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부탁 하나만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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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부탁 하나만 들어줘
  • 신지혜
  • 승인 2018.12.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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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하나만 들어줘 - 포르쉐와 스바루:예측불허 흥미진진한 그녀의 실종기

싱글맘 스테파니(안나 켄드릭)는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요리나 육아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아직 많지 않지만 조금씩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가 생긴다. 자신의 아들 친구의 엄마이며, 매력적이고 부유한 커리어우먼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다. 처음에 스테파니는 자신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에밀리를 낯설어하지만, 그녀의 솔직함과 당당한 태도에 이끌려 금세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가 아들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갑자기 사라져버린다.스테파니가 에밀리를 처음 본 날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던 스테파니 앞에 멋진 차 한 대가 도착한다. 포르쉐 911 카레라. 차 문이 열리고 훤칠한 키에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에밀리가 우산을 쓰고 내린다. 에밀리는 포르쉐 911만큼이나 단단하고 강인하고 매력이 넘치는 여자다.

 

 

그녀는 스테파니와 달리 매일 ‘도시’로 나가서 일한다. 누구나 알만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그만큼 당당하고 거침없다. 그런데 좋은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우먼이라 해도 포르쉐 911을 데일리카로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에밀리의 포르쉐는 그녀가 어떤 캐릭터인지 슬쩍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더구나 그녀의 포르쉐는 영화에 단 한 번 등장한다. 이 차는 오로지 에밀리의 전용 공간, 사적인 공간이다. 다른 사람은 포르쉐에 숨겨진 그녀의 일상을 절대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자신의 집에 가서 마티니 한 잔 하자는 에밀리의 청에, 스테파니는 자신의 차인 스바루 아웃백을 타고 포르쉐를 뒤따른다.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는 스테파니에게는 유니크한 멋이 있는 포르쉐보다는 역시 실용적이고 튼튼한 자동차가 어울린다. 에밀리의 포르쉐와 다르게 스테파니의 스바루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한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 그리고 에밀리의 아들을 태우기도 하고, 스테파니가 에밀리의 비밀을 파헤치러 다닐 때, 또 그녀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도 함께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일상적인 공간이 되지만, 스테파니 혼자 타고 있을 때는 그녀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 되면서, 에밀리의 비밀과는 또 다른 스테파니의 이중적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매개로 작용한다. 

 

 

이 영화는 오프닝 타이틀부터 마음을 쏙 잡아당긴다. 마치 1960년대 프랑스 느와르 같은 분위기가 감도는 화면구성과 색감, 그리고 배경에 흐르는 장 폴 켈러(Jean Paul Keller)의 노래 ‘Ca S'est Arrange’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영화 내내 귀에 익은 멋진 곡들과 감각적인 영상,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관객들의 마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예측불허, 흥미진진한 에밀리의 실종기. 과연 누가 누구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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