스 40mm, 차체 길이 110mm, 너비 10mm, 높이 30mm 더 크다. 달리 비교하면 두 차의 휠베이스는 현대 그랜저와 쏘나타만큼 차이가 나고, 길이의 차이는 오히려 그랜저와 쏘나타보다 더 크다.

 

아테온 기어 레버는 익숙하지만(위) 508은 새롭다(아래) 

 

 

두 브랜드 승용 라인업의 실질적 최상위 모델이기는 해도, 아테온은 분명 508보다 한 급 위의 차다. 물론 적잖은 소비자들은 이런 시시콜콜한 기준과 구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SUV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같은 때에, 전통적 세단에 가까운 차들은 선택의 여지가 작다. 즉 평범한 소비자들에게는 유럽 대표 대중차 브랜드가 새롭게 내놓은 세단 기반의 승용차라는 점만으로도 비교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체급 차이는 값에도 반영되어 있다. 시승차는 모두 최상위 모델로, 508은 기본가 5190만 원인 2.0 GT, 아테온은 기본가 5711만1000원인 2.0 TDI 엘레강스 프레스티지다. 508은 1.5L 디젤엔진 모델이 4000만 원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반면, 아테온은 국내에 판매되는 두 가지 트림 모두 기본가가 5000만 원대다. 이런 배경과 한계를 염두에 두고 두 차를 차근차근 비교해보자.

 


겉모습은 두 차 모두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앞뒤 모습 너비 방향으로 디자인 요소를 강조하고 단순한 면을 주로 쓰면서, 바퀴 주변을 두툼하게 부풀려 차체가 지면에 낮게 깔린 분위기를 냈다. 그 와중에 508은 형태 전반은 보수적이면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등 세부 요소의 화려함을 가미해 균형을 잡았고, 아테온은 정통 세단의 틀을 벗어난 형태에 정직하고 정통파에 가까운 요소들을 담았다.

 

 

이런 분위기는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508은 대담한 선과 면 구성을 바탕으로 신선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반면, 아테온은 폭스바겐 차에서 익숙한 장비구성과 배치는 물론 분위기도 보수적이다. 계단처럼 층을 이루는 508의 대시보드는 가죽과 우드 그레인을 적절하게 배치해 고급스러워 보이고,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과 높이 올라와 있는 센터콘솔로 운전자가 운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아테온의 실내는 상대적으로 검소하고 형식적인 분위기다. 전형적인 T자형 대시보드에 무뚝뚝한 선과 면이 바탕을 이뤘다. 디자인에서는 파사트 GT와 차별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 것이 아쉽다.
장비 조작성과 사용 편의성 면에서도 두 차의 차이는 뚜렷하다. 두 차 모두 계기판 전체를 LCD 화면으로 구성했지만, 508이 화려한 화면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이 돋보이는 반면 아테온은 정보 전달에 충실하다.

 

 

그러나 508은 스티어링 휠의 다기능 버튼과 편의장비 인터페이스가 혼란스럽고, 화면 전환이 더디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않은 것이 아쉽다. 반면 아테온은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투박한 가운데 기본적 기능과 표시하는 정보들이 모두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화면 전환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보고 쓰기에 무리 없을 정도다. 최상위 모델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는 것도 아테온의 장점 중 하나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주변의 검은 테두리 부분은 지문이 뚜렷하게 남는 것이 흠이다. 앞좌석 거주성은 두 차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좌석 형태, 가죽 질감, 봉제선 등 모든 면의 호화로움은 508쪽의 손을 들게 된다. 기어 레버 앞쪽 아래에 수납공간과 함께 스마트폰 무선충전 장치가 있어 실용성도 높다. 아테온은 나파 가죽을 폭넓게 썼음에도 분위기는 썩 고급스럽지 않다.

