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 접어든 V8 엔진의 매력
황혼기 접어든 V8 엔진의 매력
  • 아이오토카
  • 승인 2018.12.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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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흔했고 언제나 사랑받아온 V8 엔진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포드 머스탱을 몰아보며 자연흡기 V8의 존재가 선사하는 매력을 돌아봤다

 

때로는 다른 것들이 넘어설 수 없을 만큼 뛰어나지 않더라도,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 것들이 있다. V8 엔진이 흥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딱 알맞은 엔진 구성이었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음이 틀림없다. 어째서 V8 엔진이 한 대륙 전체를 장악할 만큼 대단한 인기를 얻었는지를 이론적으로 쉽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네 개의 커넥팅로드 두 쌍을 서로 90도 각도로 하나의 크랭크샤프트에 배치하게 된 명쾌한 이유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진실은 단순하다. 1930년대 V8 엔진이 미국을 점령하기 시작했을 때,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쓸데없는 복잡함과 비용, 그리고 불편하지 않은 크기임에도 원하는 출력과 부드러움을 줄 수 있는 실린더 숫자가 바로 여덟 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처럼 평범한 근거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엔진 구성이 탄생했다고 주장하고 싶다. 물론 우리는 V8 엔진에 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V8 엔진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우선 떠오르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소리다.

 

 

누구나 그 소리를 들으면 엔진의 정체를 단 번에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특유의 거품 터지는 소리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하려는 권위 있는 논문들이 유력한 기술 저널에 실리기도 한다. 물론 맥동과 음색, 위상, 불규칙적 점화 간격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논문에서 동의할 만한 것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실마리는 이 소리의 진정한 매력을 아는 사람이 실제로 없거나, 아니면 내가 그 고상한 논문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동네 정육점에서 산 소시지를 다른 곳에서 산 소시지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지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른 시간 웨일즈 시골길을 가로질러 달릴 때 몰았던, 새로 개선된 포드 머스탱의 V8 5.0L 450마력 엔진은 이런 즐거운 전율을 몸소 표현했다. 이 차는 내가 좋아하지 않을 만한 구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당신은 차 전체가 엔진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시스템처럼 구성된 것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GT 쿠페냐 컨버터블이냐에 관계없이, 머스탱에 붙은 5.0 배지는 V8 엔진이 실려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다른 차들은 이렇지 않다. 알핀 A110을 몰아보면, 엔진이 정교한 섀시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라는 것을 오래 달리지 않아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머스탱은 그 반대다. 물론 포드는 그저 머스탱을 몬다는 이미지를 원하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4기통 엔진을 마련하고 있지만, 1964년 이 포니 카가 탄생한 바로 그날부터 줄곧 V8 엔진은 차의 성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

 

V8 엔진이 없는 머스탱을 모는 것은 마치 무알콜 맥주나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완전히 핵심에서 벗어난 일이다. 이제 V8 엔진은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V8 엔진을 얹은 아우디나 벤틀리, BMW,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 마세라티, 맥라렌,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쉐 차들을 보며, 당신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응할 수도 있다. V8 엔진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의 진짜 의미는 원래부터 자연흡기 방식이었던 V8 엔진에 관한 것이다.

 

 

그런 엔진을 얹고 지금 영국에서 팔리고 있는 차들인 포드, 렉서스의 한 가지 모델, 그리고 오래된 그란 투리스모가 생산되는 동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또한 마세라티에서도 한 개의 모델에 사용되고 있으며, 쉐보레는 여전히 콜벳과 카마로에 V8 엔진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맥라렌 외에, 앞서 언급한 모든 업체가 자연흡기 V8 엔진을 양산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 엔진들은 수치상 배출가스를 낮추고, 출력을 높이고, 즉각적 만족감을 주는 터보 엔진 특유의 토크 곡선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모두 사라졌다.

