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풍경, 한국의 바다를 찾아서⑤ 삼척(三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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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풍경, 한국의 바다를 찾아서⑤ 삼척(三陟)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8.12.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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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의 바다는 자연에 좀 더 가깝다. 그래서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의 야성과 더 잘 어울렸다

 

영동고속도로가 끝나갈 무렵 강릉 표지판이 나오면 바다가 있는 강원도에 다왔다는 안도감을 준다. 서울에서 강릉 혹은 양양은 새로 도로가 나면서 한층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삼척은 강릉 JC에서부터 60여km, 한 시간 남짓 더 달려야 한다.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동해시를 지나 삼척에 다다르면 7번 국도를 만난다. 7번 국도는 비록 바다가 보이지 않는 구간이라도 우리나라의 동쪽 해안선 가장 가까이 달린다는 설렘을 주는 도로.

 

그 길은 멀리 부산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고성까지, 그리고 끝은 함경북도 온성군으로 이어진다. 아무튼 현재 강원도의 최북단이 고성이라면 최남단은 속초다. 삼척행의 동행은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 그란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의 공기역학 요소들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인 쿠페의 최신 버전이다. 마세라티 어느 모델이나 한 스타일 하지만 이 쿠페야말로 강인한 인상으로 시선을 끌어 모은다. 누구보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싶은 모델이다.

 

 

앞 중앙 스플리터에서 그릴 상단으로 이어지는 보디라인이 더 날렵해졌다. LED 주간전조등과 밤길 주행 때 시야를 넓혀주는 어댑티브 라이트 시스템, 타이어압력모니터링장치 등 고성능 GT를 위한 장비도 빠짐이 없다. 심장에 얹은 V8 4.7L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성능을 바탕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단 4.8초만에 해낸다. 

 


슈퍼스포츠 GT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무리 장거리라 해도 바다를 찾아가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마세라티야말로 바다와 바람과 잘 어울리는 차이기 때문이다. 스포티한 카본과 클래식한 다이얼이 가득한 실내에 앉아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벌써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이다.  

 

 

관동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힌 죽서루

 

차창 밖으로 언뜻 바다가 보이는가 싶더니 시멘트공장의 동그란 건축물이 보인다. 삼척에 다다른 것이다. 삼척은 강원도 여타 지역보다는 관광지 느낌이 덜한데 무연탄, 석회석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모른다. 태백·삼척을 같은 권역으로 묶기도 했는데 실상 태백시와 동해시를 따로 떼어주기 전에는 삼척이 강원도에서 가장 큰 땅이었다. 거리가 멀면 사람들 발길도 더 적고 그만큼 더 자연에 가깝다는 얘기일 것이다. 

 

오십천은 오늘도 유유히 흐른다

 

삼척에 들어서면서 동해 추암을 지난다. 추암 촛대바위는 해돋이 명소로 이름난 곳인데, TV가 끝나고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배경화면으로 나오는 바로 그곳이다. 먼저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오십천변의 죽서루를 찾았다. 태백산맥에서 비롯된 오십천은 삼척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다가 육향산 아래 동해로 빠져나간다. 그 굽이가 50 굽이여서 오십천이라고 불려오는데, 이곳 사람들의 생활과 자연에 밀접한 영향을 끼쳐왔다.

 

 

거친 바다가 그란투리스모를 깨운다

 

오십천 벼랑에 서 있는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힌다. 다른 곳이 바다를 끼고 있다면 유일하게 강변에 서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을의 끝자락 위에 선 오래된 누각은 왠지 쓸쓸한 분위기다. 자연석을 살려 세워진 정면 7칸 측면 2칸의 늠름한 누각은 옛 건축물의 미학이 엿보인다. ‘관동제일루’ 라는 글씨를 비롯해 율곡의 시 등 누대에는 수많은 현판이 걸려 있다.

 

항구의 아침햇살이 그란투리스모에 쏟아지다

 

벼랑 아래로 예전에는 더 깊고 푸르렀을 오십천이 유유히 흐른다. 아파트도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지금, 바다보다 더 빼어났을 절경을 어렴풋이 더듬어 본다.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으로 이어지는 새천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한때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났던 이곳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산책로를 만든다고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세운 방책이 바다를 가리고 쉴 새 없이 나타나는 과속방지턱과 고르지 않은 노면 탓에 달리기 좋은 도로는 전혀 아니었다.  