 

엔진은 배기량에 사소한 차이가 있다. 최고출력은 아테온이 190마력으로 508(아래)보다 13마력 더 높지만 최대토크는 거의 같다

 

 

앞좌석 형태는 두 차 모두 스포티한데, 쿠션의 편안함은 아테온 쪽이, 몸을 잡아주는 느낌은 508쪽이 뛰어나다. 508은 좌석 크기가 아테온에 비해 조금 작은 느낌이다. 좌석 사이의 센터콘솔은 두 차 모두 넉넉하지만 508쪽이 실제 쓸 수 있는 공간이 더 크다.

 


두 차의 성격 차이는 B-필러 뒤쪽 차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테온은 전반적인 뒷좌석 공간의 여유가 크다. 엉덩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깊은 좌석 형태도 무릎 공간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508은 공간 여유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답답할 정도는 아니고, 자세를 갖춰 앉으면 등받이가 약간 서 있는 아테온보다 편한 자세를 잡기 좋다.

 

 쿠션의 편안함은 아테온이 더 낫다. 시트의 고급스러움은 508(아래)이 우세하다

 

 

다만 두 차 모두 대형 선루프를 갖추고 있고 지붕 형태 때문에 머리 위 공간이 조금 답답하다. 두 차 모두 뒷좌석 편의장비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아테온은 뒷좌석 열선 기능과 공기 온도 조절 기능이 있다. 멀티미디어 장비를 위한 전원은 아테온이 고전적인 12볼트 소켓인 반면 508은 센터콘솔 뒤에 충전용 USB 포트 두 개가 있다.

 

뒤 도어 유리가 끝까지 내려가지 않는 것은 두 차의 공통점 중 하나다. 적재 공간은 아테온의 압승이다. 길고 넓을 뿐 아니라 바닥까지 파놓아 겉보기보다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뒷좌석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의 적재공간은 아테온의 우세가 뚜렷하지만(508 487L, 아테온 563L), 뒷좌석을 접었을 때는 공간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는(508 1537L, 아테온 1557L) 것이다.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은 시승차 기준으로 두 차 모두 갖추고 있다. 사각지대 감지와 운전자주의 경고, 차간거리 경고 등 안전 기능 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저속에서 정지 후 출발 기능을 지원하는 긴급 제동 시스템, 차로 이탈 방지 및 차로 유지 보조 등 주요 ADAS 기능은 두 차 모두 고루 갖추고 있다.

 

다만 보행자 충돌 피해를 줄이는 액티브 보닛은 아테온에만, 적외선 카메라로 야간 시야를 확보하는 나이트 비전은 508에만 있다. 엔진은 배기량에서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 모두 2.0L급이고, 최고출력은 아테온이 190마력으로 508보다 13마력 높지만 최대토크(40.8kg·m)는 거의 같다. 최대토크가 비교적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고, 최대토크 영역에 들어서기 전까지 터보랙이나 힘 부족을 느낄 수 없는 것은 두 차가 막상막하다.

 


실제 달리는 동안 느껴지는 두 차의 성능 차이는 숫자가 보여주는 특성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만, 감성 측면에서는 브랜드의 색깔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정지 상태에서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달리는 느낌에 큰 영향을 주는 스타트/스톱 기능 작동의 매끄러움은 508쪽이 조금 더 낫다. 그러나 시동 때 좀 더 우렁찬 소리를 내는 것을 제외하면, 회전수가 낮을 때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뒤에도 아테온의 TDI 엔진은 차분한 느낌을 이어나간다.

 

트렁크는 2열 시트를 접지 않을 때는 아테온이 우세하지만 접으면 공간차가 거의 없다.  508 트렁크는 1537L, 아테온(아래)은 1557L다

 

 

508의 블루HDi 엔진도 바퀴가 구르는 동안에는 비교적 차분하지만, 정숙성과 진동 특성은 아테온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전반적인 가속감과 고속으로 달릴 때 느껴지는 힘도 아테온 쪽이 좀 더 여유가 있다. 엔진 특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변속기 특성의 영향도 작지 않다. 508의 8단 자동은 주행 모드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변속이 부드럽고 매끄럽다.

