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여유 사이, 혼다 파일럿 엘리트
여유와 여유 사이, 혼다 파일럿 엘리트
  • 나경남
  • 승인 2019.02.1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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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에서 새롭게 변경된 파일럿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중대형 SUV 시장에 거물급 국산 모델이 등장한 지금도 파일럿의 지위는 여전할까

 

편견 혹은 선입견

자, 여기 혼다의 신형 파일럿이 있다. 풀사이즈 SUV에 가까운, 넉넉한 사이즈의 SUV를 탐색하고 있었다면 파일럿도 그 후보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편견 내지는 선입견, 첫인상에서 전해지는 내용들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자. 

 

혼다라는 브랜드에 대한 가치, 미국시장을 위해 미국에서 생산된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도 좋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평가하는 이가 어떤 점을 좋게 보는지에 따라 갈린다. 일본 브랜드지만 ‘미국차’인 파일럿에 대한 가치평가 역시, 미국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양쪽 모두를 들여다보자. 

 

업그레이드된 혼다 센싱을 탑재했다

 

혼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평가는 일반적으로 ‘기술의 혼다’라는 이름 아래 비교적 높게 평가하는 경우, 그 기술적 우위에 대한 평가, 그리고 신뢰성이 바탕이 된다. 이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혼다가 추구하는 방향이 당신이 원하는 방향과 서로 다를 수는 있어도 평가가 나빠지기 어렵다. 

 

 

반대로 혼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낮게 보는 경우, ‘일본차’라는 평가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기술이 좋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선전한다지만 브랜드 엠블럼이 갖는 힘에서 ‘혼다’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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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 6기통 3.5L 엔진을 284마력의 힘을 낸다

 

사실 브랜드 평가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가격과 필요한 요구조건들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혼다가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급 차량으로 평가되는 현대 팰리세이드가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을 늘어놓고 보더라도 각자가 갖고 있는 편견 또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실제로 구매단계에 와서 자금 사정이 가장 중요한 판단요건이 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어차피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여유와 여유 사이

주차할 때 사이드미러가 기울어져 측면공간을 확보한다

 

덩치가 크다. 파일럿을 처음 마주하면 드는 생각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파일럿을 풀사이즈 혹은 대형 SUV로 분류할 수 있다. 동급 수입 SUV와 비교해도 사실 작지 않은 크기다. 넉넉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파일럿은 현지에서 중형급 SUV로 분류된다. 풀사이즈가 되기에는 아직 조금 부족하다.

 

물론 전장의 길이가 이전보다 조금 더 길어져 풀사이즈 SUV의 기준점인 5m(5005mm)를 아주 조금 넘기지만, 그렇게 엄청나게 크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내부 공간에 들어서면 충분히 넓고 넉넉한 공간이 제공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 크기에 압도당할 정도로 큰 수준은 아니다.

 

가령 작은 소지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넓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충분히 공간 배치를 신경 썼고 각각의 소지품을 둘만한 공간도 충분하며, 모두 손이 쉽게 닿는 위치다. 시트 포지션은 비교적 높다. 덕분에 시야도 탁 트인다. 꽤 커다란 차량 앞쪽 공간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7인치 디스플레이는 약간 작은 느낌이다

 

실제 시트 포지션이 꽤 높은데도 머리 위 공간도 여유가 있다. 덩치 큰 미국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티가 난다. 좁은 공간에서의 주차나 주행 편의를 위해 설치된 리어 카메라는 세 가지 시점으로 화상을 제공한다. 또 후방으로 주차할 때, 사이드미러가 기울어 측면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꽤 유용하지만 편의성만 놓고 본다면 어라운드 뷰 하나로도 해결될 문제이긴 하다. 시승 차량은 국내에 도입되는 V6 3.5L 가솔린엔진 버전 중에서도 최상위급 트림인 파일럿 엘리트. 국내에 도입된 파일럿은 두 가지로 나뉜다. 8인승이냐 7인승이냐다. 파일럿 엘리트는 7인승 모델이다. 8인승과 7인승의 차이는 간단하다.

 

2열 시트의 가운데 부분에 보조 의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8인승, 그렇지 않다면 7인승이다. 2열 시트의 사이 공간을 보면서 ‘여유’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인승이 7인승보다 여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꽉꽉 채울 필요 없이 각각의 시트 편의를 더 높인 쪽이 여유 있는 것일까. 각각의 여유 사이에도 그 간극은 분명히 존재한다. 요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달렸다. 

 

부드러운 출발과 강렬한 가속

 

시동을 걸어도 차량 내부에서는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공회전 상태에서 외부로 나와 보면 그 존재감이 의식되긴 하지만 딱히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기어는 전자식 버튼으로 변경되어 기어 노브가 위치하는 공간이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 버튼식 기어 변경 방식이 아직 익숙지 않지만 이로써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된 점은 반갑다. 

