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과 스릴 그리고 멀미의 3중주
언덕과 스릴 그리고 멀미의 3중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8.12.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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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있는 산 중 가장 높은 루비콘 트레인은 패기 넘치는 최적의 오프로드 테스트 장소다. 리처드 레인이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타고 도전했다

 

 

라 구나 세카(Laguna Seca)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유명한 서킷이다. ‘코르크스크루’(Corkscrew)라는 이름이 붙은 이 서킷의 8번 코너에서 누군가는 전설을 썼을 것이다. 왼쪽으로 꺾이는 블라인드 코너인 이곳은 건물 6층 높이에서 차와 운전자를 갑자기 떨어뜨린 다음 잔인하게 바로 오른쪽으로 쓸어버린다. 적어도 다음 랩까지는 계속 실수가 이어지고 얼굴이 일그러지지만, 격렬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결국에는 익숙해진다.

 

 

일주일 동안 매일같이 달려 올라갔다가 내리꽂히는 코르크스크루에서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됐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곳곳에 무릎 높이의 화강암석이 보인다. 일부는 모서리가 어둡고 단단하며 날카롭지만 유리처럼 부드럽고 매끄럽기도 하다. 대부분 습기를 머금고 있으며 정상에 올라가면 작은 돌과 진흙이 흩뿌려져 있는 반전도 선사한다. 

 


맑은 하늘이 향 좋은 키 큰 소나무로 덮여 버리면 우울해진다. 5대는 거뜬히 통과할 수 있는 너비는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아지고 가끔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 정도로 심한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휴대폰이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정확히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여기를 벗어날 수 있는 빠르고 쉬운 방법은 없다. 먼지범벅이 된 얼굴과 목, 팔 등에 선크림을 바르며 긴장을 풀어야 한다.

 

33인치 타이어는 하루 종일 암석, 먼지, 진흙을 헤집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2톤이 넘는 금속 덩어리와 BF 굿리치 타이어를 붙잡고 있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서서히 발을 뗀다. 루비콘 트레일에 온 것을 환영한다. 문제의 페달은 신형 지프 랭글러에 달려 있다. 조금 달라졌고 미세하게 좋아졌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근본적으로 거의 변한 게 없어서 모든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든 그 차다. 

 


루비콘 트레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캐딜락 힐이라고 알려진 지역이다. 나는 여기서 내 실수로 인해 차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거나 차가 망가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중력을 관리하느라 15분 동안 진땀을 흘려야 했다. 루비콘 트레일을 세계에서 가장 힘든 오프로드로 꼽는 이유다. 

 

캔버스 루프를 젖히면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오히려 혹이 나 있는 타이어를 끼고 이곳을 지나는 것보다 뉘르부르크링에서 기록을 세우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힘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차축이 부러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지자는 이곳에서 랜드로버를 운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차에 상관없이 기분 좋은 지역에 빠져드는 것이 사실이다. 엘도라도 산맥의 레노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운전해온 곳이라 사소한 고장이 나면 수리하기 위해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황무지처럼 때로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무자비하다. 

 


지프와 루비콘 트레일의 인연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기 전 희망을 품고 금광을 찾아온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작은 정착지, 조지타운으로 떠나는 여행을 처음으로 조직하면서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유명세를 떨친 CJ 지프 50대 이상이 모여 이틀 동안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 행사는 오늘날 ‘지퍼스 잼버리’(Jeepers Jamboree)라는 연례행사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약 400대 정도의 지프가 모였고 매번 내용이 조금씩 바뀐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첫 번째는 이 차가 최신형인 동시에 우리가 살 수 있는 순정 모델 중 가장 하드코어 하다는 사실이다. 기본 모델도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여기에는 ‘다나 44’ 고정형 액슬(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넓어 회전 반경이 패밀리 해치백 수준이다)과 33인치 전지형 타이어도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휠아치, 그리고 최고 성능을 내는 로우 레인지까지 추가됐다. 

 


지프는 전 세계에서 기본으로 이런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것은 이 차가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스즈키는 무언가 조금 부족하고,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역시 독일차로서 4×4 스페셜리스트 명성이 대단한 편이지만, 이곳을 지난다면 마지막 날 엉망이 된 문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언제 다시 한 번 비교시승을 통해 정확하게 밝힐 문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형 지프 랭글러 루비콘이 이전 세대보다 매끄러워졌다는 사실이다.

 

포장된 부드러운 구간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거의 직각에 가깝게 세운 앞 유리창은 역사적으로 윌리스나 포드가 만든 지프가 분쟁 지역에 쉽게 상륙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이것이 이 모델의 상징이 됐다. 다만 끝없이 피어오르는 먼지를 피하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실 언제나 거추장스러운 존재나 다름없다. 이를 접으려면 기존의 28개 볼트가 아닌 단 4개만 제거하면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편해졌다.