 

상황에 따라 드물게 거친 반응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변속 패들을 이용해 수동으로 조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테온의 7단 DSG에 비하면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가 작고, 반응은 빠르지만 과정은 느슨하다. 아테온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스포티함은 부분적으로 기어의 직결감, 빠르고 경쾌한 변속특성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정체구간이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잦고, 수동 모드에서는 충격이 느껴질 때도 있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두 차의 성격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좋게 표현하면 508은 푸조 특유의 탄력과 활기가 살아 있다. 모든 움직임이 적당한 범위 안에서 꾸준히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끈끈함과 쫄깃함을 느낄 수 있다.

 

아테온(위)은 18인치, 508(아래)은 19인치 타이어를 신었다  

 

그러면서도 운전자의 조작이나 노면 변화에 따른 움직임은 아테온은 물론 이전 세대 508보다도 좀 더 부드럽고 넉넉한 편이다. 다만 서스펜션의 움직임에 비하면 시승차의 19인치 휠과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가 운전자의 조작과 노면 변화에 더 직접 반응하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을 불러일으킨다.

 

회전 조절이 좀 더 자유로운 가솔린엔진이나 출력이 더 높은 엔진이 올라갔다면 운전 재미가 더 클 것이고, 같은 서스펜션 설정이라면 18인치 휠을 끼웠을 때 승차감과 핸들링이 좀 더 자연스러울 듯하다. 아테온은 상대적으로 큰 차의 듬직함과 어우러진 절제된 움직임과 섬세한 조율이 고급스럽다.

 

그러면서도 긴 휠베이스와 차체 때문에 둔해질 수 있는 움직임을 브레이크 제어식 토크 벡터링 시스템인 XDS와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로 보완했다. 그럼에도 핸들링의 조율 방향은 스포티함보다는 차분함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어떤 조작에도 빠르게 반응하지만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아 다루기 좋고, 고속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크게 느슨해지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적당한 민첩함과 적당한 편안함이 달리는 내내 이어진다. 그러나 움직임이 잘 숙성되었을지언정, 모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폭스바겐 특유의 무엇은 여전히 느끼기 어렵다. 정리해보면 이전까지 푸조와 폭스바겐의 비교에서 익숙했던 결과가 508과 아테온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508은 차를 다루는 맛이, 아테온은 탄탄한 균형감이 장점이다.

 

대중차의 틀 안에서 새로운 시도와 신선한 감각을 폭넓게 모아놓았다. 아테온도 대중차의 성격을 벗어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보수적 꾸밈새 안에서 든든하게 내실을 다졌다. 다만 508은 다른 부분들에 비해 성능이 충분히 자극적이지 않고, 아테온은 특별해야 할 차치고 너무 수수하다.

508은 푸조 특유의 탄력과 활기가 살아있다

 

아테온은 절제된 움직임과 섬세한 조율이 고급스럽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뛰어난 점들과 차급이 있음에도, 508은 모든 영역에서 잘 숙성된 아테온에 부분적으로 살짝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요소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가격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대로 508은 아테온보다 한 차급 아래인 만큼 값 차이의 메리트는 크기 차이로 상쇄된다.

 

게다가 508은 아테온보다 저렴한 파사트 GT 같은 정통 세단들과도 경쟁해야 하고, 폭스바겐은 자체 파이낸스를 통한 파격적 가격할인이 가능한 반면 푸조는 프로모션으로 낮출 수 있는 가격에 한계가 있다. 여러 면에서 508이 갖춘 경쟁력은 만만찮다. 특히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시장의 맹주들에게 한층 더 위협적인 차가 되었다.

 

그리고 보수적 기준을 가진 전통적 세단 애호가보다는 세단답지 않은 세단을 원하는 감각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울리는 차다. 그러나 세단이라는 장르 자체가 보수적 성격을 지닌 만큼, 폭스바겐처럼 올드스쿨 방식으로 접근한 브랜드 차들에 비하면 보편적인 설득력은 부족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전 세대에서 일취월장한 덕분에 ‘해볼 만한 싸움’이 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핸디캡이 남아 있는 508이 펼칠 경쟁은 그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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