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3세대 기아 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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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3세대 기아 쏘울
  • 구 상 교수
  • 승인 2019.03.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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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기아 쏘울, 한국형 박스카의 진화

 

 

쏘울 부스터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국산 최초의 박스카 쏘울의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지난 2008년 가을에 1세대가 나오고, 2013년 가을에 2세대가, 그리고 6년이 지나 2019년의 봄을 앞두고 3세대 모델이 나왔다.

 


1세대 쏘울은 국산 최초의 박스카 콘셉트로 개발됐다. 그렇지만 정말로 상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박스카보다는 덜 과격한, 곡면이 가미된 형태라 일본차에서 느껴지는 생경함은 적었다. 한편 당시는 기아의 디자인 수장 피터 슈라이어가 2006년 부임한 이후라, 쏘울은 젊고 기능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델 역할을 했다. 물론 지금도 그 역할은 변함없다.

 


3세대 쏘울의 크기는 길이 4195mm, 폭 1800mm, 높이 1600mm에 휠베이스는 2600mm이다. 2세대 쏘울은 길이 4140mm, 폭 1800mm, 휠베이스 2570mm로 길이와 휠베이스가 약간 짧고, 높이는 1610mm로 더 높다. 1세대는 길이 4105mm, 폭 1785mm, 높이 1610mm에 휠베이스는 2550mm로, 길이와 폭이 짧고 좁은 대신 높다.

 

 

말하자면 박스카 이미지를 강조하는 차체 비례였다. 그런데 세대를 거듭하면서 길이와 폭, 휠베이스는 늘어났지만 높이는 10mm 줄었다. 비례상으로 안정감을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치수뿐 아니라 전체적인 차체 디자인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각진 이미지가 점점 옅어졌다. 여기에 앞 얼굴의 인상은 슬림한 LED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로 샤프하면서도 만화 캐릭터 같은 표정이다. 다분히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볼 수 있는데, 부채꼴 형태의 측면 환기구와 둥근 사각형 모양의 고음 스피커 그릴, 여기에 연결된 도어 트림 패널에 더해진 기하학적 패턴과 조명의 적용 등이다.

 

한편으로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둥근 사각형은 내부의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창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둥근 사각형이 이른바 슈퍼 타원(Super Ellipse)이라는 형태다. 슈퍼 타원은 덴마크의 물리학자이며 시인이었던 피에트 하인(Piet Hein; 1905~1996)이 도시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안했던 수학적 형태로 알려져 있다.

 

실내는 여유로운 공간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사각형의 공간효율성과 타원의 부드러움을 양립시킨 것으로 상당수의 스칸디나비아 가구 디자인에 응용되고 있기도 하다. 측면 이미지 역시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부드러운 모습으로 바뀌어왔다. 3세대 쏘울의 C-필러는 측면 윈도 그래픽이 마치 S커브처럼 굽어지면서 차체 측면과 지붕이 구분됐다.

 

그러나 2세대 모델에서는 C-필러의 쿼터 글라스가 삼각형이면서 각이 선 형태가 됐고, 지붕과 C-필러는 별도의 구분선 없이 색깔만 다르다. 1세대 쏘울은 상자 형태의 차체를 강조하는 한편 둥근 휠 아치도 강조해서 그야말로 기하학적 형태가 두드러졌다.

 

이와 같은 쏘울의 변화는 마치 뾰족한 후지산처럼 각이 선 일본 박스카와는 다른, 보다 조화로운 한국적 상자형 차량 디자인이 확립돼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부드러운 산맥을 닮은 고려청자처럼, 보다 부드러운 상자형 차량의 디자인이 정착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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