 

캔버스 루프(하드톱도 가능하다)를 벗겨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쓰다 MX-5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에 가깝게 간편하다. 우리는 이것을 햇빛을 가리기 위해 활용했다. 넓은 실내에 있는 버튼들은 여전히 크지만 소재는 훨씬 더 좋아졌다. 또한 8.4인치 터치스크린을 배치해 괜찮은 수준의 커넥티비티 기능을 한다. 

 


두 번째는 더 주관적인 내용이긴 한데, 우리가 캘리포니아 자연으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지프 랭글러는 주로 스타일을 표현하는 차로 취급받는다. 지프가 개발 목적으로 활용한 똑같은 지형에서 랭글러 루비콘을 운전하면 마치 산양이나 거미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기계화나 편안한 시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런던 시내에 어울리지 않는 미드십 페라리를 피오라노에 맡겨 두는 것처럼, 단순한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거친 자연환경에 훨씬 잘 어울리며 능숙함으로 인해 우리 마음속에 불을 지핀다.  

 

문이 없어 밤이 더 추웠다<br>
문이 없어 밤이 더 추웠다

 

우리는 루비콘의 도어를 제거했는데, 이것이 더 매력적일 뿐 아니라 이곳에서 더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암벽이 너무 좁아 타이어가 돌에 긁히는 만큼 휠 아치를 쉽게 떼낼 수 있어야 한다. 머리를 밖으로 내밀면 차를 더 잘 이끌 수 있으며 커다란 바퀴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버튼을 눌러 앞쪽 안티 롤 바와 연결을 끊어도 여전히 대단한 성능을 발휘한다.

 

비밀은 섀시가 아닌 커다란 바위와 직접 닿는 접근각이 44도에 달하는 바퀴에 숨어 있다. 경우에 따라 거의 암벽에 붙어 갈 수도 있으며, 끔찍할 정도로 삐걱거리고 긁히는 소리를 낸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실패하면 에어쿠션 기능으로 차체를 띄워 하부나 변속기 냉각수관을 망가뜨리는 암석을 피해 빠져나올 수 있다. 

 


신형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2.0L 터보차저 가솔린엔진을 품었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이다. 출력은 8단 자동변속기와 더 가파르고 먼지가 많은 구간에 휠 스핀이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해주는 록킹 디퍼렌셜을 통해 바퀴로 전달된다. 이런 기능을 활용하면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처럼 편하게 힘들이지 않고 지프를 앞 또는 위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시승하던 때의 습관이 남아 있어 아침에 트립 컴퓨터를 재설정했다. 걷는 속도보다 조금 느리게 약 12km를 진행하면서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때로는 곰이 나타나는 루비콘 스프링스에 도착했을 때 연비는 2.3km/L에 불과했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가 완벽하게 구성된 코스를 천천히 지나가는 것은 정신보다 몸이 더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서킷에서 흥분을 느끼는 사람조차도 어디든지 천천히 갈 수 있는 차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차가 지프 랭글러 루비콘처럼 상징적이라면, 대단한 코너로 구성된 루비콘 트레일만한 장소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루비콘 트레일의 역사>

처음으로 네바퀴와 엔진에 의존해 루비콘 스프링스의 리조트로 향하는 여행이 성공한 것은 1908년이다. 마리온 월콧(Marion Walcott)은 미첼 모델 I 투어링을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종종 널빤지를 사용해 암석을 타고 넘었다. 그녀가 두 번 다시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한 모험담은 <퍼시픽 코스트 모터>에 실렸다.

 


그러나 조지타운을 가운데 두고 서쪽에서 테호 호수까지 마차로 여행할 수 있는 도로는 그보다 전에 건설됐으며, 훨씬 더 오래전에는 북미 원주민이 도로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도로가 파손되면서 결국 리조트는 1926년에 문을 닫았고, 이후 이곳은 1950년대부터 오프로드의 메카가 됐다. 

 

<루비콘 트레일을 정복하다>

1 루비콘 스프링스(Rubicon Springs)
캠프까지 몇 백 m를 앞두고 좁은 수문과 함께 가파른 암석이 종종 나타나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반대편에 맥주가 기다리고 있어 어떻게든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2 캐딜락 힐(Cadillac Hill)
이번 여행에서 만난 가장 힘든 장애물이었다. 젖은 암석을 동반한 경사의 가파르기는 절망적이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랑과 나무뿌리가 튀어나왔다. 이날은 인내심을 갖고 엔진의 토크를 활용해 언제 가속을 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조차 여기서 종종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가 너무 예민했을 수도 있다.  


3 옵저베이션 포인트(Observation Point)
여기서는 브레이크와 접근각이 전부였다. 경치가 뛰어난 옵저베이션 포인트의 마지막 구간은 마치 슈퍼마리오를 하는 것과 같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의 짧은 오버행이 큰 도움이 됐다. 

 

4 타호 호수(Lake Tahoe) 입구
먼지로 가득한 호수가 보이는 부드러운 도로에서 지프 랭글러 루비콘은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무감각한 스티어링이 이곳에서 확 티 나지만 절대 다루기 힘든 정도는 아니다. 서스펜션은 충격을 잘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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