 

 

기어를 드라이브 모드로 놓고 출발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넉넉한 덩치에 충분한 출력을 가진 엔진을 생각하면, 정차 후 출발 시 가속이 이보다는 훨씬 여유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차고 넘치는 토크로 밀어내는 감각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매우 섬세하고 부드럽게 출발한다. 시내 주행 시 가고 서고를 반복할 때에도 마찬가지. 

 

 

 

혼다가 새로운 파일럿에 적용하고 있는 ZF 9단 자동변속 기어를 사용하면서 출발 시 2단 기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감각이 나온다. 굼뜬 반응성과는 거리가 멀다. 성급하지 않고 여유 있게 차체를 밀어 부드럽게 가속시키는 쪽이다. 파일럿은 V6 직분사 3.5L SOHC i-VTEC 엔진을 사용한다. 가변 실린더 제어 시스템으로 필요하지 않을 때는 3기통으로 차체를 움직이고, 더 강력한 출력이 필요할 때는 6기통이 모두 작동되는 방식이다.

 

여유 있고 느긋하게 차체를 출발시켰다고 중고속 영역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엔진 회전수를 천천히 쌓아나간다면 모르겠지만, 조금 호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파일럿은 확실한 쾌감을 제공한다. 일상적 주행에서는 파일럿에서 카리스마를 느끼기 어렵겠지만, 꼭 한번쯤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넣어보길 바란다.

 

3열 폴딩 시 1325L의 넉넉한 공간이 확보된다 

 

가변 밸브 타이밍과 VCM이 순차적으로 작동되면서 엔진의 성격이 적어도 두 번은 바뀌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거의 회전 한계까지 도달해서 변속시킨다고 하더라도 엔진은 꽤 가볍게 그 일을 처리한다. 복잡하고 바쁜 느낌이 아니라,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단단하게 엔진의 힘을 끝까지 끌어내는 느낌이다. 

 

트랙에서 직접적으로 가속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거나 실제 가속 성능을 다른 경쟁 차종과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굳이 실측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파일럿 엘리트는 운전자가 즐거울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갖고 있다. 그 매력이 다른 경쟁 차종의 매력을 넘어설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그 다음의 문제다. 

 

과함은 없다

기어노브가 없는 환경이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이제 와서 밝히는 것이 비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혼다의 팬이다. 앞서 언급했던 ‘기술의 혼다’를 신봉하는 쪽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감상적으로 팬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그 주된 이유는 혼다자동차가 아니라 모터사이클이다. 따라서 파일럿을 시승하면서 나의 ‘팬심’이 작용한 부분은 없었다고 믿는다.

 

고회전 영역으로 가속시켰을 때 얼핏 혼다 모터사이클과 엔진의 질감이 닮아 있다고 느꼈던 부분을 제외하면 말이다. 덕분에 혼다가 자랑하는 혼다 센싱에 대한 감상은 사실 그냥 그저 그렇다. 최근 운전자 보조 자동화 기술 수준은 혼다가 이 부분에서 엄청나게 뛰어나다고 느끼기 어렵게 만들었다.

 

더구나 혼다의 철학(짐작하건데)은 적극적인 반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차선유지 기능의 경우에도 차선의 가운데를 잘 유지시키기보다는 차선을 벗어나는 경우에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에 그치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경우에도 도심 속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뉴 파일럿은 보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2톤의 거구를 밀어붙인다

 

편의성 면에서 파일럿이 크게 뒤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에 도입된 파일럿의 트림은 최상위급으로, 거의 모든 옵션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옵션과는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혼다가 생각한 옵션의 접근 방식도, 자동차를 받아들이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간극이 존재한다.

 

파일럿을 생산하는 아메리칸 혼다에서 생각하는 최대한 여유 있는 풀 옵션이 우리에게도 똑같이 여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본질적인 부분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파일럿이 미국에서는 준중형급 SUV으로 분류되고 한국에서는 대형 SUV로 서로 다른 영역에 들어간다 해도, 파일럿이 꽤나 여유 있는 SUV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격표에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건 그 다음 문제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엔진의 회전질감 하나만으로도 파일럿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HONDA NEW PILOT ELITE

가격 5950만 원

크기 5005×1995×1795mm

휠베이스 2820mm 

무게 1965kg

엔진 직렬 6기통 3471cc 디젤

최고출력 284마력/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

변속기 자동 9단

연비 8.4km/L

CO₂배출량 201g/km

서스펜션(앞/뒤)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45/5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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