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그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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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그린북
  • 신지혜
  • 승인 2019.02.0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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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두 남자의 남부 투어와 함께한 캐딜락 드빌

 

서로 다른  두 남자, 친구가 되다. 토니 발레롱가.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그는 믿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주먹뿐인 남자다. 하나 더 첨가한다면 ‘떠버리 토니’라는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는 입담 정도일까. 클럽에서 소소한 다툼을 중재하고 자잘한 사고들을 처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는 단지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깨를 펴고 여유 있는 눈초리로 세상을 바라본다.

 


돈 셜리. 많은 재능을 타고난 남자다. 어린 나이에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십대의 나이로 보스턴 팝스 심포니에서 데뷔했으며, 몇 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수의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는 부와 명성, 재능이 있고 우아함과 기품까지 갖췄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제약과 억압을 겪어왔다.

 


이렇게 달라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운명처럼 엮였다. 토니는 클럽 일을 그만둬 돈이 필요하고, 돈은 8주에 걸친 미국 남부 콘서트 투어를 위해 운전사 겸 보디가드가 필요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투어를 떠난다. 

 

 

토니와 돈이 미국 전역을 누비며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캐딜락 드빌이다. 날렵하고 길게 빠진 테일이 돋보이는 멋진 자동차. 게다가 푸른색이다. 사람들은 캐딜락에 앉은 두 사람은 보고 놀란다. 흑인이 뒷좌석에 앉아 있고 백인이 차를 몰다니! 흑인이 보스, 백인이 고용인이라니! 

 


돈은 여행 내내 ‘그린북’을 들고 다닌다. 인종차별의 긴장이 도사리고 있는 미국 남부로 피치 못하게 여행을 떠나는 흑인들을 위해 ‘안전한’ 숙식 시설을 표기한 책이다. 백인인 토니는 처음에 그린 북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흑인인 돈이 겪는 일상적인 차별과 위협을 점차 피부로 느끼게 된다. 

 

 

토니는 별의별 편견과 선입견을 딛고 돈을 위해 안전한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둘러싼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그린 북에 표기된 안전한 곳에서만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캐딜락 드빌은 어울리지 않게 낡고 허름한 모텔 앞에 주차되기도 하고, 긴장 속에서 교통경찰에게 내부를 보여주기도 한다.

 

돈 셜리를 태우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토니와 돈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는 게 바로 이 캐딜락이다. 토니는 곁에서 돈의 삶을 들여다보며 생각과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다. 8주간의 투어가 끝나고 두 사람은 진정한 인생의 친구가 된다. 이들과 함께 했던 캐딜락 드빌도 진심으로 기뻐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그린북>은 돈 셜리와 토니 발레롱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돈 셜리는 실제로 대단한 천재였다. 다양한 방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나타냈던 그는 스트라빈스키로부터 ‘신의 경지에 다다른 기교’를 가졌다는 극찬을 받았다. 에스콰이어는 그의 첫 앨범 <Tonal Expressions>에 대해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활동했던 시절은 1960년대 미국이다. 겉으로는 누구나 평등한 사회가 되었을지 몰라도 아직도 인종차별의 냄새가 곳곳에 배어 있던 시절이다. 그 시절에, 그것도 흑인을 경시하는 풍조가 짙은 남부지역으로 콘서트 투어를 떠난다는 게 얼마나 큰 도전이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 

 

 

<그린북>은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두 영화는 흑과 백, 버디무비, 실화영화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관객의 이성과 감성에 동시에 녹아든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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