 


상대적으로 대다수 업체는 V8 엔진 특유의 소리를 사무라이의 검처럼 날카로운 스로틀 반응보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그러하듯 슈퍼 차저를 달아 만족스러운 출력과 토크, 소리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V8 엔진 소리가 우리 귀에 그처럼 감미롭게 들리는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소리가 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전자레인지를 발명한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가 아무 생각 없이 초콜릿 바를 주머니에 넣은 채 마그네트론 앞을 걸어갔던 것이 자신의 진로를 바꾸게 된 것처럼, V8 엔진의 크로스플레인(cross-plane) 크랭크샤프트를 처음 설계하기 시작했던 사람들 역시 그런 소리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사실 V8 엔진이 항상 그런 소리를 내지는 않았고 몇몇 엔진들은 지금도 다른 소리를 낸다. 페라리와 맥라렌에 쓰인 것들과 같은 경주용 및 초고성능 V8 엔진들의 크랭크샤프트 구성은 제 1차 세계대전 이전에 태동했던 극 초기의 V8 엔진과 똑같이 단순하다. 그 차들에 쓰이는 이른바 플랫플레인(flat-plane) 구성의 문제점은 4기통 엔진의 2차 진동이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4기통 엔진이 같은 크랭크샤프트를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머스탱은 V8 엔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차다

 

그리고 제1,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적당한 속도로 엄청난 거리를 달리는데 필요한 출력을 내기 위해 엔진이 더욱 커지면서 그 문제점이 더 심각해졌다. 그러나 점화간격을 180도가 아니라 90도로 맞추고, 크랭크샤프트를 끝에서 봤을 때 십자 형태로 만들면 이런 문제들은 모두 사라져버린다. 더 정확히 말해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태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왜 경주용 엔진들을 이런 식으로 설계하지 않는 걸까?

 

왜냐하면 크로스플레인 방식 V8 엔진을 있는 그대로 경주차에 얹으면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자마자 엔진룸에서 떨어져나가 길에 나뒹굴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런 성향은 카운터밸런스 웨이트(평형 무게추)를 써 억제할 수 있지만, 늘어난 무게만큼 엔진 전체의 무게도 올라가 엔진 관성을 키운다. 크로스플레인 V8 엔진이 플랫플레인 V8 엔진보다 더 무겁고 회전속도가 더디게 올라가며 출력이 낮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화려한 소리를 내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당신도 알다시피 멋진 소리가 V8 엔진의 전부는 아니다.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로 끊임없이 달라지는 진동을 빼놓을 수 없다. 머스탱은 기어를 아랫단으로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추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쳐줄 때와 신호등 앞에 선 상태에서 똑같은 조작을 했을 때 내는 소리가 다 다르다.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아 5000rpm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훌륭한 소리와, 회전수가 높아졌다가 낮아지면서 5000rpm을 지날 때 내는 소리가 완전히 다르다. 또한 코너 중간 부분에서 액셀러레이터로 속도를 조절할 때처럼 회전수를 유지할 때의 소리가 또 다르다.

 


자연흡기 V8 엔진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매력적일뿐 아니라 효과적이기도 한 솔직함이다. 1966년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포드가 페라리와 맞붙었을 때, 페라리는 4개의 오버헤드 캠샤프트와 여섯 개의 트윈초크 카뷰레터, 이중 점화장치를 갖춘 보석 같은 경합금 V12 엔진을 얹은 P3이라는 멋진 경주차를 출전시켰다. 포드 차의 엔진은 어땠을까? 구식 푸시로드 방식 주철 V8 엔진은 홀리(Holley)제 카뷰레터 한 개를 단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페라리는 늘씬한 4.0L 엔진인 반면 포드는 7.0L 엔진으로 공격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세상 모든 실린더와 캠샤프트, 카뷰레터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성격의 이점이었다. 그 덕분에 포드는 대회 1~3위를 모두 석권했고 페라리 팀 경주차는 포드를 따라잡는데 실패했다. ‘배기량을 대신할 것은 없다’는 미국인들의 격언이 그처럼 잘 들어맞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1966년 당시 그 차들의 엔진에는 터보차저가 달려 있지 않았고, 오늘날의 터보 엔진들은 자연흡기 V8 엔진의 아주 효과적인 대체재임을 입증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것으로 대표되는 크로스플레인 크랭크샤프트를 쓴 몇몇 V8 터보 엔진은 놀랄 만큼 효율적이고 아주 놀라운 소리를 낸다. 그리고 과급장치가 쓰이지 않은 것보다 이런 엔진들이 객관적으로 더 나은 이상, 머스탱에서 사라진 것을 떠올리며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10년 내에는 양산 자연흡기 V8 엔진은 독특함이라는 가치 외에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으리라고 예상된다.

