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영국 자동차산업. 위기인가 반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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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영국 자동차산업. 위기인가 반전이 될까?
  • 닉 깁스(NICK GIBBS)
  • 승인 2019.03.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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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가 벌써 피해를 입히고 있는 걸까? 아니면 반전의 촉매가 될까?

 

2019년 영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들이 점점 더 요란해지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4500명을 해고했고, 닛산은 차세대 엑스트레일 SUV를 선더랜드(Sunderland)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을 뒤집었으며, 포드는 브리젠드(Bridgend)에 있는 엔진 공장에서 최대 1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지난해 복스홀 엘스미어 포트(Ellesmere Port) 공장과 닛산 선더랜드 공장에서는 대규모 감원이 있었고, 토요타 더비셔(Derbyshire) 공장과 혼다 스윈든(Swindon) 공장 모두 일부 모델(각각 어벤시스와 CR-V) 생산을 중단했다.

 


위험한 것은 영국 자동차산업이 구제불능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감소와 생산 모델 축소의 원인으로는 중국에서의 수요 급감과 관련한 악재, 디젤차 판매 부진, 세계 무역 혼란과 신기술 등장에 다급해진 자동차업체들의 투자 우선순위 전환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전체 논쟁에서 브렉시트(Brexit)가 부각되고 있다. 그 중 닛산의 엑스트레일 생산계획 번복은 국가적 뉴스가 되었다. 영국인들이 얼마나 브렉시트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 유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가 닛산에 6100만 파운드(약 871억 원) 지원을 제안했던 점에서, 닛산의 결정은 그런 믿음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지위 만료는 3월 29일이다. 영국 자동차 제조유통 협회(SMMT)는 합의 없이 EU에서 탈퇴하게 되면 자동차산업에 치명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SMMT가 분석한 수치를 보자.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연평균 약 25억 파운드(약 3조5700억 원)였던 투자금액이 2018년에 6억 파운드(약 8568억 원)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 수치가 브렉시트에 대한 의심과 비관을 의미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SMMT 최고경영자 마이크 하위즈(Mike Hawes)의 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최대 5개 공장이 문을 닫는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가 일어날 경우, 업체들은 부품 수급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4월 상당 기간 동안 생산 중단을 포함한 공장 폐쇄를 내세워 위협하고 있다.

 

스티브 암스트롱(Steve Armstrong) 유럽 포드 CEO는 지난 1월 “하드 브렉시트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낙관주의가 업계 최고조였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SMMT의 생산 분석가는 1972년 192만 대의 연간 최대 생산 기록을 2017년에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2018년에는 200만 대 생산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승용차 생산은 9% 줄어든 152만 대에 그쳤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면 적어도 3개, 많으면 5개 공장이 사라질 수 있다. 애스턴 대학의 데이비드 베일리(David Bailey) 교수는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자동차 회사들이 다른 곳으로 투자처를 옮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불과 7만7481대의 아스트라를 생산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는 복스홀 엘스미어 포트 공장, 판매실적이 저조한 XE 및 XF 세단을 만들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 캐슬 브롬위치(Castle Bromwich) 공장을 지적했다. 번스타인(Bernstein) 은행 분석가인 맥스 워버튼(Max Warburton)은 “캐슬 브롬위치는 5년 안에 쇼핑센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악재가 겹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랫동안 위협해왔던 유럽차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영국에서 5도어 시빅을 생산해서 미국에 판매해온 혼다는 공장 운영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토요타는 더비셔 공장의 흑자를 최근 PSA그룹으로부터 매수한 체코 소재의 소형차 합작 공장 지분에 필요한 비용으로 돌릴지도 모른다.

 


토요타 수석 관리 책임자는 지난주에 “토요타가 계획과는 관계없이 노딜 브렉시트의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월, 토요타는 공급 지연 기간 동안 최대 하루 770만 파운드(약 109억956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며 경고했다. 이 일본 업체는 독자적으로 영국 철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베일리는 “영국을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던 토요타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무척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상의 시나리오  
영국 기술이 빛을 발할 것

 

 

영국 자동차산업이 완전히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 지리는 노포크(Norfolk)에 있는 로터스 본사에 세계 수준의 공장을 만들기 위해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나올 SUV는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후광 모델과 연구를 위한 기지로 영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왔다.

 

전체적으로 자동차업체들은 연간 47억 파운드(약 6조7116억 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왔고, 이는 계속될 듯하다. 애스턴 마틴은 2020년에 브랜드 첫 SUV가 될 DBX 생산을 사우스웨일즈에 있는 세인트 애턴(St. Athan) 공장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맥라렌은 세계시장에 5000대에 가까운 차를 판매해 2019년을 기록적인 해로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벤틀리도 최근의 침체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영국에서 전기차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워윅셔에 있는 햄스 홀(Hams Hall)에 새로운 배터리 조립 센터를 만들고 있다. 

 

 

영국 산업부장관 그렉 클라크(Greg Clark)가 2016년에 전 닛산 CEO 카를로스 곤에게 보낸 편지에 썼듯, 브렉시트는 영국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그는 편지에서 “선더랜드 공장의 성공은 유연한 노동관련 법률, 숙련된 노동자, 세계 수준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대학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국의 산업 환경을 반영한다”고 썼다.

 

영국은 힘든 시기에 자동차업체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을 돕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영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 규모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시장을 지녔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선도국이 될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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