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쇼를 사랑한 남자 - 롤스로이스 팬텀 VI
<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쇼를 사랑한 남자 - 롤스로이스 팬텀 VI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11.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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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라치.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최고의 엔터테이너로 꼽히는 사람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쇼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언제나 최고의 화려한 옷을 입고 가장 다정한 미소를 띠고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아 최고의 기교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감탄과 박수를 끌어냈다.

그날도 리버라치는 최고였다. 수의사를 꿈꾸며 위탁가정의 부모로부터 따뜻한 보호를 받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청년으로 자란 스콧이 객석에 앉아 있던 그날도 리버라치는 최고였다. 그리고 그날 스콧은 리버라치에게 소개되고 건실하고 순수한 청년의 모습에 리버라치는 아버지같이 친구같이 연인같이 스콧에게 끌리게 되고 스콧 역시 아들같이 친구같이 연인같이 리버라치에게 끌린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생의 파트너가 된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최근작 <쇼를 사랑한 남자>. 암 투병 끝에 건강을 되찾은 마이클 더글러스가 전설적인 엔터테이너 리버라치를 연기하고 근래 들어 다양한 변모를 보여준 맷 데이먼이 스콧을 연기한다. 그런데 이 영화, 대단하다. 일단 소더버그의 연출력이야 두 말할 것 없고 마이클 더글러스는 어쩌면 그의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명성과 경력이 대단한 그이지만 이렇게 섬세하고 다정하며 어딘가 공허한 모습의 리버라치를 연기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그의 강인하고 날카로운 모습은 어디가고 무대를 휘어잡던 리버라치의 모습만이 남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하다. 상대역의 맷 데이먼 또한 한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최고의 호흡을 맞춰낸다.

워낙 화려하고 밝은 것을 좋아하고 명성과 재력이 엄청났던 리버라치이기에 실제로 그의 이름을 딴 리버라치 박물관이 라스베이거스에 존재하고 실제로 영화촬영을 위해 리버라치 박물관에서 많은 것을 대여했다고 한다. 그가 쓰던 피아노, 자동차, 보석, 의상, 촛대… 그의 물건들은 그렇게 영화 속에서 부활한다. 그의 명성과 함께 부활한다. 그의 음악과 함께, 그의 생과 함께, 그의 사랑과 함께 부활한다.

영화 초반부, 수의사를 꿈꾸며 개들을 훈련시키는 스콧은 낡은 포드 지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큼지막하지만 섬세하거나 우아하거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포드 지프. 그것은 바로 스콧의 그때까지의 삶과도 같다. 우직하고 겉치레 없이 제 할 일을 다 하는 자동차와 스콧은 그렇게 닮아 있다. 반면 리버라치는 화려함과 사치의 극치를 달리며 최고급 자동차들을 몇 대씩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뜨이는 차는 단연 24피트의 롤스로이스 팬텀 VI다. 쇼를 하러 가면서 자신과 똑같이 화려한 금장식이 잔뜩 달린 하얀 제복을 스콧에게 입혀 운전을 하게 하고 하얗고 긴, 그 화려함에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망토를 두른 채 롤스로이스에서 내리는 리버라치의 모습은 쇼 무대의 황제다. 리버라치의 롤스로이스는 리버라치와 스콧을 한 공간에 있게 하고 같은 장소로 향하게 하며 같은 톤으로 맞춘 옷을 입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진실하고 진정한 파트너임을 상기시키는 도구와도 같다.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천재로 등장한 스티븐 소더버그. 이제 세월을 덧입고 한 사람의 삶과 사랑을, 화려함과 덧없음을 이렇게 관조적이면서도 친밀한 시선으로 감정의 넘침 없이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글:신지혜(시네마토커,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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