 

장호항은 삼국유사 수로부인 설화로 유명한 헌화가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삼척항의 옛 이름은 정라항이다. 지금도 동네 이름은 여전히 정라동인데, 이름이 정감 있다. 어디서나 제법 큰 항구 옆에는 항상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거기에 집들이 있었다. 집들이 많을수록 항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일 터다. 조선시대에는 수군기지였고 한때 동해안의 중심 항구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규모가 작아졌다 해도 결코 작은 항구는 아니다. 멀리서 본 시멘트 공장이 바로 이곳에 들어서 있다. 

 

 

길은 계속 7번 국도로 이어진다. 몇 개의 해수욕장을 지나 맹방해수욕장을 찾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배우 이영애, 유지태가 파도 소리를 채집하던 곳이다. 바닷가에 서니 왜 명사십리라고 부르는지 알 만 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모래사장 위로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고 오직 파도소리만이 가득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물새들이 주인이다. 드문드문 자동차가 지나가는 바닷가 도로에는 카누팀 유니폼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발맞춰 구보 훈련을 하고 있다.

 

명방해변. 명사십리라는 이름처럼 끝없는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남쪽으로 좀 더 달리면 궁촌해수욕장에 해양레일바이크 정거장이 있다. 용화해수욕장의 용화정거장까지 복선 5.4km 구간으로 운행되고 있어 어느 정거장에서나 탈 수 있다. 용화에서 출발하는 게 바다를 보기 좋아 미리 인터넷 예매를 해야 한다. 편도로 가면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다. 아무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용화에는 또한 바로 이웃한 장호항(장호역)으로 왕래하는 해상케이블카도 있다. 보통 케이블카는 오르기 힘든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였다. 글쎄, 언덕 위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만으로도 좋지 않은가. 요즘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 건설 바람이 불어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까운 터였다. 이곳은 그래도 자연 훼손 흔적이 별로 없어 다행이라고 할까.    

 

바다위의 케이블카. 용화와 장호항을 잇는다

 

나폴리형 해안선이 있어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장호항은 우리나라 지도에서 호랑이 등처럼 생긴 부분에 위치한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항이며 삼국유사 수로부인 설화로 유명한 헌화가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염소를 몰고 가던 노옹이 철쭉꽃을 따서 수로부인에게 바쳤다는 천길 벼랑은 어디인지 주변을 둘러봐도 알 수는 없다. 빼곡히 들어찬 어선들로 활기차고 평화로운 포구 언덕위로 케이블카 건물이 우뚝 서 있을 뿐이다.  

 

스포티한 카본과 클래식한 다이얼이 가득한 실내

 

장호항 바로 아래 갈남항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항인데 한번 가볼 만하다. 바로 삼척갈남마을박물관을 보기 위해서다. 어떤 유물보다 큰 ‘바다’와 역사가 긴 ‘섬’과 삶의 향기 진한 ‘사람’ 이야기가 있다는 게 이곳에 마을박물관을 만든 국립민속박물관의 말이다. 이 건물 주인이며 4대째 어업을 해온 최병록 씨 집안의 생활유물과 자료, 마을 해녀와 머구리 잠수부가 쓰던 어업 도구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마을의 삶과 역사를 보여주는 이러한 마을박물관이야말로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빨강과 하양 두 개의 등대가 마주보는 풍경이 아늑한 갈남항은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삼천포 장면 등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촬영되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호젓한 편이다. 밤이면 등대 방파제에 조명을 밝혀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삼척 해안을 따라 가는 여행은 어쩌면 포구기행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V8 4.7L 460마력 엔진

 

그 이야기의 백미는 해랑당이라고도 불리는 해신당이 아닐까. 지중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창 문양을 상징으로 단 마세라티가 우리나라 바다의 신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해신당은 바닷가 절벽 위에 당집을 짓고 나무로 깎아 만든 남근을 바치며 어부들이 풍어를 비는 곳이다. 해신당의 주인인 처녀는 마을과 바다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며 서해 수성당 할머니와 같은 우리 바다의 해신이다.

