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의미.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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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의미.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 나경남
  • 승인 2019.02.2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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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렉스턴 스포츠의 확장형 버전을 선보였다. 짐칸이 더 늘어났다고 그 이름도 렉스턴 스포츠 칸이다

 

칸(KHAN)이라는 명칭을 두고 포장하는 것은 집어치우자. 렉스턴 스포츠가 짐칸을 더 키운 것이 본질이다. 짐칸이 더 늘어났다는 소식에 주변에서는 꽤 높은 관심을 보였다. 모터사이클을 코란도 스포츠에 싣고 다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하나였다. 길어진 데크의 길이가 모터사이클을 싣기 충분한지, 그 상태로 테일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지. 반대로 말하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시된 픽업트럭은 그만큼의 길이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습게도 이번 렉스턴 스포츠 칸의 홍보용 자료 사진에도(합성임이 분명한) 모터사이클이 등장한다. 심지어 두 대가 데크 위에 나란히 올라간다. 테일게이트는 열린 상태다. 쌍용자동차에서 밝힌 데크의 세로길이는 1610mm, 가로폭은 1570mm이다. 하지만 데크의 앞쪽 부분은 폭이 밝혀진 수치만큼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데크의 앞쪽 좌우측은 바닥이 높게 올라온 형태로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데크 위의 대각선 길이는 2000mm에 미치지 못했다. 모터사이클을 대각선으로 배치하고 적재한다면 테일게이트를 닫고도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가능할지는 직접 모터사이클을 올려놓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적재공간에 짐을 싣고 달릴 때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픽업트럭의 본질

지난 1월 10일,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더 K 호텔에서 렉스턴 스포츠 칸 미디어 시승회가 진행됐다. 사전 브리핑을 통해 소개된 시승 코스는 꽤나 알차게 준비된 듯했다. 곧바로 고속도로로 차량을 올려 외곽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도심 주행을 포함해 외곽 국도로, 그리고 고속도로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오프로드 체험 주행이 진행됐다. 

 

 

차량은 렉스턴 스포츠 칸의 두 가지 트림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다. 두 트림 간의 큰 차이점은 리어 서스펜션. 5링크 방식 또는 파워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으로 달라진다. 파워 리프 서스펜션은 흔히 말하는 ‘판 스프링’이다. 내하중이 높아 화물트럭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면 승용 모델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다. 쌍용차 측에서는 이 파워 리프 스프링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 유수의 픽업트럭 역시 대부분 이 방식을 사용한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나는 충분히 동의했다. 픽업트럭의 존재 이유가 본격적인 장비(부피와 무게가 큰)가 필요한 레저 및 스포츠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 화물을 싣기에 적합한 서스펜션이 채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프로드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렉스턴 칸

 

실제로 적재공간이 완전히 비어 있을 때가 아니라 적당한 하중이 가해진 상태에서는 승차감이 그리 나쁘진 않다. 이 점을 감안해 쌍용차에서는 거대한 타이어나 옵션 품목인 루프 등을 장착해 적재공간에 실제로 무게가 더해진 상태를 연출했다. 물론 특유의 움직임이 포장되진 않는다. 단차가 큰 노면의 굴곡에서는 댐핑 과정이 없이 퉁겨지는 듯한 감각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오히려 고속도로에서의 승차감은 파워 리프 스프링 방식이 더 좋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반대로 5링크 방식은 확실한 댐핑 과정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지만, 고속주행에서는 차체 거동이 오히려 조금 정신 사납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선택하라면 조금은 무디고 섬세하진 못하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느낌인 파워 리프 스프링을 고를 생각이다. 필요한 것이 가족을 위한 SUV가 아니라 픽업트럭이라면 말이다.

 

 

운행 중 상대적으로 훨씬 커진 차체 크기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의 운전 경력과 도로 위의 타인에 대한 배려만 갖추고 있다면 전혀 문제없을 수준이다. 오프로드 체험 코스가 준비된 소남이섬에 도착하고 나서야 온전히 차체를 들여다보게 됐다. 적재공간이 늘어나면서 렉스턴 스포츠 기본 모델 혹은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쌍용자동차의 다른 픽업트럭보다 훨씬 더 비율이 좋아졌다.

 

늘어난 적재공간의 활용성보다도 이런 비율이 만들어내는 본격적인 스타일이 만족스러워 렉스턴 스포츠 칸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았다. 오프로드 체험 주행은 조금은 과한 정도로 본격적이었다. 체험 코스의 인스트럭터도 렉스턴 스포츠 칸이 이 정도로 움직여줄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차체가 뒤틀릴 듯한, 한쪽으로 기울어 시소처럼 기우뚱거리는 순간도 무난히 헤쳐 나왔다.

 

물론 픽업트럭으로 이 정도의 험로를 달려야 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굳이 따지자면 렉스턴 스포츠 칸에게도 수많은 지적이 가능하다. 좁은 주차 공간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미련하게 덩치만 큰 차량일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이런 픽업트럭의 효용이 낮다고 볼 수도 있다. ‘판 스프링' 역시 마찬가지, 트럭에나 쓰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비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트럭이 트럭의 서스펜션을 쓰는 것이 무슨 잘못이 될까. 본질에 충실하다는 잘못? 렉스턴 스포츠 칸은 널찍한 적재공간을 갖추고 승용차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픽업트럭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동력 성능을 제공할 엔진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보다 나은 대안도 아직은 없다. 

 

<REXTON SPORTS KHAN >

승용차처럼 활용할 수 있는 픽업트럭,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가격 2838만~3367만 원 

크기 5405×1950×1885mm

휠베이스 3210mm

엔진 LET 2157cc 디젤 

변속기 6단 자동

최고출력 181마력/4000rpm

최대토크 42.8kg·m/1400~2800rpm

연비 9.7km/L, 10.0km/L

CO₂배출량 202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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