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온, 이게 진짜 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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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온, 이게 진짜 폭스바겐!
  •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 승인 2019.03.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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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온은 CC의 ‘실질적’ 후속 모델이면서 폭스바겐의 ‘실질적’ 기함이기도 하다. ‘실질적’이라는 표현의 양면성은 아테온의 특징과도 일맥상통한다.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가 파사트 GT보다 비싼 값을 하는 차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조건을 붙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폭스바겐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이전 세대 파사트와 CC의 관계를 차세대의 파사트 GT와 아테온이 이어받았음은 어느 모로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아테온은 폭스바겐 브랜드로 나오는 MQB 아키텍처 바탕 세단 중 가장 큰 모델이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페이톤이 빠져버린 지금, 폭스바겐의 최상위 모델 자리는 이 아테온의 몫이다.

 

 

지금 팔리고 있는 파사트 GT나 이전 세대 CC와 비교했을 때 한층 더 탄탄하고 강력한 느낌을 주는 차체 양감을 보면, 브랜드에서 아테온이 갖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릴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헤드램프와 펜더를 깊이 파고든 보닛은 차 앞부분을 낮고 넓어보이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옆모습에서는 CC에 없던 C-필러의 쿼터글라스와 똑 부러진 옆면 캐릭터 라인, 은은하게 부푼 휠 아치 주변이 날렵하면서도 탄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4도어 세단의 뼈대에 쿠페 스타일을 살짝 곁들인 정도에 그쳤던 CC와 달리, 아테온은 차체 뒷부분을 세련되게 다듬어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하다. 구조도 크게 달라져, 뒷유리와 트렁크 리드가 연결된 리프트백 형태로 최신 유행을 따랐다. 기본적으로 같은 설계가 바탕에 깔려 있어도 파사트 GT와 완전히 다른 차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아테온은 파사트 GT보다 휠베이스가 54mm, 차체가 95mm 길고 40mm 넓은 대신 10mm 낮다.

 

 

실내도 파사트와 비슷했던 CC나 파사트 GT와 비교하면 스포티한 분위기가 더 뚜렷하다. 물론 전반적인 장비 배치와 구성은 파사트와 비슷하다. 그러나 대시보드 너비만큼 가로로 얇게 뻗은 공기 배출구,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의 12.3인치 TFT LCD 계기판과 터치식 버튼이 감싸고 있는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크린은 다소 투박한 느낌의 실내 디자인을 산뜻한 느낌으로 상쇄한다. 

 

 

앞좌석 공간은 비교적 여유롭다. 천장이 낮아졌지만 좌석과 장비들을 낮게 배치해 전혀 답답하지 않다

 

좌석 열선 및 통풍 기능과 공기조절장치를 물리적 다이얼과 버튼으로 만들어놓은 것을 빼면, 나머지 기능은 모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되어 터치 버튼과 터치스크린으로 조절한다. 스티어링 휠의 다기능 버튼들은 비교적 직관적이고 조작감이 분명해 쓰기 좋다. 반자동 주차 기능과 주차 보조 센서를 위한 버튼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위에 있다.

 

 

앞좌석 공간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 천장은 파사트 GT보다 조금 낮지만 그만큼 좌석도 낮아졌고, 장비들도 비교적 낮게 배치되어 있으면서 조작하기에는 알맞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좌석 자체는 비교적 몸을 잘 잡아주면서도 답답하지 않다. 수납공간은 개수나 크기 모두 넉넉하지도 아쉽지도 않을 정도다.

 

 

내장재 질감과 조립 품질, 마무리도 파사트 GT보다는 나아 보이지만, 대중차 기준으로 조금 고급스러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시승차에서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이 만나는 부분이 좌우가 어긋나 있는 것은 의외였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무릎 공간은 충분하고, 좌석도 비교적 넓은 편이다.

 

그러나 비스듬히 누운 지붕선 때문에 머리 공간 여유는 작고, 좌석 가운데가 튀어나와 있어 가운데에 어른이 앉기에는 무리가 있다. 등받이 각도도 편안히 앉기에는 조금 서 있는 느낌이다. 물론 운전석 중심의 4도어 쿠페라는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뒷좌석 거주성은 좋은 편이다. 다만 편의장비는 평범한 가족용 중형 세단 수준에 머문다. 트렁크 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트렁크 부피가 대형 세단 수준인 563L에 이르는 것은 바닥 부분을 전체적으로 아래로 파놓은 덕분이다. 게다가 해치백 스타일의 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좌우로 나뉜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등받이를 접으면 바닥은 앞이 솟아오르게 된다. 고급형인 프레스티지 모델에는 ‘이지 오픈’ 핸즈프리 개방 기능도 있어 편리하다.

 

공간 구성에서는 뒷좌석보다 적재공간의 실용성을 더 큰 비중으로 고려한 느낌이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주행질감이었다. 기대했던 파사트 GT가 큰 실망감을 안겨준 탓에, 아테온마저 실망스럽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되었다. 엔진을 가로로 배치한 앞바퀴굴림 기반 승용차 가운데 고급스러운 주행질감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였던 과거 폭스바겐 차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테온은 크게 두 번에 걸쳐 그런 걱정을 멋지게 날려버렸다. 차를 받아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스티어링 반응이 치밀하면서 정확하고,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이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도심 이면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처음 부딪칠 때 탄력 있게 움츠러들었다가 군더더기 진동 없이 깔끔하게 풀어내는 절제된 움직임을 보여준다.

