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 제주에서 푸조 SUV와 함께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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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길목, 제주에서 푸조 SUV와 함께 달리다
  • 최주식
  • 승인 2019.03.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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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08, 5008 SUV는 매끈한 핸들링으로 제주의 도로 환경에서 달리기 좋은 특성을 보여주었다

 

 

‘담배 한 대 태우면 내린다. 제주도에…’ 라고 노래한 시인은 누구였던가. 기내에서 마음 놓고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 누가 기억할까. 잠깐 눈 붙인 사이 도착한 제주에서 문득 옛 생각이 낫다.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스했다. 무엇보다 맑고 푸른 하늘이 반가웠다.

 

이번 제주행은 푸조 3008, 5008 SUV 라인을 시승하고 최근 문을 연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함이다. 오래 전부터 박물관 조성에 공들인 노력을 알고 있기에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시승차를 준비한 푸조 시트로엥 렌트카회사(푸조는 수입차 중 제주에 가장 적극적이다)에서 먼저 주최 측의 브리핑을 들었다. 푸조의 SUV 라인업은 현재 2008, 3008, 5008 SUV 등 세 가지다.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여유를 즐기는 푸조 SUV들

 

지난해 푸조는 국내에서 총 4478대를 판매했고 이중 3개의 SUV 모델이 총 3947대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소형차와 세단 중심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던 푸조가 어느새 SUV 라인업을 중심으로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푸조는 전년 대비 판매가 21%나 늘어났다. 그런데 인증 이슈가 아니었다면 이보다 훨씬 판매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래 푸조의 작년 판매 목표는 7000 대였다. 인증 지연으로 3000 대 가량 판매 손실이 난 셈이다. 

 


새로운 국제표준시험방식(WLTP)에 따른 인증 지연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국내 수입차업계는 특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어쨌든 푸조는 지난해 12월 국내 판매 중인 전 차종의 WLTP 국내 인증을 통과했다. 이는 업계 처음이며, 또한 디젤 전 차종이 인증을 통과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2019년 푸조 SUV 전 모델에는 유로 6.2 기준에 부합하는 블루HDi 엔진이 탑재된다.

 

푸조 3008 SUV의 실내. 5008 SUV도 비슷한 구성이다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과 DPF(디젤 미립자 필터)의 조합이 환경 우려를 불식시킨다. 이제 전열 정비를 마쳤으니 올해 푸조 판매 곡선의 가파른 상승세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중심에 3008, 5008 SUV가 있다. 

 


먼저 3008 SUV를 만나보자. 기존 크로스오버 이미지를 벗고 SUV로 거듭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모델이다. 국내에는 2017년 첫선을 보였다. 시승차인 GT 라인에는 1.5 블루HDi 엔진이 얹혔다(GT에는 2.0 블루HDi 엔진이 들어간다). 1.5 엔진은 기존 모델보다 최고출력이 10마력 향상된 130마력의 힘을 낸다. 2019년형에서는 기존 자동 6단 변속기가 자동 8단 변속기로 업그레이드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5008 SUV의 적재 공간. 다양한 활용성이 장점

 

퀵 앤 컴포트 시프트 기술이 적용되어 빠르고 정확한 변속이 장점. 자동 6단보다 7% 정도 연료저감 효과는 덤이다. 숫자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1.5라는 숫자를 의식하지 않으면 제법 큰 덩치를 이끄는데 힘이 부족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굳이 숫자를 의식한다면 1750rpm부터 터지는 30.6kg·m에 이르는 최대토크다. 출발과 함께 탄탄한 토크의 지원으로 빠르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윽고 나타나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지워나가면 그만이다. 자동 8단 기어는 효율적인 변속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속도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흡수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2차 충격이 적다는 게 푸조의 특징. 그런 특성에 맞춰 달리면 속도방지턱이 많은 도로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푸조가 제주에서 달리기에 좋은 이유다.  

 


푸조는 원래 핸들링을 즐기는 차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에서 정확하고 예리하게 라인을 타는 것이 재미다. 이런 도로에서 쓰라고 있는 게 스포트 버튼. 평탄한 도로보다는 와인딩 로드에서 이 모드를 사용하면 한층 빠릿빠릿해진 움직임을 즐길 수 있다. 짧은 구간에서지만 스포티한 기분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2019년 모델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GT 라인에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에 있는 조작 뭉치를 통해 잠시 이 모드로 달려봤다.