 

그리고 우리가 길을 걷다가 우렁찬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 대기압을 흔들며 숨 쉬는 옛 8기통 엔진 고물차를 떠올리고, ‘진보’라는 미명 아래 사라진 자동차 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들에 아쉬워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제대로 된 V8 엔진에 관한 글을 읽고 쓰기에는 환경이 아주 좋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는 엔진이 올라간 차를 갖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이 허락한다면 글 쓰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 아직 밖에 세워져 있는 머스탱의 시동을 걸어 우렁찬 소리를 마지막으로 듣기 위해 달리고 싶다. 

 

 

<최고의 자연흡기 V8 엔진을 얹은 톱5 모델 >

 

 

1. 쉐보레 스몰 블록 1956년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오래 이어지고 성공을 거둔 V8 엔진. 영구차에서부터 포뮬러 5000 경주차에 이르는 모든 것에 실렸다. 1956년부터 2003년까지 약 1억 개 정도가 만들어졌다.

 

 

2. 포드 ‘플랫헤드’ V8 1932년
플랫헤드는 최초의 V8 엔진은 아니었지만 저렴한 값, 튼튼한 구조, (당시 기준으로) 넉넉한 출력에 힘입어 V8 엔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3. 페라리 F106 엔진 1973년
결국 페라리의 첫 승용차용 V8 엔진에는 플랫플레인 크랭크샤프트가 쓰였지만(란치아 테마 8.32에 쓰인 것은 그렇지 않았다), 이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엔진은 30년 이상 꾸준히 생산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4. 메르세데스-벤츠 AMG M156 2006년
AMG에게 독자 엔진을 설계할 수 있는 전권이 처음 주어졌을 때, 결과물로 나온 것이 강력한 6.2L 엔진이었다. 벤츠는 요즘도 GT3 경주차에 이 엔진을 쓰고 있다.

 

5. 로버 V8 1960년
1965년 로버가 생산권을 산 뷰익 V8 엔진이다. 탁월한 엔진인 것은 분명하다. 가벼우면서 조율하기 좋았고, 44년 동안 생산되면서 출력은 두 배 이상 높아져 345마력에 이르렀다. 재규어, 랜드로버, TVR 등에 쓰였다.

 


<V8 엔진 차 구매를 위한 5가지 제안>

 

 

1 BMW M5 (E39)
수동변속기와 어우러진 멋지고 토크가 풍부한 V8 5.0L 엔진, 그리고 매력적인 균형을 갖춘 섀시가 이 차를 모름지기 최고의 기본형 M 모델로 만든다. 장거리 주행이 편안하고 편의장비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 가격은 겨우 7500파운드(약 1100만 원)부터 시작한다.

 

 

 

2 페라리 208 GTB
이탈리아 세금제도를 고려해 특별히 만들어진 이 차는 주류 양산차 업체가 만든 것 중 가장 작은 V8(2.0L) 엔진을 얹고 있다. 지극히 드물기는 해도, 매물을 찾았을 때에는 6만 파운드(약 8770만 원) 정도 지불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

 

 

3 란치아 테마 8.32
앞바퀴굴림 V8 엔진 차라고?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한데? 란치아가 페라리 3.0L B8 엔진의 크로스플레인 버전을 럭셔리 세단에 얹기로 결정했을 때는 문제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한 대를 사려면 1만2000파운드(약 1750만 원)의 값을 치러야 한다.

 

 

 

4 에리얼 아톰 V8
이 엔진은 정말 대단하다. 자연흡기 방식에 배기량 3.0L인 엔진이 1만600rpm에서 507마력의 힘을 낸다. 에리얼은 지금 이 차를 19만8000파운드(약 2억8940만 원)에 팔고 있다.

 

 

5 TVR 그리피스
TVR이 지금까지 만든 것 중 최고의 차라 할 수 있는 이 멋진 1990년대 클래식 모델은 4.0L를 비롯해 4.3L, 5.0L 로버 V8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값은 1만5000파운드(약 2190만 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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