 

과거 폭스바겐 차들에서 경험했던 세련된 승차감에 관한 좋은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탁 트인 고속화 도로에 들어서 속도를 높이면 승차감에서 고급차 느낌이 더 진해진다. 요철을 지날 때 바퀴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으면서도 절묘한 반발력으로 고르게 차분한 느낌을 준다.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스티어링 조작을 따라 머리를 움직이는 차체는 탄력 있는 위아래 움직임과 어우러져 다루는 맛이 좋다. 뭔가 허술한 느낌이었던 파사트 GT와는 딴판이다. 아테온을 몰다보면 ‘이게 진짜 폭스바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속기가 6단 DSG가 아닌 7단 DSG라는 점을 빼면 동력계와 구동계 구성은 파사트 GT와 같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 최대치가 나오는 엔진 회전 영역도 같다. 물론 공기역학적 특성의 차이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파사트 GT보다 차체가 길고 무거운데도 공인 복합연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은 변속기의 영향이 커 보인다. 2.0L TDI 디젤엔진은 회전질감과 반응 등 여러 면에서 흠을 찾기 어렵다. 급가속할 때 디젤엔진 특유의 거친 느낌이 조금 뚜렷해지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동과 소음 모두 훌륭한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다.

 

 

엔진 회전수가 최대토크 영역을 벗어나면 조금씩 밋밋해지기는 해도, 가속할 때에는 터보의 지체를 거의 느끼기 어려울 만큼 대부분 회전영역에서 고르고 빠르게 힘이 붙는다. 소음 처리도 꽤 잘 되어 있다. 웬만큼 속도를 높이지 않는 한 실내는 조용하고, 요철을 지날 때 이따금 내장재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빼면, 디젤엔진 치고는 조금 스포티한 톤의 배기음만 은은한 배경음악처럼 가늘고 꾸준하게 귓전을 흐른다.

 

 

7단 DSG 변속기도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뒤에는 특유의 장점을 한껏 뽐낸다. 특히 수동 모드에서의 반응은 탁월하다.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을 조작하면,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변속이 이루어질 만큼 빠르다. 그러면서도 변속은 아주 매끄럽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설정했을 때에도 매끄러움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수납식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또렷하게 표시되는 속도 및 주행 관련 정보들은 잘 조율된 구동계와 섀시가 주는 듬직한 느낌 속에서 운전에 몰입하도록 뒷받침한다. 기본적인 ADAS 기능도 충실하게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 교통 흐름에 비교적 부드럽게 적응하며 작동한다. 레인 어시스트(차선 유지 기능)도 커브 굴곡에 맞춰 부드럽게 작동하는데, 차로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는 오른쪽에 비해 왼쪽 차로에 다가갈 때 더 빨리 대응하는 편이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나 저속에서 작동하는 긴급 제동 시스템은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의 부담을 줄인다. 물론 좀 더 나아지면 좋을 점들도 있다. 하나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속도를 줄여 정지할 무렵에 애매해지는 DSG의 작동 특성이다. 클러치가 연결되고 해제될 때 충격을 최대한 억제하기는 했지만, 거의 매번 클러치 작동을 머뭇거리면서 순간적으로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매끄럽게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폭스바겐이 DSG를 쓰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조금씩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한 느낌이다. 나머지 달리는 시간 동안에는 아주 훌륭하게 느껴지는 DSG 변속기의 유일한 흠이다. 다른 하나는 뒷좌석을 위한 편의장비와 기능이다. 물론 앞좌석 중심의 4도어 쿠페 스타일 차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브랜드 내에서 아테온의 역할을 생각하면 뒷좌석에 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요즘 세단 뒷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만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프리미엄 브랜드 4도어 쿠페들을 참고해, 사용 빈도수가 낮다고 해도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지루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게 만들 기능 한두 가지 정도는 더하는 것이 차의 격에도 알맞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주행 모드는 국내에 들어온 아테온에서는 좀 더 단순화해도 좋을 듯하다. 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트, 개별 설정의 다섯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에코부터 노멀 모드 사이의 특성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한층 더 성능이 높은 모델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아테온은 파사트 GT와 비교하면 비싼 값을 하는 차다. 스타일은 좀 더 멋지고, 주행감각은 좀 더 고급스럽고, 꾸밈새는 좀 더 세련됐다. 그러나 권장 판매가격 기준으로 파사트 GT와 값 차이가 700만~800만 원이나 나는 것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물론 권장 판매가격을 그렇게 정해놨어도 프로모션 등 명목으로 값을 내려버리면 의미 없는 얘기지만 말이다. 즉 권장 판매가격에서 거품이 빠진다면, 최신 폭스바겐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무척 매력 있는 차임에 틀림없다. 

 

VOLKSWAGEN ARTEON 

가격 5711만 1000원

크기 4860×1870×1450mm

휠베이스 2840mm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디젤 터보차저

변속기 7단 DSG

최고출력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40.8kg·m/1900~3300rpm

연비 13.6km/L

최고시속 239km

0→시속 100km 가속 7.7초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앞/뒤) 24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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