 

핸들링이 좋은 푸조 SUV는 제주에서 달리기 알맞다

 

속도와 흐름은 잘 맞추어 달린다. 차선 유지 기능도 있지만 운전자가 계속 신경 써야 한다. 이어서 5008 SUV로 갈아탔다. 디자인이 비슷해 얼핏 보면 다른 차라는 걸 알아채기 어렵다. 하지만 차체 크기는 3008 SUV보다 190mm 길다. 너비는 5mm 길어 별 차이가 없고 높이는 25mm 크다. 그리고 휠베이스는 165mm 길다. 무엇보다 3열 시트를 탈부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시승차는 마찬가지로 GT 라인. 1.5L 130마력 디젤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의 조합도 같다. 30.6kg·m/1750rpm의 최대토크도 마찬가지. 차체가 커진 만큼 공차중량 기준으로 무게도 60kg 더 무거운 1580kg다. 그렇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덩치에 비해 가벼운 몸무게다.

 


그런 까닭에 1.5 엔진이 버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다만 3008과 비교하면 출발이 다소 묵직하다. 그리고 속도가 붙으면 주행감각은 거의 비슷해진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성이나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는 핸들링은 커진 덩치가 의식되지 않을 만큼 나무랄 데 없다. 다만 푸조 특유의 나긋나긋한 움직임을 기억하는 내게는 조금 딱딱해진 느낌. 예전 스티어링 휠이 그립다. 하지만 요즘의 취향은 다를 것이다. 또 하나, 수동 변속 모드로 했을 때 패들 시프트는 조금 사이즈가 작고 손끝에서 살짝 멀다. 

 


익숙해지면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제주의 도로 환경에서 푸조는 정말 잘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다. 넓은 시야로 바다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좁은 골목길에서도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에 도착했다. 

 

프랑스차의 역사기행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박물관 >

 

서귀포시에 자리한 박물관 전경

 

서귀포시 일주서로에 위치한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은 중문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 자동차 박물관이 드문 우리나라에서 귀한 존재로 다가오는 곳이다. 30m 높이의 에펠탑 축소 모형이 서 있는 뒤로 깔끔한 현대식 외벽이 드러난다. 공식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수입차업계 최초로 세운 박물관이자, 프랑스 외의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브랜드에 대한 한불모터스의 애정을 읽을 수 있다. 

 


박물관은 2층 건축물로 1층에는 푸조, 시트로엥 전시장과 헤리티지 스토어가 있고 전시 공간은 2층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푸조와 시트로엥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인지 알게 된다. 장 피에르 푸조의 두 아들이 1810년 시작한 푸조는 내년이면 200주년이 된다. 초창기 주조 공장에서 만든 후추 그라인더의 역사도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아르망 푸조에 의해 푸조 자동차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889년부터. 시트로엥은 1919년 사업가인 앙드레 시트로엥에 의해 설립되었다. 

 

푸조 타입 139A 토르피도(1911년)

 

2층으로 올라가면 먼저 타입 139 A 토르피도(1911년)를 만날 수 있다. 1989년 프랑스 릴에 위치한 푸조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로 1911년부터 1913년까지 2년간 551대가 생산됐다. 4기통 3817cc 16마력 엔진, 4단 변속기로 최고시속 75km를 냈다. 본사 박물관에도 하나밖에 없는 진귀한 모델을 대여 형식으로 빌려와 전시 중이다. 옛날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오던 시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맞은편에는 타입 153 BR 토르피도(1923년)가 있다. 타입 139 A보다 10년 남짓 지나서 등장했는데 상당히 모던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쿠페와 세단 등 세 가지 차체로 설계되었다. 4기통 2951cc 15마력 엔진에 4단 변속기를 달고 최고시속 80km로 달렸다. 그 옆에 전시된 201 C 세단은 한층 현대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차체도 콤팩트해진 모습이다. 특히 201은 차체 크기와 세대를 의미하는 숫자 표기 체계를 도입해 자동차 모델명의 새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왼쪽부터 601 세단(1934년) 604 세단(1975년) 605 세단(1989년)

 

원래 901로 등록하려던 포르쉐 911이 특허권 때문에 911로 변경한 것도 바로 이 모델 때문이었다. 201은 1929년부터 1937년까지 14만2309대가 생산되었다. 그리고 601(1934년), 604(1975년), 605(1989년), 607(1999년) 등 600시리즈 세단 모델들이 하나의 존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604다.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한 심플하면서 우아한 차다. 기아자동차에서 주문자생산방식을 통해 출시해 인기를 모았고, 최규하 전 대통령이 타기도 했다. 6기통 2664cc 135마력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100km를 냈다. 

 


또 한쪽에서는 405(1987년), 405 SW(1988년), 405 페르시아(2001년), 407(2003) 등 400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이중 405 페르시아는 1989년 이란의 자동차 제조사 ‘이란 코드로’(Iran Khodro)와 푸조의 합자회사에서 생산됐다. 각각의 모델은 프랑스에서 제조된 부품들로 테헤란에서 조립됐다. 1996년 프랑스에서는 405가 단종됐지만 이란에서는 계속 생산됐다.

 


박물관의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를 보여주려 애쓴 노력이 돋보였다. 한불모터스는 앞으로 의미 있는 모델을 더 많이 들여와 전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이제 제주에 오면 들를 곳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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