 

마주보는 두 개의 등대가 정겨운 갈남항

 

예로부터 성 신앙은 고기잡이나 사냥, 또는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던 민속이었다. 남근봉헌은 해양민족에 넓게 펴져있던 문화이기도 했다. 시에서는 이런 점을 특화해 해신당공원을 넓게 만들었다. 세계 각국의 남근을 형상화해 만든 거대한 조각들이 언덕을 오르는 내내 이어진다. 자칫 민망하게 생각될 수도 있으나 해학적인 표현으로 웃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숲이 이 부근이다

 

앞서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로 맹방을 얘기했는데, 또 한곳이 바로 신흥사다. 대숲에서 바람 소리를 녹음하던 장면인데, 신흥사 가는 초입에서 오른쪽 길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다. 파란 지붕이 있는 집 뒤의 그 대숲에 갔을 때는 영화 속 기억과는 사뭇 달랐다. 세월이 많이 지나기도 했지만 관리가 안 된 듯 아무렇게나 쓰러진 대나무들이 많았다. 그래도 대숲 아래 가만 서 있으니 사운대다 가는 바람 소리가 좋다. 문득 오래 전 외우던 시가 하나 생각났다.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중략) _나태주 ‘대숲 아래서’

 

 

해신당

 

길을 살짝 옆으로 비켜 서 있는 신흥사 일주문은 왠지 길손을 배려하는 인상을 준다. 경내에 들어서니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하늘을 노란색으로 가득 채울 듯 금방 절창을 마친 뒤의 표정으로 서 있다. 이곳을 찾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차지인 느낌을 준다. 영화에서 눈 내리는 겨울밤 풍경소리를 녹음하던 대웅전은 공사 중. 설선당 안마당에 곶감을 만들기 위해 매달아놓은 감들이 깊어가는 가을을 대신 말해준다.  

 

 

설선당에 깊어가는 가을

 

길은 다시 7번국도로 이어진다. 삼척에서 오가는 7번 국도는 동해대로라고 해서 고속화도로다. 그런데 속도제한 80km 구간단속 구간이 꽤 길게 있어 답답할 수 있다. 바닷가에 온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달리면 될 일이다. 그란투리스모 스포트는 한 마디로 힘이 넘치는 차다. 하지만 넘치는 힘을 어쩌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힘을 절제할 줄 안다.

 

밤을 밝히는 갈남항의 야경

 

신흥사 가는 길. 만추의 서정이 가득하다

 

더불어 쾌적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도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뒷받침하는 스카이훅 서스펜션 덕분. 이 장치는 MC 트림에는 달리지 않고 스포트 트림에만 기본 적용된다. 삼척 바다를 함께 달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는 편안한 시트와 조종성 좋은 스티어링 휠, 시원한 가속성을 비롯한 고성능 GT의 매력이 가득했다. 한적하고 안전한 도로에서 잠시 그란투리스모 스포트의 웅혼한 사운드를 만끽했다.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018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는 마세라티 70여년 역사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스포츠카로 손꼽히는 모델이다. 2018년형은 더욱 날카로워진 전면과 웅장해진 후면, 그리고 뚜렷한 바디라인으로 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이미지를 준다. 새로운 프론트 범퍼와 프론트 스플리터는 차체 공기흐름을 개선하면서 공기저항계수를 0.33에서 0.32로 10% 낮췄다. 리어 범퍼는 유려한 곡선미와 함께 안정적인 뒷모습을 마감한다. 계기판은 고급 천연 가죽과 정교한 스티치로 새단장 했다.

 

계기판 위쪽의 마세라티 시계는 그란투리스모의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더욱 강조한다. 파워트레인은 V8 4.7L 자연흡기 엔진과 6단 ZF 자동 변속기를 매칭했다. V8 엔진은 마세라티 레이싱 DNA를 여실히 보여주는 고회전력 퍼포먼스와 즉각적인 응답력을 보여준다. 6단 ZF 자동 변속기는 V8 엔진에 맞춘 정확한 설계로 어떤 노면 조건에서도 파워풀한 주행을 뒷받침한다. 변속기는 오토 노멀, 오토 스포츠, 매뉴얼 노멀, 매뉴얼 스포츠와, 효율성을 높이는 ICE 모드까지 총 5개 변속 모드를 제공한다. 

 


새로운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드라이버 인터페이스를 강화하며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포함한 8.4인치 터치스크린이 새롭게 탑재되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이 호환 가능하다. 기어 레버 옆에 위치한 로터리 컨트롤로 볼륨 및 기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보다 쉽게 조정할 수 있다. 2018 그란투리스모는 전통적인 시그니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스포트(Sport) 트림과 레이싱 DNA를 강조한 MC(Maserati Corse) 트림으로 출시되었다. 가격은 스포트 2억1900만 원, MC 2억34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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